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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 - 북경에 도착해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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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빛 들판과 모래먼지….
하얀 조각구름과 파란 하늘….
이 기억의 황홀감 속에서 눈물이 나는 것은 그리움,
실크로드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 때문이리라.


북경에 도착해서

북경(北京, 베이징)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10년 전 한겨레신문사에 있으면서 갔던 때와 변함이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키 큰 나무의 행렬….


중국은 나라가 커서 나무도 다 큰가 보다.

 

여기서부터 중국 현지 가이드 조선족 김휘 씨가 동행하면서 곳곳을 설명했는데, 두고 보면 알겠지만 앞으로 우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김휘 씨는 말할 수 없이 마음 고생을 하다가 마침내는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는 북경의 어양반점(漁陽飯店, 중국의 반점은 호텔이다)에서 식사를 하면서 중국문화의 성립에 대해 김영종 선생의 강의를 들었다. 혼수상태에서도 난 필기를 했는데, 깨어나서 보니 내가 써놓고도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결론은 정신이 돌아오면서 크게 필기한 것이었다.

 

 

자금성

 

그리고 우리는 고궁 박물관으로 불리는 자금성(紫禁城)으로 갔다. 자색(보라
색)은 황제만 쓸 수 있는 색이므로 일반인에게는 금한다고 하여 자금성이라
 한단다. 붉은 색과 노란 색 역시 황제만 쓸 수 있었던 색인데, 봉건제가
 무너지자 일반 서민들이 너도 나도 쓰는 바람에 지금은 온통 붉은 색과
황색 천지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우리는 도심 속에 마치 남대문처럼 남아
 있는 외성인 영정문, 내성인 정양문, 대명문부터 천안문, 단문(端門), 오문(
午門), 여덟 번째 태화문을 거쳐 아홉 번째 태화전으로 들어갔다.


문자 그대로 구중궁궐이다. 게다가 외국 사신이 오면 문을 하나 지날 때마다
아홉 번씩 절을 하게 했다 한다. 그런 식으로 황제가 있는 태화전까지 이
르면 완전히 기가 죽을 대로 죽어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으리라. 동지사
니 뭐니 하며 옛날 우리 조선의 사절이 여기에 와서 자그마한 조국의 궁
궐을 생각하며 얼마나 쫄았을지 짐작이 간다. 난 태화전에서 황제가 바라
보는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각도로 스케치하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황제
가 되면 어떤 기분일까….


우리가 늘상 자기 집 창문 밖으로 풍경을 보듯이, 황제의 일상도 이런 풍경
으로 고정되어 있었으리라. 조회 때는 만조백관이 도열하고, 생일이나 큰
행사 때는 천하의 크고 작은 나라에서 사신이 인사를 왔겠지. 우리 조선을
 그야말로 왼쪽 바다 건너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나라로 아득히 느껴졌을 테
지. 오른쪽으로는 위구르와 티베트까지. 남으로는 광동(廣東, 광둥)까지가
 그 감각의 발치였으리라.


조선 땅에서만 있던 감각으로는 땅이 너무 커서 생각이 잘 미치지 않는다.
그러면서 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대국은 어떤 모습일까도 생각해 보았다.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키워 가는 대국이 아니라, 문화의 힘으로, 아름다
움으로, 가치로, 자기 실현과 사회적 완성이라는 희망의 힘으로 이루어나가
는 새로운 나라….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꿈꿀 만한 새로운 나라, 새로운
대국이 아닐까 하는.


한편 자금성에는 다소 애처로운 얘기가 있다. 자금성 뒤에 경산이라 부르는,
야트막하지만 북경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 있는데, 이 산에서 명나라의 마
지막 황제 숭정제가 서안에서 일어난 농민봉기를 맞아 쫒기다가 나무에
목매달아 죽었다 한다. 그 경산에 올라가 자금성을 내려다보면 이런 풍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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