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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나라는 이름의 또 다른 태국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10.0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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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iland Lanna 
란나라는 이름의 또 다른 태국 
 
태국 말로 란나(Lanna)는 수백만 평의 논이다. 
이름대로 란나 왕국은 높은 산, 티크 나무 숲, 
아름다운 강과 비옥한 토양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우리는 란나 왕국이 남긴 풍요로운 
문화, 예술, 생활을 북부 태국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알아 왔던 태국은 잠시 잊어도 좋다. 
태국 속의 또 다른 태국, 란나를 만날 차례다. 
 
태국에서는 왕조가 천도할 때, 주요 사원과 왕궁을 그대로 옮긴다. 현재 치앙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 중 하나인 왓 체디 루앙의 전신인 치앙센의 왓 체디 루앙
유명한 사원들은 박물관을 따로 두어 란나 역사를 다채로운 불교 미술과 함께 소개한다
 
●북방의 장미 
치앙마이 연대기
 
수차례 외세의 침략과 자연 재해로 란나 왕국은 수도를 치앙센(Chiang Saen)에서 팡(Fang)으로 그리고 치앙라이(Chiang Rai)로, 또 람푼(Lamphun)에서 위앙쿰캄(Wiang Kum Kam)으로 옮겼다. 1296년 멩라이(King Mengrai)왕은 새로운 도시의 이름을 치앙마이(Nopburi Si Nakorn Ping Chiang Mai)로 지었다. ‘치앙(Chiang)’은 왕국를 의미하며 ‘마이(Mai)’는 새롭다는 뜻으로 란나 왕국의 신도시를 의미한다. 

비옥한 자연환경과 여러 나라 사이의 무역의 중심지라는 지리적인 특징으로 치앙마이는 끊임없이 주변국들의 침략에 시달렸다. 1557년에는 버마의 속국이 되었지만 1774년 시암 왕국의 도움으로 버마를 내쫓았다. 1892년 란나 왕국은 부분적으로 시암의 지배를 받게 되었으며 1932년 치앙마이 전체가 시암에 귀속됐다. 그리고 1949년 시암은 ‘태국(Thailand)’으로 공식적인 국호를 지정했다. 

학창시절 ‘단 한 번도 식민지를 겪지 않은 나라, 태국’으로 역사를 배운 우리에게 란나 왕국의 이런 수많은 부침은 다소 의아스럽다. 버마,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까지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에 둘러싸여 있고 태국 안에서도 여러 왕국으로 분리된 당시 상황을 보면 침략과 수탈에 시달렸던 한반도의 지난한 역사가 절로 떠오를 정도다. 
 
치앙센 사람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왓 촘키티(Wat Chomkitty). 관음의 마음을 사려는 원숭이는 꿀을 바치고 코끼리는 꽃을 바치는 모습이 익살스럽다
란나 왕국의 고대 도시 치앙센에는 아직도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수많은 사원이 있다
역사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위앙쿰칸에서는 역사 속에 묻혀 있던 란나 왕국의 유적과 유물들의 복원이 한창이다
 
 
●란나 왕국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주변국인 버마, 캄보디아, 라오스에도 영향을 받아 시암과는 다르게 피어난 란나 왕국의 천도지를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왕조가 천도를 할 때는 주요 사원과 왕궁을 그대로 옮겨 왔기 때문에 지역마다 같은 이름의 사원을 찾아서 다른 점과 같은 점을 비교하며 구경하는 재미도 특별하다. 

고대 요새 도시 치앙센(Chiang Saen)의 역사는 14세기에 중국 운남성 출신의 타이족(Tai Yuan)이 메콩강 유역의 골든트라이앵글 유역에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란나 왕국을 건설한 멩라이 왕(King Mengrai)은 1238년 치앙센에서 태어났으며 치앙센 언양국(Ngoen Yang)의 25대 왕이 되었다. 란나 왕국이 치앙마이를 기점으로 1296년에 건립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북부 태국 사람들은 란나 왕국을 건설한 멩라이 왕의 출생부터 따져 치앙센을 ‘란나 왕국의 고대도시(Old City of Lanna Kingdom)’라고 설명한다.
 
치앙센은 멩라이 왕의 손자인 센푸 왕(King Saen Phu)이 1329년에 건설한 도시로, 왕의 이름을 따서 치앙센이 되었다. 도시 방벽과 해자로 둘러싸인 고대 요새 도시의 면면과 함께 오래된 사원, 미얀마, 라오스, 태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골든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전망대 등 반나절에서 하루 코스의 여행에 적당하다. 

1287~1290년 동안 란나 왕국의 수도가 옮겨온 곳은 치앙마이에서 동남쪽으로 5km 떨어진 위앙쿰캄(Wiang Kum Kam)이다. 하지만 이 도시는 매년 반복되는 홍수 피해를 겪다 1294년 핑강의 대범람으로 침수되었고 버마의 침공까지 더해 완전히 파괴되었다가 700년 가까이 발굴이 이뤄지지 않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 후 1984년에 ‘역사 공원’으로 복구되었으며 현재에도 땅 속에 묻힌 란나 왕조의 유적과 사원을 발굴 중이다. 마치 방콕 인근의 아유타야와 비슷한 느낌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사원은 물론이고 역사박물관 등을 통해 란나 왕국 당시의 미지의 시간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어 더욱 의미있다.
 
치앙마이에서 남쪽으로 5km 떨어진 핑강변에 위치해, 가는 길도 비교적 수월하다. 방문자 센터에서 유명한 사원의 지도를 5바트에 구입할 수 있으니, 자전거를 대여하거나 트램을 이용해 반나절에서 하루 코스의 여행을 즐기기 좋다.  
 
치앙센 가는 법 | 치앙마이만을 계획에 올렸다면 일부러 찾기엔 무리가 되는 거리지만, 골든트라이앵글이나 치앙라이를 연계한 일정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하다. 치앙마이에서 차로 4시간~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위앙쿰캄 가는 법 | 핑강 크루즈와 연계해 투어 프로그램으로 즐길 수 있다. 이 경우 치앙마이 시내에서 배로 20분 소요. 나이트 바자를 기준으로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다문화적인 아름다움’과 ‘화려함’으로 설명할 수 있는 란나 건축의 디테일
 
 
●란나, 태국 예술의 산실 
 
치앙마이와 치앙라이를 디자인과 예술의 여행지로 추천한다면 열에 여덟은 의외라는 반응이 튀어 나온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북부 태국은 디자인과 예술에 특히나 친화적인 도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북부 태국만의 아름다움 ‘란나 예술’ 

란나 왕국이 13세기부터 역사를 이어 온 덕에 역사, 예술, 음식, 생활 방식 등 모든 문화가 독창적으로 발전했다. 란나 왕국는 북쪽으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버마, 동쪽으로는 크메르 왕국과 남쪽의 시암까지 여러 나라로 둘러싸였다. 문화적인 접목과 수용에 관대한 태국인의 특성답게 란나 스타일(Lanna Style)은 ‘다문화적 아름다움’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란나 시대부터 치앙마이는 이미 예술 작품, 수공예 작품으로 이름이 높았다. 치앙마이의 이런 예술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란나 예술’, ‘란나 건축’은 그만의 색과 개성을 빛내며 예술적 치앙마이의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선조들의 감각을 물려 받고 이 지역만의 낭만과 운치를 온몸으로 흡수한 젊은이들이 생활 곳곳에 ‘예술적 치앙마이’를 소담스럽게 꽃 피웠다. 

역사적인 배경 말고도 방콕보다 저렴한 물가와 임대료, 태국 왕실의 산업 장려 프로그램으로 지원받는 다양한 디자인 사업은 치앙마이 아티스트들을 육성했다. 게다가 명문대학교 중 하나인 치앙마이 대학교(Chiangmai University)는 특히나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들은 졸업하고 나서 치앙마이에 남아 갤러리를 열고 각종 전시회에 참여하며 태국 북부의 예술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데 일조한다. 유니크한 매력을 지닌 치앙마이는 태국은 물론 세계의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됐다. 그 덕에 태국 북부에 눌러 앉기로 결심한 전 세계의 예술가까지 합세해 지금 치앙마이의 예술적 아우라는 활활 타올라 극에 달한다. 
 
글·사진 Travie writer 신중숙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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