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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선 ‘입고’ 놀자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3.27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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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고, 구경하고, 체험하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요리하고, 만들고, 주인공이 되는 시대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을 여행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I Seoul You!’라지 않는가.
서울에서는 ‘서울’이 동사다.
이리 오너라~ 입고 놀자!
 
글 천소현 기자  사진 트래비아카데미 1기, 천소현 기자
 
 
이화동 문화마을의 벽화. 마을 재생사업의 시작점이자 여전한 도약점이다
 
 
●교복 입고 배우는 
마을 박물관

이화동 문화마을
이화동을 아직도 벽화 마을로만 생각한다면 알맹이를 쏙 놓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진화 중인 이화동이 스스로를 재생하는 방향은 온 동네의 박물관화.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이화동이라는 박물관을 관람해 보자.   
 
날개, 물고기, 꽃 벽화들의 수난사에도 불구하고 이화동 곳곳에는 여전히 귀여운 벽화와 장식물들이 채워지고 있다
 

“아니, 그 교복은 어디서 빌린 거예요?”
“저 아래 대여점이 있어요. 1시간에 5,000원입니다.”
“그래요? 아이고, 이쁘네. 근데 몇 살이에요?”
“스물아홉 살이요.” 
“어머!! 교복을 입어서 그런지 열아홉 살인 줄 알았네!!”

한동안 이화마을 옆 동네 주민이었다가 오랜만에 다시 찾은 이화마을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일년 전 교통사고처럼 동네의 명물 벽화였던 물고기와 꽃이 주민에 의해 훼손된 사건의 상흔은 여전했지만 그렇다고 이화동 여행의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닌 모양이다. 
 
 
교복을 입는 순간 누구나 소년, 소녀가 된다
 
 
날개벽화를 넘어서야 할 이유

몇년간 이화마을의 옆 동네 주민으로 살았기에 그 과정을 생생히 증언할 수 있다. 교복 대여 사업으로 이화동에 교복 물결을 들여온 ‘졸리네’는 가장 목이 좋은 주택을 구입해서 테마상가를 꾸몄다. 1층은 액세서리, 방향제, 선글라스 수공예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이고 2층은 교복뿐 아니라 중국, 일본의 전통의상도 비치하고 사라진 물고기 벽화를 그려 놓은 스튜디오도 만들어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적어도 여기서는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사진을 찍으란다.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영희씨는 소셜줌마먹방스튜디오를 열었다. 추억의 도시락을 판매하다가 얼마 전부터는 2호점을 내고 한복을 대여하고 있다. 이화마을에서는 화려한 개량한복보다는 예스러운 전통한복을 입어야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 더 조화롭다는 것이 그녀의 조언이다. 그녀의 한복 대여점 안에도 날개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쁘게 교복과 한복을 차려 입은 여행객들에게 권하는 한 가지는 벽화를 넘어서 보라는 것이다. 10여 년 전 벽과 담장, 계단의 그림에서 시작된 마을 재생사업은 집 안으로, 골목으로, 동네 전체로 속속 흡수되고 있다. 그냥 봐도 좋은 이화동이지만 알고 보면 더 좋다. 
 
카페 겸 와인 오프너, 열쇠 박물관인 ‘개뿔’ 앞에서 찰칵
스튜디오 겸 수공예 상점인 졸리상점 2호점
옛이발소를 재현한 주택
저녁 노을을 바라보는 수탉 장식물
 
 
알고 보면 더 좋은 이화동

그 지표가 되는 곳은 이화동마을박물관이다. 주민들의 사진,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다. 2012년부터 10년 장기 계획으로 이화동마을재생사업을 이끌고 있는 최홍규씨가 만든 곳. 대학로 쇳대박물관 관장이자 유명한 최가철물점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이화동 일대의 주택들을 구입해 박물관으로 운영하며 마을의 박물관화를 주도하고 있다. 50년대에 지어진 국민주택의 구조를 보존한 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한 카페 ‘개뿔’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레몬에이드를 홀짝이고 있으니 최홍규씨가 분주히 지나갔다. 마을 곳곳에 안내판이며 계단 난간이며 세련된 철물 디자인이 돋보인다면, 다 그의 공로다.

카페는 와인 오프너와 열쇠 박물관이기도 해서 주택 안으로 들어가면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연이어 있는 주택들도 그가 매입하여 문화의 입김을 불어넣었다. ‘지붕 위의 장닭’에서는 대장간에서 제작하는 각종 도구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수작’은 봉제 관련 철물들을 모아 놓은 곳, ‘최가철물점 대장간’에는 옛날 대장간 문화를 재현해 놓고 대장간에서 만들고 사용하는 각종 농기구와 연장들을 전시하고 있다. 

어느새 마을복덕방 역할을 하는 그를 통해 예술가들이 속속 이화동에 입주했다. 쇳대박물관을 건축한 승효상 선생과의 인연으로 부인인 조각보 공예가 최덕주씨가 ‘월류헌’이라는 이름의 공방으로 이화동에 합류했고, 김미연 작가는 칠보공방인 ‘갤러리 그美’를 열었다. 김영애 가죽공예작가는 ‘손놀림’ 공방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방문객들과 교류하고 있다. 이화동마을박물관의 글씨는 소리꾼 장사익 선생이 써 주었다. 

찍고, 먹고, 보고자 하는 관광객들의 욕망과 이곳에서 살아가는 130여 주민들의 욕망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마을재생사업을 반대한다는 시뻘건 경고문에는 화와 걱정이 서려 있다. 그러나 밀물처럼 밀고 들어오는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어찌 막으랴. 물고기와 꽃 벽화를 훼손했던 주민에게는 벌금형이 내려졌고, 벽화는 다시 그려질 예정이란다. 오랜만에 이화동을 거닐었던 지난 봄날, 주민에게 얻어 마셨던 봉지커피 한잔은 최근 몇 년간 서울을 취재하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대접이었다. 그 마음도 이화동마을박물관에 보관할 순 없을까.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분명 노력이 필요하다. 
 
졸리네
주소: 서울 종로구 이화동 낙산4길 46  
요금: 교복대여 1시간 5,000원  
전화: 010 2420 4497 
 
소셜줌마먹방스튜디오
주소: 종로구 이화동 9-721   
요금: 한복 대여 학생과 단체 할인 1시간 5,000원 
전화: 02 762 5959
 
 
청춘사진관에서는 시장 상인들이 빌려준 교련복과 교복을 입고 무료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청년들이 파는 아날로그 감성 
서울 풍물시장 청춘 1번가

추억을 사고팔 수 있을까? 서울에서는 가능하다. 서울 풍물시장 1층에서 추억이 깃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면 2층의 청춘 1번가에서는 아날로그 감성을 구입할 수 있다.  
 
도깨비는 알았을까? 황학동도깨비시장이 지금처럼 버젓한 모습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풍물시장이 될 줄을. 서울풍물시장의 역정은 그 시장에서 다루는 물건들만큼 구구절절하다. 물자가 귀했던 시절에 서민들이 애용하는 시장이었던 황학동도깨비시장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단어의 존재도 몰랐던 2004년에 이미 청계천 복원에 밀려 동대문운동장축구장으로 이전됐다. 하지만 2년 후부터 그 자리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조성되면서 2008년에 현재의 신설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많은 상인들의 생계터이자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기도 한 풍물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청춘 1번가다. 

풍물시장 2층 한 구석에 마련된 청춘 1번가는 1960년대 서울 상점가를 재현한 복합 문화 테마 공간이다. 처음엔 전시관인가 싶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스튜디오 같기도 하고, 허리를 숙여 진열장을 들여다보면 액세서리를 파는 상점 같다. 그러다 돌아서면 로봇 태권 브이, 슈퍼맨, 독고탁을 만날 수 있는 꺼벙이 만화방, 신나게 조이스틱을 휘둘렀던 오락실 기계들이 여전히 유혹적이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만 저장되어 있던 전당포, 동시상영 극장, 이발소, DJ가 있는 음악다방이 눈앞에 펼쳐진다. 

청춘 1번가의 짧은 역사도 우여곡절이 있다. 2014년 말 ‘청춘시장’이란 이름으로 100일간 시범운영을 했다가 그 반응이 좋아서 확대 실시되었지만, 사업단이 해체되는 등의 고비를 넘었고 지금은 열정과 패기가 살아 있는 청년들의 문화상점 10여 호가 다시 모여 시즌 2를 이어 가고 있다. 사실 이런 종류의 근대테마거리가 처음은 아니지만 서울 풍물시장만큼 시너지가 돋보이는 곳은 드물다. 테마를 바꿔가며 전시되는 쇼케이스 안의 낡은 타자기, 그릇, 중고서적, 소품 등은 그냥 전시품이 아니기 때문. 한 층만 아래로 내려가면 구입할 수 있는 풍물시장의 실제 ‘상품’들이다. 중고, 재활용품은 리폼과 업사이클의 소중한 재료가 아니던가. 

단, 세상 모든 것을 판다는 풍물시장에서 구입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 시절의 아날로그 감성과 추억이다. 이것을 가져가는 유일한 방법은 청춘 1번가에 잠시 머물러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것. 신선이발소에는 이발사 가운과 커트보가 준비되어 있다. 자유롭게 꺼내서 착용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시 넣어 두면 된다. 시스루 저고리, 양면 모시치마 등 젊은 감각의 생활한복을 대여하는 비용은 30분에 3,000원이다. 디자인 자체가 고와서 한 번쯤 입어 보고, 심지어 구입하고 싶어지는 옷들이다. 바로 옆에는 풍물시장 상인들이 빌려주는 교복과 교련복도 있다. 버젓한 스튜디오까지 준비되어 있는데, 입고 촬영하는 것까지 다 무료다.
 
(좌)별미가 된 추억의 과자들 (우)옛날 이발소에서도 비치된 가운과 커트보를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서울 풍물시장 청춘 1번가
주소: 동대문구 천호대로 4길 21 서울풍물시장 내 2층 
오픈: 10:00~19:00(매달 2, 4주 화요일 휴무)
전화:  02 2133 5548
찾아가기: 1, 2호선 신설동역 9번, 10번 출구
 
경복궁의 처마는 궁중 한복의 치마와 닮아 있다
 
●Welcome to Han Bok 
경복궁-삼청동 나들이

전통의상을 입은 소수부족을 만나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따스한 봄날 경복궁으로 가 보자. 꿈꾸던 이국의 모습을 한국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글 김명범, 천소현 기자
 
몸가짐을 더욱 조신하게 만드는 경복궁의 한복패션들. 궁궐은 완벽한 런웨이다
 
여행의 ‘날개옷’이 된 한복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경복궁에 가 본 적이 없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여행의 유행에 뒤처져 있는 셈이다. 광화문의 안쪽을 들여다보라. 고관대작들이 오가던 화강암 런웨이에는 옥색저고리, 꽃분홍 치마, 청 두루마기를 차려입은 가족, 커플, 친구, 외국인들이 열심히 워킹 중이다. 인증사진은 기본, 모델이 되어 주기를 청해도 흔쾌히 ‘예스’다. 그곳에선 새까만 패딩을 입은 당신만이 비정상.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듯, 경복궁에서는 경복궁의 법을 따르라! ‘한복 착용시 무료 입장’이라는 포상이 주어질지니. 

사실 정부에서 한복 착용을 장려해 온 정책은 수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절 등에 한해 한복 착용자에 대한 고궁 무료 입장 혜택을 처음 준 것도 거의 20년 전이다. 하지만 한복 열풍을 가능하게 했던 두 날개는 바로 여행과 SNS였다.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옷으로 여겨졌던 한복을 차려입고 국내일주여행을 하는 것으로 SNS스타가 된 한복여행가들이 등장하기도 했고, 해외여행에서 한복을 입고 찍은 인증샷들이 호응을 얻으면서 한복은 명절 때 입는 불편한 전통의상이라는 오명을 벗고 젊은이들의 ‘여행 패션’으로 거듭났다. 고궁뿐 아니라 인사동, 삼청동, 북촌 일대에서는 한복차림이 낯설지 않다.

이런 온라인상의 열풍이 오프라인으로 번질 수 있었던 것은 고궁 무료 입장이라는 현실적인 환급가치가 재발견되었기 때문. 특히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서 예매조차 어려운 고궁 야간 관람 시즌에 한복 착용자들에게 주어지는 무료 입장 혜택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시즌이 되면 관람객의 15% 이상이 한복차림일 정도다. 

곧 지나갈 젊은이들의 유행이 아님을 증명하듯, 서울시에서는 올해 한복을 착용한 관람객에 대해 문화공연 관람료를 할인하는 정책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정책은 서울뿐 아니라 타지자체와 민간 문화시설까지 확산되는 추세. 일례로 수원시도 수원화성은 물론 수원박물관, 화성박물관, 광교박물관 3곳에 대해 한복 착용시 무료 관람 혜택을 주고 있다. 덩달아 활황세를 탄 것은 당연히 한복대여업체다. 2015년에 5~6개에 불과하던 한복대여업체는 삼청동과 북촌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늘어나 2016년에는 40~60개에 이르렀고, 현재는 인사동까지 지역을 넓혀 90개 정도로 증가한 상태다. 실제로 대여업체에 가보면 고등학생과 젊은 연인들이 분주히 옷을 고르고 있고,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니 이 봄은, 서울의 고궁에서 자신의 한복 맵시를 다시 점검해 볼 적기다. 여전히 망설이는 분들을 위한 마지막 잔소리 추임새는 이거다. ‘오늘’이 우리가 사는 날 중 가장 젊은 날이 아닌가. 올 여름 휴가에서 소수부족에게 보여 줄 사진은 2,000년 전통의 한복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당신이다. 
 
삼청동의 유관순 벽화
국립민속박물관 추억의 거리에서 만난 한복아가씨

광화문에서 바라본 홍례문과 그 너머 근정전
 
 
한복을 입으면 복이 와요 

현재 한복 착용시 4대 고궁(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과 종묘를 무료 입장(단, 상하의 모두 착용해야 함)할 수 있으며 3월부터는 전국의 모든 문화재 시설에 확장 적용될 예정이다. 인사동, 북촌, 세종마을(서촌), 종로 일대에는 한복을 입으면 10%(최대 20%까지)를 할인해 주는 음식점들도 이미 110여 곳이나 된다.   종로구청 www.jongno.go.kr(‘한복음식점’ 검색) 
 
 
한복대여, 어렵지 않아요. 

삼청동, 안국동 일대에 한복 대여점이 밀집해 있다. 요금은 보통 2시간에 1만원, 4시간에 1만3,000원선이다. 학생 할인, 머리손질 무료 등 할인이벤트도 확인해 보자. 꽃신과 버선도 대여해 주지만 신발의 경우 익숙한 운동화가 다니기에 더 편할 수도 있다. 
 
별궁터한복 | 안국역에서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고 다량의 한복을 보유하고 있어서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주소: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10 별궁터마당 2층
전화: 02 730 7890 

그날 그한복 1호점 | 한옥에 입점해 있어서 분위기가 잘 어울리며 매장 내부에 포토존이 있고, 전문 사진가도 있어서 한복 대여 후 인생샷을 남기기 좋다.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 1길 36  
전화: 02 2088 0995  
홈페이지: www.hanbokthat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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