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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소리로 기억되는 곳, 호이안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5.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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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연가(戀歌) 

호이안처럼 다양한 소리로 기억되는 곳이 또 있었나. 소리에 집중하려면 이 작은 마을과 적어도 하룻밤 이상은 보내야 한다. 아침 투본(Thu Bon) 강가의 평화로운 새소리, 점심이면 수많은 관광객과 시클로가 이루는 떠들썩한 하모니, 주홍빛 노을이 내려앉은 뒤 사공의 노 젓는 소리까지. 어느새 이 모든 소리가 호이안이 우리에게 건네는 러브송으로 들린다.  
 
투본강이 유유히 흐르는 평화로운 마을 호이안, 낮과 밤의 풍경이 서로 달라 하루 이상을 머물러야 이곳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호이안 시장에서 ‘생생한 삶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면 오전에 방문해 보는 게 좋다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 쪼그려 앉아 맛보는 넴느엉은 호이안 시장 특유의 정겨운 풍경이다
 
●경쾌한 현장의 소리, 호이안 시장 

호이안을 “흔해 빠진 관광지”라든가 “그저 테마파크 마을 같다”고 하는 사람들은 분명 낮 시간 동안 올드 타운에만 두세 시간 머무른, 그 수많은 관광객 중 하나일 것이다. 다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묵을 수 있는 숙소를 예약해 아침의 호이안을 만난다면 이곳에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호이안의 젖줄인 투본 강가를 따라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면 사람보다 새와 물고기가 더 활기찬 아침 강변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강가에 자리 잡은 재래시장, 호이안 시장(Cho Hoi An)에 닿는다. 낮의 시장이 관광객으로 붐빈다면 아침 시장은 온전히 이곳 사람들의 것이다. 강가 쪽으로는 투본강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 매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곁으로 커다란 고기 코너가 자리한다.
 
베트남 음식에 다양하게 들어가는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를 사는 베트남 사람들이 흥정하는 모습만 봐도 재밌다. 꽃다발처럼 다양하고 신선하게 파는 허브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앉은뱅이 의자에 쪼그려 앉아 베트남 사람들 틈에서 쌀국수, 베트남 아이스커피, 호이안 거리에서 먹어야 제맛인 넴느엉(Nem Neung) 등을 맛보자. 
 
‘띠링띠링’ 시클로 소리가 음악처럼 경쾌하게 들리는 호이안의 낮
 
 
●삐걱삐걱 오래된 나무 집, 올드 타운

온갖 소리가 귀를 어지럽히는 올드 타운(Old Town)의 낮. 영어, 한국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수많은 언어와 ‘띠링띠링’ 벨을 울리며 달리는 시클로(Cyclo)가 뒤섞여 정신이 사납지만 이게 바로 활기찬 여행지의 소리다. 

800채가 넘는 고가가 빼곡한 올드 타운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여러 나라에 영향을 받은 호이안 올드 타운의 오래된 나무집은 발길이 닿는 대로 ‘삐걱삐걱’ 소리를 낸다. 대부분 실제 사람이 살거나 여행자를 위한 레스토랑이나 카페로 쓰이는데 몇몇 중요한 고가는 원형을 보존해 관광객에게 개방한다.  

어느 것 하나 꼭 같은 것이 없는 개성만점, 각양각색의 미술품들과 도자기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드르르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 ‘슥삭슥삭’ 가위질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하루나 이틀이면 자기 몸에 꼭 맞는 아오자이나 정장 등을 맞출 수 있다. 원하는 스타일의 아오자이를 입고 파스텔 톤의 예쁜 집과 등이 가득한 올드 타운을 걷노라면 마치 시간여행자가 된 기분이다. 맞춤 아오자이는 매장별로 그리고 흥정 실력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00만~140만VND이다. 우리 돈으로 5~7만원. 
 
마치 별처럼 색색의 등불이 온 마을을 뒤덮는 호이안의 밤
 

●등불처럼 음악이 넘실거리는 해질녘 

호이안, 게다가 올드 타운은 유명 관광지다. 블로그나 가이드북에서 유명한 식당과 카페, 바는 관광객으로 포화 상태. 최근 한국에서 다낭, 호이안이 급속히 뜨면서 일부 식당은 100% 한국 사람으로 채워질 정도다.
 
색색의 등에 불이 켜지고, 석양이 오렌지 빛으로 물들 때 유명한 곳이 아닌, 박당(Bach Dang) 거리에서 투본 강가를 내려다볼 수 있는 2층 테라스면 충분하다. 보트가 하나둘 손님을 싣고 잔잔하게 흐르는 투본강을 노 저어 유람한다.
 
알록달록한 등에 불이 켜지고 배 위의 관광객은 소원을 담아 종이 상자 안에 든 촛불을 띄운다. 2층 테라스에 조용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소리까지 주변의 모든 소리와 공기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제서야 호이안은 그저 스치는 여행지가 아니라 오래 머무르며 이 풍경과 이 소리를 천천히 느껴야 하는 곳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산들 불어오는 강바람을 느끼며 시간 감각에 둔해지게 될 때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이 가슴에 스며든다. 

●올드 타운 
Must Visit  5 
시내 5곳의 티켓 판매소에서 호이안 올드 타운 입장권을 판다. 이 표로 올드 타운의 고가와 관광지 입장이 가능하다. 1인당 12만VND. 
 

1.내원교(Cau Lai Vien)
17세기 일본 상인들이 만든 목조 다리로 예전에는 이 다리가 동쪽의 일본인 거리와 서쪽의 중국인 거리를 연결시켰다. 일본인 마을 쪽의 원숭이 상과 중국인 마을 쪽의 개 조각상이 각 마을의 수호신처럼 서 있는데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2.떤키 고가 (Nha Co Tan Ky)
호이안을 대표하는 건물로 1985년 최초로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가장 유명한 고택이다. 일본 교토의 저택을 본뜬 건물로 조화롭게 어우러진 중국, 베트남, 일본 문화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3.풍훙 고가(Nha Co Phung Hung)
내원교 옆 풍흥 고가는 베트남, 중국, 일본의 건축양식이 혼합된 목조 가옥. 
약 200년 전에 무역상이 지은 집인데 지금도 이 가문의 8대 후손이 이곳에 산다고 한다. 내부에는 기념품점이 있어 쇼핑하기에도 좋다. 
 
 
4.꾸안꽁 사원 (Quan Cong Mieu)
1653년 시장 건너편에 세워진 중국 양식의 도교 사원으로 중앙 제단에는 삼국지의 영웅인 관우상이 모셔져 있다. 입구부터 화려한 ‘도원결의’의 조각과 마당에 있는 용의 화신인 잉어 모양을 본뜬 빗물 홈통에 새겨진 디테일한 장식이 눈길을 끈다. 
 
5.푹끼엔 회관(Chu Phuc Kien)
16∼17세기 일본 무역상들이 거주하던 일본인 마을이 에도 막부의 쇄국 정책으로 쇠퇴기를 맞이하면서 화교들이 대거 이주해 온 뒤부터는 호이안에는 중국식 색채가 짙어졌다. 이곳은 화교들의 향우회 장소로 대표적인 중국식 건물이다. 
 
글·사진 Travie writer 신중숙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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