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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슬 기자의 UnderLine] 배낭 속 추억 팔이

  • Editor. 양이슬
  • 입력 2015.08.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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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마음속에는 여러 개의 배낭이 있다. 무수한 의미를 지닌 배낭들을 마음속에 진열한다. 그리고 떠날 이유가 생길 때면, 그 배낭들을 메고 가야 할 각자의 장소가 떠오른다. 마음에 맞는 배낭을 등에 밀착시키고 뛰는 가슴을 배낭끈으로 단단하게 고정하며 한동안 그곳을 생각한다. 그러면 정말 괜찮아지기도 하니까. 하지만 매번 괜찮다는 보장 없이도 떠나고야 마는 일. 그렇게 모든 것은 또 괜찮다."
 
변종모 작가는 여행에서 되돌아온 한 사람의 하루를 여행과 함께 기록했다. 이른 새벽 천장을 바라보며 잠에서 깨어난 순간, 거울과 햇빛을 마주하며 뒹굴거리던 한때, 사거리를 빠져나와 택시에 올라타면서까지 문득문득 여행지에서 만난 그 혹은 그녀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곳의 햇볕과 바람, 온도, 향기를 옮길 수는 없지만 생활에서 스치는 여행의 기억을 통해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기를 바랐다. 

사람들이 길을 나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헤어진 연인과의 기억을 여행지에 묻기 위해, 혹은 시작한 인연과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어쩌면 지고 있던 무거운 삶의 짐을 잠시나마 길 위에 던져 버리기 위해 나서기도 한다. 시작은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를 품고 있을 테다. 그들이 더 멀리, 더 많은 것을 보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행이 일상인 작가는 여행을 멈추어야 할 때도 있었다. 여행 중 친한 친구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 졸이며 한국행 티켓을 끊었던 것.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낯선 것을 받아들이기 전에 먼저 익숙한 것을 자세히 보아야 한다는 것을. 뭄바이에서 거울 속 약해진 자신을 마주했을 때 남은 여정이 아쉬웠음에도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되돌아온 후, 그는 한동안 몸져누웠지만 뜨거웠던 인도의 기억으로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꼈다. 얼마 뒤 그는 다시 흔들렸고, 어느새 길 위로 나섰다.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여행. 으슥한 파리 뒷골목의 소매치기, 어두운 길눈으로 갈 곳 잃은 발걸음, 오르지도 못할 산꼭대기에 자리했던 미리 예약한 숙소 등 서늘한 걱정들도 따르지만 그럼에도 또다시 주섬주섬 여행가방을 싼다. 낯선 짜릿함을 다시 느끼기 위해, 길 위의 기억을 차곡차곡 담아 일상에서 풀어놓기 위해, 여행 후 깨닫는 일상의 소중함 혹은 이따금씩 스치는 기억의 행복을 마주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작가의 말처럼 그저 떠나는 것만으로도 괜찮기 때문은 아닐까. 

글 양이슬 기자  자료제공 시공사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오랜 시간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며 여행하듯 사는 저자는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등 5권의 저서를 통해 여행을 기록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일상에서 매 순간 여행을 기억하는 저자. 새벽이 오는 시간부터 다시 새벽이 되기까지 일상과 여행의 기억을 담았다.
변종모│시공사│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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