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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 TRAVELLER]디스이즈 아프리카 박다애·김도형 공동대표 - 그들이 사는 세상 행복한 아프리카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4.07.01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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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여행으로 두 사람 인생의 판도가 바뀌었다. 
평범하게 살아 볼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그들이 선택한 것은 아프리카였다. 
 
탄자니아 옹고롱고로 보호 지구Ngorongoro Conservation Area. 분화구가 무너져 형성된 분지에는 늘 물이 풍부하여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모여 살고 있다
나미비아의 붉은 사막
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Naukluft National Park의 세스리엠 캐년Sesriem Canyon은 세계 3대 캐년 중 하나로 가장 오래된 협곡이다

그 여자 이야기 
부채 파는 여자, 박다애 

2005년 미국 오하이오주State of Ohio로 어학연수를 떠나 미국에 머무르던 어느 날 부모님 몰래 학비와 기숙사 비용을 빼돌려 남미 여행을 하고 다시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어학연수를 떠난 지 1년 만의 일이다. 그렇게 대담했던 그녀였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강도를 만나 카메라는 물론 여권, 현금, 카드, 옷가지 등이 들어 있던 배낭을 빼앗겼다. 그러나 그녀는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남아 있는 얼마의 돈으로 차이나 마켓에서 부채를 사 와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 따위를 예쁘게 적었다. 그리고 ‘그린마켓 스퀘어’ 구석에 자리를 잡고 부채를 팔기 시작했다. 단소를 불어 호객행위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다시 여행 경비를 벌어서 나미비아의 붉은 사막을 횡단하기 위한 자전거를 샀다. 자동차로 시속 140km로 10시간을 달려도 계속 사막길인 곳을 자전거로 달렸다니.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잘 몰라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는 그녀. 

“가도가도 마을이 나오지 않았어요. 싸구려 자전거가 뜨거운 지열을 견디지 못하고 여러 번 펑크가 났죠. 그걸 계속 때우면서 달렸어요.”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있었다. 배가 고파 가방에서 발견한 생마늘과 레몬을 먹고는 사막에 쓰러졌지만 기적적으로 일어나 인근 공장에서 녹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극한 여행이 체질임을 느꼈다는 그녀에게도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다. 

“아프리카로 떠난 지 4개월쯤 되었나? 언니의 결혼식이 있었어요. 부모님과는 메일로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아프리카로 간 이후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없었죠. 갑자기 연락이 안 되니까 부모님이 학교로 전화를 하셨고 제가 오래 전에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신 거예요.” 

수소문 끝에 그녀의 남아공 출입국 기록을 찾아낸 부모님 손에 이끌려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 후 몇 년간은 남들처럼 학교도 졸업하고 직장생활도 했다. 그러나 다시 그녀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지난 2013년 아프리카 여행, 그 길에서부터였다.
 
그 남자 이야기
그래도 다시 아프리카, 김도형 

2006년 그는 해외로 어학연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그의 어머니는 지인이 남아공에 있으니 공부를 떠나기 전 그곳에 들러 여행이나 해보고 가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전했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남아공은 한국인 비율이 적으면서도 저렴한 물가로 생활하며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아예 어학연수지로 남아공을 선택하고 그 길에 올랐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다, 그린마켓 스퀘어에서. 머나 먼 나라 남아공까지 와서 부채를 팔아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그녀의 용기와 도전이 그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그 짧지만 강렬했던 인연은 그녀가 나미비아로 여행을 떠나고 그 역시 학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잠시 잊히는 듯했다. 

2007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남아공에서 함께 공부하던 지인과 함께 ‘고고아프리카’ 인터넷 카페 초창기 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이집트부터 남아공까지 아프리카 10개국 종단팀을 만들기도 했고 ‘한국 & 아프리카 협회’와도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도 함께 일하고 있다. 그리고 2010년  ‘케이프타운’에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솔직히 한 방을 노리고 시작했어요(웃음). 월드컵이 열리니 많은 여행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든요. 남동생을 현지 매니저 역할로 남아공으로 보내고 홍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역시 아프리카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만연했고 결정적으로 우리나라 축구 경기가 케이프타운 쪽에서 열리지 않는다는 점 등 때문에 1년 만에 문을 닫게 되었죠.” 

그렇게 한 차례 실패를 겪고 나니 부모님께 더 이상 아프리카 여행에 관련된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하기가 죄송스러웠다는 그. 스스로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교직이수까지 마친 상태여서 열심히 공부만하면 안정적인 교사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다시 아프리카였다.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분이 아프리카 여행을 하고 싶다며 상담 문의를 해 온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여행업’에 뛰어들었다. 
 
돈 안 되는 장사에 붙는 ‘행복’이라는 팁 

현재 두 사람은 아프리카 전문 여행사 디스이즈 아프리카의 공동대표다. 서울 신길동에 작은 카페 겸 사무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만난 이후 가끔 연락만 주고받았다던 그들은 어떻게 함께 일하게 되었을까. 2013년 어느 날, 다애의 친구는 “아프리카로 여행을 가고 싶다”며 도움을 청했고 다애는 도형을 소개해 줬다. 마침 여름에 남아공으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단체를 인솔하는 상품이 있었는데 참을 수 없는 여행본능에 다애도 함께하게 된 것.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잠비아, 짐바브웨, 보츠와나, 나미비아, 남아공 등 아프리카 동남부를 약 한 달 동안 여행했던 것이 바로 디스이즈 아프리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두 사람이 여행사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궁극적인 이유는 국내에 나와 있는 아프리카 여행 상품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고.

“아프리카 상품이 말도 안 되게 비싸더라고요. 아프리카로 가는 항공 자체가 정기 노선 외에는 때마다 금액 차이가 심한데 대부분 항공료를 최대치로 책정해서 상품가를 만든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상품가에서 항공료를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예약한 손님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이 나오면 그때 예약하도록 전화를 합니다. 그러면 손님들은 좋은 가격으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거죠.”

아프리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그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여행을 결심한 이들에게 전하는 작은 서비스다. 모든 일정은 차량으로 직접 운전해서 이동하기 때문에 일행들끼리 마음만 맞는다면 정해진 일정 외에 중간중간 아프리카의 속살도 만져 볼 수 있다. 다애와 도형은 현재 아프리카 가이드북을 준비 중이며 이번 여름, 딱 4명의 손님과 함께 아프리카 여행을 떠난다. 

“최소출발인원을 채우지 못해도 출발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직도 여행자의 마음을 버리지 못했는지 가야할 필요가 있다거나 꼭 가고 싶을 때는 수익이 남지 않더라도, 혹은 사비를 털어서라도 출발하곤 하죠. 저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삶은 ‘적게 벌어서 적게 쓰기’입니다. 대신 시간은 마음대로 자유롭게 쓰기로 했어요.” 

에티오피아에서 남아공까지 여행을 마치고 그들은 잠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을 가로지르는 빅토리아 폭포를 비롯해 케냐 동부 지역에서 자료 수집을 하기 위해 좀더 머무를 예정이다. 수익은 언제나 매출의 10% 이하로 소위 ‘돈 안 되는 장사’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행복하단다. 빠르게 변하는 지금의 시대와는 달리 아프리카는 언제 가도 늘 자연의 모습 그대로 그들을 기다린다고. 그 한결같은 모습에 반한 것이 분명했다.   
 
보츠와나의 쵸베 국립공원Chobe National Park에는 약 23만 마리 코끼리가 자생하고 있어서 ‘코끼리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공원Masai-Mara National Park에는 누떼의 대이동 시즌 6~10월에 가장 다양하고 많은 동물들이 모인다
나미비아의 붉은 사막. 호숫가에 자생하던 나무들이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말라 죽은 모습이 수백년간 그 형상을 유지하고 있다

글 손고은 기자  사진제공 디스이즈 아프리카
 
디스이즈 아프리카
서울 신길동 대영초등학교 앞에 있는 작은 카페이자 여행사 사무실이다. 디스이즈 아프리카의 공동대표 다애와 도형이 아프리카 여행길에서 모은 소품들로 꾸며져 있고 케냐, 킬리만자로,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원두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게다가 오직 남아공에서만 생산되는 루이보스 티가 준비되어 있고 아프리카의 술로 직접 칵테일도 만들어 준다. 커피도 마시고 아프리카 여행을 상담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카페인 것. 현재 그들이 준비 중인 아프리카 가이드북은 내년 초 발행을 앞두고 있다. 그들의 애정이 듬뿍 담긴 아프리카의 숨어있는 스폿들이 구석구석 소개될 예정이다.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로23길 42-4   
 www.thisisafricac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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