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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여행-행복하려면 떠나라!

  • Editor. 김예지
  • 입력 2016.06.2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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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여행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오롯이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가 필요해서다. 그렇다면 항상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배우들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세 남자의 유럽 여행 에피소드를 담은 음악극 <유럽블로그>를 클릭했다. 시종일관 유쾌한 세 배우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여행은 지나가 버리면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다”
 
아직 <유럽블로그>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동현- 각자의 사연을 가진 세 명의 남자가 따로따로 유럽으로 갔다가 우연히 만나 함께 동행하는 이야기다. 그 속에서 세 사람은 ‘진짜 여행’을 하게 된다. 여행블로그를 운영하는 종일이 자신의 여행 경험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고 동욱, 석호와 함께했던 여행 에피소드로 극이 이어진다. 종일이 극의 전체적인 재미 요소를 담당한다면 동욱은 드라마틱한 요소를 담당한다.

‘진짜 여행’? 그게 뭘까?

동현- 종일이 말하는 진짜 여행은 ‘지나가 버리면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다. 여기저기 관광 명소를 다니며 발자국 찍는 식의 여행이 아닌 ‘느끼는 여행’이다. 그래서 결국엔 행복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지금 행복하려면 용기를 가지고 떠나라’는 게 <유럽블로그>의 메시지다.
 
“여행은 일상적이지 않은 감정을 끌어내 준다”
 
공연에 앞서 배우들이 열흘 동안 함께 유럽 여행을 했다던데.

남호- 파리-스위스-이탈리아(시칠리아, 피렌체, 로마, 소렌토, 포지타노 등)-런던 일정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여러 번 가 본 스폿이라 익숙해서 여행지에 대한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했다는 의미가 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여행을 다녀와서 무대 위에 섰을 때 가끔 울컥할 때가 있더라는 것. 나도 모르게 같은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눈물이 나더라. 종소리가 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그 소리만 들으면 눈물이 난다. 여행은 일상적이지 않은 감정을 끌어내 주는 것 같다. 

종혁- 이번 여행은 사실 눈이 호강하는 극기훈련이었다. 개인적으로 여기저기 다니는 관광 말고 한 곳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여행을 선호하는데, 일정상 바삐 돌아다녀야 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스위스의 인터라켄이 정말 좋았다. 평소 볼 수 없었던 풍경에서 압도적인 감동이 밀려 왔달까. 콜로세움처럼 너무 익숙한 명소에서는 오히려 감동이 떨어졌었다. 

동현- 다른 공연 스케줄 때문에 함께 가지 못했다. 다들 유럽 여행 하고 있을 동안 집에서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했다. 공연 끝나고 제주도 올레길이라도 가고 싶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공연에서 내가 맡은 ‘종일’ 역이 여행에 아주 빠삭한 인물이다. 

동현씨는 많이 아쉬웠겠다. 어떤 여행지를 좋아하는가.

동현- 예스러운 곳이 좋다. 오랜 시간을 견뎌낸 건물들이 좋다. 서울 사근동이란 곳이 있는데 거기에 달동네가 있다. 어렸을 적 그 동네 가까이 살았었는데 얼마 전 친구들이랑 사진 찍으러 가 보니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라. 향수 어린 감정, 새로운 곳보다는 오래된 곳, 그 장소만의 역사가 있는 곳이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종혁이는 콜로세움이 너무 익숙해서 감동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나는 사실 조금 다르다. 콜로세움에 가면 옛날 사람들이 전투하는 장면, 관객들이 환호하는 소리 등이 오감으로 느껴질 것 같다. 

종혁- 그럼 형한테는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추천한다. 딱 형이 원하는 곳이다!
 
 
“긴 여행을 다녀오면 뭐라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가 생긴다”
 
극 중 캐릭터들도 여행을 통해 변화하는 것 같다. 여행은 어떻게 사람을 바꾸는 걸까?

남호- 여행을 좋아해서 자주 다닌다. 작년에 ‘나를 찾아서’라는 명목으로 일본에 1년 동안 가 있었다. 여행 겸 언어공부 겸 살아 봤던 긴 여행이었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다 보니 회의가 드는 시점이기도 했었다. 일본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돌아와 보니 뭐라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가 생겨 있더라.

동현- 나도 그런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다. 공연차 일본에 가서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돌아와서 정말 그전에 없었던 마음이 생겼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 여행은 그런 에너지를 얻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여행은 이야기하면 할수록 더 가고 싶어지는 요물이다. 각자 아껴 둔 여행지가 있다면?

남호- 스페인은 허니문용으로 아껴 뒀고, 언젠가 아이슬란드에 가서 오로라를 보고 싶다. 정작 아이슬란드에 가서 한 달을 있어도 오로라를 못 보는 경우가 있다더라. 오로라를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 진짜 꼭 하고 싶은 일이다.

종혁- 남미나 아프리카, 오세아니아를 가고 싶다. 미국은 몇 번 갔는데 의외로 뉴욕에 가볼 기회가 없었다. 타임스퀘어 같은 곳, 그러니까 가장 미국다운 도시 느낌의 미국을 만나고 싶다. 뉴욕 관련 연극 때문에 뉴욕에 간다고 기사 좀 미리 내 주면 안 되나? 진짜 뉴욕 좀 가보게.(웃음)  

동현- 네덜란드나 이탈리아에 가고 싶다. 이탈리아의 경우 특히 해안가에 있는 도시에 가고 싶다.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명작이라고 꼽는 <시네마천국>의 촬영지가 시칠리아에 있다. 영화에 나온 장면도 장면이지만 그 옛날 영화 속에 ‘토토’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가 지금 거기서 레스토랑을 하고 있다더라. 어렸을 적 영화 속 토토를 여행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여행에서는 항상 ‘내’가 주인공인데, 공연장에서 관객일 뿐이다. 공감을 끌어내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남호- 아니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관객들의 공감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공연을 보는 입장이긴 하지만 자신의 여행 경험을 떠올리게 되고 결국 ‘나’의 이야기라는 1인칭이 되는 것 같다. 
 
“어디든 셋이서 함께 여행해 보고 싶다.
이거야말로 서로에 대한 최고의 칭찬 아닌가” 
 
<유럽블로그>는 3인조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음악극이다.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동현- 음악극은 처음이라 그 자체가 도전이다. 정말 노래를 못하는데 연습하는 동안 노래가 많이 늘었다. 처음에 워낙 못 했으니 주변 사람들이 기대치가 없어서 더 많이 늘었다고들 하는 것 같다.
 
종혁- 나도 뮤지컬은 했지만 음악극은 처음이다. 뮤지컬은 이미 노래가 나온다는 설정이고, 관객들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대사를 하다가 언제라도 노래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음악극은 다르다. 대사를 하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면 극 중 상황이 어색해진다. 특히 동욱 캐릭터의 경우 명문대 출신의 대기업 회사원인데 여행 와서 갑자기 뜬금없이 노래를 하는 게 어색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일부러 “아! 이런 풍경을 보니 노래가 나오네!” 같은 대사를 먼저 하고 노래를 부를 때도 있다.
오글거리지만 훈훈하게, 서로에게서 칭찬을 해 준다면?
 
동현- 캐스팅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혁과 남호 둘 다 성실하고 프로페셔널해서 후배인데도 불구하고 배울 점이 많다. 종혁이는 아이돌 활동도 했고 얼굴도 많이 알려진 배우라 처음에 선입견이 좀 있었는데 그 선입견을 완전히 깼다. 정말 인간적이고 겸손하다. 남호는 그냥 순수하다. 보고만 있어도 정화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마도 남호가 여행을 좋아해서 이렇게 순수한 게 아닐까?

남호- 종혁은 나랑 닮은 점이 너무 많다. 비슷하면 안 좋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그냥 잘 맞는다. 동현은 연극 무대에서 20년이 넘도록 한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는 게 너무 대단하다. 근데 더 대단한 사실은 출연진 중에서 가장 열심히 연습한다는 거다. 같이 연습하면서 충격과 자극을 받곤 한다. 경력이 오래 됐다고 절대 거만하거나 하지 않다. 나도 원래 ‘한 열심’ 하는데 동현에게 그 자리를 빼앗겼다. 

종혁- 남호가 말했듯 동현의 장점은 거쳐 온 시간이다. 풍부한 경험만큼 달란트를 가지고 있다. 크게 애쓰지 않아도 자신이 가진 것 중에서 그냥 하나씩 꺼내 쓰는 느낌이다. 그런데 열심히 하기까지 하니 배울 점이 많다. 동현과 남호, 이 두 사람과 함께 다시 한 번 여행을 가고 싶다. 아무리 친한 사람도 함께 여행가면 싸운다고들 하지 않나.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다. 그러니 이건 정말 최고의 칭찬이다, 하하!  
 

김동현은 20년 이상 연극 무대를 지키고 있다. 연극 <청춘, 간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헤비메탈 걸스> 등에서 탁월한 연기실력을 입증받고 있는 배우다. 음악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맡은 종일은 버스 몰래 타고 안 걸리는 법, 로마에서 오락실 찾기, 돈 떨어지면 구걸하는 법 등 선구자(?)적 세계여행 팁을 전수하는 여행블로거다. 
 
 
주종혁은 아이돌 가수 출신으로, 뮤지컬 <머더발라드>, <아가사>, 연극 <데스트랩> 등에서 매력적인 연기와 탄탄한 가창력을 선보였다. 그가 맡은 동욱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지만, 회의감에 도망치듯 여행을 떠나는 캐릭터다. 
 
 
김남호는 연극 <올모스트 메인>,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풀하우스> 등에서 특유의 활기찬 에너지를 보여 주었고, 1년간의 일본 여행 후에 다시 무대에 섰다. 그가 맡은 석호는 유학을 갔다가 바람난 여자친구를 찾으러 무작정 파리로 떠난다. 종일과 동욱과는 다르게 ‘특별한 목적’으로 떠나게 됐지만 그곳에서 진정한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유럽블로그>는 3개의 역할을 9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멀티 캐스팅, 크로스 캐스팅 연극이다. 초연부터 참여한 김수로, 강성진을 제외하면 매번 새로운 배우들이 참여해 왔다. 본격적인 공연 연습에 앞서 지난 5월에 열흘 동안 함께 유럽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참고로 <트래비>가 만난 3명의 배우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가장 가까운 공연일은 7월26일이다. 
 
 
<유럽블로그>
17번째 무대를 준비하는 김수로 프로젝트와 <인디아 블로그>,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선보였던 연우무대의 합작 시리즈 음악극. 2013년 초연과 2014년 재연에 이어 세 번째 공연으로 돌아왔다. 

공연기간 2016년 7월8일(금)~10월2일(일) 
공연장소 대학로 티오엠 1관 
연출 이재준 극작 정민아 작곡/음악감독 이진욱 
출연 김수로 강성진 김동현 강태을 조풍래 
        주종혁 김기방 김남호 김보강
문의 02 548 1549
 
정리 김예지 인턴기자  에디터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장소협찬 그림가게.미나리하우스 www.minarihou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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