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정 찾아 떠나는 장터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 찾아 떠나는 장터여행
진부장터 한번 놀러오드래~요 

장터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국밥 한그릇에도 인정이 넘쳐나고, 걸쭉한 막걸리에 취해 추억을 주절거려도 그림이 된다. 뉘집 아들 출세한 얘기며 처녀 총각 눈맞은 얘기며 온갖 소문들이 오가고 잘강거리는 엿장수의 가윗장단이 흥을 돋운다. 약장수 아저씨의 입담을 듣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초록의 아우라가 퇴색하는 가을 날, 따뜻한 기억 하나 주머니에 담고 대관령 고갯길로 나서 본다. 

ⓒ 트래비

 

못난 우리 이웃 그득한 진부 5일장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 ...... /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 신경림, <파장(罷場)> 중략

 흐린 하늘을 이고 버스가 도착한 곳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는 진부장이라는 명칭만 등장할 뿐이지만 대화, 봉평, 평창, 횡계, 미탄 등 평창군 일대와 정선과 홍천의 내면 등에서도 진부장을 보기 위해 모여들 정도로 진부장은 꽤 유명한 장이다.

요즘은 잘 정돈된 물건과 화려한 조명, 냉, 난방 시설 안에서의 안락한 쇼핑에 사람들이 익숙해지면서 대형할인점이 날로 확장 일로에 있고 그 여파로 점차 재래시장은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이에 대응해서 재래시장도 소비자들의 욕구에 발맞춰 아케이트를 설치하고, 가격정찰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도로정비를 하는 등 편리한 쇼핑장소로 탈바꿈을 꾀하고 있다. 재래시장의 현대화가 불가피한 마당에 장터의 낭만만을 부르짖기에는 현실이 너무 급박하다. 하물며 오일장이야. 

장터의 초입에서부터 수런거림을 기대했건만, 꾸물거리는 날씨 탓일까. 오일장에서 볼 수 있다던 난전 할머니들의 모습은 길 언저리에 간간이 눈에 띌 뿐, 100여 미터를 기역자 형태로 늘어선 장터는 일반 재래시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옛날에는 진부장이 이렇지 않았드래요. 장삿꾼들로 이 장터 마당이 발디딜 틈도 없었어요. 이제는 뭐 일반 재래시장과 크게 다를 게 없어요.” 군청 관계자분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과거의 명성을 재현하려 애쓰는 오일장이 안타까운듯 말씀하신다.

 사라져 가는 장터 풍경…그 쓸쓸함과 안타까움

 그래도 기대했던 장터의 정서와 풍경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늘 장사 잘 되드래요? 나 좋은 문어 있으면 하나 줘 봐.” 노모와 추석 제수를 장만하러 나온 아저씨는 사는 이야기 하느라 장보는 것도 잊었다.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손수 말린 산취와 당귀, 콩 등을 팔러 나온 할머니는 마침내 나물 한소쿠리를 다 파신 모양이다. 다 팔고도 받은 돈이 언뜻 보아도 만원여 정도. 꽃 모자를 쓰고 꼬깃한 천원 지폐들을 세느라 눈길을 돌릴 여유도 없으시다.
 
“우리 손주들이래”, “할머니랑 배추 팔러 왔어요.” 학교에서 한달음에 달려왔을 법한 어린 남매는 장터의 흙마당에 엉덩이를 붙이는 것이 낯설지 않다. 손님이 뜸한 가운데 그나마 배추 몇포기를 판 돈으로 손주들 입에 아이스바를 물리는 할머니의 미소가 흐뭇해 보인다. “아줌마 속옷 사 가, 이런 좋은 면은 서울에선 절대 못 구해. 석장에 2,000원이야. 얼마나 좋아?” 다 아는 거짓말에도 슬며시 웃음지으며 천원짜리 몇 장을 꺼내들 여유가 나도 모르게 생겨난다, 이곳에서는.

한바탕 장터를 둘러보다 보면 허기가 진다. 뒤뚱거리는 난전의자에 앉아 노르스름한 올챙이국수와 메밀전병 한접시 곁들이면 마치 지친 장돌뱅이라도 된 듯한 착각이 든다. 송송 썰은 시큼한 김치와 양념장 한숟갈을 턱 끼얹어 뜨끈한 국수를 말아 주는 넉넉한 주인 아줌마의 표정이 그나마 분주하다. 옆에서는 쌉싸래하고 탱글거리는 강원도 도토리묵을 가져나와 맛보라며 권하는 통에 엄마를 따라나온 꼬마들만 신이 났다. 

장터를 빠져 나오는 사람들의 손에는 저마다 가볍게 혹은 무겁게 장바구니들이 들려 있다. 사라져 가는 장터에 대한 아쉬움과 추억도 그 바구니 속에 담겨 있을까. 살 것이 없거나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 또 어떠한가. 장터를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목에 피어있는 코스모스의 한들거림이 왠지 쓸쓸하고 위태로워 보였다.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IC로 나와 우회전, 1km 남짓 가다 보면 ‘대관령 옛길’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표지를 따라 좌회전해 가면 대관령 휴게소가 나오고 그 뒤편에 위치해 있다. 033-335-1966

 영화 <웰컴투동막골> 세트장

한국전쟁에 참가하던 연합군, 인민군, 국군이 강원도 첩첩산중 동막골에서 마주치면서 시작되는 영화 <웰컴투동막골>. 영화의 감동을 이어 촬영지에서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 보자.

세트장 입구에 도착하면 우선 한쪽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물 한 모금에 더위를 식힌 다음, 차도 다닐 수 없는 외길을 따라 다시 150m 정도 올라가면 비로소 촬영 세트장과 만날 수 있다. 연합군의 추락했던 비행기 모형과 정자나무, 인민군이 자던 방도 눈에 띈다.

 

찾아가는 길

영동 고속도로 장평IC에서 내려 평창 방면으로 가다가 미탄으로 빠져나오면 율치 삼거리라는 곳이 나온다. 거기에서 영월 방면으로 2km를 지나 우회전하면 비포장길이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 다시 2km를 들어가면 세트장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주간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www.travie.com
저작권자 ⓒ 트래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