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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usician 하림-노래 불러 주는 남자와의 여행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5.04.1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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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는 갠지스강이 흐르고 있다. 
그는 노래를 불렀다.
‘연어의 노래’다. 
음악가 하림이 인도로 음악 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만났다. 
 
나에게는 소소한 습관이 하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휴대폰에 음악을 저장하는 일이다. 음악에 대해 조예가 깊은 것도 살뜰한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여행지와 어울릴 만한 음악을 찾기 위해 꽤나 노력을 하는 편이다. 몇 곡의 음악 덕분에 여행이 더욱 가슴 벅차고 낭만적으로 느껴졌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그렇다고 선곡한 음악들이 여행지와 늘 잘 어울렸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길을 걷다 우연히 어느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감동받은 적이 더 많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책 읽어 주는 남자 말고 노래 불러 주는 남자, 어디 없나? 피아노 연주도 좋은데….
 

 
그의 음악은 여행이다 

하림은 세계를 여행하며 악기를 배웠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여행과 같았다. 그가 그동안 세계 각 나라의 전통 악기를 손에 들고 월드뮤직을 알리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다는 사실은 아는 이들은 다 알 것이다. 2012년, 그는 ‘집시의 테이블’이라는 작은 무대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좀더 자유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담긴 짧은 ‘음악 여행’ 콘서트였다. 테이블(무대)에 모인 집시들(연주가들)은 노래를 불렀고 악기를 연주하며 프랑스, 그리스, 스페인과 아일랜드까지 방랑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무대 밖을 벗어나 직접 여행을 가 보기로 한다. 지난해 ‘집시의 테이블’ 공연을 함께 기획한 하이컴퍼니, 아뜰리에오, 알플레이와 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인디아패스, 에어인디아의 지원을 받아 음악 여행을 완성했다. 목적지는 인도였다.  

“왜 하필 인도냐고요? 반세기 전, 집시들의 여행은 인도에서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집시의 테이블’이 인도로 음악 여행을 떠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죠.”

이른바 ‘하림과 함께하는 인도 음악 여행’이다. 지난 가을, 총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로부터 사연을 받아 세 명을 뽑았고 몇몇 여행사를 통해 다섯 명의 여행자들을 더 모았다. 그리고 지난 2014년 12월15일, 그는 일행들과 함께 정말 떠났다. 어깨에는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우크렐레를 들고서, 인도로.
 
갠지스강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향한 가트의 풍경
가트에 앉아 있는 사람들
 
그냥 돌아와도 괜찮아

길지도 짧지도 않은 5박7일이었다. 델리에서 사르나트, 바라나시를 거쳐 아그라의 타지마할까지 누볐다. 인도 음악 여행에서 그의 역할은 다양했다. 어떤 날은 이동 중 버스 안에서 원모어찬스의 ‘럭셔리 버스’를 불렀고, 배가 고플 때면 자작곡 ‘배낭 여행자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였다. 인도의 전통 악기 시타르를 연주하는 예술가 데브라트 미쉬라Devbrat Mishra와 함께 음악학교에서 시타르를 직접 연주하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요가 클래스에 참여하는 진짜 인도 여행자의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여행에서 스스로를 ‘감정 가이드’라 일컬었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이건 제가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음악가잖아요. 하지만 예술가로서 이 여행을 좀더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은 따로 있었어요. 매일 밤 일기를 썼죠. 그리고 그 일기를 사람들 앞에서 틈나는 대로 읽었어요. 내용은 ‘내가 왜 이 여행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해요. 제가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에게도 생각할 시간과 기회를 만들어 주는 거죠.”

일종의 사명감이었다. 단순히 음악가 하림과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하림과 함께 가기 때문에 좀더 가치 있는 여행이 되길 고민했다. 사실 그가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악기를 배우며 세계 여행을 다녔던 그의 20대 시절에는 반드시 어딘가로 떠나야 했으며 끊임없이 배우고 창조해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때문에 한동안 여행과 담을 쌓고 지냈는데 결국 그 강박을 넘어서고 나서야 제대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단다.
 
“우리는 마치 눈물을 흘릴 준비를 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과 같이, 자유로울 준비를 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아요. 제가 20대에 느꼈던 강박과 비슷하죠. 여행을 떠나야만 자유롭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서울에서든 파리에서든 똑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 그런 삶의 자세로 여행을 대한다면 일상을 여행으로 만들고 여행이 일상처럼 느껴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아이러니하게도 하림과 함께하는 인도 음악 여행자 중에는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음악 여행이라고 해서 꼭 음악을 좀 알아야 하고, 악기를 연주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연주를 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음악을 즐기는 거예요. 악기를 다루는 것은 배우고 연습하면 누구든 할 수 있지만 연주를 하는 사람 중에서도 음악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여행하는 동안은 음악을 즐기기에 좋은 시간입니다. 저는 여행이라는 체험 속에 음악이라는 체험을 하나 더 더해 주고 싶었습니다.” 
 
아제이 게스트 하우스Ajay Guest House 옥상. 하림은 갠지스강을 배경으로 우크렐레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인도 아그라Agra의 남쪽에는 아름다운 궁전 형식의 무덤, 타지마할이 자리한다
 
인도 여행의 후반전 그리고 연장전 

셀러브리티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많다. 그러나 그 여행에 책임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기회를 만드는 셀러브리티는 드물다. 지난 2월6일,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대했으면 좋겠다는 그는 서촌에 위치한 ‘카페 통인’에서 작은 콘서트를 열었다. 인도 여행을 다녀온 지 약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난 후였다. 여행과 일상을 잇는다는 의미로 공연을 기획했고 ‘게이트 라운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행 중 불렀던 ‘럭셔리 버스’ 노래의 주인공인 원모어찬스를 초대가수로 초청하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그 자리에서 재회한 이들은 다시 인도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마치 끝나지 않은 여행처럼.  

그는 두 번째 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는 스리랑카다. 인도 여행의 번외편이라 할 수 있다. 인도 여행에 함께했던 일행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탓이다. 누군가는 두 번째 여행을 만든다면 친구를 데리고 와서 음악 여행을 또 가겠다고 선언했을 정도였다. 스리랑카 전통 악기를 연주하고 공연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공감하고 경험하게 될 것들이 무궁무진하기에 더욱 기대되는 여행이다.

글 손고은 기자  사진제공 및 취재협조 하이컴퍼니 
 
하림과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의 ‘집시의 테이블’
‘집시의 테이블’은 음악가 하림이 기획한 월드뮤직 퍼포먼스다. 세계 각지의 대중음악, 월드뮤직을 전하고 테이블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대중들과 소통하는 공연. 지난 2014년 9월18일, 10월21일, 11월20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하림은 2015년 하반기에도 ‘집시의 테이블’ 공연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하림과 함께하는 스리랑카 음악 여행
인도 음악 여행에 이어 ‘스리랑카 음악 여행’이라는 번외편이 나왔다. 오는 6월29일부터 7월5일까지 5박7일의 여정이다.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차량으로 4시간 거리에 위치한 담불라, 시기리야, 누와라엘리야 그리고 벤토타까지 아우르는 일정이다. 누와라엘리야에서 스리랑카의 전통 악기도 배우고 공연도 감상하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인디아패스를 비롯한 국내 여행사 약 10곳(미정)에서 상품으로 판매할 예정이며 가격은 200만원 안팎(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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