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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구포국수의 진한 바닷내음

  • Editor. 신지훈
  • 입력 2014.04.2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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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멸치국수 한 그릇 먹어 볼 심산으로 김해시 대동면으로 향했다. 구포역에서 내리니 낙동강 하류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서 낙동강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강에 위치한 수문을 경계로 남쪽은 부산 강서구, 북쪽은 경남 김해시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 잡은 마을이 대동이다. 

대동마을을 유명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국수다. 대동마을에는 15곳도 넘는 국수집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도 ‘대동할매국수’를 사람들은 최고로 친다. ‘할매’의 주인공인 주동금 할머니는 과거 안막 5일장에서 국수를 팔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다 안막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자 국수를 매일 팔아 볼 요량으로 지금의 국수집을 시작했다. 그렇게 대동에 자리 잡은 ‘할매국수’는 ‘대동’과 맞물리며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다.

간신히 가게 입구에 마련해 놓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는 고를 것도 없이 멸치국수 한 가지. 그래도 곱빼기 또는 보통으로 선택이 있긴 하다. 가게 한쪽에는 ‘향토식품 구포국수’의 면 박스가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여수에서 가져온 멸치가 수십 상자 놓여 있었다. 가게 밖 자리까지도 멸치 육수 냄새가 진동했다. 첫사랑과의 추억과 더불어 이곳의 맛을 잊지 못해 주말마다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찾아온다는 옆 자리 아저씨가 육수부터 먹어 보라며 자신의 주전자에서 한 컵을 친절히 건넸다. 첫맛은 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일명 멸치 똥(내장)조차 제거하지 않은 통멸치로 우려진 육수에서는 바다내음이 진동했다. 그리고 이 육수 맛이야말로 할매국수의 비법이자 대동국수의 참맛임을 알 수 있었다. 

이내 면과 고명이 얹어진 국수와 육수 주전자가 나왔다. 고명은 부추, 김, 단무지 그리고 양념장이 전부였다. 김이 펄펄 나는 주전자엔 그 멸치육수가 한가득 들어 있다. 옆의 아저씨가 부산 국수에서 절대 빠질 수 없다며 건넨 것은 땡초였다. 육수가 땡초와 결합해 한층 시원한 맛을 냈다. 깊고 얼큰해진 육수가 쫄깃한 구포 국수의 면발과 어우러져 속이 환하고 기분은 마냥 좋아졌다. 이 기분 때문에, 이 맛 때문에 전국 방방곡곡에서 소박한 면 한 사발 들이키려 그 먼 곳을 달려오는구나 싶었다. 덕분에 서울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리고 아저씨가 건냈던 말 한마디가 기억에 맴돌았다. “사라질 뻔한 구포 국수가 원래 맛으로 남아 있다는 건 우리 부산 토박이들에겐 그저 행운이야. 할매한테 고맙다고 당신이 대신 좀 꼭 써 줘.”  

대동할매국수 |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13 가격 보통 3,500원, 곱빼기 4,000원, 왕곱빼기 4,5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30분(일요일 휴무)
 

1 국수집 외관은 멸치국수만큼이나 정겹다  2 국내산 멸치를 푸짐하게 사용해도 가격은 착하다  3 고명은 단촐하지만 육수와 면이 이뤄내는 조화는 먹어 보기 전에는 모른다 
 
글·사진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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