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구미스토리⑥전통시장에서 만난 구미

  • Editor. 고서령
  • 입력 2016.11.28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구미

 

여행자들에게 전통시장은 언제나 즐거운 놀이터다.
구미를 대표하는 역사 깊은 두 전통시장에 놀러갔다.

 

<1> 살아 있는 구미의 맛
구미새마을중앙시장
 
 
새마을중앙시장은 구미역 바로 옆 교통의 요지에 자리하고 있다
새마을도시락 앞치마를 맨 풀빵 상인 아주머니. 참 상냥하고 친절하셨다
 
 
전통시장은 그 지역의 정직한 얼굴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지역민들이 직접 지은 이름으로 간판을 달고, 가게를 꾸미고, 집집마다 다른 손맛이 밴 먹거리와 손수 골라 온 물건을 판다. 상품 진열대 위치 하나까지 대기업의 치밀한 전략으로 결정되는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날것의 매력. 여행자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다.

구미역 바로 옆 ‘구미새마을중앙시장’은 구미에서 가장 번화한 전통시장이다. 1975년 ‘구미중앙시장’으로 개설되었고 2014년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해 40년 넘게 구미 교통의 요지에 자리를 지켜 오고 있다.

메인 입구인 서문으로 들어서자마자 고소하고 달달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매일 아침 직접 볶은 견과류를 판매한다는 가게의 젊은 사장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먹어보라며 강정을 하나씩 쥐어주고 있었다. “엄마, 드시면서 기다리고 계셔요!” “엄마, 이건 현미고 저건 귀리! 여성 건강에 좋아요~” 지나가는 아주머니를 다 자기 엄마라고 부르는 청년 사장의 친화력 덕에 이 가게 앞을 사람들은 다들 한 번씩 웃는다.
 
유쾌한 시장 분위기를 만드는 견과류 가게의 젊은 사장님
즉석도너츠 5개 1,000원. 놀랍도록 저렴하고 맛있는 간식
 

구미새마을중앙시장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저렴한 먹거리들이 많다. ‘즉석 도너츠 5개 1,000원’ 이라고 크게 써진 간판 앞에 두 발이 자동으로 멈췄다. 도넛 1개에 200원꼴이라는 이야긴데,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가격 아닌가? 미소가 수줍은 주인아주머니 뒤편에선 주인아저씨가 부지런히 반죽을 빚어내고 있었다. 동그란 팥빵과 꿀빵, 찹쌀 도넛과 꽈배기를 골고루 섞어 살 수도 있고, 기호에 따라 설탕을 묻힐 수도 안 묻힐 수도 있다. 까만 봉지에 담긴 도넛을 받아 드니 금방 튀겨낸 거라 따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격에 비해 너무 과분한 빵집이다.

이 시장엔 국수골목, 족발골목, 순대골목 등 먹거리별 특화 골목이 여럿 있다. 족발골목엔 족발 집들만, 순대골목엔 순대 집들만 10곳 넘게 모여 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매운 족발 집, 각종 돼지 내장을 그득 넣어주는 순대국밥 집의 유혹을 뒤로 하고 국수골목을 택했다. 구미의 별미인 ‘찹쌀 수제비’를 여기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대서다. 찹쌀 수제비는 걸쭉한 미역국에 동그랗게 빚은 찹쌀 새알을 넣어 끓인 음식이다.
 
옛날국수 집의 찹쌀 수제비. 오래도록 생각날 맛이다 
 

저마다 ‘국수’ 간판을 달고 있는 20여개 식당 중 왠지 모르게 끌리는 ‘옛날국수’를 택해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하는 2인용 좌식 테이블이 3개 있는 아주 작은 식당이다. 앉아서 찹쌀 수제비 한 그릇을 주문하고 보니, 낯익은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외식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씨다. 주인아주머니께 여쭈니 며칠 전 이곳에서 SBS <백종원의 3대천왕> 방송 프로그램의 촬영이 있었단다. 방송이 나오면 손님들이 줄을 서겠다는 내 덕담에 아주머니는 “몇 명밖에 못 들어오는 작은 식당이 잘 되면 얼마나 잘 되겠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드디어 맛본 찹쌀 수제비. 미역이 그득하게 들어간 진한 국물은 한 숟가락 먹을 때마다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고, 찹쌀 새알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았다. 구미 사람들이 몸이 허할 때 이 음식을 먹고 기운을 낸다는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이 한 그릇을 나눠 먹어도 다 못 먹는 어마어마한 양에 가격은 단돈 5,000원. 두고두고 생각날 음식이다.
 
국수골목엔 국수 가게들이, 족발골목엔 족발 가게들이 모여 있다 
 
 
▶info
구미새마을중앙시장

주소 : 경상북도 구미시 구미중앙로9길 11(원평동)
홈페이지: www.saemaulsijang.com 
 
 
새마을도시락
시장의 다양한 음식을 뷔페처럼 조금씩 골라 먹을 수 있는 도시락. 구미새마을중앙시장 시장중흥센터에서 3,000원~5,000원으로 빈 도시락과 엽전(엽전 1개당 500원 가치)을 구입해, 시장 내 26개 가맹점에서 먹고 싶은 반찬을 구매할 수 있다. 시장중흥센터에서 제공하는 밥과 함께 먹으면 맛있는 시장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운영시간 : 11:30~19:00(일요일 휴무)
문의전화 : 054 452 3611
 
 
<2> 전통시장을 지키는 청년들
선산봉황시장
 
2016년 선산전통시장에서 선산봉황시장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을 시작으로 많은 변화를 시도 중이다
선산봉황시장 박성배 상인회장은 젊은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구미 선산읍에는 조선시대 초기부터 지금까지 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시장이 있다. 오일장이 열리는 매 2일(매달 2일, 12일, 22일)과 7일(매달 7일, 17일, 27일)이면 2만 여명이 모여드는, 경북 최대 규모이자 전국 3대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그 자리에 1993년 둥지를 튼 상설시장인 선산봉황시장에 최근 신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평균 나이 30대 초반의 청년 상인들이 조용하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

선산봉황시장이 2016년 6월 정식 오픈한 ‘청드림몰淸Dream Mall’에는 현재 8명의 청년 상인이 속해 있다. 이들은 기존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천연 비누 공방, 귀여운 인테리어의 돈가스 집,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분식 가게, 네일아트 숍 등을 개업해 장사를 하고 있다. 선산봉황시장 박성배 상인회장은 “비어 있는 점포도 활용하고,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시대에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도 제공하고, 시장을 젊은 에너지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청드림몰 상인들을 중심으로 부모님의 사업을 물려받아 운영하는 청년들까지 모아 20여명 규모의 청년회도 조직했다. 청년회가 생기니 각종 박람회에 참가해 시장 이름을 알리는 일도 활발해졌다.

선산봉황시장은 오는 2017년 중순에 청년상인 20여명 규모의 ‘청년몰’ 오픈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가건물 A동 2층에 부스 형태의 쇼핑몰을 만들 예정이다. 그밖에도 시장 바닥을 현대식으로 보수하고 다양한 공연·이벤트를 위한 무대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청드림몰 주요 매장
 
 
오! 은하수 공방
천연 비누와 천연 화장품을 만드는 공방. 소가 송아지를 낳은 첫날의 초유 원액을 넣어 만든 천연 비누가 대표 상품이다. 간호사였던 김수연(38) 대표가 직접 재배한 카모마일 꽃 분말, 부모님이 운영하는 젖소농장인 ‘밀알농장’에서 생산한 초유, 미생물 배양기로 직접 발효시킨 발효액 등 믿을 수 있는 재료로만 만든다. 경북 테크노파크에서 비누에 초유 성분이 파괴되지 않고 들어 있으며 알부민·카제인 등 피부에 좋은 성분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인증도 받았다고. 앞으로 부모님의 젖소농장과 함께 우유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다온네일 
다른 곳에 문을 열었다면 평범한 네일 숍 중 하나일 뿐이었겠지만, 전통시장 속에 문을 열어 이색적인 공간이 된 네일 숍이다. 고객 연령대도 다른 네일 숍과 달리 어르신들이 대부분. 그래도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다 같아서 20대 여대생들이 많이 하는 젤 네일이 가장 인기라고. 첫 방문객에게는 30% 가격 할인을 해 주고, 단골에게는 서다혜(24) 대표가 직접 만든 머리핀을 사은품으로 준다. 
 
 
한가득
시장을 찾는 사람 누구나 그릇에 한가득 담은 음식으로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식집. 류창욱(27) 대표는 대학에서 호텔외식학을 전공하고 유명 호텔과 뷔페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실력파다. 제육덮밥, 국수, 김밥 등 시장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메뉴를 구성했다. 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직 육수와 신선한 재료로 맛을 낸다. 미래에 한식을 세계화할 수 있는 다이닝 레스토랑을 여는 것이 꿈이라는 류 대표. 이곳에서 성실하게 미래를 위한 경험을 쌓는 중이다.
 
 
우기부기
여대 앞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귀여운 간판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수제돈가스 전문점. 대학에서 호텔외식학과를 전공한 우기주(31) 대표는 ‘선산에서 가장 맛있는 돈가스 집’을 목표로 이 가게를 열었다. 국내산 냉장 생등심과 깨끗한 식용유 등 좋은 재료를 사용해 ‘착한 돈가스’를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돼지고기는 각종 과일을 넣고 12시간 동안 숙성시켜 잡내가 없고 육질이 부드럽다.
 
 
장원곱창
선산봉황시장은 음식 특화 거리인 ‘곱창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선산이 워낙 곱창전골로 유명한 곳인 만큼, 지역 특색을 살려보겠단 계획이다. 박민수(34) 대표가 어머니의 손맛을 빌려 함께 운영하는 장원곱창은 곱창 거리에 입점할 10여개 곱창집 중 메인 점포가 될 예정이다. 과거 장원급제자가 많이 나온 선산에서 곱창을 먹고 장원급제 하라는 의미로 지었다는 식당 이름이 인상적이다. 
 
▶info
선산봉황시장

주소 : 구미시 선산읍 단계동길 24
청드림몰 홈페이지 : www.dreammall.kr 
 
글 고서령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김성래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