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 예술은 생활이다,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

김예지기자     작성일제302호(2017.04) 댓글0건
Artistic vs. Ordinary
예술은 곧 생활이고, 생활은 곧 예술이다
 
싱가포르에서 예술은 지척에 있다. 무심코 지난 거리 벽면에 그려진 알록달록 벽화에, 갤러리 옥상에 걸린 파란 하늘과 빙글빙글 돌아가는 관람차에 있다. 소리 없이, 예술은 어느새 싱가포르 사람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싱가포르 도시 계획 기관 URA의 조형물. 작은 집과 가게 하나하나까지 빠짐 없이 표현했다
내셔널 갤러리 루프톱에서 내려다본 밀리언달러 뷰
‘엄마(Mother)’라는 제목의 태국 작품. 아이를 품은 엄마의 마음을 둥글게 표현했다
갤러리 1층 아기자기한 소품 숍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갤러리에 놀러 가기

노곤한 오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구경한다. 밤이 되면 야경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루프톱 레스토랑에서 로맨틱한 저녁을 먹는다. 주말엔 온 건물에 울려 퍼지는 음악 감상에 빠진다. 호텔이나 리조트가 아닌 ‘갤러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Singapore)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모던아트 갤러리다. 총 21개의 섹션에 상시 혹은 스페셜 형태로 전시하는 작품이 무려 8,000개에서 1만개 정도나 되니 찬찬히 돌아보려면 4시간 정도는 걸린다.
 
규모도 규모지만 건물 구조가 매우 독특하다. 이전 싱가포르 대법원과 시청을 이어 만든 건물로, 약 10년 동안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지난 2015년 11월 갤러리로 오픈했다. 실내 인테리어의 콘셉트는 ‘자연 그대로’. 전체적으로 갈색과 녹색 등 자연색상을 활용하고, 천장 역시 나무 조각을 이용해 장식했다. 자연 그대로라는 건 원래의 것들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대법원과 시청, 두 건물의 원래 구조를 최대한 살렸다. 건물의 공간들을 그대로 보존하되, 오래되어 해진 바닥만 크게 수리했는데 그마저도 이전과 같은 디자인으로 깔았단다. 

내셔널 갤러리는 특정한 이들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복합 문화 공간이다. 카페, 레스토랑, 기념품 숍, 스카이라운지 등 꼭 갤러리가 아니더라도 갈 만한 목적은 다분하다. 가장 높은 층인 6층 루프톱에서 내다보는 전망만 보러 가도 좋다. 저 멀리 강 너머 싱가포르 플라이어(Singapore Flyer)와 마리나 샌즈 베이 호텔(Marina Sands Bay Hotel)까지 탁 트인 뷰는 내셔널 갤러리가 자칭 ‘밀리언 달러 뷰(Million Dollars View)’라 자랑할 만하다.
 
뿐만 아니다. 주말이면 온 건물에 울리도록 선곡한 음악을 틀고, 아이들을 위한 아트 프로그램도 수시로 진행한다. 건물과 건물을 잇는 홀 공간에서는 가끔은 칵테일파티, 심지어 결혼식도 열린다. 갤러리란 이름에 혹하지 말자. 언제라도 놀러 가고 싶은, 여기는 내셔널 컬처 그라운드(Culture Ground)다.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
오픈: 월~목요일·일요일·공휴일 10:00~19:00, 금~토요일 10:00~22:00(마지막 입장 30분 전 마감)
요금: 입장료 20SGD
주소: 1 St Andrew’s Road, Singapore 178957
전화: +65 6271 7000
홈페이지: www.nationalgallery.sg
 
하지레인의 입구 쪽 거리. 자전거 바퀴를 활용한 인테리어가 재밌다
알록달록한 다른 벽화와는 사뭇 달라 눈이 갔던 흑백의 그래피티
가게 앞에 놓인 그림들. 당장 윗층으로 올라가고 싶다
좁은 골목엔 감각적인 디자이너 숍들이 한 집 건너 한 집이다
하지레인에서 가장 화려한 벽화. 화각에 다 담지 못할 만큼 거대하다
 

예술 사랑으로 지켜 낸 색깔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200m 남짓의 짧은 거리지만 강렬하다. 힙(Hip), 빈티지(Vintage)란 단어가 너무도 잘 어울린다. 디자이너 숍, 토이 숍, 감각적인 바와 레스토랑들이 죽 늘어선 하지레인(Haji Lane)은 정말이지 ‘핫’하다. 하지레인은 캄퐁 글램(Campong Glam) 내 아랍 스트리트(Arab Street)와 이어지는 작은 골목이다. 캄퐁 글램은 과거 말레이 왕족이 살던 곳이었으나 이후 아랍계 이주민들이 정착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아랍 쿼터(Arab Quarter)’라고도 불린다. ‘하지Haji’라는 말은 말레이어로 메카에 성지순례를 다녀온 무슬림을 뜻한다고. 매년 메카로 향하거나 혹은 돌아오는 순례자들이 이 골목에 많이 살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하지레인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쇠퇴한 골목에 2000년대에 들어 조금씩 카페와 레스토랑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주로 현지인들만 알고 찾던 장소였다. 이곳이 이토록 뜨거워진 건 지난 2005년, 일본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이 팝업 스토어를 열면서다. 1년간 운영되었던 스토어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후 젊은 디자이너들이 유행처럼 하나둘 이곳에 부티크 숍을 오픈했고, 현지인뿐 아니라 여행객들에게도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여기저기 그려진 색색의 벽화들은 이 좁다란 거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빨간색, 파란색 등 싱가포르의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진한 원색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몇년 전, 하지레인에는 위기가 있었다. 싱가포르 도시 계획을 담당하는 URA(Urban Redevelopment Authority)*에서 하지레인 벽면의 그래피티 ‘색깔’을 지적한 것. 파스텔 톤의 은은한 다른 상점들과 통일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사람들은 반발했다. 하지레인의 벽화가 사라질까 우려했던 이들은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다.
 
“하지레인의 작품을 없애는 것은 곧 지역 아티스트들의 노고와 결실, 싱가포르의 국가적인 예술 사랑을 짓밟는 일”이라며. 다행히 URA는 안건을 재검토했고, 건물 색상 가이드라인을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예술적인 창의성에 가이드라인을 규정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며. 덕분에 하지레인의 벽화는 여전히 알록달록하다. 매일같이 골목을 드나들고, 먹고 마시고 쇼핑을 하며, 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지켜 낸 색깔이다. 
 
*URA│싱가포르 도시 전체 계획 및 발전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1974년에 설립됐다. URA에서 운영하는 싱가포르 시티 갤러리에서는 독립 이후 싱가포르가 발전해 온 모습, 앞으로의 도시 계획 등을 모형과 함께 상세히 볼 수 있다.
 
 
 
Shopping
부기스 정션(Bugis Junction)

레스토랑, 화장품, 옷, 가방, 기념품 등 다양한 상점이 모여 있는 종합 쇼핑몰이다. 가게가 잘 정돈되어 있는 데다 실내에 있어 쇼핑 환경이 쾌적하고, 아기자기한 기프트 숍도 군데군데 있어 기념품을 고르기에도 좋다. 아랍 쿼터와 가까워 쇼핑 전후 아랍 스트리트, 하지레인 등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오픈: 10:00~22:00  
주소: 200 Victoria Street, Singapore 188021
 
글·사진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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