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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 traveller] 유럽 자동차 여행은 자유다

  • Editor. 고서령
  • 입력 2015.06.11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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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여행하는 
가장 자유로운 방법은 
자동차 여행이라고 
단호히 잘라 말하는 
여행가를 만났다. 
 
여행과 지도 이화득·이미경 대표

만약 이 세상 모든 여행에 단 하나의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닐까.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 자유가 절실해질 때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그러나 막상 여행을 떠나 보면 자유롭지 못한 순간들을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무거운 짐 때문에 몸이 힘들었던 때,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교통편이 마땅치 않았던 때 등등. 여기 ‘진정한 자유여행을 알려드리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대학로에서 ‘여행과 지도’라는 작은 자동차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이화득, 이미경 부부다.
 
쓸데없는 두려움은 버리고

부부는 원래 국내 자동차 여행 마니아였다. 고등학교 지리교사였던 이화득씨는 틈만 나면 가족들을 데리고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했다. 여행을 다니며 수집한 정보를 엮어 1991년부터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차를 멈추고>, <즐거운 기차 여행>, <여기서 놀자> 등 여러 권의 국내여행 안내서도 펴냈다. 그랬던 그들이 유럽 자동차 여행을 시작하게 된 건 다소 우발적이었다.

1999년 어느 날 한 유럽 항공사가 이씨에게 연락을 해 왔다. 비용을 지원해 줄 테니 자사의 취항지를 여행한 뒤 책을 써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처음엔 별 관심이 없었어요. 당시엔 ‘유럽’ 하면 ‘기차 타고 다니는 배낭여행’이 공식처럼 통하던 때였는데 저는 원체 배낭여행 스타일과 맞지 않았거든요. 자동차 여행에만 관심이 있었죠.”

그러다 번뜩, ‘유럽에서도 렌터카로 자동차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지만 정보를 얻기 위해 서점가를 다 뒤져도 유럽 자동차 여행 관련 책은 찾을 수 없었다. 유럽 출장을 많이 다니는 사람들에게 수소문도 해 봤지만 ‘유럽에서 차를 빌려 여행하는 건 무모한 일’이란 타박만 받았다.

이씨는 무작정 해보기로 했다. 홀로 독일에 도착해 차를 빌리고 지도를 구했다. 여기까진 수월했는데 그 다음이 막막했다. “도로 사정은 하나도 모르겠고, 차들은 쌩쌩 달리고…. 3일 동안 무서워서 차를 못 끌고 나갔어요. 항공사 지원을 받아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 성과도 없이 돌아가면 어떡하나, 근심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매일같이 한국에 있는 아내한테 전화해 ‘어떡하느냐’고 투정을 부렸다니까요.”

그렇다고 계속 숙소에만 박혀 있을 순 없었다. 일단 한 번 나가 보자는 마음으로 운전석에 앉아 출발했는데, 웬걸. 막상 해보니 한국에서 하던 운전과 별다를 바 없는 게 아닌가? 하루 이틀 경험이 쌓일수록 더 쉬워졌다. 그렇게 그의 첫 유럽 자동차 여행은 20일 동안 이어졌다. “나 혼자서도 이렇게 잘 다닐 수 있는데, 정보를 잘 정리해 주면 다른 사람들도 얼마든지 유럽 자동차 여행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유럽 렌터카 여행 안내서를 써 보기로 마음먹었죠.” 

그해 겨울, 부인 이미경씨와 다시 한 번 유럽 자동차 여행을 다녀와서 쓴 책이 2002년 출간된 <렌터카 유럽여행>이다. 이 책을 계기로 허츠렌터카와 계약을 맺고 ‘여행과 지도’란 여행사도 열게 되었다.

그때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최근에 들어서야 유럽 자동차 여행은 여행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5월, 그가 새롭게 펴낸 <유럽 자동차 여행>이란 책은 그래서 더 의미 있다. “2002년 제가 <렌터카 유럽여행>을 출간할 때 책의 서문 말미에 ‘이 책을 읽고 단 몇십명만 유럽 자동차 여행을 다녀와도 좋겠다’는 말을 썼었어요. 그때는 유럽에서 차를 빌려 여행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희한한 발상’이었거든요. 요즘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유럽 자동차 여행을 떠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기뻐요.”
 
스위스 산골의 무인 주유소에서 잃어버린 돈을 찾아준 커플.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들이었지만 마음은 손짓 발짓으로 통할 수 있었다. 고마움의 표시로 라면 조리법 그림과 함께 라면을 선물했다
제네바 호숫가에서 산책중인 아기와의 만남. 이런 여유와 즐거움이 자동차 여행의 매력이다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그런데 왜 그토록 자동차 여행만을 고집하는 걸까? 그가 생각하는 자동차 여행의 묘미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자유롭거든요. 시간, 장소 구애받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여행할 수 있잖아요. 기차 여행은 그렇게 못해요.”

첫째는 기차 노선이 닿지 않는 작은 마을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다는 점. 관광지화 된 곳이 아닌 진짜 현지인들의 생활과 문화가 있는 곳을 가려면 자동차가 있어야 한다. 둘째는 몸이 자유로워진다는 것.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끌고 다닐 필요 없이 자동차에 밥솥, 텐트까지 온갖 짐을 다 싣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다. 체력도 아끼고 시간 낭비도 덜하다. 셋째는 시간에 관계없이 원하는 곳으로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도시를 가는 도중 행사 때문에 너무 붐빈다는 소식이 들리면 방향을 틀어 옆 도시로 가면 되고, 석양이 아름답다는 도시를 보러 가다가 해가 빨리 져 버리면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로 넘어갈 수 있다. “자동차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한번 해 보면 그 매력에 빠져 계속하게 될 걸요?”

자동차 여행의 재미를 최대한 누리기 위한 부부의 여행 원칙이 있다. 여행 계획은 대략적으로만 짤 것,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말 것. 그래야 정말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성수기에도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는다고. 그러다가 방이 없으면 어떡하느냐고 물으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자동차만 있으면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물론 관광객이 몰리는 대도시를 갈 거라면 미리 숙소를 예약해야 하죠. 하지만 자동차 여행을 할 땐 주로 소도시를 다니잖아요? 유럽 소도시에는 괜찮은 펜션Pension들이 정말 많아요. 내비게이션에 펜션을 검색하면 가까운 순서대로 숙소 목록이 쫙 뜨는데, 전화를 걸어 방이 있느냐 물어보고 찾아가도 되고, 그냥 들러서 물어봐도 돼요. 지금까지 방을 못 구해서 잠을 못 잔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지난 10년간 유럽 전역을 자동차로 여행한 이 부부에게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어디였냐는 빤한 질문을 해 봤다. 5초 정도 뜸을 들이더니 두 사람 다 입을 모아 “노르웨이!”라고 했다. “물가 비싸고 레스토랑 많은 도시 말고 산 속으로 들어가면 지구상에 이보다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예요. 깊숙한 자연 속 캠핑장에 작은 텐트를 치고 배를 깔고 누워 있으면 대자연, 태곳적 아름다움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온몸으로 느껴져요. 만년설이 쌓인 산 아래로 신비로운 안개가 껴 있고 그 밑에 청정한 호수와 파란 잔디…. 그냥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죠. 그런 경험이야말로 자동차 여행이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요?”

지금도 서로 눈만 마주치면 수줍게 웃음 짓는 부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 사이좋은 부부의 비결이 혹 수십번의 자동차 여행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머지않은 날 유럽의 아름다운 소도시로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하며, 10년 동안 ‘장롱’ 속에 넣어 뒀던 운전면허증을 만지작거렸다. 
 

유럽 자동차 여행
2015년 5월1일 탄생한 따끈따끈한 유럽 자동차 여행 가이드북. 책에는 이화득, 이미경 부부가 지금까지 10여 차례 유럽 전역을 자동차로 여행하며 습득한 모든 정보를 집약해 놓았다. 여행 계획 방법, 자동차 선택 방법과 운전 노하우, 추천·비추천 코스, 위기상황별 대처 방법 등 유럽 자동차 여행의 A부터 Z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황금열쇠 | 271쪽 | 1만9,800원
 
여행과 지도
이화득, 이미경 부부가 10여 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렌터카 해외여행 전문 여행사. 항공권, 호텔은 판매하지 않고 오직 렌터카 예약과 여행 상담 서비스만 제공한다. 글로벌 렌터카 업체인 허츠Hertz렌터카와 제휴를 맺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어로 길안내를 받을 수 있는 내비게이션도 임대해 준다. 조만간 5명 이상 그룹으로 합리적인 비용에 자세한 자동차 여행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다.  www.leeha.net 
 

●유럽 자동차 여행 초심자를 위한
이화득 여행가의 팁
 
1. 기본정보 숙지는 필수
유럽 자동차 여행은 쉽다. 아무리 그래도 준비 없이 가는 것은 위험하다. 가이드북,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기본정보를 철저히 익히자.
 
2. 독일 인in·아웃out이 가장 편하다
독일은 렌트할 수 있는 차종이 가장 다양하고 렌터카 요금도 저렴하다. 주변 국가 여행 동선을 짜기에도 좋다. 다른 국가에서 렌터카를 픽업할 경우 여행 가능 국가에 대한 제약 조건이 많다.
 
3. 항공권보다 렌터카를 먼저 알아봐야 한다
렌터카는 나라마다 제약조건과 요금 차이가 크다. 잘못하면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입해 얻은 이익을 렌터카 예약에서 고스란히 손해 볼 수도 있다.
 
4. 오토매틱 차종이 필요하다면 예약을 서둘러라
우리나라에서 흔히 이용하는 오토매틱(자동기어) 차량이 유럽에선 귀하다. 유럽인들은 대부분 스틱(수동기어)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5. 피해야 할 인·아웃 국가가 있다
런던 인·아웃, 오스트리아 인·아웃, 체코 인·아웃, 북유럽 인·아웃 등 네 가지는 웬만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다른 국가보다 렌터카 비용이 비싸고 주변국 여행에 제약사항이 많다.
 
6.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챙겨라
체크카드나 일행의 신용카드로는 차량을 받을 수 없다. 신용카드는 가족카드로 발급받아도 이용 가능하다.
 
7. 한국사무소가 있는 업체를 이용하라
렌터카 예약은 한국에 지사 또는 사무소가 있는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편하다. 예약 과정과 여행 후에 렌터카 관련해 문의하고 상담할 일이 적지 않다.
 
8.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로컬 렌터카 업체에 예약하게 될 수도 있다. 또 보장내역이 부실한 보험을 가입하거나 추가 보험료를 이중으로 지출하는 실수를 범하기가 쉽다. 위약금 조건도 꼼꼼히 살피자.
 
9. 편도 렌탈은 비용부담이 크다
한 국가에서 렌터카를 픽업하고 반납할 수 있도록 여행 코스를 짜는 것이 경제적이다. 렌터카 픽업 국가와 반납 국가를 각기 다른 곳으로 설정할 경우 비용이 크게 올라간다. 
 
10. 운전 가능자가 한 명이어도 괜찮다
유럽에선 미주에서처럼 장거리를 운전할 일이 별로 없다. 교대할 운전자가 없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글 고서령 기자 사진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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