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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의 기술] 야경 사진, 기다림 끝에 만나는 마술 같은 시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10.05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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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SCAPE  PHOTO
 
누가 그랬던가?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고. 여행에서 밤은 휴식의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낮보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촬영의 시간이다. 여행지에서 보석 같은 야경 사진을 건지는 법.
 
촬영지ㅣ이탈리아 친퀘테레 마나롤라 ㅣCanon EOS 5D MarkⅡ, 초점거리 24mm, 촬영모드 M(매뉴얼)모드, ISO 100, 조리개 F11, 셔터스피드 30초, 삼각대 사용
 

●연금술과 같은 야경 촬영 
 
사진 한 장이 불러일으키는 힘은 무척 크다. 특히 잘 찍은 여행사진 한 장은 ‘여행심’을 샘솟게 만든다. 이탈리아 친퀘테레(Cinque Terre) 마나롤라(Manarola) 마을의 야경을 촬영한 이 사진이 대표적인 예다. 친퀘테레가 모항공사 CF에서 ‘한 달간 살고 싶은 유럽’ 1위로 꼽힌 것에는 이 마나롤라 마을 야경 사진의 공이 크다.

절벽 위에 세워진 그림 같은 마을. 이 마을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에 불이 들어올 때다. 이 사진을 촬영한 시기는 5월. 해가 저녁 8시쯤 지는 것을 미리 파악하고 마나롤라 마을에 여유 있게 오후 6시경에 도착했다. 야경 촬영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하면 허둥거리다 제대로 된 사진을 못 찍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경 촬영의 황금 시간은 깜깜한 밤이 아니다. 일반 여행자들이 찍은 야경 사진이 아름답지 않은 이유는 하늘의 색이 가장 예쁜 시간대에 저녁식사를 하고 하늘이 완전히 까맣게 된 늦은 밤에야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하늘이 깜깜하면 사진은 칙칙하고 도심의 건물 또한 과도한 콘트라스트(대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야경을 담기 힘들다.

하늘이 코발트블루 혹은 마젠타 색으로 곱게 물드는 때는 해가 진 뒤 정확히 20분 후부터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다. 이때 야경 촬영을 해야 온전한 하늘색과 질감, 그리고 땅 부분의 디테일까지 표현되기에 이 시간을 야경의 황금 시간대, 혹은 ‘매직 아워(Magic Hour)’라고 부른다.

야경 사진 촬영의 이론은 공식 같아서 의외로 쉽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단단히 물리고 흔들리지 않게 단단한 지반에 삼각대를 세운다. 구도를 잡은 뒤 촬영모드는 매뉴얼M 모드, ISO감도는 어차피 삼각대를 쓰기에 사진이 흔들릴 염려가 없으니 가장 화질이 좋은 100이나 50으로 잡으면 된다. 조리개는 개방하기보다 조이는 편이 건물이나 가로등의 빛이 예리하게 표현되므로 F11~14 정도로 세팅한다. 그 기준에서 셔터스피드는 노출계가 적정노출이라고 지시하는 ‘0’을 기준으로 조절해 주면 된다.

해가 진 직후에는 아직 덜 어둡기 때문에 적정노출 기준 1초 내외로 나오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두워지면서 나중에는 30초 정도의 느린 셔터스피드가 나오게 될 것이다. 이 마나롤라의 야경 사진은 그렇게 황금 시간대에 ISO 100, 조리개값 F11, 셔터스피드 30초의 공식으로 탄생했다.
 
 
 

프랑스 파리
여행지가 도시라면 날씨 좋은 날 하루 정도는 야경 사진만을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 보자.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멋지게 담고 싶은 욕심은 누구나 있을 터. 이렇게 랜드마크를 촬영할 때는 출발 전 미리 어디서 촬영하면 좋은지, 주의사항은 없는지 조사하는 게 좋다. 의외로 삼각대 반입이 안 되는 전망대도 많다. 불이 켜진 에펠탑을 촬영한 이 사진은 삼각대를 세울 수 있고 유리로 막히지 않은 몽파르나스 타워의 옥상 정원에서 촬영했다. 
 
 
일본 교토
야경 사진을 촬영할 때 무조건 삼각대를 써야 할까? 삼각대를 써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저녁이나 밤에도 움직이는 사람이나 물체를 또렷하게 촬영하고 싶다면 느린 셔터스피드로 촬영할 수는 없는 노릇. 때로는 ISO를 한껏 높이고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해서 셔터스피드를 확보해 촬영할 수도 있다. 오래된 일본 교토의 저녁 골목길을 휘휘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담은 이 사진에 제목을 붙이자면 ‘늙은 교토’.
 
영국 런던
야경은 빛이 부족한 어두운 상황에서 촬영하기에 아주 느린 셔터스피드로 촬영하게 된다. 이렇게 장노출로 촬영하는 이유는 또 셔터가 열려 있는 시간 동안 지나가는 발광체의 궤적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빅벤을 촬영한 이 사진에서 30초 동안 지나간 자동차나 버스의 궤적이 재미있게 표현되었다. 야경 사진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현상을 표현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산 해운대
높은 곳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낮은 곳에서 촬영해야 할 때도 있다. 부산 해운대의 마천루를 담은 이 사진은 삼각대에 카메라를 거꾸로 매달아 바닥에 바싹 붙여서 촬영했다. 그래야 반영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 이런 경우 화각이 넓은 광각렌즈를 사용할수록 좋으며 비가 온 직후를 노리면 물 고인 바닥이 많아 유리하다.
 
 
홍콩 셩완
도시에서 움직임을 표현해서 야경을 촬영할 때 꼭 30초 정도의 느린 셔터스피드로 촬영하라는 법은 없다. 홍콩의 상징인 2층 트램을 촬영한 이 사진은 역동적인 느낌이 들도록 셔터스피드를 1초 미만으로 촬영해 잔상으로 표현을 했다. 야경 사진을 촬영할 때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을 하고 싶다면 셔터스피드를 다양하게 설정해 보자. 
 
●오래 기다리고 얻는 기쁨
 
여행에서 야경 사진은 순발력보다는 준비성과 세밀함을 필요로 한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결정적인 시간을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는 한 장의 기쁨! 여행에서 야경 사진에 탐닉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1. 2~3시간 미리 가서 기다린다
여행지에서 멋진 야경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곳은 랜드마크가 잘 보이는 명소일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최적의 촬영지점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빛이 부족한 시간에 촬영하기 때문에 삼각대를 필수로 사용해야 하고, 유명한 야경 촬영지는 사진가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미리 삼각대를 세울 자리를 잡아 놓는 게 좋다. 관대한 사람들이 많다면 자리를 양보 받을 수도 있지만 요즘 사진가들 인심이 그렇게 풍경만큼은 아름답지 않기에 서러움을 안 당하려면 일찍 자리를 잡는 게 좋다.
 
2. 가볍고 튼튼한 삼각대는 필수
여행에서 가장 큰 적은 무거운 짐이다. 야경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선 삼각대가 필수인데, 아무리 사진이 좋아도 무거운 삼각대를 어찌 감당하리! 그래서 여행용으로 출시된 가볍고 튼튼한 삼각대를 구매해야 한다. 전문가용 DSLR 카메라를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맨프로토, 짓조, 벤로 등 삼각대 전문제조사에서 출시한 20~30만원대의 ‘트래블러 시리즈’를 구매하면 좋다. 이 삼각대들은 4kg까지의 카메라 무게를 지탱할 수 있고 헤드 포함 무게가 1kg을 살짝 넘는 수준이라 부담이 없다. 
 
3. 떨릴 수 있는 변수는 모조리 없애기
어떤 사진이든 흔들리면 좋지 않지만 특히 야경 사진은 아주 미세한 흔들림도 용납되지 않는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잘 장착하는 것은 기본이요, 나무 데크 같은 곳보다는 지반이 단단한 곳에 삼각대를 세워야 한다. 또한 손으로 들고 촬영할 때 흔들림을 방지해 주는 카메라나 렌즈의 손 떨림 방지 기능IS, VR 등 또한 모두 꺼야 한다. 모터의 미세한 진동마저 사진을 흔들릴 수 있게 하기 때문. 그리고 손으로 셔터를 바로 누르면 또 흔들리기 십상이니 리모컨이나 유선 릴리즈를 사용하자. 그런 장비가 없다면 카메라의 타이머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4. 초점을 한번 잡았다면 MF로 변경
요즘 카메라들은 대부분 AF자동초점 기능이 탁월하다. 야경 사진을 촬영할 때도 조금의 불빛만 있다면 초점을 정확하게 잡아 주는데 아무래도 어두운 곳에서 촬영하다 보면 촬영을 할 때마다 자동으로 초점을 잡기가 어려울 때가 많고 또 초점이 풀릴 수도 있다. 한번 정확하게 AF로 초점을 잡았으면 MF(수동초점)으로 초점모드를 바꾸자. 그 다음부터는 다시 초점을 잡을 필요 없이 정확하고 쨍한 초점으로 촬영을 할 수 있다. 그 밖에 화이트밸런스는 AWB(자동), 미러록업 기능이 있는 카메라라면 ‘ON’으로 켜 두기, 가급적 후보정을 염두해 RAW파일로 촬영하기 등이 야경 사진을 촬영할 때 필요한 공식 같은 카메라 설정 값이다.  

*여행사진가 김경우 | 10년간의 잡지 기자 생활을 마치고 틈만 나면 사진기 한 대 들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좋아 발 닿는 대로 다녔으나 늦둥이 아들이 태어난 뒤, 아이에게 보여 줄 오래된 가치가 남아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윗세대로부터 물려받아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것들이 아직 무한히 많이 남아 있다고 믿고 있다.
 www.woosra.com 
 
 
글•사진 Travie writer 김경우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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