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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그렇게, 겨울에 사는 사람들①북부 노르웨이

  • Editor. 고서령
  • 입력 2015.03.16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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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봄맞이를 준비하는 3월에도 노르웨이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연중 대부분을 겨울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 속을 여행했다.
 
원래 노르웨이 여행은 여름(6~8월)이 적기랬다. 그때야 비로소 초록 잎이 돋고 꽃이 피어난 피오르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3월에 노르웨이를 찾아갔다. 겨울나라의 진짜 모습은 겨울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북부 노르웨이Northern Norway
‘노르웨이’는 ‘북쪽으로 가는 길’이란 뜻이다. 
그 길의 끝, 북부 노르웨이로 향했다.
 
순수의 땅 알타Alta

북위 66도33분에 북극선Artic Circle이 있다. 그 위로는 북극권에 속한다는 이야기다. 첫 번째 목적지는 북위 69도58분에 위치한 도시, 알타Alta다. 구글 지도에서 북극선보다 저만치 위에 있는 알타의 위치를 확인하곤 덜컥 겁부터 났다. 가뜩이나 추위에 약한데 버틸 수 있을까? 두꺼운 니트와 패딩점퍼, 양털부츠, 핫팩, 비상 감기약까지 온갖 방한용품으로 꽉꽉 채운 캐리어를 보험 삼아 비행기에 올랐다.

걱정이 과했던 걸까, 정신을 빼앗긴 걸까. 알타 공항에 내려 처음 든 생각은 ‘춥다’가 아니라 ‘신비롭다’였다. 온통 하얀 피오르와 시리도록 파란 바다에 둘러싸인 작은 도시. 그 풍경 속 색색의 나무집에서 살아가는 2만명의 사람들. 고요하고 평화로운 공기. 때묻지 않은 땅을 처음 밟는 사람처럼 마음이 경건해졌다.

세계 최북단 도시 중 한 곳인 알타는 백야와 극야를 극명히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5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이 이어지고, 11월 말부터 1월까지는 까만 밤이 24시간 계속되는 극야현상이 나타난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노던라이트Northern Light; 북유럽에서 ‘오로라’를 부르는 이름 관찰지역이기도 하다. 노던라이트 벨트가 직접 지나는 지역은 아니지만 건조한 기후 덕에 연중 대부분 하늘이 맑아 관찰 확률이 높다. 11~2월엔 문 밖에만 나가도 노던라이트가 보인다고. “지금은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시기예요. 백야나 극야를 경험할 수 없는 건 아쉽겠지만, 낮에는 허스키썰매 같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고 운이 좋다면 노던라이트를 볼 수도 있지요.”

북부노르웨이관광청 마케팅매니저 이브지니아Evgenia Egorova의 권유대로 허스키썰매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나의 썰매를 끌어 줄 허스키는 네 마리. 녀석들은 아주 씩씩해 보였지만 이 동물들에게 무거운 몸뚱이를 끌게 한다는 게 내심 불편했다. 그런데 웬걸. ‘출발!’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허스키들의 질주본능이 폭발했다. 달리지 못해 안달 났던 것처럼 정신 모르고 달리는 허스키들의 뒤에 매달려 놀랐다가, 걱정했다가, 감탄했다가를 한 시간 넘게 반복했다. 고요한 노르웨이의 겨울 숲을 질주한 시간. 조금 추웠던 것과 허스키들에게 못내 미안했던 것만 빼면 한 번쯤 해볼 만한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알타의 겨울을 대표하는 또 하나는 이글루호텔, 오직 눈과 얼음으로만 지은 호텔이다. 알타 도심에서 20km 떨어진 소리스니바 이글루호텔Sorrisniva Igloo Hotel은 올해로 16년째 매년 1월 초마다 새로운 호텔을 열어 왔다. “어떻게 짓느냐고요? 거대한 풍선을 놓고 눈과 물을 섞어 그 위를 덮는 방식이에요. 내부의 침대, 소파, 테이블 등은 얼음을 조각해 만들고요. 매년 새로운 주제로 만들고 겨울이 지나면 녹아 사라지기 때문에 이곳에서 숙박하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되죠.”

바깥 온도가 아무리 떨어져도 이글루 내부는 영하 4도를 유지한다고. “따뜻한 침낭과 순록털 침구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리 춥지 않게 잘 수 있어요!” 이브지니아는 해맑게 말했지만 솔직히 이곳에서 자는 건 자신 없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생각은 아닌지 실제로 숙박하는 사람은 몇 안 된다고. 대신 매년 120쌍 정도가 이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위해 방문한다고 한다.

소리스니바 이글루호텔
Sorrisniva 20 9518 Alta
www.sorrisniva.no
입장요금 | 1인당 NOK200
숙박요금 | 1인당 NOK2,250 
월~토요일 12:00~20:00 
일요일 12:00~18:00
 
알타의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바다, 그 경계선의 새하얀 피오르
고요한 노르웨이의 겨울 숲을 질주하는 허스키썰매는 특별한 경험이다
 ‘바이킹’을 테마로 만든 소리스니바 이글루호텔. 매년 새로운 주제로 만들어진다

눈과 노던라이트의 도시 트롬쇠Tromsø

알타보다 조금 아래, 북위 69도40분에 트롬쇠Tromsø가 있다. 위도 18분 차이이지만 비행기로 30분 넘게 날아왔다. 워낙 작은 도시를 막 떠나온 탓일까, 인구 7만명의 트롬쇠는 꽤 번화해 보였다. 시내 호텔에 짐을 풀고 눈이 펑펑 내리는 거리로 나섰다. 이내 눈길을 끄는 이색적인 풍경. 사람들이 쏟아지는 눈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조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개 산책을 시키고 있었다. “트롬쇠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눈이 많이 내려요. 그렇다고 매일같이 집에만 있을 순 없잖아요? 눈을 일상으로 받아들인 거죠.”

또 하나 흔하게 보이는 건 스키나 스노보드 장비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 “트롬쇠 사람들에게 스키는 생활이에요. 해발 1,200m 산이 있고 그 주위로 스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거든요. 겨울엔 아침 7시부터 밤 11시30분까지 스키코스를 운영해요.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매일같이 스키를 즐길 수 있죠.” 노르웨이가 스키 강국인 것도, 트롬쇠 아이들이 장래희망으로 스키선수를 가장 많이 꼽는 것도, 이곳에 와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트롬쇠를 말할 때 노던라이트를 빼놓을 수 없다. 노던라이트 벨트가 트롬쇠 바로 위를 지나가기 때문. 트롬쇠가 다른 오로라 관측 도시와 비교해 강점으로 내세우는 건 관찰 시간과 기온, 위치적 특징이다. “새벽 2~4시에 영하 35~40도의 추위 속에서 오로라를 관찰해야 하는 곳도 있지만 트롬쇠는 저녁 8~10시쯤 영하 5~10도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어요. 북극권에 있지만 해양성 기후여서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요.” 

“도심에서 1시간만 이동하면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낮에는 쇼핑과 시내 관광을 즐기고 저녁을 먹은 뒤 노던라이트 투어를 하면 됩니다.”
3월은 ‘끝물’이라 운이 좋아야 노던라이트를 볼 수 있다. 그걸 알면서도 ‘노던라이트 체이스Northern Light Chase; 노던라이트가 잘 보이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일’에 나섰다. 한국에서부터 설레발을 치며 삼각대까지 챙겨 온 터였다. 그러나 징조가 좋지 않았다. 종일 궂었던 날씨 탓에 하늘엔 구름이 가득. 1시간 조금 넘게 차를 달린 끝에 회색 구름 사이로 까만 하늘이 드러난 지점을 찾았다.

“바로 저기에요!” 차를 세우고 눈밭으로 뛰어간 리카르도Ricardo가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엥, 내 눈엔 보이지 않는 걸? 그의 손가락이 향한 곳엔 희뿌연 안개 같은 흔적만이 어른거릴 뿐이었다. “이것 봐요. 눈으론 잘 안 보이지만 카메라엔 초록색으로 선명하게 잡혔어요.” 정말이었다. 나도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셔터를 눌렀다. 찰-카-악! 8초 동안 열렸던 셔터가 닫히자 카메라에 초록색 선이 선명하게 찍혔다. 그때의 기분은 뭐랄까, 첫 오로라 촬영 성공에 기쁘면서도 어딘가 몹시 찝찝하고 아쉬웠다. 내 눈으로 보지 못했는데 사진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렇게 두고두고 투덜거렸지만 사실 그날 밤 노던라이트 체이스는 꽤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밤중 노르웨이의 눈밭을 뛰어다니고, 함께 간 사람들과 깔깔 웃으며 핫초코 한잔으로 언 손을 녹였던 시간이 생애 첫 오로라 사진보다 더 값지게 느껴지니 말이다.
 
아틱가이드서비스Arctic Guide Service
노던라이트 체이스 투어
9월15일~3월31일
18:30~01:30
성인 NOK950, 어린이 NOK475
www.arcticguideservice.com
 
눈 속에서 살아가는 트롬쇠 사람들. 그들에게 스키는 일상이다
눈에는 희뿌연 안개처럼 보였지만 카메라는 이렇게 아름다운 노던라이트를 담아냈다
 
글·사진 고서령 기자 취재협조 노르웨이관광청 www.visitnorw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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