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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냉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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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은 날이 더워지면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다. 그래서 유명한 냉면집도 많다. 을지로의 ‘우래옥’, 마포의 ‘을밀대’, 오장동의 ‘오장동 함흥냉면’, 삼성본관 뒤의 ‘강서면옥’ 등등, 서울 시내 곳곳에 유명한 냉면집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이런 유명한 냉면집들을 가면 늘 고민이 하나 있다. ‘물냉면을 먹을 것인가 비빔냉면을 먹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냉면은 육수의 시원한 맛으로 더위를 날려버려 좋고, 비빔냉면은 매콤한 맛으로 더위를 이길 수 있어 좋다.

 그러나 한 가지를 먹어야 한다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이런 안타까움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냉면집이 있으니 바로 ‘소문난 냉면’이다. 이 집에는 냉면이 한 종류이다. 그런데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가격은 3,500원이고 양은 많다. 이 정도면 누구나 궁금해할 것이다.

‘맛은 어떤데?’맛? 좋다! 냉면을 시키면 비빔냉면에 얼음이 얹어져 나온다. 그리고  냉면그릇 옆에 주전자가 하나 따라 나온다. 비빔냉면을 비벼서 어느 정도 먹자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 이 순간이 바로 물냉면을 먹어야 하는 순간이다. 옆에 있는 주전자에 들어 있는 육수를 그릇에 부으면 비빔냉면은 물냉면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면은 찰지면서도 부드럽다. 일반 식당과 달리 직접 반죽해서 뽑아낸단다. 면은 전분가루와 메밀가루에 도토리가루를 섞어서 만들어낸다. 비빔냉면, 물냉면의 주재료에 도토리가루를 섞은 셈이다. 두 가지를 먹는 방법만이 아니고 면에서도 비빔냉면, 물냉면의 특성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도토리 가루를 넣은 이유는 현실적이면서도 ‘고객감동’의 작은 사연이 숨겨져 있다. 소문난 냉면이 위치한 곳은 경동시장 안이다. 수십 년간 시장에서 음식 장사로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당연히 상인들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면은 단점이 소화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동시장 상인들은 냉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재래시장에서 근무하려면 쪼그리고 앉아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문난 냉면의 육남매가 생각해 낸 것이 소화가 잘 되는 도토리를 섞어서 면을 만드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거기에 연탄불로 하루를 끓여내는 육수는 오미자 같은 한약재를 넣어서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게다가 비빔냉면의 부재료인 양념장에는 청양고추를 기본으로 해서 과일과 야채, 특히 당근을 많이 넣었다. 이 집의 냉면을 보면 냉면의 별미인 고기 편육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없는 것은 아니다. 역시 상인들을 위해서 고기를 잘게 다져서 넣었다. 있을 건 다 있다. 이렇게 상인들을 위한 작고 세심한 배려 때문에 경동시장의 상인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었고, 소문이 퍼져서 이제는 일반인들도 부쩍 늘었다. 그야말로 소문난 냉면집이 된 것이다.

시장 내에 있는 것임을 감안해도 가격이 3,500원이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유명 냉면집의 냉면가격이 7~8,000원대임을 감안하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이 집이 유명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원래 이 집의 상호는 소문난 육남매 집이었다. 육남매가 오순도순 운영하던 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얼마 전 3남매가 독립하고 남은 3남매가 운영하고 있다. 주방을 맡은 맏언니(?)가 일흔 여덟, 배달을 맡은 둘째가 일흔 다섯, 그리고 홍보를 담당하는 셋째가 일흔 둘이시다. 일흔 둘에 조직의 NO.3를 맡고 있을 정도로 왕성한 체력과 기를 가진 분들이시다. 맛있는 음식에 저렴한 가격, 그리고 어르신들의 ‘젊음’이 느껴지는 냉면집이다.

글/ 사진=박정배(음식 컬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 음식점 정보

찾아가는 길: 경동시장 사거리 미래웨딩홀에서 종암동 방면으로 가다 농협 골목으로 우회전해서 시장 안 30m
메뉴: 냉면 보통 3,500원 /

          면 곱빼기 4,000원
영업시간: 09:00-20:00
휴무: 일요일/명절 휴무
전화: 02-967-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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