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 사이좋은 마을로 떠난 시간여행, 타이완 지우펀

트래비기자     작성일제302호(2017.04) 댓글0건
가 보았는데 또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내겐 그런 곳 중 하나가 타이완 지우펀(九份)이다. 타이완 동북쪽에 자리한 산촌, 지우펀은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 옛날 옛적, 육지에 길이 나기 전엔 바다를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당시 지우펀의 가구 수는 겨우 아홉. 아홉 가구의 주민들은 생필품도 함께 사서 사이좋게 아홉 등분으로 나누었다. 우리 발음으로 ‘구분(九份)’, 지우펀이라는 마을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우펀의 가장 높은 전망대에 오르면 화려한 사원과 아름다운 섬, 먼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아홉 가구의 작은 마을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건 1890년경 마을에서 금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지우펀은 골드러시를 겪으며 4,000여 가구의 거대한 마을로 급성장했다. 당시 지우펀은 금의 도시, 작은 홍콩 등으로 불리며 호황을 맞았으나 더 이상 캐낼 금이 없어지자 이 또한 영화로운 추억으로만 남겨지게 됐다.

지우펀에는 구불구불 이어진 비탈길을 따라서 자리 잡은 예스러운 건물들이 많다. 여행자들은 옛 골목의 낭만을 찾아 이곳으로 온다. 골목골목 묻어나는 낭만적인 정취,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 이색적인 분위기다. 웅장하거나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미로처럼 엮인 골목과 좁은 계단을 느긋한 걸음으로 산책하며 여행 중 호흡을 가다듬기에 좋은 곳이다.

왁자지껄한 먹거리 골목 ‘지산지에(基山街)’와 저녁이면 고풍스러운 전통 가옥 처마 끝에 달린 홍등의 물결이 이는 ‘수치루(豎崎路)’도 지우펀의 매력을 느끼기에 그만이다. 지우펀을 만날 땐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이왕이면 해지기 전, 배는 출출한 상태가 좋다. 배부른 상태에선 아무것도 먹기 싫다. 지우펀 탐색의 시작은 음식 냄새 가득한 ‘지산지에’부터니까. 좋은 싫든 취두부 냄새가 나는 그 골목을 지나야 한다. 구운 소라, 소시지, 땅콩 아이스크림 등 샤오츠를 맛보다 보면 수치루에 닿는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다양한 먹거리로 여행자를 유혹하는 지산지에(基山街)
영화 <비정성시>로 유명한 수치루(竪崎路) 골목. 홍등에 불이 들어오면 이곳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의 모델이 된 아메이차주관(阿妹茶樓)의 야경

지산지에를 따라 걷다가 사거리 오른쪽으로 나오는 급경사의 계단 길이 바로 수치루다. 수치루는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이 된 거리로 지우펀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골드러시 당시 세워진 수많은 건물들은 이제 상당수가 찻집으로 탈바꿈했다.
 
수치루의 비탈진 계단 옆으로 층층이 선 이들 찻집들은 등불을 매달고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해가 질 무렵 등이 불을 밝히면 더욱 운치 있다. 그중 가장 빛나는 건물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델이 됐다는 ‘아메이차주관(阿妹茶樓)’이다. 술과 우롱차, 꿀을 섞어 만드는 ‘구이화차주’로도 유명한 집이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뿌리치기 힘든 유혹, 전망 좋은 찻집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을 마시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지우펀 여행은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 마무리해야 한다. 그곳에 서면 멀리 등불이 반짝이는 마을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입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타이베이에서 지우펀 가는 법
우선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루이팡까지 기차로 이동한다. 루이팡에서 지우펀, 진과스까지 가는 788번 버스를 타거나 MRT 중샤오푸싱역에서 지우펀, 진과스로 가는 1062번 버스를 타면 된다. 
 
●유명 샤오츠를 
하나하나 맛보는 재미
 
 
지우펀의 부산어묵
위완보어자이(魚丸伯仔)

한국에 부산어묵이 있다면 지우펀엔 위완보어자이가 있다.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어묵 맛집이다. 신선하고 탱글탱글한 어묵으로 만든 어묵탕인 ‘위완탕’과 소스가 자작한 비빔당면 같은 ‘깐동펀’이 대표 메뉴. 주문과 동시에 뚝딱 나와 성격 급한 한국인에게 딱이다.
 
 
쫄깃 고소한 땅콩 아이스크림
아주쉬에짜이샤오(阿珠雪在燒)

지우펀에서 꼭 먹어 봐야 할 땅콩 아이스크림. 둥근 밀전병에 땅콩엿을 대패로 갈아 넣고 아이스크림을 얹어 고수를 고명으로 올린 다음 돌돌 말면 전병 아이스크림이 완성된다. 한입 베어 물면 밀전병의 쫄깃함에 땅콩의 고소함,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이 더해져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고수를 싫어한다면 빼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맥주에 곁들이는 소라구이
카오페이추이루어(烤翡翠螺)

즉석에서 구워 주는 소라구이. 주문하면 소라 껍데기는 벗겨내고 먹기 좋게 잘라 매운 양념 소스와 후춧가루를 뿌려 준다. 테이크아웃해서 전망대로 가져가 맥주와 함께하면 최고의 만찬! 
 
글·사진 Travie writer 유호종  에디터 고서령 기자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미투데이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