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리얼코리아가 뜬다

트래비기자     작성일제299호(2017.01) 댓글0건
 
가끔씩 외국에서 한국을 찾는 손님을 응대할 때가 있다. 오랜 소중한 친구가 휴가차 놀러 올 때도 있고, 중요한 파트너가 업무상 찾을 때도 있다. 그게 해외 바이어든 관광객이든 나는 우리나라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얼마 전 필자의 오랜 친구이자 직장 동료 셋이 한국에 왔다. 강원도 춘천에서 업무가 있어 2박3일 동안의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셋은 멀리 미국과 영국에서 온 방문객이었다. 이 중 마이크(Mike)와  제이크(Jake)는 한국을 여러 번 다녀갔고, 크리스(Chris)는 초행이었다. 

반가운 손님을 만난다는 설렘에 나는 몇 주 전부터 들떠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우선 그들이 한국에 머무는 기간이 너무 짧았고, 추운 겨울 날씨인 데다가 나의 업무 일정이 너무 바빠 우리나라의 멋진 모습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더구나 춘천은 내가 자란 곳도 아니기에 나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곳이 아닌가. 그리고 이들은 대만과 호주, 싱가포르를 거치며 이미 좋은 경험을 많이 한 후에 한국을 방문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우리나라가 그중 최고라는 느낌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났다. 

그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날,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를 드렸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면서도 눈을 조금 뿌려주어 예쁜 우리나라를 그들에게 보여주세요’ 라고. 하지만 눈은 오지 않았고-다행히 비도 오지 않는 화창한 날씨였지만- 춘천고속도로를 지나며 차창 너머로 바라본 산은 눈이 한 점도 쌓이지 않은 모습이어서 아쉬움을 주었다. 아니다 다를까, 이들은 한국에도 눈이 많이 오는지 궁금해 했다. 

아, 눈 덮인 우리나라 겨울산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하필 오늘은 눈 한 점 없단 말인가. 아쉬운 마음에 우리나라는 하얀 눈을 밟으며 겨울 등산을 할 수  있고, 빙판 위에서 썰매를 타고, 따뜻한 코코아와 함께 겨울 낚시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하려는 순간, 차창 너머 풍경을 바라보던 크리스는  “뷰티풀”하고 외쳤고, 마이크는 “고저스!”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렇다. 눈이 없는 겨울산이 우리에게는 황량해 보였지만, 이들에게는 자연을 듬뿍 느낄수 있는 초겨울 솔직한 산의 모습이었고, 그게 그렇게도 아름다웠던 것이다. 나의 걱정과 달리 친구들의 감동은 춘천에 도착한 후에도 계속되었다. 이들은 소도시의 소박한 풍경에 흠뻑 빠졌고 강원도 제철 음식 맛에 감탄했으며, 강원도민의 환대에 감사했다. 

춘천을 떠나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창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과 춘천에서 느낀 감동에 대해 내내 이야기했다. 한국에 오면 서울에서만 머물다 간 이들이기에 서울을 떠나 새로운 것, 어찌 보면 우리의 일상을 체험한 것에서 큰 기쁨을 발견한 것 같았다. 우리에겐 익숙한 것이 그들에겐 낯선 것이고, 또 그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겐 일상적인 것이 오히려 이들에겐 새로움이요 진짜 한국, 리얼 코리아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래도 난 그들에게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자랑하고 싶었다. 5천 년 역사의 숨결이 깃든 전통의 맛과 특산물, 그리고 수려한 자연경관이 전국 방방곡곡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설악산의 단풍, 순천만의 갈대, 단양 도담삼봉의 절경, 제주도 올레길,  남해 보리암, 진안 마이산 탑사, 전주한옥마을, 보성 차밭, 강원도 동해안의 바닷가, 담양 대나무 숲길, 해남 땅끝마을, 태안 해변길, 서산 갈대밭 등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2017년에 계획한 국내 여행지가 모두 나왔다. 

서울에 도착해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당당히-아주 약간의 조바심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나오는 식당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우리는 산낙지, 간장게장, 묵은김치, 그리고 시래기 된장찌개와 막걸리와 함께 먹었다. 마이크는 ‘판타스틱!’을 외치며 환상적인 맛이라고 평가했고, 제이크는 이 신기한 맛은 평생 기억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에는 꼭 다시 와서 맛보고 싶다고 했다.

아일랜드 출신 소설가 조지 무어(George Moore)는 여행에 대해 말하길, “인간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세계 여행을 떠나지만, 집에 돌아온 뒤에야 그것을 발견한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가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이미 우리나라에 있을 수도 있다. 2017년 丁酉年, 국내 여행을 계획해보는 게 어떨까?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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