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CAMPAIGN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 예술을 여행하라, 치앙마이

트래비기자     작성일제299호(2017.01) 댓글0건
주변 국가의 다양한 문화 속에서 꽃핀 태국 북부의 예술. 역사 위에서 화려하게 피어나 북방의 장미라는 별칭도 달았다. 거기에 황금빛 치앙마이가 더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곳을 둘러싼 맑은 자연 때문. 자연, 역사, 예술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곳에서 예술가들의 희망여행이 시작되었다. 

글·사진 김효정 독자기자  에디터 트래비
 
예술가들의 마을 반캉왓의 목마
 
하나투어 문화예술 희망여행
하나투어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는 아티스트들이 여행이라는 과정을 통해 얻은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전시함으로써 색다른 시각으로 현지 문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대중과 공유하는 형태의 희망여행이다. 종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협업으로 2016년 11월6일부터 11일까지 14명의 예술가들이 태국 치앙마이로 해외 탐방을 다녀왔으며, 국내 탐방과 워크숍을 추가 진행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탄생할 예술작품들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에서 2017년 1월17일부터 22일까지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Day 0  
일상의 샛길로 나와
 
일요일 오후, 아직 조금은 어색한 시선과 웃음을 담고 비행기가 오른다. 낯선 사람들과 떠나는 낯선 곳. 며칠 전 있었던 오리엔테이션에서 인사를 나눴지만, 팔색조 같던 예술가들 모두에게 적응하기엔 오리엔테이션만으로는 턱도 없었다. 하지만 창문 밖으로 밤이 번져 갈수록 우리 얼굴에도 점차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져 갔고, 치앙마이에 가까워질수록 우리의 거리도 점점 가까워졌다. 그렇게 추운 한국에서 따뜻한 태국으로, 우리는 설레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볼을 감싸는 따뜻한 공기. 비도 적고 무덥지 않아 여행하기 딱 좋은 날이다. 거기다 태국 북방에 위치한 치앙마이이기에 상대적으로 더위와 습기도 덜하다. 일상의 샛길로 나와 마주한 치앙마이가 첫 느낌부터 좋다. 투어버스에 오르고 하나투어 본부장님의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하는 외침에 모두가 함성을 지른다. 태국이 우리의 방문을 모를세라 있는 힘껏 환호하는 우리다. 

이번 희망여행은 COA(Corporation·Organization·Artists), 민간기업-공공기관-예술가의 두 번째 예술여행이다. 태국으로 향한 일상의 샛길이 예술가들에게 가치 있는 발돋움이 되길 바라며, 그들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본다. “치앙마이 안녕? 아니, 싸와디카(캅)!”
 
왓렁쿤 사원의 정원. 극락과 지옥의 대비를 보여 주고 싶었던 걸까
사원의 극락세계 속 미소 짓는 부처상에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백색사원 중 유일한 금빛 건물, 바로 화장실이다

●Day 1  
신비로운 순백의 사원
 
동남아치고 그리 덥지 않은 날씨에 습기도 적당하다. 버스 창밖으로는 구름이 빠르게 흐르고, 버스 안에서는 자칭 ‘떠돌이 가이드’님 켈리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배경음처럼 흐른다. 외국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닌다는데 그래서인지 외국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유용하고 재밌다. 거기다 외모까지 아름다우시니 이 정도면 팔색조 예술가들 사이에 팔색조 가이드님이다.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로, 장장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곳은 마치 겨울왕국 같다. 하지만 왓렁쿤(Wat Rong Khun)이라는 이 하얀 사원을 덮은 것은 눈이 아니라 순결한 부처의 마음이다. 태국 유명 예술가 찰름차이 코싯피팟이 어느 날 어머니가 나오는 꿈을 꾸고 이 사원을 짓기 시작했는데, 사비를 모아 짓느라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가 사원을 짓는 이유는 어린 시절 자신이 보냈던 비행청소년 시기를 용서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지금의 비행청소년들에게 흔쾌히 사원 짓는 일거리를 내어준다.

독보적 아름다움에 취지까지 좋은 백색 사원 왓렁쿤에서는 작은 장식까지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싶어 사원 입구부터 걸음을 멈추게 된다. 입구에 있는 종 두 개를 울려 보니 예사롭지 않은 울림이 퍼져 나온다. 신비로운 두 소리가 몸을 신성한 기운으로 감싸 주는 것 같다. 우리는 그 기운을 덮고 이제 사원의 다리로 향한다.

종소리를 들을 때까지만 해도 평온했는데 다리로 올라오니 발목에 힘이 들어가 걸음이 무거워진다. 저 아래 지옥에서 올라온 손들이 우리 발목을 잡아채려 하고 있다. 심연에서 올라오는 손만으로도 고통 속 처절함이 느껴지는데 그 옆에 괴물 형상까지 더해지니 아, 이건 더할 나위 없는 지옥의 모습이다. 예쁜 구조물에만 익숙했던 눈이 새롭게 다시 트인다.

지옥을 지나면 비로소 극락이 펼쳐진다. 옆쪽 연못에서 잉어가 평화로이 헤엄치고, 앞쪽으로는 인자하게 웃는 부처상들이 있다. 긴장했던 발목에 힘이 풀리면서 극락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다시 사진기를 든다. 그제야 하얀 구조물에 붙은 반짝이는 유리조각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하얀 천국에 뿌려진 유리의 빛이 천국과 지옥의 대비를 더욱 극명하게 만든다. 지옥과 극락, 그리고 현생인 우리가 공존했던 왓렁쿤을 나오며 다짐한다. 아, 착하게 살아야지. 
 
반캉왓의 입구. 팻말에 반캉왓을 이루는 공간들이 소개되어 있다
현지인 예술가의 공간 니나 아트 스페이스의 자연수영장이 아름답다
(좌) 웨딩으로 유명한 몬파이의 입구  (우)태국 전통춤을 보며 밥을 먹는 칸톡디너. 앞쪽에서 디너쇼가 열리고 있다

●DAY 2  
가장 맛있는 술, 예술
 
아름다운 풍경과 태국 현지 예술가의 따뜻한 환영에 우리들의 얼굴에도 절로 미소가 번진다. 이곳은 예술가의 공간인 니나 아트 스페이스(Ne-Na Contemporary Art Space). 달콤한 태국 전통 다과를 먹으며 자연 자체가 예술인 주변을 둘러보니 천국과 같다. 어제 본 왓렁쿤의 극락도 부럽지 않다. 한국과 태국 예술가들이 모여 작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진지하다.

또 다른 문화 공간 몬파이(Monfai). 숙소를 제공하기도 하고 전통결혼식을 올려 주기도 하는 곳으로 미소가 따뜻한 주인할머니가 먼저 다가와 웨딩 공간을 보여 주신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같이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니, 주인할머니는 촬영지를 배경으로 내 옆에 앉아 손을 꼭 잡아 주신다. 할머니의 따뜻한 손에서 친할머니 같은 정이 느껴져 나는 불쑥, 이곳에 머무르고 싶어진다.

두 예술 공간을 돌아보고 점심을 먹기 위해 라이브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뷔페식 식당 한쪽에서는 남자 가수가 구성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다양한 태국 음식을 맛보며 태국 노래를 듣는데 이내 ‘아리랑’, ‘첨밀밀’이 흘러나온다. 아무래도 센스 있는 가수 분이 우리와 중국 사람들을 위해 선곡한 듯하다. 타국에서 정겨운 노래를 들으니 마음이 잠시 향수에 젖는다. 

태국의 맛있는 음식들로 배를 채우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예술가들의 공동체, 반캉왓(Baan Kang Wat)으로 향했다. 반캉왓은 치앙마이 시내에 살던 예술가들이 외곽에 전통 가옥 형태로 지어 만든 커뮤니티다. 이곳의 분위기에 반해 이들의 여유를 마음에 담뿍 담는다. 자연과 여유가 만드는 예술 공간이 떠나기 싫을 만큼 아름답다. 

쿰 칸톡(Khum Khantoke)에서 디너쇼를 보며 저녁을 먹고, 늦은 밤 우리는 다시 한자리에 모여 맥주를 마셨다. 예술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래피티를 주로 작업하는 후디니 작가님이 말한다.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멋들어진 설명글이 달려야 그림이 아니에요. 화가들은 그냥 이렇게 그리고 싶어서 그릴 때도 있어요. 사람들은 ‘예술가들은 뭔가 다를 거다. 그들 그림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울 거다’ 생각하는데 그러지 말고 가벼우면 가볍게, 무거우면 무겁게 각자의 시선대로 봐 줬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지금껏 느껴졌던 예술가들과의 벽이 녹아내리면서 예술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더욱 가까워진 예술, 오늘 하루 가장 ‘맛있었던’ 시간이었다.
 
1 위앙쿰캄의 복원 중인 터 앞에 서니 탐험가가 된 것만 같다  2 우리는 위앙쿰캄을 도는 트램을 타고 신이 났다  3 왓 쩨디 리암이라고 불리는 이 탑에는 60개의 불상이 들어 있는데, 란나 멩라이왕의 60부인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도이수텝 속 금빛 사원이 찬란한 빛을 발한다 
 
●DAY 3  
그 옛날 란나를 꿈꾸다
 
국민의 95%가 불교를 믿는 태국에는 황금빛 사원이 많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사원은 자연 속에서 더 확연히 빛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지막 탐방일, 우리의 첫 번째 탐방지는 왓 프라탓 도이수텝(Wat Phrathat Doi Suthep)이다. 란나 왕조 시절, 부처의 사리를 운반하던 흰 코끼리가 이 산에 올라가 울더니 탑을 세 바퀴 돌다 쓰러져 죽었다고 한다. 이에 사람들은 이를 신성시해 여겨 1383년 이곳에 도이수텝을 세웠다. 

신비한 이야기에 신비한 사원. 눈부신 황금빛은 숨겨진 보물섬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사원 안, 부처와 승려를 향해 신앙심을 바치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경건하다. 내 카메라 셔터음이 혹여나 그들의 진심을 방해하진 않을까 염려된다.   

도이수텝에는 요일별 불상이 있다. 현지인 가이드에게 물으니, 태국은 사주를 보는 우리와 달리 년, 월, 요일 삼주를 본다고 한다. 따라서 이를 항상 기억하고 있다가, 이 요일별 불상 중 자신의 요일에 맞는 불상에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태어난 요일을 모르는 우리는 결국 모든 요일의 불상에 기도를 드리기로 한다. 

오늘의 일정은 화려한 아름다움을 지닌 란나 왕조와 연관이 있다. 란나 왕국은 태국에 합병되기 전 따로 존재했었던 독립왕국으로, 치앙마이가 그 란나의 도시였기에 문화 또한 깊다. 란나 왕국은 라오스, 버마, 시암 등 주변 다양한 국가들의 영향을 받아 다문화적이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길러 왔다. 도이수텝을 나온 우리는 란나 문화를 더 자세히 느껴 보고 싶어 국립박물관과 란나민속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침내 란나 왕국의 옛 수도 위앙쿰캄(Wiang Kum Kam)에 다다랐다. 1294년 핑강의 대범람으로 침수되어 잊혔다가, 약 700년 후 터가 발견되어 발굴 중에 있는 곳이다. 위앙쿰캄의 안쪽까지 들어가려면 짧은 트램을 타고 움직여야 하는데, 모두들 작은 놀이기구를 탄 듯한 기분에 신이 났다. 그런데 달리는 트램 속에서 셀카 삼매경에 빠진 우리를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바로 발굴된 터와 유적이다. 
유적들을 보며 란나 왕국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가 뚝 떨어진다. 비, 처음 맞이하는 태국의 비다. 다를 건 없지만 왠지 특별하게 느껴지는 타국의 비를 투둑, 투두둑 맞으며 돌아가는 트램에 몸을 싣는다. 이제나 저제나 매력 있는 란나, 매력 있는 치앙마이. 도착하여 트램이 멈추니 비도 따라 멈춘다.  
 
판타스틱했던 치앙마이를 새기며

여성을 테마로 작업을 하는 정연연 작가님 왈, “치앙마이는 판타스틱해요. 이 아우라가.” 이보다 더 좋은 칭송이 있을까. 판타스틱한 아우라를 가진 치앙마이를 무리해서 간추려 보자면, 자연·역사·예술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녹음 속에 피어난 황금색 장미 같던 곳. 치앙마이의 반짝임을 모두 담아오기에 나흘이라는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아쉽기에 더 보고 싶은 추억이 되겠지.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치앙마이의 불빛을 하나 둘 세다가 눈을 감는다. 또 만나자, 치앙마이.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재탄생할 너를 기대하며.  
 
▶독자기자 김효정
여행은 설렘이다. 그곳에서 어떤 인연이 생길지, 그곳이 어떤 느낌일지 차마 예측할 수 없다. 함께한 예술가들은 가까이서 보니 하나하나 진귀한 브랜드였고, 치앙마이라 불리는 그곳은 마치 오지에서 발견한 황금 같았다. 그때의 설렘이 향기로운 카페인처럼 아직 마음에 남아 있다. 
 
*트래비-하나투어 공동캠페인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는 여행을 통해  발견한 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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