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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강릉 식도락 순례

  • Editor. 고서령
  • 입력 2017.03.07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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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맛 Food

솔직히 회는 다른 곳에서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감자옹심이와 
순두부는 강릉에서 먹어야 진짜 맛있다.
 
 
직접 농사한 감자로 만든 옹심이
병산 옹심이마을 ‘만선식당’

쌀이 귀했던 시절 강릉 사람들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감자. 과거엔 서글픈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강릉을 대표하는 특산 음식이 됐다. 감자를 갈아 동그랗게 빚은 다음 육수에 끓여 내는 감자옹심이, 감자를 갈아 물기를 뺀 다음 가라앉은 녹말을 섞어 지져내는 감자적(강릉에서는 감자전을 이렇게 부른다). 이 두 음식만큼은 서울의 어느 식당에서 먹는 맛과 강릉에서 먹는 맛이 천지 차이다.

강릉 병산동에는 감자옹심이 전문 식당들이 모여 있는 ‘옹심이 마을’이 있다. 그 마을의 대표 식당 6곳 중 하나인 ‘만선식당’은 2009년 오픈해 올해로 9년째 어머니와 두 남매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옹심이 만들기 좋은 품종인 ‘조풍’ 감자를 100% 직접 농사지어 사용한다. 옹심이와 곁들여 먹는 배추김치와 무김치도 직접 농사지은 배추, 무, 고춧가루로 담근 것이다. 모종부터 한 그릇의 음식이 될 때까지 같은 사람의 정성어린 손길을 타서인지, 깨끗하고 건강한 맛이다. 

이곳 감자옹심이의 핵심은 들깨가루다. 감자와 잘 어울리고 효능도 비슷해 함께 먹으면 더 맛있고 건강에도 더 좋다. 감자와 들깨가루는 둘 다 혈당을 낮추는 효능이 있고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간 옹심이에 김 가루를 넣고서 휘휘 저으면 구수한 맛이 극에 달한다. 쫀득쫀득한 옹심이의 식감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노릇하게 구워진 감자전과 정선 아우라지 옥수수 막걸리를 곁들이면, 자꾸만 엄지를 치켜들게 된다.
 
만선식당
주소: 강릉시 병산동 공항길 46
전화: 033 653 1851
가격: 감자옹심이 5,000원, 감자전 1장 4,000원, 막걸리 1병 3,000원
 
 
 
초당순두부 더하기 짬뽕
초당 두부마을 ‘소나무집’

초당두부가 맛있다는 소문이 난 건 무려 400년 전, 조선시대부터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아버지인 허엽이 바로 강릉에서 최초로 바닷물을 사용해 두부를 만들게 한 사람이다. 허엽의 호가 ‘초당’이었다. ‘초당두부’도 ‘초당마을’도 모두 그의 호를 땄다. 바닷물로 만든 두부는 다른 두부보다 부드럽고 고소했다. 아침 일찍 초당마을에 온 사람들은 순두부에 간장만 곁들여 후루룩 마시고 갔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것이 오늘날 초당 순두부의 유래다.
 
강릉 초당 두부마을의 대표 식당 중 하나인 ‘소나무집’에 순두부를 먹으러 갔다가, 이 식당 최문선 대표에게 들은 이야기다. “요즘 질 낮은 두부는 소금을 만들다가 남은 지저분한 간수로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만드는 과정을 보면 먹기 힘들 거예요. 하지만 초당순두부는 강릉 동해안 깊은 바다에서 끌어 올린 깨끗한 해수로 만들어요. 맛도 좋지만 아주 깨끗한 것이 자랑이지요.” 소나무집에서 가장 맛있는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하니 ‘짬뽕 순두부 전골’이란다. 강릉이 ‘교동짬뽕’으로도 유명해지면서 순두부와 짬뽕을 결합한 신 메뉴가 만들어졌는데, 아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다른 순두부집에서도 짬뽕 순두부를 먹을 수 있지만, 이 집의 특징은 ‘전골’ 형태로 내는 것이다. 전골이 나오기 전에 따뜻한 모두부를 애피타이저로 먹으면 초당두부의 순수한 맛과 새로운 맛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적당히 매운 맛의 순두부와 정갈한 밑반찬을 함께 먹으니 엄마가 차려 준 집밥을 먹은 듯 속이 든든했다. 소나무집은 1970년부터 3대째 초당두부 식당을 운영 중이며, 이 자리에는 1996년 문을 열었다. 올여름부터는 직접 개발한 순두부 아이스크림도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소나무집  
주소: 강릉시 초당 순두부길 95-5  
전화: 033 653 4488
가격: 짬뽕순두부전골 1인분 9,000원(2인분 이상 주문 가능), 모두부 8,000원, 순두부 백반 7,000원
 
 

●강릉의 멋 New Place

제주처럼 강릉에도 조용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내려와 터를 잡는 일이 많아졌다. 그들은 이전까지 강릉에 없던 
새롭고 멋진 공간들을 만들었다.
 
 

깊은 소나무 숲 속 바비큐 파티
말미

바다에서도 가깝지 않고, 시내에서도 뚝 떨어져 있다. 이 길로 가는 것이 맞을까, 싶을 때마다 ‘말미(MALMI)’라는 작은 푯말이 나타나 안심시켜 준다. 구불구불한 길이 끝나는 깊숙한 곳에 소나무로 둘러싸인 빨간 컨테이너가 보이면 말미에 닿았단 뜻이다. 서울과 도쿄에서 10년 동안 요리를 하던 황준성 셰프는 2015년, 부인과 함께 강릉에 터를 잡고 이 공간을 열었다.

이렇게 구석진 곳에 레스토랑을 연 이유가 궁금했다. “직접 제작한 미국식 훈제기로 조리하는 바비큐 레스토랑을 열고 싶었는데, 조리 과정에서 연기가 많이 나기 때문에 도심에선 운영할 수 없었어요. 교외 지역을 찾다가 멋진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이곳이 마음에 쏙 들어 선택했죠.” 그렇게 선택한 장소는 금세 외지인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한적한 곳에서 쉬고 싶어 강릉을 찾은 사람들은 구석진 말미의 위치를 좋아했다. 손님들은 짧은 캠핑을 온 기분으로 1시간 정도 식사하고 잔디밭에서 놀다가 돌아간다. ‘말미’는 실제 이 동네의 이름이다. ‘사물의 끄트머리’, ‘짧은 휴식’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도 이 공간의 콘셉트와 잘 맞는다.

소나무 숲과 묘하게 어울리는 빨간색 컨테이너는 버려진 것을 가져와 업사이클링한 것이다. 나무를 많이 사용해 꾸민 내부는 따뜻하고 감각적인 느낌이 난다. 단열에 신경을 많이 써서 컨테이너지만 겨울에도 공기가 후끈하다. 주 메뉴는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10~12시간 동안 훈연한 모듬 바비큐. 수제 버거와 명란 오일 파스타도 서울의 웬만한 맛집보다 훌륭한 맛이다. 병맥주와 캔맥주는 패키지가 예쁘고 맛도 좋은 걸로만 엄선해 갖다 놓았다. 커피와 초콜릿 향이 나는 크리미한 흑맥주인 더 핸드 앤 몰트(The Hand and Malt) 브루어리의 모카 스타우트(Mocha Stout)가 가장 인기 있다고.
 
말미
주소: 강릉시 구정면 말미길 122-20
전화: 033 644 7793
홈페이지: www.malmi.kr
오픈: 점심식사 11:00~14:00, 저녁식사 17:00~21:00, 수요일 휴무
가격: BBQ세트 1인 1만9,000원(2인 이상 주문 가능), 말미 버거 9,000원, 맥주 8,000원
 
 
 
 
쌀·창포로 만든 강릉산 수제맥주
버드나무 브루어리

‘왜 맥주는 한국 술이 될 수 없는가?’라는 물음이 탄생시킨 공간이다. 버려진 채 방치됐던 강릉의 1970년대 막걸리 양조장을 고쳐 맥주 브루어리를 열었다. 한국 스타일의 맥주로 우리 술의 역사를 잇겠다는 취지다. “맥주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굉장히 오래되었고, 소비되는 양도 엄청나지만 아직도 외국 술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막걸리만 우리나라 술인가요? 맥주도 한국적 재료를 이용해 만들면 한국 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버드나무 브루어리 전은경 대표가 야무진 목소리로 설명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한국적 재료, 그중에서도 강릉의 재료를 이용해 맥주를 만든다. 맥주 이름에서부터 강릉 감성이 묻어난다. “원래 맥주는 보리 100%로 만드는 술인데, ‘미노리 세션’은 쌀 40%, 보리 60%로 만든 맥주예요. 고두밥을 지어 술을 빚는 우리나라 전통 방식을 응용했죠.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의 쌀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이름을 ‘미노리’라고 지었고, ‘세션’은 맥주 스타일을 지칭해요.” ‘즈므 블랑’은 국화와 산초를 가미해 한국적 향을 낸 밀맥주다. ‘저무는 마을’이라는 뜻의 강릉 ‘즈므 마을’에서 이름을 땄다. ‘창포 에일’은 벨지안 스트롱 에일에 창포를 가미해 개발했다. 창포로 머리를 감는 전통이 있는 강릉 단오제에서 영감을 얻었다.

기존 양조장의 흔적을 살려 둔 채 감각적으로 꾸민 인테리어도 인상적이다. 세월의 때가 묻은 벽과 문을 그대로 사용했고, ‘통제구역’이나 ‘실험실’ 같은 문구도 붙어 있던 대로 놔뒀다. 하지만 낡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멋스럽다. 건물 밖으로 나가 보면 이곳이 옛 막걸리 양조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모나게 삐죽 솟아 있는 두 개의 지붕이 그 증거다. 옛날 떡집이나 양조장은 증기가 자연스럽게 빠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 이런 형태로 지어졌다고 한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오는 봄, 맥주와 잘 어울리는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도 오픈할 예정이다. “맥주를 마실 때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데, 음식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맥주 본연의 맛을 즐기지 못해요. 사실 맥주는 빵과 굉장히 잘 어울려요. 에일 맥주는 곡물 빵과 잘 어울리는 등 맥주에 따라 궁합이 맞는 빵이 따로 있죠.” 베이커리 앞에는 작은 정원을 만들어 동네 사람들에게 주말 농장처럼 분양도 하고, 빵을 만들 때 사용할 허브도 직접 재배할 예정이다. 
 
버드나무 브루어리
주소: 강릉시 경강로 1961
전화: 033 920 9380
홈페이지: www.budnamu.kr 
오픈: 매일 11:00~01:00  
가격: 버드나무 샘플러A(180ml 맥주 4잔) 1만8,000원, 400ml 맥주 1잔 6,000원부터

▶travel info
 
Bus
서울에서 강릉을 갈 땐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막히지 않을 경우 동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약 2시간30분, 서울경부(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약 3시간이 소요된다. ‘고속버스모바일’ 앱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예매하고 모바일 승차권으로 탑승할 수 있다. 버스 요금은 동서울에서 우등 1만5,000원, 서울경부에서 우등 2만1,500원, 일반 1만4,600원.
 

Shop
30년 내공의 고품질 건어물 가게
대덕상회

강릉 중앙시장에서 30년 동안 건어물 유통업을 해 온 곳이다. 국내산 당일발이 오징어와 반건조 오징어, 대관령에서 건조한 황태, 건조 산나물, 각종 마른안주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건조식품을 판매한다. 강원도 내 대명리조트와 여러 골프장, 영동고속도로 휴게소의 ‘내 고장 으뜸상품’ 매장에 납품하고 있을 정도로 품질이 믿을 만하다. 집에서 먹는 용으로도, 선물용으로도 좋은 다양한 상품이 있다.
주소: 강릉시 금성로 23번길 20  
전화: 033 648 9507
가격: 마른오징어 10마리 3만원대, 황태포 10마리 3만원대, 
취나물 200g 1만원대

Office
강릉시 종합관광안내  

전화: 033 640 4414  
홈페이지: www.gntour.go.kr
 

글 고서령 기자  사진 Photographer 고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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