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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공유경제의 막강 군단 ‘시니어 호스트’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4.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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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의 가정집에서 공유 숙박을 하는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17년 4월1일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국을 여행한 사람은 120만명, 해외를 여행한 사람은 160만명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통계를 보면, 누적 이용자 수가 2012년 400만 명 수준에서, 2017년에는 1억5,000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등록돼 있는 숙소는 300만 개가 넘으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공유 숙박 트렌드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들은 바로 60대 이상 연령대의 시니어(Senior)들이다. 지난주 에어비앤비에서 발표한 ‘미국 뉴욕 주 에어비앤비의 시니어 커뮤니티(Airbnb’s Senior Host Community in New York State)’ 리포트에 따르면 뉴욕에서는 60세 이상 연령대의 시니어 호스트(방과 집을 공유하는) 수가 10%를 넘었다. 작년 대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한 달에 3일 정도 자신의 집과 남는 방을 공유하는 이들은 1년에 평균 37박을 임대하고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게스트에게 가장 높은 평점을 받는 그룹은 시니어 호스트로, 그중 80% 정도가 완벽한 점수인 5점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속담에 “노인은 도서관의 책보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 어르신들은 남는 방과 자신의 인생 경험을 게스트와 나누면서 공유경제의 핵심이자 공동체를 형성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는 시니어 호스트의 숙박 공유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어 있다. 현재 에어비앤비에는 2만4,000여개의 숙소가 올라와 있는데, 이 중 50대 이상의 호스트가 20% 가까이나 된다. 

실제로 에어비앤비를 통해 남는 방을 공유하는 우리나라 시니어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숙박 공유를 통해 썰렁했던 방은 사람의 온기로 가득 찼고, 삶의 활력을 되찾았으며, 집으로 찾아온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과 소통하며 친구가 되었고, 이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리면서 단절되었던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에게 남는 방을 제공하면서 함께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보기도 하고 가정식 백반을 제공하는가 하면, 우리 문화와 역사도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얻는 수입은 생활비로 사용하기도 하고 노후를 대비해 저축을 한다고 한다. 또한 외국인 여행객은 우리나라 가정에 머무는 동안 집 주변에서 소비 생활을 함으로써 지역사회와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풍경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우리나라의 따뜻한 정(情)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시끌벅적하고 정감 넘치는 하숙집 풍경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모습이다. 하숙집 어머니는 타지에서 유학 온 학생들에게 밥과 반찬을 푸짐하게 챙겨 주셨고, 대학 시절에는 대부분의 학생이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단체로 농촌 지역에서 민박을 하며 부족한 농촌 일손을 거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중하고 그리운 우리의 ‘정’문화가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되살아나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요즘 회자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도 결국 공유경제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실제로 작년에 열린 제46회 다보스 포럼에서 공유경제의 시대가 다가옴을 예측할 수 있었다. 

공유경제 모델은 관광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소득 불균형 완화, 노후준비 대비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숙박공유의 가장 큰 장점은, 현지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어르신들에게 폭넓은 인생 이야기를 듣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 미국에서 에어비앤비 게스트 자슬린(Jocelyn)이 한국에 방문했었다. 고등학교 선생님인 자슬린은 필자의 부모님 집에서 일주일간 머물렀는데, 돌아갈 때 장문의 편지와 초콜릿 한 상자를 남겨두고 갔다고 한다. 부모님은 편지가 영어로 쓰여 있어서 뜻을 쉽게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자슬린의 마음을 고스란히 알 수 있었다며 새롭게 사귄 친구를 떠나보내 섭섭해하셨다. 서울로 여행 온 이방인 자슬린에게 따뜻한 정을 듬뿍 담아 아침 식사를 차려주고, 저녁에는 김치찌개와 빈대떡을 만들어준 어머니가 고맙고,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이야기하며 말동무가 되어준 아버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을 것임을 나는 안다. 부모님은 아직도 자슬린보다 당신들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신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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