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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 [여행사진의 기술] 동물 사진 잘 찍는 법

트래비기자     작성일제302호(2017.04) 댓글0건
길 위의 사랑스런 존재
동물 사진 잘 찍는 법 
Animal photography
 
여행지에서 사람만큼 많이 마주치는 존재. 뭘까? 
의외로 동물이다. 수천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해 온 다양한 동물들. 
그들도 당신의 여행사진을 빛나게 해주는 훌륭한 피사체가 된다. 
동물 사진 잘 찍는 법에 대해 알아보자.

 
촬영지 | 일본 나라
카메라 | Canon EOS 5D 마크2 , 초점거리 200mm, 촬영모드 A(조리개우선)모드, ISO 400, 조리개 F5, 셔터스피드 1/320초

조연인 듯, 주연인 듯 여행지의 동물들

인구 조사는 나름 정확하게 이뤄지지만 한 지역에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는 드물다. 하지만 어떤 곳이라도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을 터. 어쩌면 사람보다 그곳의 터줏대감일 동물들. 우연히 마주치는 동물들에 관심을 보이면 여행사진의 컬렉션은 보다 더 풍부해질 것이다.

일본 나라奈良시를 찾았을 때 가장 멋지게 사진을 찍고 싶었던 존재는 유명한 사찰인 도다이지東大寺도, 넉넉한 인품을 가진 나라의 사람들도 아니었다. 바로 사진 속 사슴이 가장 중요한 피사체였다. 나라는 사슴신의 신화가 있는 곳으로 도시에 수많은 사슴들이 활보한다. 나라란 곳을 대표하는 사진으로 사슴만큼 어울리는 대상도 없을 터. 그래서 단순한 인증 사진이 아니라 기사에 실렸을 때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미학적인 사슴 사진을 찍고 싶었다.

일단 사전조사를 통해 사슴들이 많고 경내에 얕은 개울이 많은 도다이지를 찾았다. 긴테쓰선 나라역과 도다이지 사이에 있는 사슴공원에 개체수가 더 많지만 사슴이 물에 비친 반영사진을 찍고 싶었기에 물이 없는 곳은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게 찾은 도다이지. 사슴들은 워낙 많기에 사슴을 촬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관건은 어떻게 수면에 비친 사슴의 이미지를 촬영하냐는 것이었다.

도다이지 내의 사슴들은 야생이 아니라 관리와 보호를 받는다. 관광객들을 위해 사슴에게 유해하지 않은 사슴 먹이인 일본 과자 ‘센베이’를 시 차원에서 팔고 있고 합법적으로 사서 주는 것이 허용되어 있다. 그렇기에 센베이 몇 봉지를 산 뒤 얕은 개울가로 가서 사슴들을 유혹했다. 동물들에게 유해하지 않다면 먹이는 동물들의 경계심을 풀고 가까이 오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렇게 사슴들에게 먹이를 먹이며 자연스럽게 사슴들을 개울 쪽으로 모이게 했고, 미리 초점거리가 긴 망원렌즈를 카메라에 물렸기에 살짝 사슴들과 떨어져 거리를 확보했다. 먹이를 다 먹은 뒤 목이 말랐는지 한 사슴이 고개를 숙여 물을 마시는 순간, 빙고! 몸을 낮춰 초점을 사슴의 눈에 맞춘 후 연사모드로 재빨리 촬영을 했다. 그렇게 십여 장을 촬영한 사진 중 가장 반영이 잘 나온 컷이 바로 이 사진이다.
 
 
여행에서 만난 친근한 동물들

이번 호에서 이야기하는 동물은 ‘야생동물’이 아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가처럼 아프리카나 극지방으로 몇 달간 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우리가 여행지에서 만나는 동물은 대부분 사람 곁에 있는 존재들이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사람과 함께 그 여행지의 인상을 만들어 내는 사랑스러운 존재인 동물들. 어떻게 찍으면 좋을까.
 

일본 오사카  
여행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들을 촬영할 때도 몸을 낮춰 보자. 이제까지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 어쩌다 눈이 마주친 강아지나 고양이는 힘겹게 고개를 쳐들어 당신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동물을 힘들게 하지 말고 눈높이를 동물 키에 맞추면 촬영자 또한 손쉽게 촬영을 할 수 있다. 오사카의 한 골목에서 햇볕을 쬐고 있던 고양이를 촬영한 이 사진은 35mm 단렌즈로 가까이 접근해 완전히 엎드려 담은 것이다.

동물의 시선에 맞게 몸을 낮추라

아이들 사진을 찍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행에서 사진가보다 덩치가 큰 동물을 찍을 일은 드물다. 동물을 마주칠 때 대부분 서서 사진을 찍는데 그런 사진은 생동감과 친밀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최대한 몸을 낮춰서, 심지어 바닥에 눕더라도 동물과 눈높이를 맞추자. 특히 고양이나 개 같은 경우 그네들보다 더 낮은 시선에서 사진을 찍으면 이제껏 보지 못한 독특한 프레임을 얻을 수 있다.
 

 
조리개우선 모드로 연사

고수일수록 촬영모드를 매뉴얼(수동)로 사용하기 마련이지만, 항상 매뉴얼 모드로 찍는 게 좋은 습관인 것은 아니다. 특히 움직임이 재빠른 동물 촬영의 경우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동시에 조작하려면 결정적인 순간을 놓칠 수 있기 때문. 평소에는 매뉴얼 모드로 찍는 사람이라도 언제 움직일지 모르는 동물을 찍을 때는 조리개우선(A) 모드로 찍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그리고 동물은 그늘이나 어두운 곳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 그럴 땐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하거나 노이즈가 허용되는 선까지 ISO(감도)도 최대한 높은 값으로 올리는 게 좋다. 그리고 동물 사진에 ‘원샷 원킬’은 없다. 나는 새를 한 번에 정확히 촬영해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사진의 신과 다름없다. 연사모드로 최대한 셔터를 많이 눌러야 흔들리지 않고 초점이 정확한 사진을 담을 확률이 높아진다.

작은 대상을 촬영할 땐 조리개를 조여라

동물은 개나 고양이 같은 포유류 말고도 파충류, 양서류, 조류, 심지어 작은 곤충까지 아우른다. 여행에서 곤충도 찍을 일이 왜 없으랴. 작은 곤충을 접사로 촬영할 때 워낙 크기가 작은 피사체를 찍기 때문에 조리개를 지나치게 개방했다가는 눈을 제외하고는 나머지가 다 날아가는 사진이 나오기 십상이다. 그래서 곤충 촬영의 경우 조리개를 최대한 조여(심지어 22F 이상) 심도를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플래시다. 조리개를 너무 조이면 빛이 부족해 사진이 어둡거나 흔들리게 된다. 곤충이나 작은 동물에 관심이 많다면 외장 스트로브나 접사 링을 장만하는 것도 좋다. 
 
망원렌즈가 기본이지만 짧은 초점거리 렌즈로도

도심에 사는 동물이래도 경계심이 많은 경우가 많기에 가까이 접근하기 힘들 때가 많다. 그래서 동물 사진에 있어 망원렌즈는 필수다. 심지어 600mm 이상의 망원렌즈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도시여행이나 일상적인 경우 마주치는 고양이나 개 등은 어떻게 접근하냐에 따라, 또 동물 제각각의 성향에 따라 얼마든지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 식당이나 슈퍼에서 동물들이 좋아할 만한 소시지나 육포 등을 사서 챙겨 가면 동물들에게 훨씬 호감(?)을 살 수도 있다. 이렇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경우, 망원렌즈보다는 당연히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가 좋다. 특히 35mm나 30mm 정도 초점거리의 단렌즈를 사용하면 친밀감은 물론 털이나 수염의 디테일까지 담아 낼 수 있다. 골목을 걷다 ‘부비부비’ 친근한 고양이씨라도 만나면 꼭 초점거리가 짧은 단렌즈로 들이대기. 잊지 말자.
 
사진에 이야기를 담아라!

흔히들 동물 사진 하면 동물의 외모를 최대한 자세히 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동물 본연의 특징이나 귀여움을 사진으로 극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에서는 동물을 중심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본 교토에서 만난 봄날 오후의 나른한 고양이’라는 제목을 단 사진을 찍으려면 고양이의 디테일보다 오후의 부드러운 빛과 고양이가 앉아 있는 곳의 배경까지 다 신경을 써야 할 게다. 동물의 디테일을 담았다면 그 다음에는 동물이 있어 그곳의 풍경과 현장감이 느껴지는 사진을 찍어 보자.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척 많다. 멋진 풍경이 있는 사진, 인상적인 인물이 있는 사진만큼 동물이 있는 여행지의 사진도 그곳을 가고 싶게끔 하는 매력적인 여행사진이 될 것이다.

인도 타르 사막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 반려동물과 가축의 역사. 동물은 인간의 가장 친한 벗이요, 또 조력자다. 아직도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동물의 힘만으로 살아가는 곳도 많다. 사막에서의 낙타가 대표적일 터. 이렇게 낙타처럼 지역과 문화의 특성을 보여 주는 동물은 여행지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담아야 할 피사체다.
 
호주 빅토리아  
동물 사진을 잘 찍기 위해 가장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동물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와 입장이 동물에게 통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 인간은 언제나 인간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마련. 호주 빅토리아주에 있는 한 야생 코알라 보호공원에 갔을 때 높디높은 유칼립투스 나무 위의 코알라는 아무리 불러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결국 공원의 가이드에게 코알라 우는 소리를 배워 코알라의 관심을 얻은 뒤 촬영한 사진이 바로 이 컷이다.
 
인도 비카네르  
야생의 위험한 동물들은 여행자가 쉽게 찍을 수 없다. 아니 만나기도 어렵다. 하지만 종종 보편적인 기준에서 혐오스러운 동물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쥐가 대표적인 예다.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인도 비카네르의 쥐 사원 ‘까르니마타’를 갔을 때 이 행복한 ‘쥐님’들을 찍기 위해 맨발로 수천 마리의 쥐가 득실대는 사원 안을 누벼야 했다.<내셔널지오그래픽>의 모험사진가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치 있는 동물 사진을 찍기 위해 때로는 이렇게 모험 아닌 모험을 할 때도 있다.
 
일본 쿠시로  
조류 또한 여행에서 담을 수 있는 훌륭한 동물 피사체다. 하지만 새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초점거리가 긴 망원렌즈가 필수다. 닭이나 오리가 아닌 이상 날개가 있는 새들은 야생에서 살아가고 사람을 경계하고 멀리 있기 마련이다. 한겨울 눈 오는 날 촬영한 이 두루미 사진의 초점거리는 무려 400mm. 그래서 새 사진은 여행에서 전문적인 장비와 준비를 필요로 한다.
 
한국 고창  
겨울철만 아니라면 여행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은 곤충이나 거미류다. 지구상에 백만종 넘게 존재한다는 곤충이야말로 이 지구의 지배자. 파리나 모기처럼 여행자를 귀찮게 하는 ‘벌레’도 많지만 곤충 또한 훌륭한 피사체가 된다. 무척 작은 곤충을 촬영할 때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매크로 렌즈가 있으면 좋고, 콤팩트카메라의 ‘접사 모드(튤립 모양 아이콘)’를 사용하면 좋다. 곤충을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심도 확보. 조리개를 많이 열면 곤충 일부에만 초점이 맞게 되고 보기 흉한 사진이 나온다. 조리개를 조이기 싫다면 이 꽃거미 사진처럼 렌즈 면과 피사체의 몸통이 평행이 되도록 한다.
 
일본 교토
동물도 감정이 있기 마련이다. 여행에서 찍은 동물 사진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명을 주는 경우는 사진 속에 이야기가 있을 때다. 일본 교토 아라시야마 몽키파크의 원숭이를 촬영한 시기는 3월 초. 아직 꽤나 추운 시기였고, 원숭이 둘이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우리네 인간의 모습과 닮았던지.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겠어요”란 광고 카피가 생각나 촬영을 하면서도 슬며시 미소가 났고, 후일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의 반응 또한 비슷했다.
 
한국 평창  
때로는 동물 사진을 찍을 때 의인화나 은유도 해보자. 대관령 양떼목장에서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이 양들이 실제로도 웃고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사진 속에서는 정말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위트가 더해질 때 여행에서 담은 동물 사진은 더 주목을 받게 된다. 
 
*여행사진가 김경우 | 10년간의 잡지 기자 생활을 마치고 틈만 나면 사진기 한 대 들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좋아 발 닿는 대로 다녔으나 늦둥이 아들이 태어난 뒤, 아이에게 보여 줄 오래된 가치가 남아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www.woosra.com 
 
글·사진 김경우 작가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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