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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ey Bodrum 미친 클러버 입문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5.11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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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계획에 없던 여행지였다. 
게다가 듣도 보도 못한 보드룸Bodrum이라니! 
하지만 이 여행의 끝에서 나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30대에 클럽마니아가 된 것뿐 아니라 한국에 돌아와 
디제잉DJing에 맛을 들이게 됐다. 
이 행복한 늦바람을 어이할꼬. 
 
화려한 밤과는 대조적으로 차분한 보드룸의 낮
 
 
들어는 봤나, 보드룸

처음으로 한 달간 떠나는 인생 최초의 긴 여행. 친구와는 10일 동안만 동행하고 나머지 20일은 혼자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에게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여행 초보답게 여행서적을 찾아 밤새 읽곤 했다. 책에서 추천하는 코스들은 이스탄불Istanbul, 카파도키아Cappadocia, 파묵칼레Pamukkale, 안탈리아Antalya 등 주요 도시들이었다. ‘뭔가 더 특별한 곳이 없을까?’ 

늦은 새벽까지 여행 준비를 하다가 터키 에게해Aegean Sea 인근에 있는 보드룸을 발견했다. 제목이 눈에 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클럽 할리카르나스Halikarnas’(할리카르나소스Halikarnassos는 소아시아 남서안에 있었던 고대 그리스의 도시명으로 현재 보드룸에 해당한다). 내가 꿈꿔 온 클럽은 스페인 이비자Ibiza섬에 있다고 들었는데 터키에도 이런 곳이 있었다니. 작은 사진 하나와 몇 줄 되지 않는 짧은 소개였지만 강하게 끌렸다. 호기심 많고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보드룸으로 무조건 출발~! 이때만 해도 내가 DJ에게 환호하며 클럽음악에 빠질 줄은 몰랐었다.
 
엘비노 호텔El Vino Hotel Suites에서의 여유로운 오후
할리카르나스 클럽 입구
해변가의 레스토랑과 밤바다를 밝혀 주는 보드룸 성
 
잠깐 미쳐서 놀아도 괜찮아

보드룸에 도착, 호텔로 이동하는 길에 보드룸을 상징하는 하얀 건물들과 붉은 꽃들이 보였다. 이렇게 평온해 보이는 휴양지가 밤이 되면 전혀 다른 곳으로 변신한다니! 숙소로 고른 엘비노 호텔 스위트도 기대 이상이었다. 직원들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기분은 어떤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 주었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마사지를 받았다. 피로를 달래기 위한 마사지가 아닌 더 열심히 놀기 위한 준비랄까. 보드룸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낮에 틈틈이 잠을 자 두는 것이다. 밤이 되면 아침이 올 때까지 신나게 놀아야 하므로. 수영도 하고 와인도 마시며 느긋하게 저녁식사를 했다. 취하게 만드는 분위기의 연주곡과 시원한 보드룸의 바람 앞에서 저절로 이런 말이 나왔다. “우리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야?” 

할리카르나스 클럽은 밤 12시가 되어야 문을 연다고 했다. 준비해 온 드레스를 입고 늦지 않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늦은 시간의 콜이었는데도 택시는 5분도 안 돼서 나타났다. 한 번 부르면 10리라, 한화로 5,000원 정도였다. 클럽 입장료는 한국보다 비싸서 한 사람당 80리라(한화 4만원 정도). 1979년도에 생긴 할리카르나스는 영화의 한 장면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바다를 향해 넓게 열려 있는 공간은 대규모 야외 공연장과 닮았다. 1층과 2층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1층은 콘서트장의 스탠딩 좌석처럼 모든 사람들이 서서 몸을 흔드는 곳이다. 클럽 안에는 영화배우 같은 사람들이 가득했는데 그중 동양인이 우리뿐이어서 사진을 찍자고 청해 오기도 했다. ‘그래, 마음껏 찍어 가슈~.’ 자신 있게 윙크도 날려 봤다. 

보드룸에서는 하우스풍에 팝을 리믹스한 곡들을 주로 틀어 줬다. 모델 같은 몸매의 남녀들이 속옷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여기저기 흩어져 무대에서 쇼를 선보였다. 옷은 야했지만 무대 매너가 프로페셔널해서 야하기보다는 멋있는 공연이었다. 배우처럼 생긴 한 남자는 돌아다니며 트럼펫을 연주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무대 천장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춤을 춘다. 이게 정말 현실이 맞나 싶기도 하고 내 안에 숨겨 놓았던 흥을 주체할 수 없었다. 몸치임에도 미친 듯이 춤을 췄다. 그 순간 내 자존감의 무대는 하늘이었다. 

클럽 입구로 나와서 조금 내려오면 바로 보드룸 해변이 길게 펼쳐지는데 특이한 점은 모래사장 위에 오픈 바와 레스토랑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자리해 있다는 것이다. 편안한 소파 자리에 밤새도록 누워서 별을 보며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것도 보드룸의 매력이다. 다음 여행지인 카파도키아를 뒤로 미루고 보드룸 일정을 연장했을 정도로 우리는 할리카르나스에 푹 빠져들었다. 
 
아직 사람들이 입장하지 않은 카타마란 크루즈 클럽의 1층
카타마란에서 파티를 즐기기 위해 해적선을 타고 오는 사람들
 
스페인 이비자팀과의 인연

현지인들에게 보드룸에서 두 번째로유명하다는 크루즈 클럽 카타마란을 소개 받았다. 마침 스페인 이비자섬에서 유명한 뮤지션들이 온다고 했다. 평소 클럽에 열광하던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무언가에 홀린 듯 그들의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카타마란 배를 타고 있으니 해적선처럼 생긴 배가 다가와 다리를 대고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2층짜리 배는 그렇게 바다를 돌며 새벽 5시까지 클럽 파티장이 됐다. 할리카르나스보다 한층 더 자극적인 분위기였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직접 볼 수 있었기에 내내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전자바이올리니스트 미카의 연주였다. 옅은 핑크색 반팔 티를 입은 그는 땀을 흘리며 전자바이올린을 연주했다. 그렇게 멋진 공연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연주를 하던 중에 나에게 다가와 볼에 입맞춤을 하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이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가 말했다. 전날 한국에서 공연을 마치고 와서 우리가 반가웠다고. 게다가 이스탄불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우연처럼 미카와 친구들을 또 마주치게 되어 연락처까지 주고받았다. 이후 미카와는 종종 이메일을 주고받고 있다. 그의 다음번 한국 공연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살다 보면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 내겐 터키 여행이 그랬다. 보드룸을 가기 전에 클럽은 나에게 어두운 지하세계였다. 하지만 이제는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법을 하나 더 배웠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세계적인 뮤지션과 친구가 되다니. 인생은 참 살고 볼 일이다. 한국에 돌아온 나는 틈틈이 디제잉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별명인 ‘DJ 토리’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선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하하. 터키 여행 후 한 가지 부작용도 있다. 시시한 음악을 들으면 흥이 덜 난다는 것. 아마 올 여름휴가도 보드룸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보드룸 찾아가기
이스탄불에서 국내선을 타면 1시간 정도가 걸린다. 하루에 2~3편 항공편이 있으며 요금은 10만원 정도. 버스로 이동하면 12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스에서는 배로 들어갈 수 있다.
 
보드룸 최고의 클럽, 할리카르나스
1979년 문을 연 클럽으로 오픈하자마자 터키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으로 떠올랐다. 지중해가 바라보이는 클럽에서는 연중 화려한 쇼와 디제잉 쇼가 진행되고 전 세계에서 찾아온 클러버들이 열기를 내뿜는다. 입장료는 공연과 디제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첫날은 80리라, 다음날은 200리라를 내고 입장했다. 미리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갈 것.  www.halikarnas.com.tr 

Traviest 장선영
그녀는 차분하지만 흥이 있는 예술치료사다. 평온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보드룸의 낮과 밤을 닮았다. 이 여행기가 누군가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st 장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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