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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촬영지를 찾아서⑨크크섬 1박 2일 자발적 표류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11.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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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섬 1박 2일 자발적  표류기


무인도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당신이 무인도에 간다면 꼭 가져 갈 세 가지는?’ 따위의 심심타파적인 질문부터,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방법’ 등 언젠가 쓰일지도 모르기에 귀가 솔깃한 지침까지, 우리는 상상 속에서 무인도에 여러 차례 표류했다. 태평양 한가운데나 있을 것 같은 무인도, 실은 가까이에 있다. 대한민국엔 3,153개의 섬이 있고, 놀랍게도 이 중 2,689개가 무인도라고 한다. 서해안 어느 무인도에서의 180일간의 표류기를 담은 MBC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은 어찌 보면 마땅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김영미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곽은정  
스틸컷 제공  문화방송  www.imbc.com 
취재협조   www.visitkorea.or.kr


Day 1


#1. 크크섬 되짚기

2008년 7월의 어느 날. 일일쇼핑의 구매부 직원들은 서해 낙도(落島)에 후원물품을 전달하러 떠난다. 작은 배 위에서 곤드레만드레 한바탕 술판을 벌이던 직원들, 잠에서 깨 보니 배산임수의 인적 없는 백사장이다. 10명이던 일행은 8명으로 줄고, 직원들의 휴대폰은 모두 없어졌다. 상상 속에서나 경험하던 무인도 표류. 이곳은 대체 어디일까. 이들은 왜 조난을 당한 걸까. 

지난 10월 종영한 MBC <크크섬의 비밀>은 코믹어드벤처스릴러를 표방한 시트콤으로, <거침없이 하이킥> 제작진들이 의기투합하고 미국드라마 <로스트>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 때문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시청률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하며 웰메이드 시트콤으로 입소문이 자자했던 <크크섬의 비밀>은 보면 볼수록 빠져들고 미묘하게 재밌고 은근히 긴장되던 무인도 생존기였다. <크크섬의 비밀>을 되짚다가 문득, 그 섬에 가고 싶어졌다. 잠깐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던 하루하루, 반복되는 도시의 일상에 지쳐 버린 어느 목요일이었다.   

#2. 크크섬 입도기

돌이켜보니 참으로 요상한 날이었다. 오색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한 가을의 복판, 파란 하늘에 보송보송한 흰 구름이 둥실 떠 있는 청명한 날씨가 연일 지속되더니, 크크섬으로 떠난 그날은 온통 잿빛이었다. 차라리 비가 내렸으면 빗물에 가려 그 오묘함이 덜했을지도 모르겠다. 

100%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된 <크크섬의 비밀>의 주무대는 무의도(舞衣島). 무희가 춤추는 형상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무의도는 서울이나 인천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해, 서울·인천 시민들의 주말 나들이에 적합한 섬이다.
토요일 오전, 뚜벅이 여행자는 출국이 아닌 목적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인천국제공항의 하이테크적인 외관은 두터운 회색 구름이 햇빛을 삼켜 버린 오늘의 날씨와 어우러져 공상과학적인 아우라를 뿜고 있다. 공항 앞에서 버스를 갈아 타고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탁 트인 도로를 달리니, 여행자의 감성은 100% 충전. 

최첨단의 대표격인 인천국제공항에서 불과 10여 분 거리에 있는 잠진도 선착장은 완벽한 시골의 정취를 풍긴다. 짧은 시간에 전혀 다른 공간에 와 버려 약간의 당혹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이내 도시에서 탈출했음을 실감하고 맑은 공기를 폐에 담으려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평일이었고, 경기지방의 비 소식이 예보된 날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잠진도와 무의도를 연결하는 커다란 배에는 나와 일행, 그리고 한 커플, 이렇게 네 사람뿐이다. 진한 농도의 흰 구름으로 꽉 메워진 하늘은 우윳빛이고, 그런 하늘과 바다의 경계 또한 모호해 수평선을 가늠할 수 없다. 과자를 얻어먹는 데 익숙한 갈매기들이 우리가 탄 배 위를 쉼 없이 부유하며 주전부리를 구걸하지만, 그러한 모습조차도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기이한 날씨다. 

우리가 <크크섬의 비밀>을 찾아 나섰다는 것을 아는 듯이, 무의도로 가는 뱃길은 미스터리한 기운을 풍긴다. 감았던 눈을 뜨면 <크크섬의 비밀> 일행들이 그랬던 것처럼 인적 없는 해변에 버려져 있을 것 같은, 무인도로 팔려 가는 기분.  낯선 공간에서의 고립을 느끼고 싶었고, 속세와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내게는 오히려 기분 좋은 떨림이다. 지금 필요한 건 비타민 T(Vitamin Travel), 고립과 고독을 즐기며 느리게 여행하기.

#3. 크크섬 탐험기

<크크섬의 비밀>은 180일간의 표류기라는 큰 골격에 깐깐한 노처녀 김부장, 아부의 달인 김과장, 백치미 테리우스 신과장, 찌질남 윤대리, 얄미운 순수남 윤형탁, 새침데기 이다희 등 개성만점 캐릭터의 힘과 맛깔스런 잔가지들로 그럴싸한 코믹어드벤처스릴러를 완성했다. 

그러나 <크크섬의 비밀>이 다른 시트콤과 달랐던 가장 큰 요인은 파란 바다와 초록의 숲, 때묻지 않은 자연이 주는 시각적인 청량감이었다. 무인도 표류를 간접 체험하는 듯해, 내심 모험을 꿈꾸는 시청자를 자극시켰다. 해변과 바다가 등장한 대부분의 장면은 무의도에서 촬영됐고, 대나무가 우거진 숲 속 장면은 파주 소령원 숲이 배경이다. 

무의도는 영화 <실미도>의 무대였던 실미도와 물이 빠지면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정도로 지척이다. 그래서 실미도가 아닌 무의도에 실미유원지가 꾸려져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바로 이 실미해수욕장에 <크크섬의 비밀>의 주요 촬영지가 있다. 

해수욕장의 오른쪽 끝으로 가니 커다란 바위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정말 무인도가 아닐까 의심케 했던 원시의 풍경이 펼쳐진 이곳이 크크섬 주인공들의 앞마당인 ‘고사바위’다. 고사바위 뒤편엔 소나무들이 병풍을 치고 있다. 뒷길로 올라가 소나무 숲 뒤편으로 들어가니, 공예과 출신 시후가 만들었던 나무 오두막집이 세워져 있다. 무인도인 줄만 알았던 크크섬에 그들을 해치고자 하는, 총을 소지한 제3의 인물이 있음을 알아챈 주인공들이 그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초소로 삼았던 나무집이다. 얕은 구릉에 키 큰 나무와 잡초, 갈대만 무성해 황량한 나무집 주변은 을씨년스러운 오늘의 날씨와 어우러져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나무집을 등지고 서서 실눈을 뜨고 소나무 숲의 틈새로 보이는 흐린 날의 바닷가를 응시해 본다. 화각에 담기는 장면이 정체 모를 존재가 크크섬 주인공들을 ‘훔쳐보는 시선’ 같아서 기분이 묘해진다. 이 나무집에서는 최근 방영된 SBS <절친노트>가 촬영되기도 했다.

사실 무의도에서 직접 볼 수 있는 <크크섬의 비밀> 흔적은 이 고사바위와 해변, 소나무 울타리에 숨은 나무집이 전부다. 그러나 한국판 <로스트>인 <크크섬의 비밀>을 보며 손에 땀을 쥐고 울고 웃었던 시청자들에게, 180일간의 표류기라더니 마지막 회에서 심형탁이 ‘정확히 35일’이라고 내레이션을 했다는 점, 그들을 크크섬으로 데려갔던 치매 걸린 의문의 선장(이외수)이 의미심장하게 ‘너무 늦었어’라고 읊조리는 것 등 허무한 결말을 두고 <크크섬의 비밀-시즌2>를 기대하게 했다. 크크섬 마니아들에게 무의도는 충분히 크크섬이다. 이 섬에 혹시나 담겨 있을지도 모를 비밀을 우리는 아직 모르니까.


Day 2

#1. 유유자적 섬마을 산책하기

늦은 아침, 방 안을 가득 채운 햇살을 못 이기고 눈을 뜬다. 엊저녁엔 후두둑후두둑 비가 퍼붓더니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말갛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그래, 이곳은 무의도였다. 고요한 이 섬에서 나는 오랜만에 긴 밤을 마주했다. 업무에 쫓겨 늦게 귀가하거나, 퇴근 후에도 사회적 관계들 때문에 한동안 잃어버렸던 저녁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었다. 하루 동안 훌쩍 떠나온 여행의 참맛은, 바쁜 도시에서 잃어버렸던 시간과 여유를 되찾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펜션 앞 골목을 천천히 걸어 내려가는 동안 섬마을 특유의 한적하고 고요한 골목길의 정취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주홍빛 감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마음만 먹으면 손이 닿는 곳에 새빨간 고추가 아무렇게나 열려 있는 무의도 큰무리마을은 영락없는 시골인데도 번지수는 인천광역시 중구로 시작하니 괴리감이 느껴진다. 길에서 만난 섬 아저씨가 “눈 좋은 사람이라면 날씨 좋은 날 남산에서 무의도를 볼 수 있다”고 진위를 파악하기 힘든 농을 건넬 정도로 무의도는 서울과 가까운 휴식처, 그러면서도 배가 끊기면 세상과 적당히 단절될 수 있는 섬이다.

한 아주머니가 바다를 등지고 앉아 굴을 까고 계신다. 버스 정류장이 어디냐고 물으니, 그냥 버스가 지나가면 세우고 타란다. 변칙적 버스라니. 날 때부터 도시인인 나에게는 이마저도 작은 일탈처럼 느껴진다. 무의도에서 직접 캔 자연산 굴을 숙련된 손놀림으로 손질하는 아주머니에게 생굴도 한입 얻어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 노선은 하나이기 때문에 어떤 버스를 탈지 고민할 것 없이 방향만 확인하고 타면 된다. 버스를 타고 섬 반대편으로 향하는 길, 내 눈은 창밖 풍경을 바삐 좇고 있다. 산책하기 좋은 곳을 점찍어뒀다가 돌아오는 길에 가보려는 심산이다.


1 <천국의 계단> 세트장 ‘송주 피아노’의 울리지 않는 건반을 열심히 두드려 보는 소녀들  2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만난 청량한 가을  3 무의도 바다에서 직접 캔 자연산 굴을 제대로 맛보려면 겨울철에 방문할 것  4 하나개해수욕장 관리사무소는 무의도에서 재배한 신품종들을 가지런히 전시(?)해 놓았다  5 나무에 매달린 주홍빛 감은 가을 하늘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6 무의도의 백미는 등산이다  7 조용한 섬마을의 한가로운 오후

#2. ‘하나개’에서 감성에너지 충전하기

무의도의 입구인 큰무리선착장의 반대편, 차로 10여 분 소요되는 하나개해수욕장에 들어가려면 입장료(2,000원)를 내야 한다. 공공시설물 유지 및 관리 명목이라지만 입장료를 내고 바다를 보는 게 익숙한 일은 아닌지라 조금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낮은 언덕을 넘으니 두 눈 가득 펼쳐지는 넓은 백사장과 싱그러운 바다에 시원찮았던 마음은 눈 녹듯 풀려 버린다. 

하나개는 ‘하나밖에 없는 큰 갯벌’이라는 뜻으로, 하나개해수욕장에는 폭이 약 100m에 달하는 너른 백사장이 1km 가까이 펼쳐져 있다. 가을의 서해는 쓸쓸하지만 맑은 날씨 덕분에 청량하고, 소풍 나온 소녀들로 인해 생기가 넘친다. 청명한 날씨와 어울리지 않게 다소 거센 바람은 소녀들의 ‘까르르’하는 웃음을 해변 곳곳에 실어 나른다. 

하나개해수욕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일렬로 늘어선 방갈로. 밀물이 들어오면 바다일 법한 곳에 원두막 식으로 지어진 작은 방갈로들은 볼품 없고 작은 방에 난방과 이부자리만 준비돼 있는 수준이지만, 창문을 열면 바로 바다를 마주할 수 있어서 이색적이다. 내국인보다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백사장 방갈로는 1박에 2만원(11월 기준). 백사장 외에도 소나무 숲 등지에 3~4인용부터 30인용까지 200여 채의 다양한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다.

하나개해수욕장에는 일본 관광객들이 하루에 서너 팀씩 찾고 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오픈세트가 있기 때문이다. 송주(권상우)와 정서(최지우)의 극중 어린시절 추억을 담고 있는 세트장은 바다의 시원한 조망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집’을 완성하고 있다. 사실 세트장이라고 하기엔 뭣한 집 한 채와 <천국의 계단>의 명장면이었던 송주의 해변 피아노 연주 장면을 추억하는 흰 모조 그랜드 피아노뿐이지만, 한류스타의 드라마·영화 촬영지 방문이 한국 여행의 중요한 테마인 일본인들에게는 더 없이 흥미로운 곳인 것 같다. 세트장 내부를 구경하려면 입장료(3,000원)를 내야 하는데, 드라마의 열혈팬이 아니라면 돈이 아까울 수도 있으니 선택에 맡긴다. 바로 옆에는 지난 9월 종영된 SBS드라마 <칼잡이 오수정>의 오픈세트가 있는데, 역시 입장료(2,000원)를 내면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칼잡이 오수정> 세트의 예쁜 나무다리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폿이다.  

하나개해수욕장은 갯벌을 개방하고 있다. 물이 빠지면 널따랗게 펼쳐진 갯벌에서 골뱅이를 잡거나 굴·조개를 캐는 것도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자라면 빼놓지 말아야 할 체험이다. 인파가 몰리는 주말에는 승마체험도 할 수 있다. 승마는 5,000원, 마차는 1만원으로, 해변 한 바퀴가 기준이다. 여름철에는 하나개해수욕장 입구 삼림욕장 초입에 위치한 텐트촌 등 곳곳에서 캠핑도 가능하다.

#3. 바다를 거느리며 등산하기

무의도는 섬 전체가 낮은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무의도를 아는 여행자들이 이 섬을 다시 찾는 이유는 다름 아닌 등산 때문이다. 무의도 등산로는 좌우로 펼쳐진 바다를 조망하며 산에 올라 산 정상에서 싱그러운 바다를 두 눈 가득 담을 수 있다는 매력을 갖고 있어, 수도권 등산인들의 당일 산행지로 인기란다. 금요일인 오늘도 등산객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크게 호룡곡산, 국사봉, 당산 세 개의 봉우리가 솟아있지만, 대개 호룡곡산과 국사봉에 많이 오른다. 각각 해발 245m, 230m인 호룡곡산과 국사봉은 산세가 험하지 않고 등산로도 잘 조성돼 있어 사시사철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 등산의 뿌듯함에 멋진 풍경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행운의 날이다. 호룡곡산에 오르니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중국의 동해안 어딘가에 시선이 닿을 것도 같다. 시원한 조망을 자랑하는 호룡곡산과 국사봉은 서해안 낙조 감상의 명소로 손꼽히는데, 자웅을 가리기 어려우니 아무 봉우리에나 해질녘에 맞춰 오르면 될 일이다. 

■ 무의도 등산코스

등산로1 샘꾸미마을↔호룡곡산↔구름다리↔국사봉↔큰무리마을(약 2시간50분 소요)
등산로2 샘꾸미마을↔호룡곡산↔구름다리↔국사봉↔실미유원지 입구↔큰무리선착장(약 4시간 소요)

단체라면? 농촌전통체험 추천! 

까치놀섬마을이라 불리는 무의도 개안마을은 2005년에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됐다. 농촌전통테마마을은 마을 고유의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체험·학습할 수 있도록 해,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면서 농촌문화를 이어가는 마을이다. 보물찾기, 해변운동회, 홰바리체험, 머드체험, 망둥어잡이, 공예체험, 해병대체험 등 계절별로 당일과 1박2일형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운영 관계상 40인 이상의 단체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초·중·고교 학급이나 동호회 등에서 단체를 조직해 체험하는 것도 좋을 듯. 홈페이지 kkachinol.go2vil.org

숙박
크크섬, 어디서 잘까

큰무리선착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무의아일랜드 가족호텔은 <크크섬의 비밀> 배우들이 무의도에서 촬영하는 동안 묵은 곳이다. 흰색과 갈색을 이용해 외관을 디자인하고, 나무와 인공폭포 등으로 정원을 꾸민 유럽풍 펜션이다. 산의 경사면에 지어져 전 객실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게다가 <크크섬의 비밀> 나무집 세트가 세워진 공터가 이 펜션 사장의 사유지라고 하니, ‘크크섬 1박2일’ 테마여행에 제격일 듯.

영화 <실미도>의 배우와 제작진도 촬영 당시 3개월간 이 펜션에 묵었었는데, 각각의 배우들이 묵었던 방에는 해당 배우의 사인이 담긴 실미도 포스터가 걸려 있다. “요새도 가끔 강우석 감독이 무의도에 온다. 저녁에 배 끊기면 이곳에 들어올 방법이 없잖나. 여기 와서 주변 사람들과 연락 딱 끊고 며칠씩 있다 가더라”는 펜션 관리인에게 무의도가 드라마·영화 촬영지로 각광받는 이유를 물었더니, “서울과 가까워서”라는 간단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서울에서 가까운 나만의 은신처, 혹자에게 무의도는 그런 곳이다.
무의아일랜드 훼밀리 펜션 muuiland.co.kr


1 무의도를 배경으로 한 각종 드라마와 영화의 배우와 스탭들이 묵은 무의아일랜드  2 식당에서 발견한 ‘크크섬 김부장’의 사인은 크크섬 테마 여행자에게 소소한 기쁨을 줬다  3 바다회식당의 새콤달콤 아삭아삭한 회덮밥  4 섬에서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광어회


먹거리
크크섬, 무얼 먹을까
 

무의도 곳곳에 음식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명색이 섬에 왔으니 회를 한 접시 맛볼까, 찾아간 식당에 <크크섬의 비밀>의 흔적이 있었다. 드라마 촬영지라는 것을 중심으로 홍보하는 무의도답게, 식당 한쪽 벽에는 신성우, 김선경 등의 사인이 자랑스레 붙여져 있다. 쫄깃쫄깃 입에서 살살 녹는 광어회(3만원)에 이어 나온 매운탕 맛이 특히 끝내줬다. 국사봉식당  032-752-8822 

추울수록 속이 알차고 풍미가 깊어지는 겨울철 대표 보양식 굴은 11월부터 제철. 무의도에서는 갯벌에 서식하는 자연산 굴이 유명한데, 기자가 무의도에 갔던 10월 중순에는 추천받은 식당에 아직 굴이 없어서 먹지 못했다. 굴 제철인 11월 이후 무의도에 간다면 굴밥을 꼭 맛보자. 영양굴밥 1만원. 회를 푸짐하게 올린 회덮밥 1만원. 국물이 시원한 칼국수 5,000원.
바다회식당 032-752-8666

서해 섬에 스타들이 몰린다?!

영종도를 중심으로 한 서해의 작은 섬들에 다녀간 톱스타가 여럿이다. 영종도 북부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닿는 신도에서 비, 송혜교, 김희선 등 톱스타들이 출연한 드라마가 여러 편 촬영됐다. 신도에서 연도교(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너 시도로 들어가면 영재(정지훈)와 지은(송혜교)이의 집 <풀하우스> 오픈세트가 있다. 영재가 아침마다 조깅하던 바닷가인 수기해수욕장과 동화 같은 풀하우스가 어우러져 관광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입장료 3,000원. 풀하우스와 가까운 곳에 건우(연정훈)의 작업실로 등장한 <슬픈연가> 오픈세트가 있다. 통유리창이 시원한 <슬픈연가>의 내부 입장료는 5,000원. 이서진과 김정은을 실제 연인으로 만들어 준 <연인>의 세트장도 인기다. 역시 신도에서 연도교로 연결된 모도에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의 주요 배경인 모도 조각공원이 있다. 성(性)에 관련된 조각들이 대부분이라 다소 낯 뜨겁기도 하지만, 밀물이면 조각상의 절반이 잠기는 이 기묘한 공원도 들러보길 추천한다.  옹진군청 ongjin.go.kr

이색 휴식 공간
인천국제공항에서 쉬어가기


무의도, 강화도, 신도 등 아날로그적인 섬들 가까이에는 최첨단의 섬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무의도에 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트래비>는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갔다.
인천국제공항은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1차적 역할에서 거듭나, 문화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백남준 비디어아트 전시회, 앙드레김 패션쇼가 열리기도 했으며, 수시로 거리 공연이 펼쳐지는 등 문화공항(Cultureport)을 모토로 각종 문화·공연을 연중 개최한다. 

인천국제공항을 비행기를 타러 가는 사람들만의 공간으로 여겼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면세점 쇼핑만 생각했다면, 당신은 인천공항의 100분의 1도 몰랐던 것. <트래비>는 비행기의 이·착륙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이색 휴식공간 ‘에어스타 테라스(Airstar Terrace)’에서 쉬어 가기로 한다. 지난 10월 초 여객터미널 4층 중앙에 오픈한 에어스타 테라스는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거대한 비행기와 활주로를 조망할 수 있는 일종의 전망대 겸 휴식공간이다. 

모던하게 꾸며진 에어스타 테라스에서는 인기도서와 신간이 알뜰하게 구비된 북카페와 감각적으로 디자인된 인터넷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달콤한 초컬릿과 수제 캔디를 판매하는 디저트 부티크와 갓 볶은 원두커피와 신선한 과일쥬스를 맛볼 수 있는 프레시 바, 공항이라는 특성에 맞춰 구비된 도시별 몰스킨 다이어리, 도시별 시티가이드, 비행기 모형 등을 판매하는 디자인갤러리가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어 눈과 입이 심심치 않다. 출국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통로에 비치된 조약돌 모양의 독특한 의자는 무선인터넷을 하거나  달콤한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빛이 한가득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달콤쌉싸래한 커피를 홀짝이며 회색빛 활주로를 조망하니, 무의도에서의 1박2일이 마치 몇십 년 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 우리는 ‘그래도 달콤한 나의 도시’로 돌아왔다.




clip

무의도 가는 방법

* 인천, 동인천역에서 306번 버스를 타거나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을왕리행 공항리무진 버스를 타고 덕교동(거잠포)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잠진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 인천국제공항 3층 5번 출구 앞에서 잠진도행 버스(222번)가 매시 20분마다 1시간에 1번씩 출발한다. 오전 7시~오후 8시. 032-751-1792
* 잠진도와 무의도를 연결하는 배는 7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매 30분 간격으로 수시 운항하며, 금, 토, 일, 공휴일은 오후 7시30분까지 운항한다. 밀물, 썰물, 바람의 영향에 따라 매일 1~2시간씩 운항이 잠시 중단되므로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더불어 실미도 통행 가능 시간도 매일 바뀌므로 체크할 것.
승선료(왕복) 어른 3,000원, 어린이 2,100원, 승용차 2만원 
문의 032-751-3354~6/ www.무의도해운.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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