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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tnam 베트남 ②느긋하게 다낭 Da Nang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6.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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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Da Nang
눈부신 아침, 뜨거운 한낮, 화려한 저녁. 그러나 
“느긋하게 다낭”
 
 린응 사원 내부. 다낭 해변을 파노라마로 관망할 수 있어 현지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명소 
 
눈부신 다낭의 아침

밤이 늦어 다낭에 닿았다. 곡식이 그릇에 씻기는 소리처럼 파도가 가까웠다. 내일 가장 먼저 일어나 저 바다와 만나리라. 다음날 창문을 열자 새벽의 푸른 빛 아래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해변이 나를 반겼다. 모래사장이 너무 길어 오히려 아득하고 외롭게 느껴질 정도. 걸었다. 바닷물의 온도는 몸 담그기에 적당하고 모래는 생크림처럼 발가락 사이로 부드러웠다. 맨발로 간지럽게 걷다가 뒤돌아보면 다시 밀려온 바다가 모래 위 내 발자국을 지우고, 그 위로 맥주 같은 거품을 남겼다. 아직은 해가 떠오르기 전. 발등 적시며 좀더 걸을 때 멀리서 아침을 여는 어부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통’이라 불리는 작고 둥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어제 설치해 둔 그물을 건지는 중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그물에서 물고기를 떼어내며 웃었다. 아들이 두 손으로 그물을 잡아 펼치면 아버지는 그 사이로 손을 넣어 물고기를 수확했다. 그 옆에 서서 이것저것 귀찮게 물어도 매번 성실한 대답이 돌아왔다. 만선. 그렇게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동안, 배에 담아 둔 물고기의 등에 햇살이 닿으며 반짝였다. 그걸 바라보고 있으니 나도 함께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그곳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되고 부유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조금 더 걸으니 벌써부터 물놀이를 즐기는 현지인들이 있었다. 청년들은 바다에 뛰어들고 또 누군가는 해변에 앉아 조용히 명상에 잠겼다. 밀려온 바다를 밟으며 이 쪽 해안에서 저 먼 곳까지 천천히 달리는 사람, 만세 부르듯 어깨를 펴며 태양을 맞이하는 사람들,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 사이로 다낭의 아침이 왔다. 그곳에서 모두가 각자의 속도로 다낭의 아침을 열고 있다. 나는 여행자의 카메라로, 어부는 물고기라는 열쇠로, 또 누군가는 모래처럼 가만히, 파도처럼 오래 달리면서 그렇게. 
 
다낭의 해변. 새벽이면 ‘통’이라 부르는 둥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건져온다
호이안 거리 풍경
 
항구도시 다낭에도 한강Song Han이 있다. 그 강을 가로지른 666m 용다리. 밤이면 아름다운 조명이 밝혀지고, 용머리에서 물과 불을 내뿜는다
 
다낭의 뜨거운 한낮

점심 무렵이 되자 햇살이 뜨거웠다. 린응 사원에 올라 아름답고 긴 다낭 해변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나는 저 해변이 그저 아름다워 바라보지만 내 등 뒤 키 큰 관음은 다낭의 어부들이 안전하게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바다를 보고 있다. 그렇게 같은 곳을, 다른 목적으로 바라보며 서 있을 때 나는 베트남에서 가장 마음이 약한 여행자고 관음은 베트남에서 가장 키가 큰 부처다. 그리고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이 넓고 멀고 푸르게 아름다운 다낭의 바다였다.   

걸음을 옮겨 사원 안쪽에 들어가니 불공을 드리는 현지인들이 있다.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도 자주 보였다. 위치가 높고 주변 경관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기 때문이다. 그 높은 언덕에선 다낭의 긴 해변이 한눈에 보이고 다낭의 젖은 해변에선 멀리 흰 옷을 입은 관음이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쉽게 여행자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지고 여행자의 눈빛은 관음처럼 부드러워진다. 다시 해변으로 내려가려 할 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산 중턱엔 월남전 당시 유물도 산재해 있다는 것, 저렇게 바다가 아름다운데 이곳에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곧고 길게 잘 닦여 있는 도로를 달려 닿게 된 참 박물관에서는 베트남의 오랜 역사와 만났다.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참 왕국 유물들. 매끈하게 조각된 코끼리 상이 독특했다. 특히나 하늘의 요정, 춤추는 압사라의 모습은 살아 움직일 듯 생동감으로 아름다웠다. 저 선들을 몸매라고 말하면 천박하고 무례한 것이 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감탄하며 서 있었다. 그 앞에 붙들린 것처럼, 고백하려는 청년처럼 나는 오래 서성였고 서성인 뒤 다시 서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그녀는 미동도 없었다. 포기는 내 숙명, 그냥 저건 돌이야 하는 마음으로 돌아섰다. 마음을 얼른 추스르고 깨진 돌 조각들, 옥과 금속의 유물들을 지났다. 그곳에 남근과 젖가슴의 형상들이 육감적이면서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었다. 깨진 것은 깨진 대로 아름답고 온전한 것은 스스로 위엄을 드러내며 아름다웠다. 왜일까. 거기서 내 마음은, 깨진 듯 아름답게 느껴졌다. 

다시 숙소에 돌아오니 늦은 오후였다. 유럽 여행객들은 리조트의 근사한 풀장에서 한적하게 수영을 즐기거나 서로 손잡고 천천히 해변을 걷고 있었다. 비키니를 입고 태양 아래 등이 붉게 누운 여인들과 그 옆 그늘에 앉아 먼 바다가 안주인 듯 천천히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저 잠시 바라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목타게 한잔이 그리웠다. 나도 내일은 저렇게 늘어지리라. 그렇게 하라고 저기 파도는 출렁이는 것이고 다낭의 한낮이 이렇게 뜨거웠던 것일 테니까. 
 
린응 사원. 65m로 동남아 최대 크기 불상이다. 다낭 어부들의 풍년을 기원하며 해안을 바라보고 서 있다  
다낭 시내의 참파 박물관. 참족의 오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저녁이면 호이안의 거리마다 아름다운 등불이 걸린다
 
화려한 다낭의 저녁

다낭의 해변에서 차를 달려 30분이면 저녁의 호이안에 닿는다. 투본강 하류에 있는 고도古都. 과거 번화했던 국제 무역항의 모습이 그대로 그곳에 남아 있었다. 누에를 키워 실을 뽑고 각종 의류와 공예품을 만드는 풍경, 호이안의 밤을 밝히는 등을 만드는 모습도 봤다. 17, 18세기 중국과 일본 상인들이 남긴 고택과 건축물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17세기, 일본의 상인들이 돈을 모아 지었다는 내원교 주변에는 관광객이 많았다. 내원교는 투본강으로 흘러가는 작은 개울 위에 지어져 있는 18m 길이의 일본식 다리. 특이하게도 다리의 한쪽 입구엔 원숭이상이 있고 다른 쪽엔 개의 상이 있다. 숭배의 목적으로 세웠다는 설과 원숭이의 해에 다리 건립을 시작하여 개의 해에 완공했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그 다리를 건너면 느긋하게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각종 공예품 상점과 식당들, 그림을 파는 화랑들이 있다. 

내원교를 나와서 다시 걸으면 그곳에 아름다운 투본강의 야경이 시작된다. 밤의 신호를 듣고 상점들마다 경쟁하듯 등불을 밝히는 것. 시원한 강바람 속에서 멀고 가까운 등불이 춤처럼 흔들리면, 상점 아래 강물은 그 불빛을 표면에 담아 다시 등불에게 회신한다. 아무것도 걱정할 것이 없다고. 이 밤이 이렇게 아름다우니까 이제 아무것도 걱정할 것이 없다고 속삭이며. 그래, 여행을 오기 전 내 삶에서 빛나지 않던 모든 것을 이곳에서 잊기로 한다. 나도 저 등불처럼 그냥 환해지기로 한다. 그것이 우리가 다낭에 온 이유 중에 하나이고 여기 호이안에 등불이 사람처럼 많은 이유 중에 하나일 테니. 
다시 해변의 숙소로 돌아왔지만, 잠들기 어려웠다. 등불처럼 익은 내 얼굴을 식혀야 했다. 달빛 드리운 밤의 풀장에 가만히 몸을 넣었다. 바다의 파도를 들으며 고요한 물속에 앉아 있는 행복. 나는 거기서 호이안의 등불을 잊으며 단단해졌다. 몸에 닿은 달빛이 도와줬다. 

수영을 끝내고 밤 해변을 걸었다. 아직은 열한 시. 다낭은 밤이 길어, 써야 할 낭만의 잔액이 충분했다. 그 잔액을 믿고 해변에 서서 길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었다. 내가 다시 이곳에 와서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면 저절로 마음속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한 손은 서로 꼭 잡고 남은 한 손으로 먼 별을 찾을 것이다. 매일 그대와, 아침 햇살 받으며, 매일 그대와, 그런 노래를 나는 부르리라. 

멀리서 아이들의 함성이 들렸다. 가서 보니 작은 게를 잡고 있었다. 작은 구멍을 따라 모래를 파내서 게를 잡고, 잡으면 크고 긴 함성을 질렀다. 그 함성에 놀라, 꿈결을 걷던 나는 몇걸음쯤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풀문 타운Fullmoon Town 레스토랑
투본 강가에 위치한 넓고 아름다운 식당. 곳곳에 아름다운 등불이 빛난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하늘 위 별과 달을 바라보며 베트남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저녁시간에 강물 위 야외 테이블 추천.  
101 Cua Dai Street, Hoi An City   +84-510-3923-922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최성규
취재협조 아코르 그룹 accorhot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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