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 CNN이 선정한 일본 명승지 모토노스미이나리 신사

김예지기자     작성일제299호(2017.01) 댓글0건
야마구치현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따뜻한 나라에 가고 싶다.” 매섭게도 추웠던 요 근래, 따스한 날들이 너무도 절실했던 탓일까. 1시간 조금 넘게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우베(宇部) 공항에서 가장 먼저 피부로 와 닿은 건 훈훈한 공기였다. 입고 있던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지는 것으로 여행의 스타트를 끊었다. 딱 한 계절만큼 시간을 돌린 것처럼, 다시 만난 온기가 낯설지만 더없이 반가웠다. 

여행 전 자칭 일본여행 전문가라는 주위 사람들에게 먼저 물었다. 혹시 ‘야마구치현(山口県)’에 대해 아냐고. 그들에게마저 생소했나 보다.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검색한 후에야 ‘아, 여기 있는 곳이구나’ 하며 확신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야마구치현은 일본 혼슈(本州)의 서쪽 끝에 위치해 있다. 간몬해협(關門海峽)*, 그러니까 바다 아래 터널로 규슈(九州)와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는 편이 더 빠르겠다. 위도 상에서 보면 우리나라 부산보다도 남쪽에 있어 겨울철에도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 귤이나 녹차, 따뜻한 물에서 사는 복어가 특산품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야마구치현의 매력이 온화한 날씨에만 있진 않다. 아직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래서 보여 주고 들려주고 싶다. 나뭇잎 가득한 한낮의 정원과 다다미방,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슬픈 기억과 황홀했던 초밥의 세계도. 도쿄나 오사카가 조금 식상해진 당신에겐 특히나 더, 이번 여행에 대해 조곤조곤 말해 주고 싶다. 대도시와는 또 다른 소소한 감성들이, 어쩌면 더 일본다운 일본이 여기에 있다고.
   
*간몬해협│일본 규슈와 혼슈 사이에 있는 해협. 바다 아래 터널이 뚫려 연결되어 있다.
 
핑크색 플라밍고들이 나란히 산책하고 있다
도키와동물원에서 만난 원숭이 가족들. 아이처럼 마음이 들떴다
도키와공원의 야외 조각 전시 공간. 잔잔한 호수가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한다

●우베(宇部)
봄이 아니라도 좋아
도키와 공원
 
언젠가 눈부신 야경 사진을 하나 본 적이 있다. 깜깜한 프레임을 빈틈없이 꽉 채운 벚꽃 사진. 이후 알고 보니 사진 속 장소는 ‘일본 벚꽃명소 100선’ 중 하나인 도키와공원(ときわ公園)이었고, 언젠가 꼭 한번 가보리라 기대 어린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여정 중 도키와공원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것 또한 이 사진 때문이었다. 이 계절에 벚꽃을 볼 수 없다는 건 당연지사이기에. 꽃이 없다면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의아한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벚꽃 없는 도키와공원도 충분히 좋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원 내 자리한 동물원에서 원숭이 가족과 눈과 마주쳤을 때부터, 이미 마음이 들썩였기 때문이다. 도키와동물원에는 인도원숭이, 사자꼬리원숭이 등 세계에서 모인 각종 원숭이들을 비롯해 알파카, 미어캣 등 총 34여 종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동물원이 좀 특이하다. 자칫하면 동물이 담을 넘어올 것만 같은 거리에도 철망이나 인공적인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았고, 서로 다른 종의 동물들을 한곳에 두기도 했다. 동물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조금이나마 살리고자 하는 취지에서란다. 사람을 위한 장소지만, 동물의 마음도 헤아려야 하지 않겠냐며.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흔한 동물원이라 할 수도 있지만, 세심한 마음 씀씀이만큼은 흔치 않은 동물원이다.

동물원을 나오고 보니 공원의 또 다른 한편에 초록색 잔디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도키와공원의 조각 전시 공간이다. 우베는 사실 일본 내에서 ‘조각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조각이라 하면 유럽에서 들여 온 작품이 대다수였던 1960년대에 일본의 조각 문화가 처음으로 꽃피었던, 우베는 말하자면 일본 조각의 발상지다. 1961년부터 꾸준히 작품들을 전시해 온 도키와공원은 일본 조각 예술가들의 장이 되었고, 이중에서 채택된 작품은 우베 국제조각 비엔날레에도 출품되고 있다.

공원을 나서기 전, 현지 가이드가 뭔지 모를 하얀색 조각 작품 앞으로 데려갔다. 설명을 듣기 전에 우선 앉아 보라는 재촉에, 등을 대고 앉았다. 자연스레 고개가 젖혀지며 하늘과 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을 이렇게 들여다본 적이 언제였던가, 아무 말 없이 잠시 멍해졌다. 다시 일어나 작품명을 본 순간,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가 없었다. 작품의 이름은 ‘Let's See the Sky하늘을 보자’였다.
 
동심을 새록새록 불러 일으키는 도키와공원의 관람차 
 
도키와공원
주소: 4-1 Norisada, Ube 755-0003, Yamaguchi Prefecture, Japan
오픈: 매일 09:00~17:00
전화: +81 836-54-0551
 
수많은 도리이들이 꼭 새빨간 물결을 이루는 것 같다
도리이 하나하나에는 신사를 짓는 데 기부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종이 운세 뽑기의 흔적들. 하나 뽑아 볼 걸, 지금도 아쉽다

●나가토(長門)
한밤의 꿈에서 시작된 물결
모토노스미이나리 신사
 
어부 오카무라는 간밤에 꿈을 꾸었다. 흰 여우가 나와 말했다. 바다가 저리도 잠잠한 이유는 모두 여우 신 덕분이니, 신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라고. 신의 계시라고 생각한 오카무라는 그날로 마을사람들의 기부를 받아 마침내 신사를 지었다.

1955년, 시네마현의 다이코다니이나리 신사(太鼓谷稻成神社)에서 분령한 모토노스미이나리(元乃隅稲成神社) 신사가 이곳 나가토(長門)에 생긴 비화다. ‘이나리(稲荷)’는 여우라는 뜻이니, 말 그대로 여우 신을 모시는 곳이다. 얽힌 이야기도 독특하지만, 더욱 인상적인 건 신사로 향하는 길이다. 일본에서는 신사 입구마다 서 있는 기둥 문을 ‘도리이(鳥居)’라 부르는데, 모토노스미이나리 신사엔 도리이가 1개도 2개도 아닌 무려 123개나 있다. 본래 도리이란 ‘새가 쉬어 가는 곳’이라는 의미라는데, 그렇다면 이곳엔 100마리가 넘는 새가 쉬고 있는 게 아닌가. 한 걸음 한 걸음 신사로 향하는 동안, 1마리도 2마리도 아닌 123마리의 빨간 새들이 이곳을 쉼터로 찜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신사 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풍경이 그 어느 신사의 주변과 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푸른 바다와 빨간 도리이가 함께 만들어낸 장관으로 모토노스미이나리 신사는 ‘CNN이 선정한 일본 명승지 31선’으로 선정되었다.

수많은 문을 통과한 끝에, 드디어 아담한 신사가 등장했다. 곳곳에 여우 모양이 새겨진 신사 앞에서 몇몇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주렁주렁 종이쪽지들이 매달린 나무가 하나 보였는데, 이른바 ‘운세 뽑기’의 흔적들이란다. 신사 앞에 놓인 종이를 뽑아 ‘길’이 나오면 나무에 묶어 신에게 보이며 운을 기원하고, ‘흉’이라면 집에 그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게 나무에 묶어 둔다고. 종이를 하나 뽑아 볼까 망설였지만, 혹시 흉이라도 나오면 어쩌나 걱정스런 맘에 그냥 발길을 돌렸다.

운세 뽑기를 하진 않았지만 신사를 나서는 길에 소원을 빌 기회가 있었다. 신사 뒤쪽에 따로 떨어져 있는 도리이 꼭대기에 소원을 비는 상자, ‘사이젠(賽銭箱)’이 있었기 때문. 돈을 넣는 데 성공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에 몇 번을 시도했지만 저 높이 매달린, 그것도 아주 조그만 상자에 동전을 넣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 어디 소원 성취가 쉬운 일인가!’ 아쉬운 맘을 헛헛하게 달래며 돌아섰지만, 내심 후회가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종이라도 뽑아서 나무에 묶어 두는 건데!’
 
모토노스미이나리 신사
주소: 498 Yuyatsuo, Nagato 759-4712, Yamaguchi Prefecture, Japan
전화: +81 837 23 1137

▶Travel Info
 
AIRLINE
민트처럼 산뜻한
에어서울 AIR SEOUL
서울에서 야마구치현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길이 뚫렸다. 에어서울이 작년 11월 말부터 인천-우베 노선 운행을 시작한 것. 신규 기종을 도입해 전반적으로 깔끔한 환경에 좌석 사이의 간격이 여유롭고, 좌석마다 개인 모니터도 장착되어 있다. 군데군데 새겨진 에어서울의 민트색 로고에서 산뜻한 분위기가 나고, 모니터로 보여 주는 항공정보 영상은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웹툰 형식이라 새롭다. 또 하나 좋은 건, 위탁수화물이 23kg까지 가능해 여행지에서 빵빵하게 가방을 채워 올 수 있다는 점. 서울-우베 노선은 2017년 3월25일까지 운항한다.

TRANSPORTATION
야마구치현은 교통이 그리 편리하지 않다. 시내버스가 있긴 하지만 배차 간격이 매우 길어 보통 여행자들은 택시나 렌터카를 이용한다. 우베공항에서 나오면 바로 옆쪽에 렌터카 센터가 있다.
 
ACCOMMODATION
정겹고 소박한 료칸
야마무라 별관(ゆとりの宿 山村別館) 
유모토 온천(湯本溫泉)은 나가토시에 있는 아담한 온천장으로, 마을의 조그마한 강을 중심으로 료칸들이 죽 늘어서 있다. 아직은 외국인 여행자보다는 주위 일본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 관광지라기보다는 일본의 정겨운 시골 분위기가 난다. 그중 야마무라 별관은 현대적이고 세련되진 않았지만 전통적이면서도 소박하다. 실내탕과 노천탕을 갖추고 있고, 조식과 저녁 가이세키懐石도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정갈하다. 가이세키에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복어 회와 탕이 포함되어 있다.

주소: 533-1 Fukawa Yumoto, Nagato 759-4103, Yamaguchi Prefecture, Japan
전화: +81 837-25-3011
 
CAVE
동굴 안에 후지산이
아키요시(秋芳) 동굴
일본의 대표적인 카르스트 대지인 ‘아키요시다이 국정공원(秋吉臺國定公園)’에 있는 대형 동굴이다. 우베시와 나가토시 사이의 미네시(美祢市)에 위치해 있으며, 고생대 산호초가 석화되어 만들어진 ‘아키요시다이’와 함께 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0m 지하로 내려가면 버섯 바위, 호박 바위 등 다양한 석회암 바위들을 볼 수 있는데 그중 ‘후지산 바위’와 ‘천개의 접시’는 관광객들이 유독 붐비는 포토 스폿이다. 후지산 바위는 마치 후지산 위에 구름이 걸쳐 있는 모양이며, 천개의 접시는 석회물이 위에서부터 흘러 접시처럼 차곡차곡 쌓인 형상이다. 동굴을 다 돌아보는 데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주소: Akiyoshi, Mine 754-0511, Yamaguchi Prefecture, Japan
 

ISLAND
해상 알프스
오미지마(青海島)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 스쿠버 다이빙 스폿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으로, 나가토시의 대표적인 해안 명소다. 갈매기 바위 등 독특한 기암괴석들이 이루어낸 장관으로 ‘해상 알프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섬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 주차장에는 오미지마의 마스코트로 불리는 고양이가 있는데, 종종 할아버지가 부는 트럼펫 연주에 따라 방문객을 위한 재롱을 부리기도 한다.
주소: Senzaki, Nagato 759-4106, Yamaguchi Prefecture, Japan
전화: 81 837 23 1137

글 김예지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문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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