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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N CANADA] VIA RAIL 48hours

  • Editor. 고서령
  • 입력 2015.01.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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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를 대표하는 기차 ‘비아레일VIA rail’을 타고 밴쿠버에서 위니펙까지 달렸다. 다른 어떤 기차여행도 아닌, 오직 비아레일에서만 가능한 2박3일의 기록.
 
비아레일의 창밖으로 캐나다의 대평원이 고요하게 흘러간다
 
비아레일 캐네디언The Canadian 노선
이번 비아레일 여행은 밴쿠버Vancouver에서 토론토Toronto까지 캐나다를 횡단하는 ‘캐네디언’ 노선을 이용했다. 밴쿠버에서 토론토까지 갈 경우 3박4일이 걸리지만, 이번 여행에선 위니펙까지만 이용해 2박3일이 걸렸다. 이 노선은 밴쿠버에서 출발해 캠룹스Kamloops, 재스퍼Jasper, 에드먼턴Edmonton, 사스카툰Saskatoon, 위니펙Winnipeg, 시욱스 룩아웃Sioux Lookout, 서드베리Sudbury Jct.를 경유해 토론토에 도착한다.
비아레일은 캐네디언 노선 외에도 몬트리올Montreal에서 할리팩스Halifax까지 가는 ‘오션The Ocean’ 노선, 위니펙에서 북극곰 관찰로 유명한 처칠Churchill까지 가는 노선 등 캐나다 전역에 걸쳐 총 9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1인용 침대캐빈에 들어가 문을 닫으면 조용조용한 기차 바퀴소리와 이루 말할 수 없는 안락함만이 공간을 채운다
비아레일의 선남선녀 승무원들, 상냥함도 역대급이다

걱정하지 말아요, 비아레일이니까

‘잘 버틸 수 있을까?’ 비아레일 탑승을 위해 찾아간 밴쿠버 퍼시픽센트럴스테이션 앞. 여행을 앞두고 한껏 들떠 있어야 할 여행자치곤 불순한 생각을 하며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나는 기차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젊은이라면 한 번씩 다 해본다는 ‘내일로’ 기차여행도 어물쩍거리다 때를 놓쳐 못했다. 그런 내가 ‘2박3일 캐나다 대륙횡단 기차여행’을 하다니.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 같아 설레기도 했지만 긴장부터 앞서는 게 사실이었다.

걱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두 번째, 기차 안에서 먹고 자고 씻는 게 불편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걱정들은 여행을 시작한 지 12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눈 녹듯 사라졌다. 편리한 시설과 친절한 서비스, 맛있는 음식과 갖가지 즐길 거리로 여행 내내 불편함도 지루함도 떠올릴 틈이 없었다. 다른 어떤 기차여행도 아닌, 오직 캐나다 비아레일에서만 가능한 경험들로 나의 2박3일은 가득가득 채워졌다.
 
밴쿠버 퍼시픽센트럴스테이션에서 처음 만난 비아레일의 모습

●비아레일에 대한 5개의 수식어
 
1 혼자가 아니야

기차표를 받아들고 대기실에 앉았다. 대충 둘러보니 한국인은 내가 유일한 듯해 괜히 외로워졌다. 호기심에 찬 동그란 눈으로 탑승 게이트에 입성. 기차 사진을 몇 컷 찍고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말을 걸어 온다. “내가 사진 찍어 줄게요. 기차 옆에 서 보세요!” 내 사진을 남길 생각은 없었지만 거절하기도 뭐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한 컷 남겼다. 다시 기차 사진을 찍는데 또 다른 사람이 상냥하게 말을 건다. “내가 사진 찍어 줄까요?” 이번엔 괜찮다고 거절한 뒤 다시 보니 두 사람 다 비아레일 승무원이다. ‘여기 직원들 참 따뜻하구나.’ 기차를 타기도 전에 외로움이 한결 덜어졌다.

열차 위에서 가장 먼저 만난 사람도 웃는 눈을 한 승무원이었다. “환영합니다! 제가 이 열차 칸의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으니 요청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 주세요. 그런데 액티비티카Activity Car에 가 보셨나요?” 액티비티카에선 탑승객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스파클링와인과 핑거푸드를 나눠 주고 있었다. 며칠 동안 한기차를 타고 여행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다. “저는 한국에서 온 기자예요. 위니펙에서 내려요.” 호주에서 단체여행을 온 할아버지, 토론토대학을 다니는 시리아 출신 여학생, 캐나다 동부 여행에 나선 밴쿠버 시민까지. 각기 다른 이유로 한기차를 탄 사람들과 금세 친구가 되었다.
 
2 나와 기차 바퀴소리만 있는 공간

나는 첫날 밤엔 1인용 침대캐빈, 둘째 날 밤엔 2인용 침대캐빈을 이용하기로 되어 있었다. 비아레일 캐네디언 노선의 좌석 클래스는 일반석과 침대석으로 나뉜다. 일반석은 보통 기차처럼 의자에 앉아 이용하는 좌석, 침대석은 낮에는 의자에 앉아서 밤에는 침대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며 갈 수 있는 좌석이다. 쉽게 말해 일반석은 이코노미클래스, 침대석은 비즈니스클래스라고 보면 된다.

솔직히 말하면 1인용 침대캐빈의 첫인상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고시원처럼 작은 공간에 변기와 세면대, 의자가 옹기종기 들어차 있었다. 침대는 어디 있는 거지? 아리송해 하고 있는데 승무원이 뭐 도와줄 것 없냐며 찾아왔다. “침대요? 여기에 숨어 있죠.” 그가 앞쪽 선반 아래쪽을 끌어당기니 의자와 변기 위로 침대가 펼쳐졌다.

긴장도 풀 겸 침대에 잠시 눕고 싶었다. 캐빈의 문을 닫고 하얀 침구 속으로 파고드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안락함이 느껴졌다. 열차 창밖으로 캐나다의 아름다운 숲과 호수의 풍경이 흘러갔고 고요한 침대칸 안으론 규칙적인 열차 바퀴 소리만이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캐나다의 너른 땅을 달리는 기차 속에 완벽한 나만의 공간이 생긴 느낌. 이렇게 아늑하고 평화로운 시간이 얼마만인가, 생각하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침대석은 낮엔 의자에 앉아서, 밤엔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 갈 수 있는 좌석이다. 승무원들이 매일 저녁, 직접 침대를 설치해 준다
침대캐빈엔 콘센트, 조명 스위치 등이 이용하기 쉽게 설치돼 있다
캐나다의 초록 들판을 달리는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3코스 만찬. 오직 비아레일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비아레일 캐네디언 노선
침대칸 요금
밴쿠버-재스퍼 | CAD446부터 밴쿠버-위니펙 | CAD642부터 밴쿠버-토론토 | CAD995부터(식사·음료 등 포함, 팁 별도)
 
3 없는 것 없이 편리해

본격적인 기차 탐색에 돌입했다. 어디 보자. 침대캐빈 안엔 무엇무엇이 있나? 우선 ‘기차가 역에 정차해 있을 땐 물을 내리지 마세요’라는 귀여운 경고문구가 적힌 변기와 작은 세면대가 있다. 벽에는 옷이나 가방을 걸 수 있는 고리 몇 개와 거울, 온도조절장치(에어컨디셔너), 작은 선풍기도 달려 있다. 천장 조명과 2단계 밝기 조절이 가능한 독서용 조명에, 콘센트도 2개여서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샴푸·비누·로션·수건 등 기본 세면도구와 티슈, 일회용 컵까지, 그 작은 공간에 기차여행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세면도구를 챙겨 샤워실로 향했다. 열차 한 칸에 1인용 샤워실이 하나. 그래도 열차 한 칸당 이용객이 많지 않아 줄을 설 일은 없었다. 샤워실은 깨끗했고 잠금 장치도 잘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건 따뜻한 물이 콸콸 나왔다는 점.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다시 아늑한 캐빈으로 쏙 들어갔다. 비아레일에서의 첫날 밤, 기분 좋은 기차의 흔들림 속에 꿀잠을 취했다.
 
4 달리는 레스토랑에서의 만찬

다음날 아침, 첫 식사를 위해 다이닝카Dining Car를 찾았다. 캐나다의 초록 들판을 달리는 레일 위의 레스토랑은 고소한 냄새로 가득했다. 메뉴판을 펼치니 베이컨·달걀프라이·소시지로 구성된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 아침식사와 셰프의 스페셜 오믈렛, 와일드베리와 크림을 얹은 프렌치토스트 등 이름만 봐도 허기를 더하는 메뉴들이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삭한 베이컨을 한 입 베어 물고 아침 햇살을 입은 캐나다의 풍경을 감상했다. 열차가 커브를 돌 때마다 조금씩 흔들리는 컵과 접시가 테이블 위에 ‘까르르까르르’ 웃음소리를 더했다. 비아레일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이런 즐거움들 덕에 그날의 아침식사는 평소보다 훨씬 특별했다.

점심부터는 비아레일 레스토랑의 정수를 맛볼 수 있었다. 애피타이저로는 신선한 샐러드와 따뜻한 스프, 메인디시로는 스테이크·해산물요리·파스타·치킨요리, 디저트로는 초콜릿 퍼지 케이크·치즈케이크·아이스크림 등 매번 새로운 음식이 메뉴판에 등장했다. 침대석은 모든 식사가 기차요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를 수 있다. 웨이터에게 말을 잘 하면 디저트를 두 개씩 맛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 배가 꺼질 틈이 없는 만찬을 즐기며 이래서 비아레일을 ‘레일 위의 크루즈’라고 부르는구나, 생각했다.
 
액티비티카에는 퍼즐, 보드게임, 카드 등 즐길거리들이 구비되어 있다. 열차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퍼즐을 맞추는 경험은 특별하다
 
5 시간을 횡단하는 기차

“내일 아침식사는 없습니다. 대신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브런치를 제공합니다.” 저녁식사 시간에 이런 공지사항이 있었다. ‘잘됐다. 늦잠을 푹 자고 말끔하게 샤워한 뒤 예쁜 원피스를 입고 브런치를 먹으러 가야지!’ 이런 생각에 들떠 책을 읽다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다. 아직 브런치가 끝나기까지 2시간이 남은 시각. 계획대로 천천히 샤워를 마치고 메이크업까지 공들여 한 뒤 12시쯤 다이닝카로 향했다. 그런데 웬걸? 브런치 주문시간이 이미 마감됐다는 거다. “아직 식사시간이 1시간이나 남았는데 벌써 마감되었다고요?” 황당하단 표정으로 따져 물으니 돌아오는 웨이터의 대답. “아니에요. 지금 오후 1시예요. 어제 밤사이 시간 변경선을 넘어 1시간이 빨라졌어요.”

시간 변경선을 넘다니,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했더라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여긴 한나라 안에서도 4~5시간씩 시차가 있는 대륙, 캐나다가 아닌가. 캐나다의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있으면서 시간도 횡단하고 있단 사실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그날 브런치를 놓친 나는 액티비티카에 마련된 머핀과 쿠키, 핫초코로 아쉬움을 달래며 저녁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캐나다라인을 탑승하면 밴쿠버에서 토론토까지 가는 동안 총 3번의 시간 변경선을 넘는다. 예를 들어 밴쿠버가 오전 7시일 때 에드먼턴은 8시, 사스카툰과 위니펙은 9시, 토론토는 10시다. 식사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승무원에게 언제 시간이 변경되는지 묻고 잘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글·사진 고서령 기자  취재협조 캐나다관광청 kr-keepexploring.canada.travel,
비아레일 www.viarailcanada.co.kr
 

●mini interview
비아레일에 감자튀김이 없는 이유
데이비드 콜빈David Colvin 셰프

“종종 감자튀김이 먹고 싶다고 하는 승객들이 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아레일 레스토랑엔 감자튀김뿐 아니라 튀김요리가 아예 없답니다. 왜냐고요?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튀김요리를 하는 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죠.

저는 14년째 비아레일에서 요리를 하고 있어요. 매번 3일 동안 밴쿠버에서 위니펙까지 갔다가 다시 3일에 걸쳐 위니펙에서 밴쿠버로 돌아와요. 그렇게 6일 일하고 8일 동안 쉬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어요. 일은 고된 편이지만 달콤한 휴식이 있어 할 만하답니다.

비아레일의 주방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수납공간으로 채워져 있어요. 특히 냉장고가 작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나 우유, 주스 등은 한정된 양만 실을 수 있죠. 제가 밴쿠버에서 위니펙까지 사용할 식재료를 채워 출발하면, 위니펙에서 탑승하는 셰프는 남은 재료를 파악한 뒤 모자란 식재료만 보충해 출발해요. 중간에 재료가 부족해지면 다른 식당칸에서 빌려 오기도 한답니다.”
 

●비아레일 백배 즐기기 깨알팁
 
좋아하는 주류와 간식을 챙겨서 탑승하자
침대석은 올인클루시브 서비스여서 모든 식사, 음료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주류는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열차를 타기 전 좋아하는 간식과 맥주, 와인 등을 사서 탑승하면 좋다. 단 너무 많은 양은 반입이 금지될 수 있으므로 적당히 가져갈 것.
 
이메일과 SNS는 잊자
비아레일에서는 데이터로밍이 소용없다. 전파도 잡히지 않는 광활한 대륙을 횡단하기 때문에 인터넷은 물론 전화통화조차 힘든 구간이 많다. 스마트폰은 카메라와 시계 용도로 쓰기로 마음먹으면 더 여유롭게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파크카, 파노라마카에서 캐나다의 풍경을 즐겨 보자 
열차의 맨 끝 칸인 파크카에서는 180도로 둥그렇게 난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함께 열차를 탄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파크카의 재미. 간단한 스낵류와 음료도 준비되어 있다. 파노라마카는 ‘비아레일의 전망대’라고 말할 수 있다. 열차의 천장, 양옆, 앞뒤가 모두 창문으로 되어 있어 캐나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책, 영화를 챙겨 가자
기차만큼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또 있을까? 조용히 기차 바퀴 소리를 들으며 평소 읽고 싶었던 책에 온전히 빠져들어 보자. 노트북이나 태블릿PC에 영화를 담아 와 보는 것도 좋다.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도 있으니 배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액티비티카의 게시판을 확인하자
맥주 시음, 뮤지션의 재즈공연, 전문 승무원이 들려주는 캐나다와 비아레일 이야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몇시에 진행되는지 적혀 있다.
 
1 밴쿠버 | 비아레일 캐네디언 노선의 출발 도시이자 종착 도시인 밴쿠버. 열차 탑승까지 시간이 남았다면 전철을 타고 밴쿠버의 다운타운인 워터프론트에 찾아가 보자. 밴쿠버 사람들 속에 섞여 걸어 보고 전망 좋은 펍에 앉아 수제맥주도 한잔 해 보길
 

2 재스퍼 | 캐네디언 노선이 한 시간 남짓 정차하는 재스퍼는 캐나다 로키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다. 이 도시의 인기스타(?)인 ‘재스퍼 더 베어Jasper the Bear’와의 사진 한 컷은 필수 코스!
3 위니펙 | 위니펙은 만화영화 주인공인 ‘위니 더 푸Winnie the Pooh’의 고향이다. 이 도시의 다운타운엔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벽화가 가득하다. 햄버거 ‘닙스nips’, 캐러멜케이크 ‘슈무Shmoo’, 아이스크림 ‘국Goog’ 등 위니펙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이름의 음식들을 맛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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