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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Air 모든 영화는 여행이다] 친목질 금지

  • Editor. 차민경
  • 입력 2016.10.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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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친했으면 하는 사람들이 친하면 눈꼴시다. 돈도 주고받고, 서로 뒤도 봐주고, 상대 내연녀 주머니 사정까지 걱정해 주는 사이면 더 눈꼴시다. 좀 떨어져 있었으면 좋겠다. 뭐 때문에 그렇게 친한가 하고 살펴보면 서로 품앗이해 주고 있어서 그렇다. 

예로부터 우리에게는 ‘품앗이’라는 따뜻한 공동체 문화가 있었더랬다. 돌아가며 밭일 도와줄 때는 따뜻한 문화였겠지만 세를 다투고 돈이 흐르는 자본주의 땅에서는 의미가 다르다. 누이랑 매부만 좋자고 품앗이하는 동안 다른 식솔들은 고스란히 피를 빨리는 구조라서다. 

<빅쇼트>는 누구의 말마따나 호러무비나 다름없다. 탐욕에 눈먼 자들이 낼 수 있는 사상 최대의 사고를 생생히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지난 2008년 미국에서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한다. 저소득층에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금융위기의 단초. 어려운 용어는 다 제쳐두고, 중요한 것은 간단하다. 은행들은 높은 부동산 가격을 믿고 신용등급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아무에게나 대출을 승인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큰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은행이 달라는 대로 신용등급을 줬다. 신용평가사, 증권사, 투자자가 끈끈한 유착관계로 이어져 한몸이었던 것이다. 은행이 담보로 잡은 것이 부동산이니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때는 그야말로 호시절. 그러나 부동산 거품이 빠지니 구멍 난 풍선처럼 돈이 증발하고 말았다. 

사고 자체도 그렇지만 파멸로 치닫기 직전까지의 과정은 더욱 공포스럽다. 자본은 손톱만큼도, 아니 미세먼지만큼도 인정적이지 않다. 소시민을 위해 시작된 줄 알았던 모기지론은 그저 떼돈을 벌고 싶었던 은행의 꾀에 불과했던 것이다. 거대 자본의 맷돌질에 콩가루가 되는 것은 소시민. 미국에서만 800만명이 직장을 잃고, 600만명이 홈리스가 됐다. 

바다 건너 먼 대륙의 전설 같은 이야기다. 굳이 청명한 가을날 곱씹어 기분 좋을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의사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것이니 어쩔 수가 없다. 신문을 펼쳐도 짝짜꿍이요, 방송 뉴스를 봐도 짝짜꿍이다. 감시는 일부러 소홀하고 내 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사이 유착관계로 버텨 왔던 부실기업들 몇몇이 까발려졌다. 이루어지면 안 될 사랑의 말로라고 보면 될까. 문제는 뒤처리다. 치다꺼리 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으니 아찔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친목질을 금지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제발 공지 어기지 맙시다.    
 
*친목질 | 친목에 질이 더해져 생긴 것으로 친목을 넘어서 남에게 피해를 끼칠 정도로 하는 것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iN오픈국어
 

빅쇼트 (The Big Short)
감독: 아담 맥케이Adam McKay
드라마 | 130분
출연: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
        스티브 카렐Steve Carell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
        브래드 피트Brad Pitt
 
*글을 쓴 차민경 기자는 <트래비>와 그 자매지인 <여행신문>의 기자다. 2008년 미국에 있었다면 진즉에 홈리스가 됐을지 모른다. 아, 물론 월세 내는 입장이라 서울에선 이미 홈리스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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