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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와 온천, 와이너리 투어가 덤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7.01.31 15: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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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와 石和
그대, 마음의 문을 열어 주오 

마음 속 꽁꽁 감춰 두었던 가여운 이야기는 보드랍고 따뜻한 물길에 스르르 녹아내렸다. 포도주 한 잔을 더하는 밤이면 더 쉽게 잊을 수 있다. 요란하지 않아 좋았던 이사와에서는. 
 
 
메이세키노야도 카게츠는 3대째 운영되고 있다. 알칼리성 온천수는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와인을 머금고 입수 

시계태엽을 돌려 그날 밤으로 돌아가 본다. 하얀 입김이 차가운 공기 속으로 뽀얗게 퍼진다. 발가벗은 몸은 뜨거운 물에 데워져 발갛게 물들었는데 머리카락은 쭈뼛 설 정도로 공기는 차갑다. 뜨거운 노천탕 수면 위로는 적막을 뚫고 빗방울이 스타카토처럼 ‘톡톡’ 떨어져 그럴듯한 멜로디를 만든다. 겨울, 그리고 일본 노천탕의 밤이다. 

정말 오랜만에 단잠을 맛보았다. 어젯밤 꽤 많은 비가 내린 모양이다. 새벽부터 희뿌옇게 피어오른 물안개를 걷어 내며 정원을 걷는 기분은 퍽 묘하다. 이사와 메이세키노야도 카게츠는 정원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온천 호텔이다. 이사와가 온천마을로 개발되기 시작한 건 불과 50~60년 전이라 이 마을에는 2~3대째 운영 중인 온천 호텔과 료칸이 많다. 이곳은 3대째 대를 이어 영업 중인데 젊은 사장님의 센스 때문일까, 호텔은 평온하지만 밝은 분위기다. 지난해 4월 일본 온천 호텔로서는 최초로 정원에 3D 맵핑 일루미네이션을 쏘아 올렸다. 형형색색의 빛이 정원을 수놓았고 일본 온천들 사이에서는 꽤 신선한 이벤트로 기록됐다. 정원 가운데에는 여름에 이용할 수 있는 야외 수영장도 작게 마련하는 등 전통을 따르면서도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가 더해지고 있다. 

아침부터 왜 이리 몽롱한가 했더니 물안개 때문만은 아니었다. 전날 밤 한 잔 두 잔 기울인 와인이 범인인 듯했다. 야마나시현은 ‘분지’다. 일교차는 10도 이상으로 크고 일조량이 많다. 이런 기후적 특징 덕분에 잘 자라나는 것이 있다. 복숭아와 포도다. 특히 포도는 야마나시현이 자랑하는 특산품이다. 일본에 와이너리가 200여 개 있는데 그중 82개가 야마나시현에 자리한다. 이사와 온천마을에만 12곳이다. 어쩐지, 이사와 온천마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왠지 모르게 애정이 가더라니. 

사케 투어 대신 와이너리 투어에 나섰다. 유럽이 아닌 일본에서 생산하는 와인 맛이 꽤나 궁금했으니까. 마르스 와이너리는 메이세키노야도 카게츠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시라 등의 포도종을 재배한다. 특히 약 400여 년 전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과 한국을 거쳐 흘러들어온 유럽 포도 품종 ‘고슈’를 이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는데 기후의 변화로 이제는 일본에서만 수확 가능하단다. 230리터 크기의 오크통에서 포도는 2~3년 동안 산화 숙성 시간을 거치기도, 400년 역사를 가진 커다란 도자기 ‘카메’에서 시간을 보내며 감칠맛이 더해지기도 한다. 포도는 자고 있는 시간이 당분이 더 높아 피곤하더라도 밤 10시 이후에 수확한다고. 
오늘 밤, 생각난 김에 이사와에서 데려온 잠든 포도를 깨워야겠다. 벌써 코끝에 달달한 향이 훅 끼친다. 
 
료칸 도우미 나카이상은 머무르는 내내 환한 미소로 안내를 돕는다
이사와는 포도가 특산물이다. 이사와에서 재배한 포도로 다양한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이사와에서는 사케 대신 와인 한 잔을 기울여도 좋다
이사와 호텔 하타(Hotel Hatta)는 와인 분말을 넣은 와인탕이 유명하다
쇠고기 ‘고슈규’를 메인으로 한 가이세키 정찬. 지방 함유량이 높아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한다
객실 내 제공되는 전통차. 목욕 전후로 즐기면 긴장을 푸는 데 좋다 
 
 
●일본 온천, 아는 만큼 즐겁다  
 
초보 온천 여행자들이라면 알아두는 게 좋겠다. 
일본과 한국, 아무리 비슷한 문화를 가졌다고 하지만 온천만큼은 많이 다를 테니. 
 
 
문신 있으면 출입 금지? 
일본 온천탕은 문신이 있는 이들의 출입을 금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패션 문신이 유행하면서 규제 문턱을 낮춘 곳들도 있지만 여전히 엄격한 곳들도 상당하다. 과도한 문신이 온천탕 내에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은 문신일지라도 각 온천마다 규정 사항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온천’ 여행이잖아요 
온천 여행을 계획했다면 다른 계획은 잠시 접어 두자. 일본인들은 보통 오후 2~3시에 체크인 하면 객실에서 잠시 따뜻한 차와 간식으로 다과를 즐기며 휴식을 취한다. 저녁식사 전에는 식욕을 돋우도록 온천을 즐기고 식사 후에도 소화를 위해 온천에 간다. 아침식사 전후로도 마찬가지니 온천 여행의 본질은 ‘온천’임을 잊지 말자. 온천장에 갈 때는 객실 내 준비된 유카타로 갈아입는 것이 좋다. 
 
여탕에도 남자가 있어요
과거 일본 온천은 남녀 혼탕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그리 많지 않다. 대신 일정 시간을 주기로 남녀 탕을 서로 바꾸어 운영하는 곳은 많다. 어젯밤에는 여탕이었던 곳이 다음날 아침에는 남탕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으니 투숙하는 호텔 또는 료칸의 온천탕 운영 규정을 꼭 숙지하는 것이 좋겠다.
 
유카타로 온천 분위기 Up! 
유카타는 기모노의 일종이지만 목욕 후나 평상시에 입는 간편한 의상이다. 일본 온천 호텔이나 료칸에는 유카타가 구비돼 있다. 
 

유카타 홑옷 | 왼쪽 옷깃을 아래로 두고 오른쪽 옷깃을 여민다. 

오비 | 홑옷 위로 둘러 매고 묶는다. 리본은 뒤에서 묶는 것이 예쁘지만 혼자 묶기 어렵다면 앞쪽에서 묶어도 괜찮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 업로드된 오비 매는 법을 영상으로 숙지하고 도전해 보자. 
 
타비 | 한복에 버선이 있다면 유카타에는 타비가 있다. 나무신 게타를 편하게 신기 위한 전통 양말이라고 보면 된다. 
 
▶travel info
 
 
Winery
마르스 와이너리(Mars Winery)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시라 등 다양한 포도품종을 직접 재배한다. 산화작용이 활발한 코르크 사용은 지양하고 있다. 화이트와인 품종 ‘고슈’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일본 내에서도 높은 인정을 받고 있다. 와인 테이스팅 및 투어도 가능하다.  
주소: 126 Yamasaki, Isawa-cho, Fuefuki City, Yamanashi Prefecture 406-0022
전화: +81 55 262 1441  
홈페이지: www.hombo.co.jp/marswine
 

HOTEL
이사와 호텔 하타(Hotel Hatta)

55객실 규모의 온천 호텔이다. 포도가 유명한 이사와인 만큼 와인 분말을 섞은 온천탕을 선보이고 있다. 폴리페놀 함유량이 높아 미백에 탁월하다. 그래서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20~30명 규모의 단체 연회장부터 소규모 연회장도 갖추고 있다. 
주소: 1607 Kawanakajima, Isawa-cho, Fuefuki-shi, Yamanashi 406-0024  
전화: +81 3 6300 4370
홈페이지: www.hotel-hatta.co.jp 
 
글 손고은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유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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