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양박사의 열려라! 하늘길] 항공산업의 수요예측 (Forecasting)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10.17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초에 우리는 종종 신년운세를 본다. 그것을 꼭 맹신하진 않더라도 좋은 내용이 있으면 믿고 싶고 나쁘다고 하는 것은 괜히 피하고 싶어진다. 우스갯소리지만, 지인 중에 물을 조심하라는 말 때문에 여름 휴가에서 해변 휴양지는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었다.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그러하겠지만 특히 항공 산업의 경우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그 여파는 실로 막대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와 같은 재화는 예측한 수요보다 적게 팔리면 나중에라도 가격을 낮춰 팔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항공사에 있어 좌석이란 일단 비행기가 이륙한 순간부터 추가 판매가 불가능하다. 또한 신공항 건설과 같은 인프라 구축이나 보잉, 에어버스 등과 같은 제작사들에 있어서도 잘못된 수요예측은 비용 측면에서 실로 어마어마한 손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항공사 RM의 연장선상으로 항공사 수요 예측(Demand Forecasting)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재미있게도 오랜 전통을 가진 영국의 항공대학원에서 알려주는 첫 번째 수요예측 기법은 다름 아닌 ‘전년도 실적을 그대로 이용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전년자료에 경쟁사 상황을 부분적으로 반영하여 변형한 자료를 예측에 사용하기도 했었지만 나는 속으로 적잖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까지 왔는데 그냥 작년 데이터를 그대로 쓰라니! 점입가경으로 다음 챕터의 내용은 ‘CEO 수요예측’이었다. 말 그대로, 그냥 CEO가 원하는 대로 목표를 잡는다는 것인데, 한국인인 나에겐 워낙 친숙한 모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위의 예측 모델들은 실제 본론으로 가기 위한 전초단계일 뿐이었다. 실질적으로(그렇다고 위의 두가지 모델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여러 모델 중 현업에 자주 이용되는 것은 바로 QSI(Quality Service Index) 모델인데, QSI란 ‘품질 서비스 지표’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 각 항공사별 서비스 경쟁우위 요소를 수요예측에 지표로 반영하여 각 항공사들이 어떻게 노선별 시장점유율에 있어 우위를 가져갈 것인가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QSI 이론은 어떻게 항공사가 특정 노선에서 상대방의 수요를 가져와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걸까? 예를 들어, 경쟁이 치열한 방콕 노선에 있어서 내년에 우리회사가 얼마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것인지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일까? QSI 이론에서 토대가 되는 경쟁우위 요소는 바로 각 항공사가 확보한 공급석이다. 이 공급석 자료에 수요 이동을 야기할 수 있는 각 항공사의 서비스 품질 요소(Quality factor)를 반영하는 방식인데 이해를 돕기 위해 일례로 런던-로마 노선을 들어보겠다. 모든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항공(BA)과 같은 FSC에는 서비스 품질 요소(Quality factor)로 1점을 부여한다면 기내식등을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 라이언에어(Ryan Air)와 같은 LCC에는 0.85로 차등화한 점수를 부여한다. 그 값을 항공사의 주당 공급석(BA: 600석, Ryan Air:500석) 에 곱해주고 이렇게 구해진 값을 해당 노선의 항공권 평균 가격(BA: £280, Ryan Air: £145)으로 나누게 되면 각 항공사가 차지할 해당 노선 점유율(BA: M/S 42%, Ryan Air: M/S 58%)을 구할 수 있게 된다.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QSI 이론은 항공사의 공급석이 많을수록, 서비스가 좋을수록, 가격이 저렴할수록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확률이 높다는 예측을 제시한다.  실제 현업에서는 QSI를 좀 더 세분화해서 수요예측의 정밀도를 가한다. 예를 들어 해당 노선의 운항 년 수나 유통 채널의 수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서비스 품질 요소로 반영함으로써 보다 정교한 수요예측을 유도한다.
영국의 대학원 Forecasting 수업 마지막 시간에 교수님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항공산업에서 정확한 수요 예측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소한 예측가능한 미래 상황을 좀 더 일찍 인지하고 그에 따른 계획들을 준비할 수 있다면 어느날 갑작스러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더라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여유를 조금은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글싣는 순서
1. 항공사 그 변화의 시대
2. 변화의 중심 속에 있는 LCC RM전략
3. 항공산업의 수요예측 (Forecasting)
4. 항공사, 부대수입의 재발견
5. 항공업계의 변화가 여행업계에 미치는 영향
 
 
*양박사 이사는 익스피디아에서 항공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학사, 영국 크랜필드 항공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에어아시아, 제주항공 등에서 RM을 담당한 바 있다. 양 이사는 5주에 걸쳐 변화하는 항공업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짚어보는 칼럼을 연재한다.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