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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TTAGE JEJU] 스케치북에서 본 그 집 TORi Cottage X BrownHands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4.09.30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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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명의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이 꿈꾸는 집은 어떤 모습이냐고.
브라운핸즈가 디자인한 제주 신엄리의 토리 코티지는 이에 대한 답이다. 
모두의 꿈으로 그린 행복한 나의 집.
 
거실의 한 코너를 차지한 마루는 마당의 툇마루와 연결되어 대청마루로 확장됐다 
 대문 대신 고목으로 아치를 설치한 토리 코티지 X 브라운핸즈의 입구  
 
7월에 브라운핸즈의 쇼룸 카페에 방문했다가 제주도 농가를 숙소로 개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고 나면 숙소가 하나 더 늘어나 있다는 제주이니 별다른 뉴스가 아닐 수 있었는데, 듣고 보니 그냥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400명이 넘는 사람들한테 요청했어요. 위시하우스wish house를 그려 봐 달라고요.”  

두어 달 뒤 제주공항에 내려 신엄리로 달려가며 내내 궁금했다. 다섯 살부터 일흔 살까지, 사람들은 과연 어떤 집을 꿈꾸었을까? 기다림과 설렘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20분 만에 내비게이션은 ‘도착’을 알려 왔다. 토리 코티지 X 브라운핸즈TORi Cottage X BrownHands가 나타났다. 

대문은 없었다. 그 대신 열린 돌담에 걸린 아치형의 고목 하나가 발걸음을 흡수했다.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자 이내 마당이다. 자갈과 잔디로 이루어진 너른 마당을 누군들 꿈꾸지 않겠는가. 그 마당 한가운데 서 있는 단단한 집 한 채.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칸이 나뉘지 않은 원룸이었다. 거실과 부엌과 주방과 마루가 공존하는 사각의 공간은 서로를 향해 열려 있었지만 서로 간섭하지도 않았다. 각 공간의 용도를 말해 주는 것은 조촐한 가구의 배치. TV 장식장은 소파와 마주 앉았고 식탁은 조명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독립적이다. 

눈에 띄는 것은 난데없는 마루다. 사람들이 바람 속에 ‘마루가 있는 집’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나지막한 티테이블 하나를 올리기에 작지도 크지도 않는 마루 한 조각은 거실 코너의 베란다 창과 만나 시원한 바람이 드나드는 대청마루가 됐다. 창을 열고 밖으로 한 걸음 나서면 툇마루, 마당으로 돌출된 툇마루 아래는 붉고 노란 금붕어들이 헤엄치는 연못이다. 들어가자마자 다시 마당으로 나가게 된 셈. 집 안팎 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사람을 흐르게 한다.

밖으로 나온 김에 툇마루를 따라 뒷마당으로 향했다. 금붕어를 시기한 듯 집 뒤에 땅을 파고 작은 노천탕을 만들었다. 주변에 대나무를 심는 일까지 완성되면 호젓하고 은밀한 야외 스파가 완성될 예정이다. 바비큐 그릴까지 있는 야외 식탁은 돌담을 경계로 노천탕과 이웃하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큰 식탁과 아이들을 위한 작은 식탁을 나란히 배치한 섬세함.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이 저절로 연상된다. 

다시 내부로 들어와 보니 한 가지가 없다. 침실이었다. 그제서야 이 원룸이 복층구조임을 깨닫게 된다. 검은 철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두 개의 침대가 나란히 놓인 침실이다. 사방이 트인 난간 구조라서 어디서든 아래층을 내려다볼 수 있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하늘로 뚫린 창이다. ‘별이 보이는 집’이라는 소원에 대한 화답이다. 

시작은 토리 이창길 대표의 호기심이었다. 그는 가방에 항상 A4 용지를 넣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집의 이상향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살고 싶은 집을 그리는 일이 이렇게 기분 좋은 모습이 될 수 있다면 실제 그 집을 지었을 때의 행복은 배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것이 세 번째 토리 코티지 프로젝트의 동기가 됐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꿈꾸는 집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 마당이 있는 집, 큰 창문이 있는 집, 연못이 있는 집, 큰 개가 있는 집, 별을 볼 수 있는 집, 큰 나무가 있는 집, 큰 창문을 통해서 마당을 볼 수 있는 집, 마루가 있는 집 등등. 그 모든 바람들을 담은 ‘소박하고 만만한’ 집의 내부는 브라운핸즈의 가구와 제품들로 채워져 있다. 

브라운핸즈는 자연에 가까운 가구를 만드는 젊은 장인들이다. 주물로 제작한 테이블과 옷걸이, 조명 등의 아이템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원목 가구까지 제작한다. 이들의 가구에서 나무와 철은 무척 잘 어울리는 소재가 된다. 철은 나무처럼 따뜻하고 나무는 쇠처럼 반듯하다. 오래된 것을 존중하고 투박한 듯 따뜻한 브라운핸즈의 심성은 고즈넉한 신엄리 마을과 짜 맞춘 듯 어울린다. 그래서인지 토리 코티지 X 브라운핸즈에 머무는 동안에는 마음이 한껏 열린다. 돌담 밖으로 지나가는 주민들과 눈이 맞으면 자연스레 인사를 하게 되고 커튼도 치지 않고 잠이 들었다. 대문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았다. 원래 이 마을에는 대문을 잠그고 사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 내가 머무는 동안 이곳은 오롯이 ‘나의 집’이므로.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ORi Cottage 민우리 작가
 
스토리가 있는 제주 숙소, 토리 코티지
스테이Stay 브랜드 토리TORi는 서울에 게스트하우스와 호텔을, 제주에는 3개의 코티지를 운영 중이다. 토리는 스토리Story와 인포메이션Information의 합성어. 지역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숙소를 만들어 새로운 숙박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토리 코티지 X 카레클린트TORi Cottage X KaareKlint’와 ‘토리 코티지 X 크리스토프초이TORi Cottage X Christophe Choi’에 이어 9월에 새로 오픈한 ‘토리 코티지 X 브라운핸즈TORi Cottage X BrownHands’는 사람들이 꿈꾸는 집을 실현한 곳. 화려함을 추구하는 대신 정말 내 집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을 브라운핸즈가 만들어 냈다. 현재 4번째 프로젝트로 캠핑브랜드와 함께하는 ‘토리 코티지 X 어네이티브TORi Cottage X A.NATIVE’가 진행 중이다. 
 
TORi Cottage X BrownHands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2568-1   (1박 4인 기준) 주중(일~목요일) 35만원, 주말(금·토요일) 40만원, 7~8월 최성수기와 명절, 공휴일에는 주중·주말 모두 55만원, 2일 이상 연박시 총 금액의 10% 할인 
 www.brownhands.toricottage.com  010-2695-2369

 
뒷마당을 파서 만든 작은 노천탕
복층 구조로 만들어진 2층 침실
브라운핸즈의 가구는 자연을 닮았다 
 
토리 코티지는 스토리와 디자인의 어울림을 중시한다. 
토리 이창길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브라운핸즈 이준규 실장(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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