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 스위스의 관문, 취리히

트래비기자     작성일제299호(2017.01) 댓글0건
Grand Tour of Switzerland
출발! 스위스 그랜드 투어
 
알프스를 머리에 이고 사는 유럽의 작은 나라 스위스.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연과 중세 문화가 깃든 도시들이 
이 작은 나라에 알알이 박혀 있다. 
마치 보석을 줍는 마음으로 하나 둘 꺼내어 본다. 
 
리마트강 위의 다리에 서면 취리히의 멋진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취리히 관광의 출발점이 되는 취리히 중앙역
 
●스위스의 관문으로 들어서다
Zurich 취리히
 
“르네상스 쥬릭 타워 호텔! 플리즈~”
택시 운전사는 대번에 알아들었다. 성공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취리히(Zurich)’는 이곳 현지발음으로 ‘쥬릭’이라고 말해야 알아듣는다. 이번까지 취리히를 세 번째 방문하며 얻은 아주 기초적인 교훈이다. 취리히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시작하자마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스로 크게 반성을 했다. 어줍지 않은 식견으로 취리히를 예단해 왔기 때문이다. 취리히는 그저 상업적으로 성공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과 만나기 위해 서둘러 벗어나야 하는 복잡한 도시 정도로 인식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취리히가 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혔는지, 취리히를 온전히 걷고 또 걸으면서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 여행기는 부족하게나마 취리히에게 보내는 반성문일지도 모르겠다. 

 
취리히 여행의 출발점

취리히를 방문한 사람들 중 중앙역(Zurich Bahnhof)을 가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유럽의 각 도시들이 그러하듯, 취리히 역시 중앙역을 중심으로 메인 거리들이 여기저기로 뻗어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제1의 도시의 역인 만큼 취리히 중앙역은 스위스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물론 역사도 깊다. 1847년 8월 개관했으니 벌써 그 나이가 160살이 훌쩍 넘은 셈이다. 중앙역에서 운행하는 열차는 스위스 전역에 흩어진 주요 관광지들로 향한다. 

역전 횡단보도 앞으로 나서면 스위스 건국의 아버지, 빌헬름 텔(Wilhelm Tell) 동상을 만든 조각가 리하르트 키슬링(Richard Kissling)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동상 주변으로 끊임없이 오가는 트램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로 생동감이 넘쳐난다. 이곳에서 도로를 따라 걸으며 천천히 여행을 시작할 수도, 트램을 타고 훌쩍 도시의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여행자 선택의 몫이지만, 어느 쪽이든 나름 멋스러운 여행의 시작이 된다.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한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광장. 수상자 중에는 아인슈타인도 포함된다
취리히 호수에는 친구, 가족 단위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한눈에 도시를 담다

먼저 취리히 지도를 펴 보자. 취리히에서 주요 관광 포인트는 어디일까? 먼저 취리히 도심을 가로지르는 리마트(Limmat)강 주변을 꼽을 수 있겠다. 강 주위로 자리 잡은 구시가지에는 중세풍 건물들이 멋스럽게 죽 늘어서 있다. 그런가 하면 리마트강이 끝나는 지점의 취리히 호수 주변은 현지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다. 특히 석양을 마주보는 제펠트(Seefeld) 지역은 취리히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동네로, 여행자들에겐 여유로이 산책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구시가지 정반대편에 해당하는 취리히 웨스트 지역도 가 볼 만하다. 산업화 시대에 공장과 선박을 수리하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새로운 상업지구로 급속히 탈바꿈하고 있다. 기존 공장 건물들을 부수고 새롭게 지었지만, 오래된 건물에 디자인적인 요소를 입혀 새로운 얼터너티브(Alternative) 공간으로 변신했다. 덕분에 웨스트 지역은 현지 젊은이를 비롯해 한밤의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고픈 여행객들 사이에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도를 어느 정도 탐색했다면, 이제 밖으로 나가 도시를 탐험할 차례다. 지도에서 확인한 장소들을 따라 찬찬히 걷다 보면 머릿속에 1차원적으로 떠올랐던 장소들이 이내 3차원의 형상으로 눈앞에 등장한다. 가끔은 길을 잃고,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도 괜찮다. 지도를 접었다 폈다, 몇 차례 길을 헤매는 동안 어느새 취리히는 차곡차곡 입체적인 기억으로 쌓이게 되니 말이다. 
 
16세기 중반에 활동한 종교개혁가 츠빙글리의 동상. 건물 뒤로 취리히 유명 건축물인 그로스뮌스터 탑이 보인다
쇼핑의 중심가인 반호프 거리에 위치한 스위스은행 본사 건물
리마트 강변에는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있다
 
구시가지를 거니는 법

걷기 여행의 출발점이 중앙역이라면, 그 발걸음을 시작하는 첫 번째 장소는 단연 반호프 거리(Bahnhofstrasse)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역전 거리’인 이곳은 취리히 중앙역 앞에 놓인 1.3km에 달하는 대로로, 은행과 유명 브랜드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쇼핑 명소로도 유명한데, 실제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선정한 ‘세계 최대 쇼핑 거리 10선’에 미국 비벌리힐스(Beverly Hills), 런던의 본드 스트리트(Bond Street)와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반호프 거리만 보면 취리히는 굉장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도시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거리 왼편에 위치한 유명 제화점 발리(Bally)나 렌베그(Rennweg) 거리에선 반호프 거리와는 또 다른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흐른다. 이렇듯 취리히는 과거의 전통과 현재의 모던함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도시다.

반호프 거리를 둘러봤다면 렌베그 거리의 왼쪽에 위치한 푸르투나 거리(Furtunagasse)를 지나 자갈이 깔린 비탈길을 죽 올라가 보자. 거기서 오른쪽 계단을 오르면 린덴호프(Lindenhof)가 등장한다. 이곳을 찾아야 할 이유는 탁 트인 도시 전경 때문. 구시가지, 그로스뮌스터대성당(Grossmunster), 시청사, 리마트강 등 취리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고대 로마인의 요새였던 린덴호프는 관광객뿐 아니라 취리히 시민들에게도 소중한 휴식 공간이 되어 주고 있다. 

구시가지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쏠쏠한 재미는 교회들을 돌아보는 것이다. 종교개혁 출발지로 알려진 그로스뮌스터대성당,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성모 교회 프라우뮌스터(Fraumunster), 8.7m에 달하는 유럽 최대 시계판이 독특한 성페터교회(Peterskirche)가 이곳에 자리해 있다. 리마트강을 따라 자리한 교회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카메라가 바빠지기 시작한다.
 
교회 외관과 여기저기 난 골목길, 내부 독특한 장식들까지 도심에선 미처 보지 못한 모습에 셔터를 절로 누르게 된다. 소소한 컷들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면 교회들이 모두 담긴 전경 샷을 찍을 차례. 이제 리마트강과 취리히 호수가 만나는 지점의 콰이 다리(Quaibrucke)로 향할 때다. 다리 중간 지점에 선 순간, 단번에 알게 된다. 이곳이 왜 구시가지의 베스트 포토스폿이라 불리는지.
 
리마트강과 그로스뮌스터의 빛나는 야경
취리히의 명물 중 하나인 ‘폴리반(Polybahn)’. 센트럴에서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을 왕복 운행하는 트램으로 일명 ‘학생들의 특급열차’라 불린다
오래된 부티크와 카페, 레스토랑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차 있는 니더도르프 거리
 
취리히의 밤은 서쪽에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지칠 무렵, 커피 한잔의 휴식을 위해 니더도르프(Niderdorf)로 향했다. 구시가지의 정취가 제대로 묻어나는 오랜 거리에는 갤러리, 공예품 가게,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여 있다. 특히 이곳은 역사적인 인물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레닌이 혁명을 일으키기 직전에 살던 집과 1차 세계대전 이후 나타난 다다이즘(Dadaism)이 탄생한 카페도 바로 이곳에 있다. 1916년에 문을 열어 다다이즘 운동의 시초가 된 카바레 볼테르(Cabarat Voltaire)는 당시 예술가들이 시를 읽고 토론을 하던 아지트 같은 장소였다고. 아인슈타인과 무솔리니  역시 이 거리를 거닐었다 하니 희끗희끗 낡은 골목들이 새삼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취리히에서 단 하룻밤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구시가지에만 머물기보다는 취리히 웨스트 지역 또한 경험해 봐야 한다. 최근 뜨겁게 떠오른 웨스트 지역은 생동감 넘치는 취리히의 오늘을 잘 보여 준다. 200~300년 전 웨스트 지역에 각종 공장들과 스위스 맥주 브랜드 뢰벤브로이(Lowenbrau)가 들어서면서 호황을 누렸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 점차 쇠퇴해 공장 건물들만 덩그러니 남았다. 뉴욕의 브루클린이나 독일의 베를린이 그랬듯 산업이 몰락한 이후 웨스트 지역에는 점차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었고,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웨스트 지역에서는 조선소, 공장, 발전소 등 이전 건물들의 특징적 요소를 그대로 살린 공간들을 적잖이 볼 수 있다. 특히 조선소를 재탄생시킨 쉬프바우(Schiffbau), 제철소였던 펄스 5Puls 5, 뢰벤브로이 맥주공장을 개조해 오픈한 쿤스트할레(Kunsthalle)가 유명하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난 프라이탁Freitag 브랜드 상점과 아직도 열차가 달리고 있는 고가교 아래 임 비아둑트(Im Viadukt) 쇼핑 구역도 놓치지 말길.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한 끼, 감각적인 바에서의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루 종일 부산했던 여정을 마무리하는 데 이만치 근사한 보상도 없다.
 

축구마니아들의 성지
FIFA 세계축구박물관(FIFA World Football Museum)

축구 마니아라면 스위스 취리히에 FIFA 본부가 있다는 것을 익히 알 것이다. 그러나 취리히에 FIFA 세계축구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은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마련된 축구박물관 안에는 월드컵 출전국가의 유니폼부터 월드컵의 역사 전시실과 다양한 사진자료까지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도서관과 스포츠 바, 카페, 180도 영화관,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놀이시설 등도 갖추고 있다.  
오픈: 화~토요일 10:00~19:00, 일요일 09:00~18:00(월요일 휴관)
요금: 성인 CHF24, 아동(7~15세) CHF14, 학생 CHF18
홈페이지: www.fifamuseum.com 
 
글·사진 Travie writer 오상훈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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