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 중국 10위안 뒷면에 새겨진 그곳

트래비기자     작성일제300호(2017.02) 댓글0건
중국 장강 삼협 크루즈 여행③삼협 & 삼협댐
 
●세 명의 영웅 같은 세 개의 협곡
구당협·무협·서릉협
 
백제성에서 시작된 기대감은 세 개의 협곡에 들어설 때 최고조에 이른다. 삼협은 저 많은 이들이 기꺼이 크루즈에 올라 수백 킬로미터를 여행하는 이유가 된다. 백제성의 끝자락, 기문에서 바라보는 구당협(瞿唐峽)의 위용은 아찔하다. 가히 중국을 대표할 법한 위용이다. 그 웅장함은 중국 인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위안의 뒷면에도 새겨져 있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세 협곡의 위용은 아찔하다
삼협을 통과하는 구간 도중에는 소삼협과 소소삼협을 둘러보는 별도의 코스가 있다
 

배를 타고 협곡으로 들어가면 그 기운은 더 강렬해진다. 두보가 그의 시 ‘구당양애(瞿塘兩崖)’에서 서술하듯 강의 양쪽으로 깎아지른 산들이 늘어서 있다. 한낱 작은 배(1만톤이 넘어가는 크루즈임에도 불구하고)는 말 그대로 일엽편주처럼 초라하다. 수심이 100m나 더 올라간 지금 돌아봐도 저토록 웅장할진대, 100m 아래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과연 어떠했을까. 고개를 들어도 돌뿐이고, 물을 내려다봐도 돌뿐이라는 두보의 서술이 틀리지는 않았으리라.

구당협을 지나면 작은 배로 갈아탄다. 삼협 속의 삼협, 소삼협(小三峽) 코스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이 코스는 우샨巫山 지역의 장강 지류인 다닝(大寧) 하류 중에서도 용문협, 파무협, 적취협을 돌아본다. 소삼협의 끝자락에 이르러 더 작은 나룻배로 갈아타는데, 이는 소소삼협(小小三峽)을 향하는 코스다. 과거 장강 유역의 거주민들은 죽은 이의 관을 벼랑의 틈에 끼워 넣는 현관장을 지냈는데, 소삼협과 소소삼협 코스에서 절벽 틈 사이의 현관을 살펴볼 수 있다. 
 
 

소삼협에서 햇살이 단풍과 어우러지는 경관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이 지역은 12월에 단풍이 든다
소삼협은 배를 몰아가는 구간 곳곳에 재밌는 이야깃거리도 많다
무협은 구당협과는 또 다른 면모를 뽐내는 곳이다. 압도적인 위압감이 노을에 젖어들 때면 화려했던 옛 중국의 모습을 그려 보게 된다
 

구당협을 지나 오후 늦게 당도한 무협(巫峽)은 또 다른 느낌으로 웅장함을 전한다. 구당협보다 훨씬 강직한 눈매다. 깎아지른 벼랑의 살결에 수억년의 시간이 굽이치며 물들어 있다. 저 멀리로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와중에 뱃머리 좌측, 깎아지른 벼랑 위로 신녀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안개가 심한 평소에는 보기 어렵다는 작은 바위다. 뿌옇게 흐려져 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마치 사람이 벼랑 위에 서 있는 듯, 멀어져 가는 우리를 배웅하는 듯 모습이 신비스럽다. 신녀봉은 악룡에게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내려온 신녀가 돌이 된 것이라는 설화가 들린다.

삼협의 마지막 협곡인 서릉협(西陵峽)은 장강 크루즈 여행을 마무리할 때쯤 만나게 된다. 하선을 앞두고 마지막 만찬이 펼쳐지는데, 선내에서 서릉협을 감상하며 만찬을 즐기는 식이다. 삼협의 막내를 온전히 둘러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삼협댐은 세계 최대 크기의 댐이다. 공사 기간만 10년이 걸렸다. 장강을 가로막고 선 이 댐은 길이만 2.3km에 달한다
 
 
●거대한 댐에서 중국을 읽다
삼협댐
 
크루즈 안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인 3일째 밤은 몰려드는 잠을 쫓으며 밤 12시가 되길 기다려야 했다. 하루 160km씩 흘러내려온 배는 마침내 후베이성 이창시에 닿았다. 배를 기다리고 있는 건 세계 최대 크기의 삼협댐이다. 이곳에서 배는 댐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다섯 개의 갑문을 통과해야 한다. 한참을 기다려 갑문 안으로 들어선 배는 우측 벽으로 배를 붙여 벽과 연결된 장치에 몸을 고정시킨다. 이윽고 ‘끼익’거리는 쇳소리를 쉼 없이 내지르며 배는 아래를 향해 내려간다. 갑문 안에 가둬 둔 물을 빼면서 배를 아래로 내리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하나의 갑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0여 분. 하지만 정작 물을 빼면서 배를 내리는 데는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5개의 갑문을 통과한 배는 아침에야 강의 본류를 따라 이동할 수 있었다. 마침내 배가 마지막 기항지에 머리를 댔다. 장강과 삼협이 수억년의 시간 동안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구조물이라면, 삼협댐은 10년여의 시간 동안 인간이 완성해 낸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다. 그 길이만 2.3km에 달한다. 삼협댐은 중국의 건축수준을 볼 수 있는 중요한 구조물이다.

장강을 따라 떠내려 오는 3박 4일은 대륙의 역사를 훑어 가는 느낌이다. 중국의 고대와 중세, 현대가 그 물줄기 곳곳에서 뒤엉키며 이야깃거리를 풀어놓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 늘 중국 땅을 여행할 때는 그 문구를 절감하게 된다. 중국의 고대부터 현대사까지 역사의 단면들을 이해하는 만큼 이 여행은 흥미진진해진다. <삼국지>에 열광하는 사람일수록 이 푸른 강물은 더욱 각별하게 다가간다. 중국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이야기들이 이 땅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뒷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도 보이기 마련이다. 장강 삼협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이것은 결국 이 거대한 강을 찾아온 이의 몫이 된다.

마지막 기항지인 거대한 삼협댐은 물안개에 휩싸여 고요했다. 하지만 저 댐은 내년이 되면 품어 왔던 물줄기를 쏟아 내며 초당 몇 만톤의 어마어마한 방류를 시작할 것이다. 방류를 앞두고 고요하게 숨을 고르는 저 모습이 마치 지난 몇 년간의 중국을 닮았다. 근 백여 년을 숨죽여 오다 바야흐로 세계를 향해 용트림을 시작한 중국. 긴 강물을 따라 온 여행의 끝에서 우리는 그 모습을 마주하고 있었다.  
 

 
▶tip
배를 위한 엘리베이터
배가 삼협댐을 지나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5급 갑문을 통과하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거나. 삼협댐에는 배를 이동시키기 위한 엘리베이터가 있다. 3,000톤 미만의 배들은 삼협댐의 선박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시설은 지난해에 완공됐다.
 
▶travel info
 
HOW TO TRAVEL
장강 삼협을 배로 여행하는 방식은 역사가 꽤나 깊다. 정확한 연대기나 역사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나룻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떠내려가는 식의 여행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물길 위에 5성급 수준의 크루즈를 띄우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삼협댐의 완공 이후부터다. 1994년부터 시작된 공사는 장장 10년이 넘는 대공사 끝에 세계 최대의 댐을 완공시켰고, 댐으로 인해 수위가 높아지면서 대형 크루즈의 운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내에서 장강 삼협 크루즈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14년부터. 고속열차가 개통되면서 한국인들도 쾌적한 여행이 가능해진 덕이다. 당시 국내여행사인 베스트레블이 처음으로 장강 삼협 크루즈 여행 상품을 개발했다. 3박 4일 크루즈 기준 평균 1인 150만원대에 즐길 수 있다. 
베스트레블  02 397 6100  
 www.bestravel.co.kr
 
 
 
장강의 수위는 몇 미터?
장강 중류, 후베이성 이창시에 삼협댐이 생기면서 강의 상류는 약 100m 가까이 수위가 상승했다. 한겨울이면 수위가 최고로 올라오는데, 이때 수면의 해발이 175m에 달한다. 삼협댐은 홍수가 빈번했던 강 하류지역의 수위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겨우내 댐 안에 가둬 둔 물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5월부터 7~8월까지 방류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32개의 발전기를 통해 2,250만 kw/h의 전기가 만들어진다. 
 
 
글·사진 Travie writer 정태겸  에디터 고서령 기자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미투데이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