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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의 기술] 파란 하늘을 파랗게 찍고 싶다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2.02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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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Sky Photography
늦겨울. 여전히 춥지만 하늘은 맑고 청명한 계절이다. 
그러나 눈으로 본 것만큼 파랗게 나오지 않는 하늘 사진. 
여행에서 가슴 시리게 파란 하늘을 촬영하는 요령을 알아보자.
 
 
 
촬영지ㅣ호주 브라이튼 비치
카메라ㅣCanon EOS 5D, 초점거리 40mm, 촬영모드 M, ISO 100, 조리개 F8, 셔터스피드 1/2,000초
 
 
“쪽빛 염색을 하는 장인의 마음으로!”
 
여행에서 파란 하늘을 만나는 것은 순전히 운이라 할 수 있지만 파란 하늘을 꼭 촬영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계절과 여행지를 잘 선택해야 한다. 겨울철의 유럽이나 우기의 동남아라면 파란 하늘을 만날 확률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원색의 창고들과 함께 새파란 하늘이 돋보이는 이 사진의 촬영 장소는 호주 빅토리아주의 브라이튼 비치다. 남반구라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가을의 절정인 5월의 호주 빅토리아주. 그곳의 하늘은 불순물 하나 안 섞인 쪽빛 하늘이었다. 파란 하늘만 실컷 보고 와도 비행기 티켓값을 뽑은 기분이었다. 1년 중 300일이 맑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라든지, 덥기는 해도 청명한 햇빛이 좋은 여름의 이탈리아나 그리스도 파란 하늘이 그립다면 가 볼 만하다.

그렇게 대기가 깨끗하고 하늘이 파란 곳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하늘과 가장 어울리는 피사체를 사전 조사해 놓자. 이미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속의 유명한 사진가 브라이언 피터슨의 사진교재에서 호주 멜번의 부자들이 서핑 보드를 보관하는 창고가 줄지어 있는 브라이튼 비치를 촬영한 사진을 보고 여행 가기 전 꼭 가 봐야 할 장소로 점찍어 놓았다.

하루 중 하늘이 가장 파란 시간은 아침과 저녁시간대. 브라이튼 비치에서 가장 담고 싶은 장면은 파란 하늘과 함께 원색으로 표현된 창고들이었기에 미리 일출몰 시각을 조사해 아침보다는 저녁이 파란 하늘과 함께 창고를 촬영하기에 좋은 시간대임을 알아냈다. 그렇게 늦은 오후 찾은 브라이튼 비치. 기대했던 것처럼 하늘은 너무나 청명했고, 1채당 1억원이 넘는다는 오늘의 주인공, 창고들은 진득하게 그 원색을 발현하고 있었다.

당연히 해를 등지고 순광 방향으로 각도를 잡았다. 역광과 달리 순광은 이성적인 빛. 솔직히 자동모드로 찍으나 매뉴얼모드로 찍으나 거의 비슷하게 적정노출이 잡히고 적당히 해를 등진다면 누구나 어떤 카메라로도 멋지게 위와 같은 장면을 담을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가급적 조리개값은 가장 화질이 좋은 F8 정도로 설정하고 평균 측광에서 카메라가 지시하는 적정노출보다 -1/3, 혹은 -2/3 정도 어두운 노출로 촬영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고대했던 파란 하늘과 원색의 창고를 담은 이 사진은 게티이미지나 셔터스톡 같은 글로벌 이미지 판매사이트에서 광고주들에게 가장 많이 팔리는 사진 중 하나가 되었다. 
 
 
●가슴이 탁 트이는
파란 하늘 사진을 찍으려면
 
인공적으로 염료를 얻기 힘들었던, 자연에서 순수하게 색을 뽑아내던 시절, 파란색은 가장 뽑아내기 힘든 색이었다. 보석과 다름없던 청금석을 갈아야 얻을 수 있는 색이었기에 라피스라줄리 같은 광석은 보석과도 같은 대우를 받았고, 르네상스 시절의 화가들은 이 파란색 염료를 사기 위해 재력가들의 후원을 받았을 정도. 보석과도 같은 파란색 하늘을 만나기만 한다면 촬영하는 요령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좋은 하늘을 만나는 것도 내공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팁이 어디 있느냐고? 천만의 말씀! 하늘 사진에 있어 좋은 하늘을 만나는 것도 능력이다. 해외라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계절과 지역을 잘 선택해야 하며 국내에서 여행을 한다면 얼마든지 기상 정보를 통해 파란 하늘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유념할 것은 단순히 ‘맑음’이라고 파란 하늘이 꼭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 무엇보다 유념해서 볼 것은 그 지역의 시정거리다. 기상청 사이트(www.kma.go.kr)에 접속하면 기본적인 날씨나 온도 정보 외에 ‘관측자료’ 부분이 있는데 거기서 운량, 시정거리 등의 상세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시정거리가 최소한 20km 이상이 나와야 순수한 파란 하늘을 촬영할 수 있다. 시정거리가 안 좋은 경우 아무리 맑은 날이라도 탁하고 뿌연, 멜랑꼴리한 하늘색만 담길 뿐이다.
 
가장 아름다운 하늘은 아침 저녁 하늘이다 

진짜 눈이 시리도록 파란 색깔의 하늘을 찍고 싶다면 시정거리가 좋은 날 해가 뜨고 난 직후와 해가 지고 난 직후의 하늘을 노리는 게 좋다. 하늘이 파란 이유는 태양 가시광선의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가지 색 중 ‘파남’의 영역이 가장 많이 산란되기 때문인데 태양 쪽이 빨갛고 노랗게 물드는 시간대에는 반대편 하늘도 보색인 ‘남보’의 영역으로 가장 아름다운 색깔을 띠게 된다. 그래서 날씨가 청명한 날, 아침 일찍이나 ‘야경의 황금시간대’라 불리는 저녁 시간엔 포토샵 의심을 받을 정도로 진한 파란색 하늘을 찍을 수 있다.
 
 
 
일본 비에이
역광으로 촬영하면 파란 하늘은 확실히 색이 죽기 마련이다. 하지만 겨울철 눈이 많은 곳에서 촬영할 때는 역광도 나쁘지 않다. 하얀 눈이 반사되면서 역광도 그럴싸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 설경으로 유명한 홋카이도 비에이에서 그렇게 고대하던 파란 하늘이 나오던 순간. 셔터를 누르던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태양을 등지고 촬영해야 순수한 파란빛을 얻는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파란 하늘은 순광으로 촬영해야 한다. 카메라의 렌즈를 태양을 향하고 사진을 찍게 되면 빛을 곧바로 받기 때문에 사진에 빛의 불순한 산란이 많이 일어난다. 그리고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역광으로 촬영을 하면 렌즈의 대표적 빛굴절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레어, 비네팅, 할레이션빛번짐 현상이 3종 세트로 함께 나타난다. 반대로 태양을 등지고 하늘을 찍게 되면 빛이 사진사를 지나 반대편의 하늘과 피사체에 고루 뿌려지게 된다. 그만큼 발색이 좋고, 렌즈 플레어나 색수차 등 빛의 불안함으로 생기는 왜곡이 발생할 확률도 적어진다. 파란 하늘을 담고 싶다면 ‘태양 등지고 사진 찍기!’ 를 항상 염두에 두자.
 
▶​적정노출보다는 조금 어둡게 찍어 보자!

‘사진은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조합하여 딱 적정 노출일 때 셔터를 눌러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적정 노출의 중요함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하늘의 색깔만을 생각한다면 적정 노출보다 약간 마이너스로 찍는 게 좋다. 즉 노출이 약간 부족한 듯 어둡게 찍으면 좋다는 이야기. 단 이렇게 하늘을 중점으로 어둡게 촬영하는 경우 땅 부분이 어두워질 수 있으니 너무 과다하게 노출 부족으로 설정할 필요는 없다.
 
 
스위스 뮤렌
파란 하늘이 아무리 멋져도 주피사체는 아니다. 하늘은 배경이란 말씀! 기가 막히게 청명했던 7월의 스위스 알프스. 파란 하늘과 함께 유명한 아이거봉과 패러글라이더를 함께 담았다.
 
 
파란색은 가장 얻기 힘든 색이다. 보조도구를 활용하자!

출판 인쇄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파란색이 가장 다루기 힘든 색이라는 것을 실감하실 게다. 모니터에서 구현되는 RGB 모드에서는 그나마 파란색이 제대로 보이지만 인쇄할 때 표현되는 CMYK 모드에서 파란색은 원래 본 느낌처럼 선명하게 나오기가 정말 쉽지 않다. 또한 우리 눈이야말로 최고의 렌즈! 카메라나 렌즈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눈으로 본 본연의 파란 하늘색을 100% 찍어내긴 힘들다. 생각보다 탁한 색으로 하늘빛을 표현하기 마련인데 그럴 땐 사진 내공의 부족함을 탓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 없이 과감히 보조도구의 힘을 빌려 보자. 

렌즈 앞에 끼워 각도를 조절하면서 빛의 여러 가지 반사를 잡아 주는 CPL필터는 적절히 반사광을 차단하면서 하늘 본연의 색깔을 더 짙게 만들어 준다. 보통 렌즈를 사면 끼워 주기도 하는 UV필터는 사실 렌즈보호용이기 때문에 정말 파란 하늘을 찍고 싶다면 과감히 CPL필터를 사는 용단도 필요하다.

CPL필터가 사진을 찍는 순간 도움을 준다면 포토샵이나 편집 프로그램은 사진을 찍은 뒤 보정을 통해 도움을 주는 존재다. 색 편집이라든지 레이어간의 블렌딩 모드를 조절해 하늘색을 더 파랗게 만들 수 있는데 과도한 보정은 금물이지만 눈으로 본 감동만큼 하늘빛을 표현하려면 어느 정도의 보정 실력도 필수다.
 
 
 
 
 
몽골 노마디크
광활한 대지와 하늘이 펼쳐지는 몽골이야말로 파란 하늘을 만나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파랗다 못해 검게 느껴지는 청명한 하늘. 순도 100%의 깨끗한 파란 하늘을 만나고 싶다면 아직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을 찾는 게 우선이다. 
 
 
인도 조드푸르
날씨가 좋을 때는 가끔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좋다. 인도 3대 성 중 하나인 조드푸르의 메헤랑가르성에 가면 사면이 건물로 둘러싸인 공간이 나오는데 파란 하늘과 함께한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누워 바라보았다. 그러던 차 날아가는 한 마리 새. 이 역시 정말 황홀한 순간이었다.
 
 
일본 효고현 아와지섬
새파란 하늘도 좋지만 흰 구름이 적당히 있는 파란 하늘이 더욱 더 청명한 느낌을 준다. 일본 효고현과 도쿠시마현 사이에 있는 아와지섬에는 유명한 건축 디자이너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 건물들이 많은데, 건축미는 이렇게 파란 하늘과 함께했을 때 더 돋보인다.
 
 
한국 선운사
하늘이 파랗게 예쁘다면 그 하늘이 담기는 다른 곳도 찾아보자. 호수 같은 곳에 비치는 반영이 대표적일 터. 수면이 잔잔하다면 거울 같은 반영, 살짝 바람이 불어 준다면 의도치 않은 추상화나 유화 같은 화면을 창조할 수 있다. 또한 하늘이 꼭 물에만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보닛이라든지, 빌딩의 유리창에 비치는 하늘도 놓치지 말자.
 
 
한국 파주
꽃밭은 파란 하늘과 가장 어울리는 공간이다. 빨강과 노란 꽃의 원색과 함께 파란 하늘은 가장 어울리는 보색이기 때문. 초여름 장맛비가 내리고 난 뒤 싱그러운 양귀비밭과 함께 여름 이미지를 담은 이 사진은 원근감을 강조하기 위해 17mm 광각으로 촬영하였다.
 
 
스위스 쉴트호른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하늘은 파랗다. 스위스 알프스의 쉴트호른 전망대에서 담은 이 사진은 해발 2,900m 이상의 고도에서 촬영한 것이다. 청명한 하늘과 함께 알프스의 장엄한 산맥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표현했다.
 
글•사진 김경우 작가 에디터 트래비
 
여행사진가 김경우 | 10년간의 잡지 기자 생활을 마치고 틈만 나면 사진기 한 대 들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좋아 발 닿는 대로 다녔으나 늦둥이 아들이 태어난 뒤, 아이에게 보여 줄 오래된 가치가 남아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www.woos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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