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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수의 잘 팔리는 세일즈] 마케팅 근시(marketing myopia)를 경계하자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6.2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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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성장 산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제품 중심적인 근시안적 사고를 하는 경영자가 운영하는 기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소비자 지향적 사고로 끊임없이 고객이 원하는 바를 탐구해야 하고, 그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현재의 우리 여행업계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는 이 말은 무려 57년 전인 1960년에 하버드대학 테드 레빗(Theodore Levitt) 교수가 하버드비즈리뷰에 발표한 논문 ‘마케팅 근시(marketing myopia)’에서 밝힌 내용이다. 

레빗 교수는 시장을 대체하거나 송두리째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는 산업해체기술과 신규사업이나 대체상품을 미리 알지 못하는 것을 마케팅 근시라고 표현했다. 그는 산업이나 기업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하는 것은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해서라기보다는 마케팅 근시로 인해 기업이 인식의 한계점에 도달하여 경영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레빗 교수는 1960년 당시 미국 철도산업의 쇠퇴에 대해 미국의 철도산업은 자신들의 산업을 운송산업이라 보지 않고 단순히 ‘철도'라고만 보았으며, 아울러 소비자 지향적이지 못하고 제품 지향적이었기 때문에 자동차·트럭·비행기 등과 같은 새로운 경쟁자에게 시장을 내주었다고 설명한다. ‘마케팅 근시’는 사업을 고객 중심이 아닌 제품 위주로 좁게 정의하게 되면 많은 기회를 잃고 결국 기업이 쇠퇴하게 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의 기업 및 산업 간 경쟁은 IC T(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영원한 승자가 사라졌다. 또한 경쟁 구도의 변화와 산업간 융복합이 일어나 전혀 다른 산업에서도 경쟁자가 등장하는 ‘전방위 경쟁’이 퍼지고 있다. 모든 기업과 산업이 언제 어디서든 경쟁상대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경쟁 구도를 협소하게 규정해서 이종경쟁을 간파하지 못하는 마케팅 근시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방위 경쟁은 경쟁자의 존재를 인식했을 때는 이미 시장의 상당 부분을 새로운 경쟁자에게 빼앗긴 상태다. 때문에 사전에 준비하지 않는다면 전방위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심지어 숨어있는 경쟁자를 운 좋게 발견한다고 해도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새로운 경쟁자에게 적용할 수 없으므로 대응전략 수립도 어렵다. 실제 많은 기업이 마케팅 근시로 어려움을 겪거나 파산하기도 한다. 닌텐도나 노키아가 애플의 아이폰을 자신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면 두 회사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두 회사 모두 마케팅 근시로 인해 애플을 발견하지 못했다. 고객의 본원적 필요(needs)에 적극적으로 집중하는 애플에 비해 닌텐도와 노키아는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여 고객의 본원적 필요(needs)를 놓친 것이 애플과 이들 회사의 운명을 갈랐다. 

마케팅의 중점이 제품보다는 소비자에 있어야 함은 이미 수십 년 전 검증된 이론이다. 하지만 우리 여행업의 경우 여전히 저임금과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를 극단적으로 낮춘 싼 가격의 여행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소비자의 마음이나 그들의 일상(time)의 점유율이 아니라 여행업계 내 시장점유율 경쟁에 몰입해 여행에 대한 소비자의 본원적 필요를 외면하고, 저렴한 여행 상품 생산에만 몰입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여행 시장에서 수익과 평판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마케팅 근시에 빠져있는 것이다. 마케팅 근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사는 기업 영역을 여행 상품의 판매와 서비스로 한정하지 말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행복산업’으로 의미를 확장하여 여행객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신상품 개발 등 소비자에게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새로운 여행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활동을 주도해야 한다. 

여행상품의 수명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혁신적인 여행상품이라 할지라도 그 상품에 맞서는 경쟁상품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우리가 잘 만드는 상품이 아니라 고객들이 요구하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전방위 경쟁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우리 여행업계가 과거 미국의 철도산업과 같은 ‘마케팅 근시’에 빠져 있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하고 경계해야 한다.
 
 
오형수
K-TravelAcademy 대표강사
hivinc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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