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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순결했던 아쌈 ②Kaziranga 카지랑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6.18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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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다. 사람도 코끼리도 다르지 않은 모양. 엄마 따라 사파리 투어에 나선 아기 코끼리가 인상적이다
 
새벽 어스름에 초원으로 걸음을 옮겨 일출을 맛보는 카지랑가 국립공원의 코끼리 사파리
 
●Kaziranga 카지랑가
코뿔소 노니는 풍경, 이게 진정 야생이지

구와하티에서 4시간여를 달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카지랑가 국립공원Kaziranga National Park에 다다랐을 때였다. 일행 중 하나가 전에 없이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브라만푸트라강이 넉넉하게 흐르고 그 곁으로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는 이 평화로운 땅에서 왜일까.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본 해외 토픽 기사가 머릿속을 헤집는다고 했다. ‘맹수에 공격당하고 살아남은 아찔한 순간 TOP 3’ 가운데 첫 번째 사례가 이곳 카지랑가였다는 거다. 코끼리 사파리에 나선 이들이 초원 지대를 지나는데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고, 악 소리 낼 틈도 없이 뛰어 올랐단다. 다행히 모두 무사했다지만, 또 빈번히 일어나는 사고는 아니라지만, 그렇다, 카지랑가는 말 그대로 날것의 야생이 펄떡이는 곳이다.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장소지만 유러피언들에게는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생 동물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430km2너비의 카지랑가에는 인도산 외뿔 코뿔소 2,400여 마리를 비롯하여 벵갈 호랑이 100여 마리, 야생 버팔로 1,900여 마리, 아시안 코끼리 1,200여 마리, 인디아 사슴 800여 마리 등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한 약 15종의 야생 동물들이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규모면에서나 밀도면에서 압도적인 수치이다. 

지프차들이 줄줄이 시동을 건다. 이리저리 흙탕물 튄 자국이 괜히 멋있어 뵌다. 자연 그대로의 초원길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게 했다. 승차감 때문이 아니라도 카지랑가의 풍광을 두 눈에 담기에는 서 있는 편이 훨씬 나았다. 무리 지어 다니는 코끼리와 달리 외뿔 코뿔소는 대체로 저 혼자 풀을 뜯곤 했다. 제각각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있단다. 호랑이가 달려들지 않는 한 이보다 더 평온한 나절이 또 있을까. 물론 심심하지도 않다. 동물원 우리가 갖게 하는 거리감이 얼마나 큰지 다시금 느끼면서 나 자신도 자연 속 날것이 되는 느낌이 꽤 신선하다. 

지프 사파리를 끝내고 다음날 아침 코끼리 사파리를 예약하는데 세상에나 새벽 5시에 시작한단다. 뭐라고요? 몇시? 잘못 들은 거 아니겠지? 그럼 대체 몇시에 일어나야 하나?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뜬눈으로 지새우는 게 더 쉽겠다. 

비몽사몽 나선 코끼리 사파리. 제 등을 내어준 코끼리 피뚜는 떠오르는 태양을 등진 채 드넓은 초원 속으로 나를 인도한다. 뒤따르는 무리들 틈에는 엄마 따라 나선 아기 코끼리들도 있다. 코끼리를 모는 청년은 저 수풀 너머에 외뿔 코뿔소가 있다고, 저기 지나가는 사슴을 보라고 손짓으로 알려 준다. 처음엔 가물가물하게 보이던 것들이 얼마 있지 않아 선명해졌다. 여기저기 서로 먼저 발견했다고 손 들고 나선다. 칭찬받고 싶은 어린애마냥. 

눈곱을 떼는 둥 마는 둥하고 나선 길이지만 코끼리 피뚜 등 위에서 이상하리만치 개운해진다. 달리 야생이 아니구나. 자연계에서 저절로 나고 자란 생명체의 생동감이 이런 것이구나.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한다. 그때서야 아스라하게 밝아 오는 아침. 이제 나는 다시 저절로 되는 거라고는 요만큼도 없이 부단히 애써야 하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힘들다 푸념하는 날들이 이내 찾아오겠지. 그럴 때마다 나를 보듬어 주는 것들 중에 이 날의 기억이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호수가 흐르는 카지랑가의 초원. 인도산 외뿔 코뿔소 한 마리가 풀을 뜯는 여유로운 풍경
덜컹덜컹 불안한 승차감에도 앉는 것보다는 서서 즐기는 것이 훨씬 즐거운 지프 사파리
익사이팅한 지프 사파리 끝에 호숫가에서 평화로움을 만끽한다

 
▶travel info Deli & ASSAM
AIRLINE
우리나라에서 구와하티로 한 번에 가는 비행편은 없다. 일반적으로는 인도 델리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이동해야 한다. 델리에서 구와하티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 20여 분 소요. 구와하티에서 카지랑가 국립공원까지는 250km가량, 차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HOTEL
래디슨 블루 호텔 구와하티Radisson Blu Hotel Guwahati

이름난 체인 호텔인 만큼 어느 정도 이상의 시설과 서비스를 두루 갖추고 있다. 때문에 처음에는 큰 감흥 없을지 모르겠으나 이곳은 인도, 그것도 동북쪽에 치우쳐 마치 섬처럼 존재하는 아쌈이다. 더군다나 여느 대도시와 달리 아직까지는 중국인,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이다. 단적으로 델리의 래디슨 블루 호텔과 비교했을 때에도 훨씬 쾌적하다.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장점. 다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휑한 들판이다. 이따금씩 기차가 지나가는데 소음이 심하진 않다. 
National Highway 37, Gotanagar, Guwahati 781033, Assam, India
+91 361 710 0100
www.radissonblu.com/hotel-guwahati
 

national  Park
카지랑가 국립공원Kaziranga National Park

카지랑가 여행은 숙소며 사파리며 코호라 마을이 중심이 된다. 3~4월이 여행의 적기. 구와하티에서 이동하는 것부터 사파리까지 대체로 현지 여행사를 통해 진행된다. 인도관광청을 통해 정보를 얻고 예약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데다 우기가 시작되는 5월부터 8월까지는 사파리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 실제 수개월 전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코끼리 사파리(45분 소요) 05:00, 06:00, 07:00, 지프 사파리(2시간 소요) 07:00, 13:30
코끼리 사파리(입장료+가이드) 성인 Rs1,025, 아동 Rs525, 지프 사파리 4~5인승 지프 Rs1,100~2,000(구간에 따라 상이), Camera Fees 사파리별로 별도 지불, 일반 카메라의 경우 Rs500
 

FOOD
아싸미즈 탈리Assamese Thaali

원형의 금속 쟁반이나 바나나 이파리 위에 각기 다른 요리를 담은 작은 공기들을 한 상 차림으로 내놓는 식사를 ‘탈리’라고 한다. 보기도 좋고, 영양도 그만인 인도 특유의 상차림. 일반적인 인도식 탈리가 로티, 차파티, 난 등 밀가루를 반죽해 납작하게 구운 빵을 각종 달dal과 함께 먹는 차림새라면 아싸미즈 탈리는 아쌈주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쌀과 감자가 빵을 대신한다. 
 

in Deli
꾸뜹미나르Qutab Minar

인도 최초의 이슬람 왕조인 노예왕조의 술탄 꾸뜹우드딘 에이백Qutab-ud-din Aybak이 델리 정복을 기념하여 세운 승전탑이다. 힌두와 이슬람 양식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 델리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인디아 게이트India Gate 
1차 세계대전 때 영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인도인 병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낮에는 멀리서 온 관광객들이 주를 이루지만 저녁이면 먹을거리 싸들고 나온 델리 사람들의 피크닉 장소가 된다. 델리의 개선문, 델리의 센트럴파크 역할을 하는 곳.  
 
올드델리 릭샤 체험Old Delhi Rickshaw 
델리는 크게 올드델리와 뉴델리로 구분된다. 그 중 올드델리는 타지마할을 건설한 무굴 제국의 3대 황제 샤자한이 조성한 옛 성벽도시. 올드델리의 중심은 역시나 샤자한이 건설한 ‘붉은 성Red Fort’이지만 대규모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인도의 온갖 군상들을 마주할 수 있다. 200Rs 정도면 1시간가량 사이클 릭샤를 타고 올드델리의 시장통을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다. 
 
간디 추모관Gandhi Smriti 
간디가 암살당하기 전 144일을 머물렀던 곳으로 1948년 1월 30일, 저녁기도를 하기 위해 정원으로 나선 간디가 이곳에서 암살당했다. 원래 간디의 후원자였던 비를라Birla의 저택으로 비를라 가문에서 저택 일부를 기부하여 간디의 생애를 돌아보고 그의 넋을 기리는 추모관으로 조성하였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인도정부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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