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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강릉 하슬라아트월드 & 뮤지엄호텔-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불리는 호텔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5.08.1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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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슬라는 고구려, 신라 때 사용됐던 강릉의 옛 이름으로 ‘해’, ‘밝음’을 뜻한다. 
 
하슬라뮤지엄호텔의 전경. 포근한 연인상이 눈길을 끈다
호텔 앞 담의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조각상
 
세상은 넓고 호텔은 많아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후천적 경험주의자다. 세상에 호텔이 많고 많으니 이왕이면 새로운 곳에 도전하는 것이 직업상 현명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재방문객 혹은 단골이 되고 싶은 곳이 있는데, 하슬라가 내겐 그런 곳이다. 

부부이자 하슬라의 공동대표인 박신정 대표(54세)와 최옥영 강릉 원주대 미술학과 교수(56세)를 다시 만났다. 여러 번 방문해도 호텔은 매번 새롭게 느껴지고, 오히려 변치 않는 것은 이 부부의 환대 가득한 표정이다. 몇 년 새 뭐가 어떻게 변했냐고 감히 물을 수 없는 이유는, 하슬라의 변신이 항상 현재 진행형임을 알기 때문이다. 어제와 오늘이 또 다른 모습, 그러나 한결같은 정신. 그것이 하슬라를 평범한 미술관, 특이한 호텔 이상의 그 무엇으로 만들어 오고 있었다.

그래도 역사를 좀 거슬러 올라가 보자. 예술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찾아 강릉으로 내려온 것이 벌써 12년 전인 2003년.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해안가의 땅 11만 평방미터 가량을 구입해 설계를 시작했다. 작은 정원들이 있는 산책로를 꾸미고 야외 조각공원을 조성했고 26개의 객실로 이뤄진 하슬라뮤지엄호텔을 완공한 것이 2009년이다. 진화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3년 오픈한 피노키오 뮤지엄에 이어 누드 뮤지엄을 열더니, 올해 봄에는 바이오 뮤지엄도 오픈했다. 평생에 걸쳐 천천히 걸어가자는 아티스트 부부의 노력으로만 가능한 일이지, 그 어떤 거대 자본이 들어와도 불가능할 것이다.

부부가 늙지 않는 것처럼, 하슬라아트월드도 세월의 때를 입고 있지 않았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 그 느낌 그대로 모든 것이 편안하면서도 잘 관리된 느낌은 객실 내부에 들어서니 더욱 확실해졌다. 해풍을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해안가 리조트임에도 불구하고 주말마다 빈 객실이 없을 정도로 예약률이 높다. 세월에도 불구하고 호텔은 여전히 젊어 보이기만 했다.

객실에서는 전면의 통유리창을 통해 동해 바다의 힘찬 파도를 감상할 수 있고, 객실 중심에 놓인 원형 침대는 최옥영 교수의 디자인 의도대로 어머니의 자궁을 연상시킨다. 타일아트로 만든 욕조도 객실마다 디자인이 달라서 객실을 선택할 때 고려사항이다. 이 밖에도 호텔에는 눈길이 닿는 곳마다 미술 작품이 놓여 있다. 괜히 뮤지엄 호텔이 아니다. 
 
피노키오와 마리오네트는 부부의 오랜 수집품이다
시간의 광장 중심에 있는 조형물에는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다
피노키오를 소재로 그려진 풍자화 

조각에서 공간과 조경으로, 하슬라의 진화

1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강릉은 커피의 고장으로 떠올라 매년 커피축제를 할 정도인데, 하슬라 바다카페 ‘항상’의 커피 맛도 보통이 아니다. 취미 삼아 커피를 공부해 온 박신정 대표의 안목이 깊이 관여되어 있기 때문. 게다가 호텔의 ‘장張레스토랑’에서 차려내는 식사 메뉴도 예사롭지가 않다. 새로 조성한 농장에서 수확한 산야초로 효소도 담그고, 건강하게 만든 산야초 정식(2만원)도 차려낸다. 요즘처럼 소식이 빠른 세상에 이렇게 훌륭한 커피, 이렇게 건강한 밥상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는데 커피, 음식, 호텔보다는 오로지 예술 공간으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부부의 고집이 배경에 깔려 있었다. 

미술관으로서의 하슬라는 국내외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1,700여 평방미터 규모의 하슬라 미술관에서는 오랫동안 수입해 온 인형들을 전시한 피노키오·마리오네트 상설전이 열리고 있고 더불어 현대미술기획전도 다양한 테마의 작가들을 포용하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예술가 레지던스도 국내외 작가들을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으며 그들의 흔적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올해 오픈한 바이오 뮤지엄은 공간 디자인과 조경 디자인이 합쳐진 에코 뮤지엄이다. 투명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마치 온실을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식물과 작품이 한지붕 아래 사이 좋게 동거하고 있다. 빨간 고무통을 잘라서 조각조각 이어 완성한 소의 형상물이 그야말로 상징적이다.

‘예술에 눕다’라는 하슬라의 콘셉트는 부부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이다. 자신들만 쉬어 가지 않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도 곁자리를 만들고 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별장동 신축과 분양에 곧 시동이 걸릴 것 같다. H자형 빔과 컬러 유리로 만든 독특한 외관의 뮤지엄 호텔을 직접 설계한 전례를 생각하면 새로운 집에 대한 기대도 크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누울 수 있게 되기를. 그동안 하슬라는 계속 ‘밝음’이기를.
 
바이오 뮤지엄은 예술과 공간 디자인, 조경이 어우러져 있다
온실을 연상시키는 바이오 뮤지엄 입구. 올해 새로 오픈했다
 
하슬라아트월드 & 뮤지엄호텔
해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정동진에 위치해 있으며 조각공원, 카페, 호텔, 뮤지엄, 바이오 뮤지엄으로 구성된 그야말로 아트월드다. 로맨틱한 분위기 때문에 연인들의 프러포즈 패키지가 줄을 이을 정도. 하우스웨딩홀도 있다. 1층과 지하의 미술관에서는 상설전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어서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미술관학교 체험프로그램, 숲학교 등도 운영 중이라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으며 정동진을 왕복하는 셔틀버스도 운행 중이다.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산 33-1  
033 644 9411   www.haslla.kr
호텔  스탠다드스위트 1박 15~25만원  
미술관  8:30~18:30   조각공원 6,000원, 미술관 7,000원, 종합관람 1만원, 요금  미술관+공원+카페음료 13,000원
 
글·사진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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