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뚜벅씨의 수도권 전철여행 2 ] 지하철 3호선 - 저 푸른 초원 위에 살고 싶어라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7.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하철 3호선 - 저 푸른 초원 위에 살고 싶어라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원당 종마목장을 ‘단 한번도 가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멀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종로에서 약 40분 거리에, 입장료도 무료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지금까지 열두 번도 더 갔을 텐데 말이다. 교통카드 한 장과 더위를 식혀 줄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면 알프스 소녀, 하이디도 부럽지 않은 원당 종마목장. 이와 더불어 멀게만 느껴져서 혹은 너무 잘 알아서 무심코 지나친 지하철 3호선 북쪽 라인의 나들이 코스를 속속들이 소개한다.
글·사진 이민희 기자


3호선삼송역


라벤더 향 그윽한 동화의 나라

서울에서 지하철로 딱, 두 정거장 지나왔을 뿐인데 삼송역은 여느 시골의 읍내를 떠올리게 했다. 듬성듬성 자리한 단층 건물과 한산한 도로. 이곳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원당 종마목장은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농협대에서 종마목장에 이르는 은사시나무 가로수길이 울창한 초록과 시원한 그늘을 마련했기에 조금 걷기로 한다. 마침 어제까지 비가 온 터라 나뭇잎은 방금 세수를 하고 나온 듯 말간 얼굴이다.

삼십여 분을 걸었을까. 이마에 땀이 맺힐 무렵 빽빽한 오솔길 끝에서 드넓은 초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색의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싱그러운 초원. 여기에 ‘목장’이라는 상상 그대로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여유롭게 풀을 뜯는 말들의 무리와 시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 이어진 들판을 에두른 순백의 울타리다. 멀고 먼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나 볼 법한 이국적이고도 목가적인 풍경이 이다지도 가까운 곳에 있었다니.

초지만 약 17만 평방미터에 이르는 원당 종마목장은 본래 한국마사회에서 경기용 말을 사육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이후 1997년부터 마사회와 말에 대한 홍보를 위해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면서 서울에서 가까운 나들이 장소이자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과 <시티홀> 등 각종 드라마와 광고의 단골 촬영지가 됐다. 실제로 무슨무슨 촬영지라고 해서 기대를 안고 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곳은 화면 그대로, 아니 그 이상이다. 라벤더와 냉이꽃이 어우러진 펜스를 따라 걸어가는 평범한 연인의 뒷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걸 보면 말이다. 원당 종마목장은 이렇게 하염없이 걸어도 좋고 입구에서부터 은행나무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의 벤치나 곳곳에 우거진 나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해도 좋다. 간단하게 당근 등을 준비해 가면 직접 말에게 먹이며 은근슬쩍 쓰다듬는 재미난 경험도 할 수 있다.
 
종마목장 바로 옆에는 조선시대 왕조의 무덤인 서삼릉(西三陵)이 있다. 조선 11대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의 능인 희릉(禧陵), 조선 12대 인종과 인성왕후의 능인 효릉(孝陵), 조선 25대 철종과 철인왕후의 능인 예릉(睿陵) 등 3기의 능이 자리하고 있다. 얼마 전 조선왕릉 40기 전체가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으니 꼭 한번 돌아보자.
불현듯 힘차게 초원을 달리는 말에 놀란 아이와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는 친구들의 웃음이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어느 늦은 오후,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떠난 종마목장의 풍경은 이다지도 해맑고 평화로웠다.




개방 일시  수~일요일 오전 9시~오후 5시(하절기), 오전 9시~오후 4시30분(동절기)
가는 방법  지하철 3호선 삼송역 5번 출구→041번 마을버스→서삼능·경마교육원(종마목장) 하차
문의  02-509-1682∼4
http://company.kra.co.kr

 3  호선 Must drop spots


대화행 열차는 서울의 중심부 종로, 한국적인 정취로 가득한 경복궁 및 한옥마을,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서린 서대문 형무소, 수도권 신도시 일산 등을 경유한다. 어느 곳에서 내리든 시간을 초월해 저마다의 분위기를 자아내니 지하철 3호선 여행을 감히 ‘시간 여행’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3호선 대화역

다양한 전시·문화공간 킨텍스

고양시 일산서구에 있는 킨텍스는 전시 및 컨벤션 유치를 통한 무역 마케팅 장소지만 이와 더불어 각종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문화공간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부지 면적만 23만 평방미터가 넘어 멀리서도 그 위용을 드러내며 일산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 개장 2년 만에 국내 빅7 전시회인 서울모터쇼, 한국전자전, 경향하우징페어 등을 개최했고 얼마 전에는 서태지 전국투어 ‘뫼비우스’ 콘서트 또한 이곳에서 열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와 이벤트로는 워터파크형 물놀이장인 ‘청개구리 실내 물놀이 축제’와 세계의 곤충표본과 살아있는 나비를 관찰할 수 있는 ‘세계나비생태박람회’, 청소년들에게 해양 환경과 해양자원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샤크와 함께하는 신나는 해양 동물의 세계’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라운지, 스낵코너 등을 운영하며 인근에 복합쇼핑몰 ‘라페스타’와 호수공원, 행주산성 등을 둘러볼 수 있는 킨텍스. 여름휴가 계획도 좋지만 단 하루 가족과 함께 문화생활을 즐긴 후 나들이를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가는 방법 지하철 3호선 대화역 3번 출구(셔틀버스 이용시), 1, 2번 출구(도보 이동시) 
문의 031-810-8114  www.kintex.com

 



3호선 정발산역

수도권 시민의 유쾌한 휴식처  일산 호수공원

일산 호수공원은 더 이상 일산 시민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서울은 물론 가까운 지방에서까지 여가를 즐기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 하지만 도심 내 100만 평방미터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지와 다양한 시설물을 자랑하기 때문에 번잡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잔디광장, 수변광장, 약초섬, 자연학습원, 월파정에 보트장까지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다 돌아보기도 힘들 지경. 이중에서도 일산 호수공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흔한 풍경은 호수를 중심으로 한 4.7km의 자전거 도로와 5.8km의 산책로를 누비는 사람들이다. 완만한 S자 코스와 일직선 코스가 있어 이제 막 자전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아이들도 안전하게 탈 수 있다. 자전거는 공원 초입에서 빌릴 수 있다고.

사계절 내내 조깅코스와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고 있는 일산 호수공원은 여름이면 ‘노래하는 분수대’를 찾아 몰려드는 이들로 더욱 활기를 띤다. 주분수대에서 저녁 7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음악에 맞춰 하늘을 향해 치솟는 음악분수쇼를 볼 수 있다. 은은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시원한 물줄기. 상상만으로도 한여름의 열대야가 저 멀리 달아날 것만 같다.

가는 방법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하차, 도보로 10분  문의 031-924-5822 www.lake-park.com

3호선 독립문역

민족의 한이 서린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일제강점기라는 민족의 상흔이 생생한 서대문형무소는 한민족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반증한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일제에 항거하는 애국지사들을 투옥하고 고문하고 처형한 곳으로 현재는 서대문독립공원으로 개원,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러 드라마를 통해 낯이 익은 서대문형무소의 담장과 망루를 지나면 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서대문형무소 100년 그 기록과 역사>전을 만난다. 서대문형무소 개소 100년을 맞아 열리는 이 전시회는 오는 8월까지 계속되며 이곳에 수감되었던 애국지사의 이야기와 당시 사용된 수갑과 식기 등을 볼 수 있다. 지하에는 고문실이 설치되어 있어 한낮에도 섬뜩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전시실을 벗어나면 좀더 생생한 아픔의 현장이 펼쳐진다. 실제로 애국지사들이 수감되었던 다수의 옥사와 높은 돌담으로 가려져 있지만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사형장도 볼 수 있다. 사형장 앞에 가면 오랜 수령의 미루나무를 찾아보시길. 사형장에 들어서기 직전 사형수들이 이 나무를 붙들고 통곡했다하여 ‘통곡의 미루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렇게 처형된 시신은 그 옆으로 보이는 터널, 시구문을 통해 형무소 밖 공동묘지로 버려졌다. 일제는 만행을 감추기 위해 일종의 비밀통로였던 시구문을 폐쇄했지만 서대문독립공원 조성시 입구에서부터 약 40m 구간을 복원해 놓았다. 

가는 방법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5번 출구
관람 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6시(하절기), 오전 9시30분~오후 5시(동절기),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요금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문의 02-360-8500 www.sscmc.or.kr(서대문구도시관리공단)



3호선 안국역

우리네 삶의 이야기 북촌 한옥마을

전통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대표적인 전통 주거지역, 북촌 한옥마을은 인사동과 삼청동을 섭렵(?)한 이들에게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환영받은 지 오래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뜻에서 북촌이라 불려 온 이곳엔 많은 사적과 문화재는 물론 전통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각종 박물관이 골목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불교미술의 역사를 볼 수 있는 ‘한국불교미술관’, 전통자수의 명맥을 이어온 ‘한상수자수박물관’ 등이 그것이며, 특히 한옥이 밀집한 곳으로는 가회동 11, 31, 33번지와 삼청동 35번지, 계동 135번지가 있다.

촘촘하게 짜인 골목길과 단아한 한옥의 모습을 하나도 빼놓고 싶지 않은 이에겐 ‘북촌 8경’을 소개한다. 서울시에서 북촌을 서울의 대표적 문화관광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북촌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지점 8곳을 지정한 것으로, 고즈넉한 향기가 묻어 있는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걷는 원서동 공방길, 한옥 내부를 감상할 수 있는 가회동 박물관길, 한옥밀집지역인 가회동 31번지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가회동 31번지 언덕 등이 포함되어 있다. 북촌한옥체험관, 우리집한옥체험관 등을 찾아 툇마루에 앉아 부채를 부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정보는 ‘북촌문화센터’에서 얻을 수 있다. 지난 2002년에 조선 말기 세도가였던 ‘민재무관댁’을 보수·개관한 이곳에서는 북촌 곳곳에 산재한 문화재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북촌 투어, 한문서예와 전통다례 같은 전통문화강좌 등을 제공하고 있다. 북촌은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짧은 걸음으로는 봐야 할 것을 놓치기 십상이니 먼저 이곳을 방문해 각종 정보를 얻도록 하자.

가는 방법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 
문의 02-3707-8388, 8270
http://bukchon.seoul.go.kr(북촌문화센터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