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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구라 가족 동행 취재기-한반도 한가운데 양구를 가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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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맨 김구라 가족 동행 취재기
한반도 한가운데 양구를 가다

 

 강원도 양구. 이름이 낯설다면 어서 지도를 펼쳐들기 바란다. 그리고 한반도, 물론 남북한 모두를 합해서 가운데쯤 되는 부근에서 다시 양구를 찾아보기를. 이번엔 쉽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굳이 지도상에서 따져 본다면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쳐 보이긴 하지만 양구는 동경 128도, 북위 38도 한반도 정중앙점을 품고 있는 국토 정중앙 도시이다.

도시 한 면이 비무장지대와 접해 있는 양구는 실상 인구 3만명에 지나지 않는 군 단위의 작은 소도시이다. 그나마도 절반이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다. 이 작은 소도시가 뭐가 볼 게 있다고 알음알음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개그맨 김구라씨 가족과 함께 양구 나들이에 나섰다. 

박수근 화백의 흔적을 찾아서

길이 너무 막혔는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늦게 양구에 도착한 김구라씨는 아들 동현이와 조카와 함께 동행을 했다. 거침없는 말투와 표현법이 매니아층을 형성할 만큼 그만의 독특한 개그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김구라씨지만 실제로 보니 아들에게 한없이 다정다감한 여느 아빠와 다름없다. 역시 아빠는 아빠다.

양구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박수근 미술관. 양구군청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박수근 미술관은 개인 이름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엄연한 양구 군립 미술관이다. 작은 돌담처럼 꾸민 ‘박수근 미술관’이라 적힌 현판이 정겹다. 화백 개인의 이름을 붙인 미술관은 박수근 미술관 외에 몇 군데 더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화가 자신이 운영하거나 작은 화랑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할 때, 한국 미술사에서 박수근 화백이 차지하는 위치가 얼마만큼인지 새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돌담을 빙 둘러 올라가면 작고 아담한 연못과 갓 조성한 애기 숲이 나온다. 이와 마주한 곳에 미술관 입구가 있다. 미술관은 건물 자체도 예술품이다. 각 전시관을 이은 복도 한 면을 유리창으로 마감해 바깥 정원과 연결된 느낌이다. 작품 활동 당시보다 오히려 후대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박수근 화백의 유품과 유화, 수채화, 스케치, 판화, 삽화 등 여러 작품들이 이곳에 연중 상설 전시되고 있다.

박수근 화백을 모른다 해도 그림 감상에 무리는 없다. 서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그의 작품들은 첫 대면에서부터 소박함과 친근감이 느껴진다. 58평 규모의 기획 전시실에서는 봄, 가을 정기기획전 외에도 젊은 작가전 등 다채로운 전시를 언제나 만날 수 있다.

박수근 화백은 사실 이곳 양구가 고향이다. 미술관도 박수근 화백 생가터에 건립된 것이다. 올해는 박수근 화백의 40주기가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해 7월10일까지 ‘다시 봄이 오다’ 특별전이 운영된다고 하니 이 기간에 양구에 갈 계획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그의 대표작인 ‘빨래터’를 비롯해 처음 선보이는 작품인 ‘수하’와 ‘절구질하는 여인’ 등이 감상 포인트이다.


신석기 시대 양구는 어땠을까

박수근 미술관을 나와 다음으로 발길을 돌린 곳은 양구선사박물관. 파로호 상류인 고인돌 공원에 세워진 이 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선사 박물관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선사시대 수혈 주거지를 모델로 지어진 박물관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뒤로 넓게 펼쳐진 야외공원도 가족 나들이에 딱이다.

박물관 내에는 양구지역에서 출토된 신, 구석기 및 청동기 시대 유물들이 약 650점 정도 전시되어 있다. 단순히 유물들만 전시해 놓은 것이 아니라 각 시대별로 미니어쳐들과 모형물들을 함께 진열해 학습 효과까지 높였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오밀조밀하게 꾸며진 전시물들은 아이들의 관심을 끈다. 그래서인지 미술관에서는 다소 지루해하던 동현이가 돌칼이며 여러 문양이 새겨진 토기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생긴 것하며 문양 따위가 신기하긴 한가 보다.

박물관 밖에 나와서는 야외에 전시된 고인돌 무덤을 살살 건드려 보기도 한다. 내친김에 옆에 설치된 움막집 안도 한번 들어가 볼까 하다 이내 그만둔다. “동현아, 한 번 들어가 봐.” 옆에서 살살 부추겨 봤지만 헛수고다. 움막집을 스윽 훔쳐본 동현인 금세 저쪽으로 내빼버린다. 하긴, 저 어두컴컴한 곳에 뭐가 있을지 내가 봐도 겁이 더럭날 정도니까.  

자연 그대로를 담아 놓은 생태 식물원

선사박물관에서 북쪽으로 약 10분 가량 차를 타고 올라가면 산 속 깊숙이 생태 식물원이 자리잡고 있다. 2002년도에 1차 완공된 이 생태 식물원은 넓은 규모에 자연을 그대로 살려 만들었기 때문에 전혀 인공적이지 않다. 식물원에 도착하면 먼저 유리 온실에 들러 남대림 식물들을 둘러보고 밖에 나와서 알록달록한 꽃 시계 앞에서 사진 한 장 찰칵 찍는다.

그러면 주요 시설들은 다 관람하는 셈이 되지만 정작 엑기스는 이 다음 코스에 있다. 자연 속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들. 절벽을 이은 목조 다리를 건너 산 중턱까지 트레킹하는 것이 고되게 느껴질 법도 한데 폴짝폴짝 잘도 올라간다. 트레킹 코스는 이미 인공적인 손길을 거친 후라 누구라도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잘 닦여져 있다. 그렇다고 시꺼먼 아스팔트가 깔려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쓸모 없어진 나무 껍질들을 잘게 부수어 등반길에 깔아 놓은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자연적인 미를 전혀 해치지 않고서도 실리를 챙긴 셈이다.  

숲길을 헤치고 올라서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탁 트인 시야에 꽃밭이며 수중 관찰 데크, 갖가지 조형물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순간 감탄이 흘러나온다. 그 울창한 숲 너머에 이처럼 드넓게 펼쳐진 자연 생태 식물원이 있을 줄이야, 예기치 않은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오랜만에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다 보니 마음까지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자연 속에 묻힌 아이는 물을 만난 물고기마냥 아주 신이 났다. 발걸음이 바쁘게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며 부지런하게 돌아다닌다. 작은 개울처럼 만들어놓은 수중 데크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동현인 물 속에서 조그만 점들이 꼬물거리는 것을 보고 무어냐고 묻는다. 올챙이들이다. 수많은 올챙이들이 점점이 박혀 개구리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물원을 다시 방문할 때쯤이면 올챙이 대신 개구리들이 우릴 반겨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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