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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경 기자의 On Air] 경계 너머의 존재들

  • Editor. 차민경
  • 입력 2015.11.0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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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X-Men: Days of Future Past
 
 
뿔도 없고, 초능력도 없는 ‘평범한’ 인간들에게 돌연변이는 위협적인 대상이다. 손등에서 뽑아내는 칼날에 단숨에 목이 베일 수도 있고, 초능력자의 손짓 하나에 날아온 자동차에 깔릴지도 모른다. 그런 위협을 실제로 받지 않았더라도, 위협의 가능성이 있으니 손을 써야 하는 법. 어쨌든 머릿수로는 평범한 인간들이 주류다. 돌연변이를 멸종시키는 것이 답이다.
 
여러 갈등 구조가 <엑스맨> 시리즈 안에 녹아 있지만 모든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은 일반인과 돌연변이의 갈등이다. 주인공 울버린이 지칠 새도 없이 계속 싸워야만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돌연변이로 태어났기 때문에 표적이 됐고, 생존하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 <엑스맨>의 허구적 상상력은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관객들은 불합리와 싸우는 울버린을 응원했고, 가장 최신 시리즈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결국 돌연변이 세계를 구해냈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응당 그렇게 돼야 할 일이었다는 만족감과 함께 말이다. 영화 속 돌연변이 세계는 제 자리를 찾았건만, 현실 세계는 아직도 엉망진창이다.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이 지난 9월2일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지 두 달이 지났다. 모래에 조용히 엎드린 아이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이가 입은 빨강, 파랑색 옷의 황당한 경쾌함 때문에 더욱 몸살을 앓았더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에 ‘난민’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졌다. 유럽 사회는 난민 수용에 대한 논의에 불을 붙였고 그동안 난민을 수용하지 않았던 국가들, 대표적으로는 독일이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며칠 만에 수만명의 난민들이 밀려들어 오면서 독일은 문을 다시 닫아 버렸다. 오랫동안 유럽 땅의 골칫거리 중 하나가 이민자 문제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가슴은 뜨거울지언정, 머리는 차가운 것이다. 슬프게도.

시리아 난민 문제를 바라보면서 <엑스맨>을 떠올렸다. 비굴하고 처절한 생존이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정치적이어서 몇몇 영웅의 활약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법이다. 철학자 한병철은 “시리아 난민 문제는 글로벌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중동 지역의 석유나 가스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러시아와 미국의 패권 싸움이 중동 난민 문제와 깊이 연관돼 있다. 우리나라가 에너지 수입률이 높다는 점이 아니어도 글로벌 자본주의 덕에 사거나 파는 물건들, 심지어는 여행을 생각하면 우리 또한 이 사태를 만든 간접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돌연변이는 유럽 땅의 난민으로도, 우리 땅의 이민자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소외된 모두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혹 관심이 생기신다면, 난민과 관련된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호텔 르완다Hotel Rwanda>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월22일에는 프랑스로 건너온 스리랑카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디판Dheepan>이 개봉했다.   
 
 

감독 브라이언 싱어Bryan Singer
SF, 모험, 액션, 판타지 | 134분
12세 관람가 | 2014년 5월22일 개봉
출연 휴 잭맨Hugh Jackman 
        제임스 맥어보이James McAvoy 
        마이클 패스벤더Michael Fassbender
 
글 차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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