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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달인] ‘감성사진’의 달인 청춘유리-길 위의 행복을 담는 청춘

  • Editor. 고서령
  • 입력 2016.05.04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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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행복을 담는 청춘
‘감성사진’의 달인 청춘유리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던 청춘은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행복을 사진에 담았다.
 
터키 페티예. 그래, 한 번 뛰어 보는 거다! 에메랄드빛 바다 욜루데니즈로부터
 
 
사진이 참 예쁘다. 배경도, 사진 속 주인공도. 그저 나의 여행 속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찍은 사진인데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다. 여행 중에 이렇게 자기 사진을 많이 찍는 이유가 있나? 스스로 여행에 미쳤다고 말할 정도로 여행을 좋아한다. 너무나 간절히 가 보고 싶었던 곳, 그곳에 실제로 가 있는 나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는다. 꿈만 꾸던 장면 속에 내가 있구나, 꿈이 현실이 되었구나, 그걸 확인하는 거다.
 
언제부터 그렇게 여행을 좋아했나? 18살에 한 달 동안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갔었다. 조그마한 구멍가게와 논밭밖에 없는 시골마을이었는데, 마을을 걸으면서 음악을 듣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이 시간이 온전히 내 것 같다는 느낌을 그때 처음 가져 봤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다짐했다. 어른이 되면 정말 많은 나라를 가 보자고.
 
그럼 스무 살부터 여행을 다닌 건가. 아니다. 10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는데, 한창 취업난이 심화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모든 사람들이 좋은 학점을 받고 좋은 회사에 취업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부에 집착했다. 그게 지나친 나머지 스트레스성 위장질환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그때 응급실에 누워 깨달은 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행복해지진 않는다는 거였다. 생각해 보니 일본 시골마을을 걸으며 음악을 들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더라. 그래서 여행을 시작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학생이었는데, 돈이 있었나? 모든 학교 수업을 일주일 중 이틀에 몰아넣고 나머지 5일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웃렛 매장에서 옷 파는 일, 학원 데스크, 피자 가게 등등 닥치는 대로 다 했다. 8개월 동안 모은 800만원을 들고 22살 봄에 아일랜드로 떠났다. 더블린 인근에 집을 구해 살면서 중간중간 유럽 각국을 여행했다.
 
1 프랑스 파리. 너도 나를 스쳐가는 바람이었을까, 루브르 미술관에서  2 필리핀 보라카이. 이 시간을 잡고 싶었던 내가 잡은 그림 같은 구름  
프랑스 파리. 수도 없이 꿈꾸었던 에펠탑 앞에 서서

그래서, 행복해졌나? 음…, 행복했던 순간은 2% 정도고, 나머지 98%는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800만원으로 거의 1년을 여행했으니, 얼마나 돈을 아꼈겠나. 한 달에 5만원으로 식비, 교통비 충당하면서 맨날 식빵이랑 쨈만 먹고 살았더니 건강이 나빠졌다. 돈이 없어서 그 여행지에서 유명한 공연도 못 보고, 꼭 먹어 봐야 하는 음식도 못 먹고, 내 돈 내고 술도 한 잔 못 마셔 봤다. 정말 거지처럼 살았다. 또 성추행, 소매치기 등등 온갖 일을 다 겪었다.
 
그건 여행이 아니라 고행 같은데…. 맞다. 여행이 아니었다. 그렇게 1년 동안 꾸역꾸역 다니다가 이건 그냥 내 욕심 채우려는 억지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예쁜 곳에 가면 재밌고 행복하기도 하고 좋기도 했지만, 힘들 때가 훨씬 많았다.
 
그런데 사진에선 그런 고생이 하나도 안 보인다. 예쁜 옷 입고 사진 찍기 좋아하는, 돈 많아서 세계 각국 여행 다니는 여대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오해를 많이 받는다. ‘금수저’라서 그렇게 여행 다닐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비난도 듣는다. 억울하지만 사진만 보면 그렇게 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사진을 보면 옷이 많아 보이는데, 내 옷은 대부분 여행 중에 플리마켓에서 5유로 주고 산 것들이다. 1만원 넘는 옷이 거의 없다. 돈이 있으면 다 모아서 여행하는 데 쓴다.
 
1 중국 상하이. 인민공원의 햇살은 너무 눈부셨지  2  그리스 자킨토스. 내 생애 가장 빛나는 것을 본 날  3 라오스 방비엥. 블루라군으로 이어지던 길에서 만난 방비엥 최고의 스폿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이렇게 예쁜 사진을 찍은 걸 보면 사진을 참 잘 찍는 것 같다. 여행을 시작할 때 사진의 ‘시옷’ 자도 몰랐고, 카메라는 35만원 주고 구입한 캐논 450D 중고였다. 처음에는 관광명소 앞에 서서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는데, 정지된 느낌과 굳은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셀프타이머를 맞춰 놓고 연속촬영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예쁜 장면 속에 내가 담기는 게 좋아 즐기면서 찍다 보니 종종 좋은 사진들이 얻어 걸린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터득한 자신만의 감성사진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연속 사진이 찍히는 10초 동안만큼은 내가 모델이 되는 것.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고 그 순간 느끼는 감정들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것. 그러면 되는 것 같다.
 
셀프타이머를 맞춘 사진기는 주로 어디에 설치하나?  배낭 위에 올려놓거나, 나무 위에 걸어 놓거나, 우체통 위에 올리거나, 갖고 있는 옷가지를 쌓아 놓고 그 위에 올리거나. 올려 둘 곳이 없을 땐 사진기의 스트랩을 돌돌 말아 사진기를 비스듬히 기대서 각도를 조절한다. 비싸고 무거운 삼각대는 나에게 사치다. 주변에 있는 것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렇게 찍은 여행사진으로 SNS 스타가 됐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글과 함께 SNS에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었다. 팔로워는 페이스북 4만8,000명, 인스타그램 1만7,000명 정도다.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행과 행복을 주제로 강연도 하게 되고, 클라우드펀딩을 통해 <그대의 봄>이라는 여행사진집을 독립출판하기도 했다. 400만원을 모으는 게 목표였는데, 800만원이나 모였다. 500권 한정 출판한 책은 모두 팔려 품절됐다. 오는 8월 말에 또 다른 여행에세이집을 정식 출판할 예정이다.
 
이제는 행복한가? 여행을 하기 전에는 여행길 끝에 행복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행복은 거기에 없더라. 여행을 하면서 행복은 지금 걸어가는 길 위에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나중에 어떤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지금 두 팔, 두 다리 다 달려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진심으로 행복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나와 같은 20대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틀린 길이 아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다. 또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여행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친구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은 ‘여행은 시간과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고 쉽게들 말하는데, 용기는 충분히 있지만 여행을 갈 수 없는 친구들이 많다. 내가 돈을 벌면 그런 친구들을 여행 보내 주고 싶다. 언젠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여행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다.  

청춘유리 달인
실명 원유리.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관광학과 10학번. 휴학, 여행, 복학을 반복하느라 아직 졸업하지 못했지만 오는 여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조기 졸업할 예정이다. 처음 ‘청춘, 유리’라는 닉네임을 썼을 때 친구들로부터 ‘오글거린다’는 욕을 엄청나게 들었지만 이제는 자신을 알리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요즘은 언제까지 ‘청춘유리’ 할 거냐, 이제는 ‘원숙유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원성을 듣지만 괜찮다고. 청춘에는 나이가 없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charmingyuri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travel_bellauri 
 
글 고서령 기자  사진제공 청춘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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