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인생 최고의 학교

트래비기자     작성일제298호(2016.12) 댓글0건
 
우리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그리고 늘 그리워한다. 하와이의 아름다운 해변가, 파리의 낭만과 예술, 교토의 벚꽃, 타이완의 야시장, 로마의 고대 건축 유적지, 알람브라의 붉은 궁전, 그리고 공해와 매연이 가득한 베이징의 거리조차 그리워한다. 매년 가고 싶은 곳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 어떤 이유로 여행을 떠나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여행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리고 여행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의 평생 커리어를 발견하고 동시에 인류에 공헌한 사람으로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와 안도 다다오(Ando Tadao, 1941~) 두 건축가가 떠오른다. 마침 얼마 전 찾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르 코르뷔지에 건축 전시가 열리고 있어 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르 코르뷔지는 전설적인 현대 건축가다. <타임스>가 선정한 ‘20세기를 빛낸 100인’에 건축가로서 유일하게 선정된 그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인류에 헌신했던 예술가다.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그의 작품 17개가 등재되었는데, 작품들이 세계 7개국에 흩어져 있을 만큼 그는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일했다.
 
그가 태어난 곳은 전통적으로 시계공들이 모여 사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가족의 뜻에 따라 시계 장인이 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으나 1907년 스무 살에 첫 번째 세계 여행을 떠나면서 모든 게 바뀌게 된다. 그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을 벗어나 이스탄불, 폼페이, 아테네 등지를 여행하며 느낀 점을 기록하면서 사물을 보는 방법과 관점에 대해 크게 깨달았다고 한다. 건축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눈을 뜨게 된 아주 중요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스위스의 시골에서 벗어나 여행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시야를 넓혔던 르 코르뷔지에는 기존의 전통적인 관념을 깬 새로운 시도를 용기 있게 단행했다. 그가 발표한 ‘현대 건축의 5원칙’은 오늘날의 현대 건축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요즘은 많은 건물에서 1층을 비워둔 채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옥상을 정원으로 꾸미는데 이것이 바로 르 코르뷔지에가 제안한 방식이었다. 지금은 보편화되었지만 이미 한 세기 전에 그가 이 방식을 제안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으로 반세기 뒤 아시아에도 세계적인 건축가가 등장하는데, 바로 일본의 안도 다다오이다. 1941년에 태어난 안도 다다오는 19세가 되던 해에 헌책방에서 처음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접한다. 어려운 집안 환경 속에서 고등학교를 이제 막 졸업한 그는 비싼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고, 작품집 값을 마련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사갈까 매일 책방을 찾아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책 더미 맨 밑에 슬그머니 숨겨놓곤 했다고 한다. 한 달 뒤 아르바이트비를 받아 그 작품집을 손에 넣었고, 작품집을 수백 번 따라 그려보며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 그리고 스물다섯의 그는 일본에서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되던 1964년에 첫 세계 여행을 떠난다. 배를 타고 소련으로 건너가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건너갔고, 8년 가까이 유럽, 아프리카, 인도, 아메리카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건축물을 보고 배웠다고 한다. 
 
그 뒤로도 틈만 나면 여행을 다니며 건축을 공부한 안도 다다오는 실험적이며 창조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현대 건축의 가능성을 넓혀놓았다. 바람, 물, 빛, 그리고 노출 콘크리트를 주도적으로 이용하고, 설계하는 건축물 주변의 자연환경과 역사를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그의 작품은 실로 놀랍다. 노출 콘크리트 표면 벽에 낸 십자가 모양의 틈새로 빛이 들어와 십자가를 만들어내는 ‘빛의 교회’는 그의 대표작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 두 거장이 정규 건축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 대신 선택한 여행이 이들에게는 가장 좋은 학교였고 스승이었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는 법을 터득했을 것이다. 전문적인 교육 체계를 벗어나 독자적인 건축법을 지향한 그의 인생길은 긴장과 불안 속에서 낯선 땅을 홀로 헤맨 어느 길 위의 여정과 같았을 것이다. 
 
이제 곧 2017년이다. 새해에도 계속될 여행에서 무엇을 배우고 이를 통해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렌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미투데이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