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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배낭여행에 대한 오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2.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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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배낭여행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초대형 배낭, 대학생, 여름방학, 유럽, 노천 카페, 낭만, 젊음 등등 저마다 순위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네요. 1994년으로 기억합니다. 군을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 제가 처음 떠난 배낭여행 목적지는 미국이었습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5년 정도가 지난 후여서 대학가는 배낭여행이 붐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대놓고 자랑을 하기는 뭐했지만 무서운 운동권 선배들도 대놓고 눈치를 주지 않는 그런 시기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의 배낭여행은 참으로 미련했습니다. 목적지는 당연히 유럽이었고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얼마나 많은 곳을 얼마나 오랫동안 다녀왔는가가 대단한 무용담으로 회자됐습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버티기에 가까웠고 편법으로라도 경비를 절감하는 방법이 아주 특별한 비법으로 전수됐습니다.   

저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튀어 보겠다고 미국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내용은 결국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레일 대신 암트랙 기차를 탔을 뿐 그야말로 미국 전역을 찍고 다니기에 바빴습니다.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LA, 샌디에이고, 텍사스, 뉴올리언즈, 휴스톤, 올란도, 마이애미, 워싱턴, 뉴욕, 보스톤, 시카고, 라스베이거스, 시애틀까지 미국을 크게 한 바퀴 돌았습니다. 마른 식빵과 물이 주식이었고 맥도날드가 보이면 콜라 한 잔 사지 않고 1회용 케첩과 마요네즈만 한 움큼씩 집어 오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어쩌다 딸기잼이라도 놓여 있으면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열차 식당칸은 아끼고 아끼던 컵라면 물을 얻기 위한 곳이었을 뿐 식사라는 본래의 용도로는 감히 상상을 못했습니다. 예산에 맞춰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 맞춰 예산을 쓰다 보니 살은 빠지고 몸은 축났지만 젊기에 버틸 만했고 배낭여행은 원래 이런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 배낭여행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대학생의 전유물도 아니고 유럽만 고집하지도 않으며 고생담이 최고의 자랑도 아닙니다. 배낭여행과 자유여행의 구분도 모호합니다. 트래비도 배낭여행을 조금 새로운 시각으로 다뤄 봤습니다. 유럽보다는 동남아시아에 포커스를 맞추고 일주일 휴가 내고 떠나는 직장인들도 충분히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을 추렸습니다. ‘오해하지 마라, 동남아시아 배낭여행도 훌륭하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한곳에 둥지를 틀고 현지인처럼 느긋하게 휴식을 취해도 좋고 고산 트레킹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6월호에는 모처럼 휴양지로 떠나는 도전자유여행 이벤트도 마련했습니다. 아름다운 섬. 괌으로 떠나는 행운의 공짜 여행에 도전하세요. 두 분께 멋진 추억을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덥네요. 지구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사라진 봄과 가을은 당분간 돌아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으니 결국 인간의 욕심 때문임을 알면서도 당연한 내 것을 빼앗긴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긴 여름의 시작입니다. 건강 관리 잘하시고 7월에 뵙겠습니다.

<트래비> 편집국장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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