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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어디에도 없을 초록 위로③훔볼트 카운티-숲에 안기면 힘이 생기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11.1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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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볼트 카운티 Humboldt County
숲에 안기면 힘이 생기지
 
마린 카운티, 멘도시노 카운티 모두 아름답지만,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훔볼트 카운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레드우드 주립 & 국립공원Redwood National & State Parks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축복이었다. 
 
록펠러 숲을 가득 메운 레드우드는 웅장하고 우아하다
쓰러진 나무의 기둥을 갈라 길을 냈다. 나무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곳곳에 자라나는 이끼들은 숲에 싱그러움을 더한다
숲은 오감을 적극적으로 동원할수록 평온하고 신비롭다. 솔방울 향기를 맡고 있는 하이커의 모습
 

그 나무의 이력

레드우드에 대해 알아보자. 레드우드는 1억년 전부터 살아왔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한국 이름은 미국삼나무. 캘리포니아 해안에 분포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수종으로 고생대부터 이곳을 지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맑은 날은 1년에 1.8m나 자랄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 가뭄 때는 태평양의 습기를 전력을 다해 빨아들여 버티고, 곰팡이와 벌레가 번식하지 못하는 나무의 특성 덕에 불에 탄 뒤에도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다. 화재와 가뭄의 위험이 극적인 순간에는 모母나무가 자子나무를 틔우고 자가복제하는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 그러나 벌레와 불에 강한 나무의 장점은 나무 자신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됐다. 껍질을 벗기면 최대 30cm 두께의 면으로 뜯어지고 나무 자체가 튼튼했기에 목재로 사용하기에 이만한 게 없었다.
 
미국의 산업화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재건 당시 고생대부터 살아온 대부분의 레드우드가 벌목됐고 현재는 5%만 남아 있는 상태다. 미국 정부는 레드우드의 벌목을 금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1968년, 캘리포니아 내의 레드우드 서식지 일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했고 이후 세 개의 주립공원을 병합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훔볼트에서 먼저 들른 곳은 레드우드 주립공원의 록펠러 숲. 이름 그대로 록펠러의 기부로 보존된 숲이다. 숲으로 들어서는 입구의 도로는 양옆으로 레드우드가 많아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차에서 내려 처음 맞는 들숨은 쾌청하고 알싸했다. 코로 탄산을 들이킨다면 비슷할 느낌일 정도로 자극적이다. 이 공기를 맡으며 한 시간만 걸어도 새사람이 될 것 같았다. 레드우드가 빼곡한 숲은 신비로움을 넘어 영험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숲으로 들어선 사람들은 거인국에서 온 것 같았고 나무가 사람의 말로 이야기를 건네도 이상할 게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곳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115m. 1분을 부지런히 걸어야 생을 마감하고 쓰러진 나무 하나를 지날 정도로 나무들의 규모는 엄청나다. 쓰러진 거대한 나무 위에선 옹기종기 새 생명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유모 나무Nursery Tree’라고 부른단다. 짧게는 100년, 길게는 1,000년 동안 거름이 되어 새로운 나무들의 영양분이 되는 까닭이다. 
 
주립공원 안의 록펠러 포레스트에는 새들이 찾아들지 않는다. 낙엽층이 두꺼워 벌레가 서식하지 못하는 데다 벌레가 살기 열악한 환경의 레드우드만 밀집해 있기 때문이란다. 숲은 적막하다. 바람이 불면 잎이나 잔가지 떨어지는 소리가 숲에 울릴 정도다. 
 
주립공원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는 레이디 버드 존슨 그로브 트레일Lady Bird Johnson Grove Trail은 조금 더 활기차다. 이곳은 레드우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의 나무와 식물들이 공존해 온전한 숲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신비로운 기운은 조금 덜 하지만 더 아늑한 느낌이다. 레인저와 함께 걷는 동안 레드우드 이야기와 그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식물군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레드우드 나무의 빠른 성장 속도 때문에 숲에서 보이던 해안선이 가려진 이야기, 레드우드의 줄기에서 자라난 자나무는 바람에 약해 잘 부러지기 때문에 강풍이 부는 날에는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이야기, 불에 탄 다른 종의 나무는 죽지만 레드우드는 살아남아 오리나 거위를 키우는 공간이 된다는 이야기 등을 들으며 트레킹을 마쳤다. 
 
훔볼트만을 항해하면서 만난 카슨 저택
훔볼트 베이 방문자 센터에서 맛볼 수 있는 신선한 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바를 가보려면 크루즈를 탈 것!  
 
훔볼트의 맛있는 유혹

훔볼트에는 굴이 지천이다.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최고 영양식의 생산량은 어마어마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소비되는 구마모토 굴의 70%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덕분에 올드타운과 훔볼트만이 있는 유레카Eureka의 가로수 밑은 어느 곳을 막론하고 굴 껍데기로 뒤덮여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소스로 양념된 신선한 굴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카페 콘셉트로 꾸며진 훔볼트 베이 방문자 센터Humboldt Bay Tourism Center에서는 굴 요리와 함께 인근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만든 치즈, 로컬 브루어리의 맥주 등을 판매한다. 

출출했던 속을 간단히 달랬다면 다음 목적지는 방문자 센터 앞에 펼쳐진 유레카 올드타운. 미국 최대의 국립 사적지로 총 49개의 블록에 걸쳐 쇼핑몰, 식당, 갤러리, 박물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가장 유명한 건축물은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어진 카슨 저택Carson Mansion. 벌목업으로 부를 축적한 윌리엄스 카슨이 1884년 지은 건물로 올드 타운의 가장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나무를 가득 싣고 출항하는 배를 보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세월이 지나고 1960년, 유지와 보수가 어려워진 맨션은 헐릴 위기에 처했지만 동네의 부유층들이 모여 이를 매입했고 이후 인고말 클럽Ingomal Club이라는 이름의 프라이빗 클럽 하우스가 됐다. 이층 거실의 흔들의자에는 안주인이던 사라 칼슨의 영혼이 출몰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훔볼트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는 크루즈를 추천한다. 훔볼트만이 있는 유레카 주변에서 번성한 목재업, 굴 양식업 등의 역사 이야기와 만 주변에서 서식하는 해양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시간 가량 느긋하게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미국에서 운항하는 크루즈 선박 중 가장 오래된 배에서는 캘리포니아주가 승인한 가장 작은 바를 운영하고 있어 인기가 많다. 상냥한 바텐더가 만들어 준 칵테일에 취기가 올랐다. 오래되고 낡았지만, 그 가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배가 성조기를 펄럭이며 떠다니는 풍경은 꿈인 듯 몽롱해졌다. 
 
▶travel info
AIRLINE
세 지역의 관문은 샌프란시스코로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직항을 매일 운항한다. 
 

HOTEL
벤보우 히스토릭 인Benbow Historic Inn

클래식한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훔볼트의 벤보우 히스토릭 인이 정답이다. 1926년 문을 연 이곳엔 배우 클라크 케이블, 스펜서 트레이시를 비롯, 미국의 31대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와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인 엘리나 루스벨트 여사가 다녀갔다. 객실 내부 역시 클래식한 오브제들로 가득하다. 오래전 놓은 우아한 형태의 돌다리를 조망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다리 주변으로는 레드우드들이 곳곳에 있어 운치를 더한다. 
 445 Lake Benbow Drive, Garberville, CA 95542
 +1 800 355 3301
 

FOOD
닉스 코브 레스토랑Nick’s Cove Restaurant

해안을 접한 마린 카운티, 멘도시노, 훔볼트 모두 해산물이 풍성하게 나는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꼭 맛봐야 할 것은 단연 굴. 마린카운티의 닉스 코브 레스토랑에서는 바로 옆의 굴 양식장에서 갓 채취한 굴을 직접 까서 먹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껍데기가 딸깍! 하고 열릴 때 은은히 퍼지는 바다 내음과 희열은 굴 좀 까 본 사람만 안다.
 23240 Highway 1, Marshall, CA 94940  
 +1 415 633 1033
 
카페 원Cafe One
아메리칸 브렉퍼스트에 대한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키는 곳으로 멘도시노 관광청 직원인 도나씨가 적극 추천한 레스토랑이다. 인근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재료로 신선한 아침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아침과 브런치만 전문으로 하는지라 영업시간이 짧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753 N Main St, Fort Bragg, CA 95437  
 +1 707 964 3309
 

DRINK
로스트 코스트 브루어리Lost Coast Brewery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크래프트 비어 브랜드로 캘리포니아의 훔볼트 카운티에 기반을 두고 있다. 라벨에 새겨진 인도코끼리가 인상적인 이 브랜드는 미국 내 22개 주, 캐나다 3개 주를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한국, 프랑스에 맥주를 수출하며 나날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디카 IPA 생맥주 외에도 수박 맛, 자몽 맛, 라즈베리 맛 등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새로 이전한 브루어리에서는 2015년 말부터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유레카에 위치한 로스트 코스트 브루어리 & 카페에서는 브루어리에서 생산되는 모든 종류의 맥주와 그에 어울리는 다양한 안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1600 Sunset Rd Eureka, CA 95503 
 +1 707 267 9651
 

Chocolate
딕테일러 수제 초콜릿Dick Taylor Craft Chocolate

카카오와 사탕수수당, 이 두 가지 재료만 사용해 기막힌 초콜릿 맛을 내는 집이다. 험볼트에서 시작했지만 캘리포니아 전역으로 이름을 떨치는 중이다. 45분 동안 초콜릿 제조 공정을, 15분간 초콜릿 테이스팅을 즐길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먹기 아까울 만큼 예쁘게 만들어졌다. 포장 역시 뜯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4 W 4th St Eureka, CA 95501 
 +1 707 798 6010
 www.dicktaylorchocolate.com  
 
에디터 김기남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문유선 
취재협조 미국관광청 한국사무소 www.discoveramerica.co.kr,
캘리포니아관광청 한국사무소 www.visitcalifornia.com/kr, 아시아나항공 flyasi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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