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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④랄리벨라 Lalibela-에티오피아정교의 성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8.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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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libela 랄리벨라 
에티오피아정교의 성지 
 
3,000m급 봉우리가 이어지는 산간 도시, 에티오피아정교의 성지이자, 주민 모두가 에티오피아정교를 믿는 랄리벨라까지는 험준한 능선을 굽이굽이 올라야 했다. 
 
정십자가 모양이 압권인 성 기오르기스 교회
교회군 통로
 

도착한 날은 마침 주말. 랄리벨라 마을에는 마치 오일장처럼 매주 토요일마다 장이 선다. 주민들은 각자 기른 농산물과 가축을 끌고 멀게는 네 시간을 걸어 이곳까지 온다. 조그만 시골 장터라 여겼는데 그 규모에 입이 쩍 벌어졌다. 

에티오피아의 주식인 인제라를 만드는 곡물 테프(Teff)도 있고, 아랍과의 교역으로 발달한 각종 향신료와 커피 원두, 과일과 채소, 기념품과 중국에서 들여온 생활용품까지 없는 게 없다. 한쪽에는 소, 양, 나귀를 사고 파는 가축시장도 있다. 그러나 한 달 2만원에 불과한 이곳 노동자 월급으로 일 년치 급여의 소 한 마리를 선뜻 사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랄리벨라가 유명한 이유는 기독교 유적의 걸작으로 꼽히는 암굴교회군(群) 때문이다. 7세기 에티오피아에서 기독교가 쇠퇴하는 동안 이슬람은 아라비아 반도에서 세력을 팽창시켜 갔다. 악숨 제국 붕괴 후 암흑기가 이어졌던 에티오피아가 부활한 것은 13세기 자그웨(Zagwe)왕조 때다. 에티오피아의 7대 국왕 랄리벨라1181~1221년가 통치하던 시기는 전성기였다. 수도는 로하(Roha)라는 과거의 이름을 버리고 왕의 이름을 따 랄리벨라로 불리기 시작했다. 

신앙심이 깊었던 왕은 암굴교회를 만들었다. 그는 꿈에 제2의 예루살렘을 건설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전해지는데, 사실 이슬람 세력에 의해 예루살렘으로의 순례가 어려워지자 제2의 예루살렘을 건설해 신앙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직접 교회 건설을 감독한 왕은 팔레스티나와 이집트의 기술자 등 4만명을 동원해 교회를 지었는데 완공까지는 120년이 걸렸다. 

암굴교회군은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이름을 그대로 딴 강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에 각 5개, 그리고 언덕 위에 1개가 세워졌다. 화산재가 굳어져 부드러운 응회암 지대를 깎아 들어가며 세운 교회들은 미로와 같은 길로 연결되고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가장 규모가 큰 메드하네 알렘 교회(Bet Medhane Alem)는 그리스 신전의 형태다. 가로 22m, 세로 33m, 높이 11m로 32개의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는데 하나의 바위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거대하고 규칙적이다. 

마리암 교회(Bet Maryam)는 악숨 제국의 문양이 새겨진 창, 내부의 프레스코화와 기둥 조각들이 특히 아름답다. 교회들 중 가장 뛰어난 건축미로 평가받는 성 기오르기스 교회(Bet Giyorgis)는 만드는 데만 100년 이상이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땅 표면으로부터 가로와 세로 12m의 정 십자가 모양을 수직으로 파 내려갔는데 그 정교하고 우아한 형태가 단연 압권이다. 강 건너에 자리한 아마누엘 교회(Bet Amanuel)는 전통적인 악숨 양식으로 조각한 형태가 생생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대미를 장식이라도 하듯 가이드 아사파는 ‘이제부터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겠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라는 그의 말을 믿고 조심스럽게 들어선 지하통로는 칠흑 같이 어두웠다. 조명도 켜지 않고 오로지 감각으로 가야 하는 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은 자꾸만 땅에 붙고 손은 벽을 움켜쥐기 바빴다. 땅에 다다랐을 때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 불가사의한 건축물들을 다시 뒤돌아보았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걸음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는 속인은 결코 깨닫지 못할, 저 견고한 신앙의 힘이란 대체… . 
 
성 기오르기스 교회는 땅 표면으로부터 수직으로 파 내려가는 방식으로 만드는 데 100년 이상이 소요됐다
매주 토요일에 서는 랄리벨라의 장터
프레스코화와 섬세한 조각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마리암 교회
성 마리아 축일을 앞두고 의식을 진행 중인 정교회 신도들
사제가 정교회 십자가를 보여 주고 있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에티오피아항공 www.ethiopianairlin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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