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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삼천포로 가는 길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10.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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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친절했다. 행여 공항행 열차를 놓치기라도 할까 봐 호텔 직원은 열차 시간표에 우리가 타야 할 열차까지 표시해 주었다. 이틀간의 오사카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 회의가 늦어져 비행기 시간이 조금 걱정되던 참이었다. 다행히 호텔 바로 앞 역에서 쾌속 열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안심이었다. 동행한 거래처 G대표님, K이사님도 느긋하게 한숨 잠을 청했다. 난 여느 때처럼 창밖을 바라보며 풍경을 즐겼다.

얼마 후 이제 공항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될 즈음, 방송에서 나오는 이번 정차역 이름이 어딘가 낯설었다. 얼른 노선도를 봤더니만, 앗! 열차는 바다 가까이 공항 방향이 아닌 다른 길로, 그것도 이미 몇 정거장을 한참 지나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완전히 한밤중인 두 사람부터 깨웠다. 이때만 해도 그저 다음 역에서 갈아타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집도 드문드문, 심지어 산과 계곡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겨우 탈 수 있을 것 같은 시간대의 열차로 간신히 탔는데, 이게 웬 산 너머 산인지. 열차를 연속으로 두 번이나 바로 갈아타는 기적을 바라야 하는 절박한 처지가 되었다. 

다급한 마음에 마치 수십 분을 달린 기분이었다. 열차는 겨우 논두렁이 보이는 어느 적막한 시골역에 멈춰 섰다. 동네 분위기로 봐서는 최소 15분은 기다려야 반대편에서 열차가 올 듯한 느낌이었다. 내리자마자 얼른 맞은편 열차 시간표를 확인하려고 움직이는데, 그때였다. 뒤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기차 소리! 일행 중 누군가 평소 덕을 쌓아 둔 모양이었다. 늦지 않게 다시 분기점이 있는 역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 공항으로 들어가는 열차가 제때 오지 않으면 이 모든 노력이 말짱 ‘꽝’일 테니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시간표를 들여다봤더니 세상에, 공항행 열차가 바로 5분 후에 있었다. 기적에 가까웠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해 귀국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그날의 소동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오사카의 공항행 열차는 서로 다른 목적지를 가진 열차가 합체하여 달리다가 도중에 분리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칸을 잘못 탔던 것이다.  
2007년,  Osaka, Japan
 
▶tip
유럽에나 있는 줄 알았던 ‘열차 분리 운행’이 일본에도 있었다. 오사카 시내에서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JR 쾌속 열차는 보통 8량으로 편성되어 있는데, 도중에 나뉘어져 이 중 절반은 공항으로, 나머지 절반은 와카야마라는 곳으로 간다. 보통은 앞의 4량이 공항행인 경우가 많으며, 운행 중 다른 목적지 객차 간 이동은 불가능하다. 공항행 객차에는 목적지 안내판에 비행기 그림과 정보가 표시되어 있으니 탑승시 주의해야 한다. 
 
*글을 쓴 유호상은 낯선 곳, 낯선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타고난 여행가다. 현재 여행 커뮤니티 ‘클럽 테라노바’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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