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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원정대] 젊은 우리도 즐거운 하롱베이 크루즈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5.0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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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 Ha Long Bay
젊은 우리도 즐거운 크루즈 여행

크루즈 여행은 왠지 어른들의 전유물인 것 같았지만, 우리 원정대의 크루즈 여행에는 또 다른 발랄한 즐거움이 넘쳤다. 하롱베이를 떠다니는 크루즈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아주 알찬 1박 2일 여행을 즐겼다.
 
짙은 안개 속에서도 멋진 하롱베이의 풍경
 
●그 여자의 하롱베이 크루즈
하롱베이를 럭셔리하게 즐기는 법, 오코 크루즈
 
글 이승하
 
하롱베이 크루즈 여행을 앞두고 먼저 떠오른 건 영화 <타이타닉>이었다. 뱃머리에서 꼬리까지 뛰어가면 숨이 찰 정도로 넓고, 늦은 밤까지 시끄러운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화려한 장면.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코스 요리를 먹으며 고상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생각났다.

그런가 하면 부모님이 친구들과 다녀오셨던 중국 크루즈 여행도 떠올랐다. 어른들의 입맛에 맞게 차려진 식사, 마사지와 스파 위주의 정적인 액티비티, 두 사람이 머물기에 딱 적당한 규모의 아늑한 객실이 그려졌다. 실제로 경험한 하롱베이 크루즈 여행은 어땠느냐고? 이 둘을 적절히 섞어 놓은 것 같았다.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동시에 아늑하고 편안한 두 가지 매력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하이퐁에서 차로 두 시간 만에 하롱베이에 도착했다. 하노이에서 출발하면 네 시간을 꼬박 달려야 한다던데, 하이퐁에서 출발한 덕에 시간도 아끼고 피곤함도 덜었다. 하롱베이 선착장에는 크루즈들이 빽빽하게 정박해 있었다.
 
그중에서 우리가 탈 오코 크루즈(Auco Cruises)는 한눈에 보아도 다른 배들보다 꽤 좋아 보였다. 하롱베이 최대 크루즈 회사인 바야 크루즈(Bhaya Cruise)의 여러 상품 중에서 오코 크루즈가 최상급이라고 직원이 설명했다.
 
그 말에 혹시 몰라 챙겨온 하이힐을 꺼낼까 생각했던 것도 잠시, 승선을 알리는 전통음악 연주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편안한 미소로 맞이해 주는 스태프들을 보니, 우리의 편안한 복장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오십명이 조금 넘는 승객들을 쓱 살펴보니 원정대원들과 말레이시아에서 온 커플을 제외하곤 호주, 유럽, 미국 등지에서 온 서양인들이다. 갓난아기와 젊은 부부 그리고 그들의 부모까지 3대가 함께 온 가족 여행객도 있었고, 우리 엄마 세대의 모임처럼 장년층 단체 관광객도 있었다. 여러 국가에서 온 승객들은 하롱베이의 아름다움만큼이나 따뜻한 눈인사로 서로를 반겼다.

1박 2일 동안 우리가 머물 객실은 2층에 있는 이그제큐티브 캐빈. 탁자 하나와 의자 두 개가 놓인 작은 테라스가 있어서 언제든 하롱베이의 풍경을 감상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방이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테라스 쪽 창을 통해 하롱베이의 섬과 하늘, 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사방이 바다임에도 습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짙은 고동색의 나무로 만들어진 화장실은 시설은 고급 호텔이지만 분위기는 시골 오두막 같아 재미있다. 
 
오코 크루즈의 화려한 외관
이틀 동안 우리의 ‘집’이었던 크루즈를 배경으로, 원정대 단체 사진
 
▶오코 크루즈 1박 2일 시간표
DAY1
12:00 크루즈 탑승
13:00 크루즈 매니저의 안전교육 & 점심식사
15:30 호바함 지역(Ho Ba Ham Area) 카약 또는 보트 투어
17:00 1+1 드링크 해피아워 (19:00까지)
18:00 스프링롤 쿠킹 클래스
19:15 저녁식사
21:00 오징어 밤낚시 체험
 
DAY2
06:15 태극권(Tai Chi) 체험
07:00 아침식사
08:30 깟바섬 비엣하이 빌리지 투어
11:00 크루즈로 돌아와 휴식
12:00 점심식사 후 하선
 
승선을 환영하는 공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스파 시설. 30분 동안 천국에 간 기분이었다
 

신선놀음의 다른 이름 ‘스파 놀이’

단순히 동남아에 간다는 생각으로 수영복을 챙겼다. 하지만 3월 초 하롱베이의 날씨는 우리나라의 봄 날씨와 비슷해 수영을 즐기기엔 너무 추웠다. 이때 오코 크루즈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30분의 스파는 최고의 대안이었다. 스태프들은 늦은 시간까지 우리를 위해 스파를 준비해 주었고 자쿠지에 들어서자 문을 닫고 커튼을 쳐 주어 프라이버시 보장까지 해주었다. 보글보글 물거품 올라오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밤의 하롱베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지금까지의 여정을 되짚어 보니 설렘으로 가득한 마음이 차분하게 정리되었다.
 
태극권으로 시작하는 크루즈의 아침
침대에 누워서 하롱베이를 만끽할 수 있는 객실
 
몸과 마음을 깨우는 맨발 태극권

바다 위에서 잠들었다는 사실을 깜박 잊어버릴 정도로 하롱베이의 밤은 차분하고 고요했다. 크루즈에서의 둘째 날 아침. 모든 액티비티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6시에 일어나 태극권을 하기 위해 선데크로 향했다. 몇몇 승객은 잠이 덜 깬 눈을 하고 나와 있었다. 맨발의 태극권 선생님을 따라 모두 신발을 벗었다. 차가운 아침 이슬이 촉촉하게 내려앉은 바닥에 발이 닿으니 정신이 절로 들었다.

중국 전통 무술에서 시작되어 베트남으로 넘어온 태극권은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아침, 저녁 체조로 즐기는 운동이다. 보기엔 쉬워 보기지만 민첩하게 움직이는 선생님과 달리 대부분의 승객들은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거렸다. 부족한 유연성 탓에 여기저기서 짧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덕분에 어색했던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풀렸다. 하롱베이의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맡으며 몸의 순환에 오롯이 집중하니 꼭 깊은 산속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무술인처럼 경건한 마음까지 들었다. 간단한 태극권 수업이 끝나면 수업을 들은 사람들끼리 서로 주먹 쥔 손, 손 날, 손가락 끝을 이용하여 마사지를 하면서 혈액순환을 도와주는데, 그 덕분인지 7시부터 시작되는 조식을 10분도 기다리기 힘들 정도로 배가 고파졌다.
 
신나는 깟바섬 자전거 투어
느린 걸음으로 즐기는 비엣하이 마을
시골 마을의 예쁜 집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채소와 과일은 오코 크루즈의 식재료가 된다
개, 돼지, 고양이 모두 마을의 주인처럼 살고 있다
(좌)크루즈의 식사 첫 애피타이저였던 용과 샐러드 (우)오코 크루즈의 시그니처 메뉴인 고구마 튀김
 
 
착한 식재료를 키우는 예쁜 마을

둘째 날 아침을 먹은 뒤 깟바섬(Cat Ba Island)에 정박했다. 항구에서 비엣하이 마을(Viet Hai Village)까지 왕복 10km 자전거 투어를 할 수 있다는 말에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들판에서 풀을 뜯는 염소들과 지천에 널린 꽃, 나무들을 감상하며 천천히 페달을 밟다 보니 금세 마을에 도착했다.
 
깟바섬에는 총 1만3,000여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중 200명 정도가 비엣하이 마을을 터전으로 살아간다.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고 있던 이 마을 주민들은 몇 해 전, 큰 수해를 입고 집과 생업을 잃어버렸다고. 오코 크루즈는 약 2년 전부터 비엣하이 마을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유기농 농장. 오코 크루즈에서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각종 채소와 과일은 모두 이 마을에서 수급한다. 주민들이 가축의 분뇨를 거름 삼아 유기농으로 채소와 과일을 키워 내면, 크루즈 회사가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한다. 환경에 좋은 건강한 식재료이자, 마을 주민들의 생계도 도와주는 착한 식재료다.
 
두 번째는 관광업 개발이다. 오코 크루즈가 마을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승객들을 데려오면서 주민들은 운전기사, 기념품 상인 등 새로운 직업을 얻고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 밖에도 마을 학교에 정기적으로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크루즈에서 맛본 정성스러운 코스 요리를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눈으로 확인하니 음식에 신뢰가 갔고, 식사시간이 더 즐거워졌다. 여행을 하면서 환경과 마을의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뿌듯함까지,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하롱베이에 떠 있는 수많은 바위들은 가지각색의 느낌을 갖고 있다
1 소소한 행복을 나누는 해피아워 시간 2 즐거웠던 스프링롤 클래스
 
 
●그 남자의 하롱베이 크루즈
아름다운 노을은 없었지만, 해피아워 & 쿠킹클래스
 
글 이동윤
 
하롱베이 크루즈 첫날 저녁식사 전 두 시간의 ‘해피아워’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여유로웠던 시간이다. 해피아워는 맥주, 와인, 칵테일 등을 한 잔 구매하면 무료로 한 잔을 더 주는 이벤트다. 지는 태양 아래 배 3층의 야외 바에서 맥주와 와인을 즐기며 하롱베이의 풍경을 즐기는 시간. 구름이 잔뜩 낀 하늘과 짙은 안개 때문에 아름다운 노을은 볼 수 없었지만, 함께 여행 온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즐거운 해피아워가 마무리될 때쯤 주위가 분주해졌다. 긴 테이블이 하나 놓이고 하얀 조리복을 갖춰 입은 요리사와 진행자가 앞으로 나왔다. 스프링롤 쿠킹클래스 시간이 된 것. 스프링롤을 만들 때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그 재료가 없을 때 대체 재료로는 어떤 것을 사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손질하는지 등에 대해 요리사가 쉽고 가볍게 설명했다. 그리고 드디어 스프링롤을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 노년의 부부도 꼬마 아이도 직접 스프링롤을 만들어 보며 해맑게 웃었다.
 
다음으로 누가 더 스프링롤을 빠르게 잘 만드는지 가리는 경연 대회가 열렸는데, 맨 뒤에 서서 웃다가 진행자에게 딱 걸려 대회에 참가했다. 괜한 장난기가 발동해 옆 경쟁자들을 방해하다가 페널티를 받았지만 덕분에 청중들은 웃음바다가 됐다. 진지함보다는 익살스러움으로 가득했던 쿠킹클래스. 함께 즐겁게 만들어서인지 스프링롤이 특히 더 맛있게 느껴졌다.
 
영국에서 온 버틀러 부부
 
 
전 재산을 바닥에 떨어뜨린 ‘덕’

깟바섬에서 자전거 투어를 마치고 신나게 배로 돌아가던 길. 일이 터졌다. 전날 환전해 둔 베트남 돈 뭉치가 통째로 주머니에서 탈출한 것! 발을 동동 구르며 자책하고 있을 때, 키 큰 신사 한 분이 “혹시 돈 떨어뜨렸냐”면서 흙 묻은 돈 뭉치를 건넸다. 세상에나. 그 순간 울컥해 연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름을 물어 보니 영국의 바스(Bath)라는 도시에서 온 버틀러 부부(Julie and Jonathan Butler)였다. 그들이 찾아 준 돈으로 급히 항구의 노점 상인에게 베트남 기념 모자를 사서 고마움의 선물이라며 쥐어 주었다. 환한 미소로 좋아해 주는 부부와 사진도 찍고, 다음에 한국에 오거나 영국에 가면 꼭 서로의 도시를 안내해 주리라 약속도 주고받았다. 바닥에 돈 뭉치를 떨어뜨린 ‘덕’분에 만든 신기한 인연으로, 더욱 잊을 수 없는 하롱베이 크루즈 여행이 됐다.
 
 
깟바섬 비엣하이 마을로 가는 길.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하롱베이의 어부들에게 물 위의 배는 집이고, 일터이고, 삶의 터전이다
 
 
물 위의 삶을 생각하다

이번 하롱베이 크루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수상가옥과 그 위에서 살아가는 어부들의 생활을 목격한 것이다. 수백년의 세월 동안 이어진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지만, 현재는 가난하고 불편한 생활과 열악한 교육·의료 환경에 처해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우리가 크루즈를 타고 돌아본 하롱베이 곳곳에서 마주친 수상가옥의 숫자는 10채 안팎이었다. 하지만 미등록된 수상가옥의 숫자를 모두 합치면 100명 이상이 여전히 수상가옥에서 밥을 지어 먹고 물고기를 잡으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교육, 의료 환경에서 동떨어진 이들의 삶을 구제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는 수상가옥 거주민들을 육지로 이주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그러나 한편, 물 위의 삶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육지 생활보다 수상가옥에서의 생활이 더 여유롭고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모든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여행의 큰 목적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오코 크루즈 | 바야 크루즈 기업은 현재 하롱베이에 총 17척의 크루즈를 운영하고 있다. 상품의 종류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바야 클래식(Bhaya Classic)과 바야 프리미엄(Bhaya Premium), 프라이빗 차터로 이용할 수 있는 바야 레전드(Bhaya Legend), 럭셔리 등급인 오코(Auco) 등 네 가지 종류. 그중 오코 크루즈는 가장 럭셔리한 등급으로 고급 코스요리와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오코 크루즈는 1박 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즐길 수 있다.   bhayagroup.com 
 
 
취재 트래비아카데미 베트남 원정대  사진 Photographer 유운상  진행·에디터 고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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