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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 - 길을 나서면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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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빛 들판과 모래먼지….
하얀 조각구름과 파란 하늘….
이 기억의 황홀감 속에서 눈물이 나는 것은 그리움,
실크로드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 때문이리라.


아스라한 모래의 길

 

실크로드…

무언지 모르게, 아스라이, 그 어떤 길을 따라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마술사
의 피리 소리를 따라 춤추며 따라가는 기다란 뱀처럼 말이다. 낙타, 사막,
기다랗게 열 지어 사막을 걸어가는 캐러밴. 이국 여인의 매혹적인 춤과 노래
, 오아시스, 모랫바람, 산적, 양탄자, 비단, 향료….


 

비단길이라고 불러볼까? 비단길…. 참 고운 이름이다. 너무 고운 이름이라
오히려 쓸 수가 없다. 비단을 팔러 가는 모험의 길이 아니라 비단으로 깔
아놓은 길 같기도 하다. 음… 안 되겠다. 실크로드로 그대로 쓰자. 실크로드
. 이것도 멋있지 않은가.

 

처음 마음은

 

내가 이 좋은 길을 가게 된 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바리공주> 때문이
다. 장선우 감독이 학생시절 굿판을 돌아다니다 반해서 나중에 영화로 만
들어보고 싶어 했는데 아무래도 실사보다는 애니메이션이 맞겠다고 생각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로 한 영화다.


그러니까 바리가 약수를 뜨러 갔던 서천서역으로 가는 길, 이 길이 요샛말로
하면 바로 실크로드이며, 현장 법사가 손오공을 데리고 불경을 가지러 갔던,
 온갖 요괴가 출몰하던 그 길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는 바리공주가 여자의
 몸으로 말할 수 없는 고생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간 바로 그 길을 답사하
러 갔다. ‘좋은 작품’이란 약수를 구하러. 좀 오버하는 것을 용서하신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에 힘을 줄 수 있는 감로수를 구하러. 작품에서 가장 중요
한 감동이라는 것이 바로 관객에게 선물하는 달고 시원한 약수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떻든 감로수를 뜨러 간 것만은 틀림없는 일이다. 다른 게 있다면
 바리공주는 무쇠 갓을 쓰고, 무쇠 주령(무구들이다)을 짚고, 무쇠 신발을
신고 너무나도 피나는 고생길을 간 데 비해 우리는 카메라와 스케치북과
돈을 들고 비행기와 차로 편하게 다닌 것이다.

34일 동안(바리는 한 7년 여행한 것 같다).


이 여정은 요즘 방송에서 꽤 다루긴 하지만 여전히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테레비전 다큐멘터리 팀 ‘미디어 서비스’와 함께 가기로 했다. 작가 주은경 씨는 다큐의 주제를 ‘문화’로 잡고 싶다고 했다. 21세기 우리 삶의 비전 찾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기대하지 말자고 했다. 얼마 다녀보지 않은 외국 여행 경험도 경험이려니와 <바람의 딸>로 유명한 여행가 한비야 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공감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 다르고 다 똑같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다 다르고 다 똑같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러나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너무 심각하지 않게 내 몸을 여정에 맡겨 버릴 생각이었다. 별로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 않은 채. 그러는 와중에도 바리 팀은 실크로드 답사를 위해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했다. 무식을 좀 벗자는 취지에서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하지 않는가.


강사진은 고고미술사학자인 이주형 서울대 교수와 실크로드 전문가이자 소
설가로 후에 ‘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는 김영종 선생,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직중인 권영필 교수. 학생은 바리 팀의 노길상, 허태준, 박형동, 오성윤
, 유승배, 이용배, 이춘백, 박재동, 장선우(장 감독은 항상 지각하거나
결석한다. 내가 대학 4학년 때 교생 실습을 나간 적이 있는데, 그 학교 선
생들이 한 해 먼저 다녀간 김민기 선배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이 양반이
하루도 지각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장 감독
이 사람이 그렇다. 예술가란 다 이런가? 그럼 착실하게 출석한 난 뭐지?).


 다큐 팀의 주명진, 주은경, 서주환, 김완진. 여행사 나스항공의 직원 김남
현. 나중에 실제로 여행을 할 때는 바리 팀에 강순화가 더 들어오고, 장 감
독의 여행 기록 보조로 장연이가 더해지고, 음악가 달파란(강기영 씨)이 합류했다.

 

준비를 마치고

 

양말도 엄청 넣고, 속옷도 여러 벌 넣고, 김영종 선생이 춥다고 엄청 겁을
주기에 내복도 두 벌 넣었다. 그리고 카메라와 스케치북 몇 권, 색연필과
필기도구 여러 개…. 준비가 끝났다. 완벽하다.
우리가 잡은 코스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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