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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과 마블의 조우

  • Editor. 진나연
  • 입력 2017.07.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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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호주에 보물 창고를 열었다. 
현재 호주에서도 반짝반짝 윤이 나는 도시 
브리즈번 현대미술관에서다. 
 

캥거루 포인트에 위치한 스토리 브리지 정상에서 본 브리즈번
 
 
보통의 폭이 아닌 것 같다. 또 보통의 꺾임도 아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강의 모양새가 더블유 모양으로 심하게 꺾여 있다. 브리즈번강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속에 무리가 없는 것도 신기하다. 촘촘하게 계단으로 이어지는 아찔한 다리, 해발 80m에 이르는 스토리 브리지 정상에 올라서서 도시를 내려다보면 심하게 꺾어 경로를 변경한 강이 마치 두 갈래로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브리즈번(Brisbane)은 이 강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수상 버스 ‘시티 캣’은 강변을 따라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브리즈번 시민들은 저마다 사는 모습도 활동 지역도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 도시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강은 나침반이다. 강을 중심으로 한 도시의 여흥은 계속 취해 있고 싶을 만큼 달콤한데, 특히 사우스 뱅크 지역에는 온갖 문화예술과 놀 거리가 산재해 있다. 
 
(좌) 사우스뱅크의 대관람차  (우) <마블: 크리에이팅 더 시네마틱 유니버스> 전시가 열리는 퀸즈랜드 현대미술관 입구
 2014년 G20을 기념하여 제작된 대형 사인. 반응이 좋아 영구적으로 설치하고 새단장을 했다 
 
 
●브리즈번의 사건 하나 

사우스 뱅크에는 대관람차 ‘더 휠 오브 브리즈번’을 중심으로 퀸즈랜드 퍼포밍 아트 센터, 뮤지엄 & 사이언스 센터, 도서관 등 대규모 문화 단지가 조성돼 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강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해 질 녘 이곳은 무척 낭만적인 공간이 된다. 이러한 사우스뱅크의 최근 빅 이슈는 퀸즈랜드 현대미술관(Gallery of Modern Art, 이하 QAGOMA)에 월트 디즈니사의 마블 군단이 들어선 것이다. 마블의 모든 것을 담은 전시 <마블: 크리에이팅 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이번 여름 브리즈번을 찾아갈 첫 번째 이유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마블 스튜디오가 LA를 벗어나 이곳 브리즈번에 안착한 첫 해외 순방이기 때문이다. 마블의 슈퍼히어로를 사랑하는 팬들, 스파이더맨과 헐크 정도만 아는 마블 초보자들도 그들의 전리품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퍼포먼스는 확실히 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 이는 단순히 만화가 미술관에 입성했다는 구태의연한 표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아이언맨>2008년을 필두로 지난해 <닥터 스트레인지>2016년 등 14편의 영화와 함께 올해 10월 개봉을 앞둔 <토르: 라그나로크>까지 영화가 남긴 500여 점의 작품을 다루는 디즈니의 방식은 디지털 매체의 파워가 결합된 매우 세련된 것이었다.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2009년에 인수한 월트 디즈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뉴 레이블을 탄생시켰고, 마블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며 캐릭터들을 연결해 흥미로운 스토리를 창조해 왔다. 디즈니의 마블 인수가 새로운 스토리 탄생에 도화선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1939년에 탄생해 8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내면서 마블 스스로도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그들의 존재 증명에 대한 방식이 시대에 발맞춰 가며 진화해 왔다는 것을 드러내는 현장이다. 퀸즈랜드 현대미술관의 큐레이팅이 더해졌으니 아카이브적인 측면과 창작적인 측면 모두가 부각되었다.  
 
초대형 헐크버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오프닝 파티의 감초들
헐크의 침대와 도구들. 10월에 개봉하는 <토르: 라그나로크>2017년에 등장한다
헐크와 헐크버스터의 삽화
<캡틴 아메리카>의 의상과 소품들
호주 아티스트 웨인 니콜스(Wayne Nichols)의 스파이더맨 벽화
아이언맨의 슈트들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은 동거 중

미술관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흑백 만화 컷들로 전시의 서두를 시작한 것은 이런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만화 밖으로 나온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영화의 인물이 되고, 그들이 사는 세상의 거대한 세트는 조각조각 분리되어 설치물, 소품, 의상이 미술품이 된다.
 
이 과정은 관람자의 동선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영화 속 장면을 함께 볼 수 있는데, 이는 설치 작품들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토르의 망치, 헐크가 잠드는 거대한 침대를 보노라면 언제라도 그들의 영화를 다시 한 번 꺼내 보고 싶어진다. 또 상상에나 있을 법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어떻게 움직이며 촬영하는지, 그렇게 촬영된 분량에 어떻게 배경을 입혀 완성하는지 3채널로 돌려가면서 볼 수 있고, 잠깐이라도 배우처럼 움직이면서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다양한 버전으로 준비된 <아이언맨>의 슈트들과 초대형 헐크버스터였다. 또 지난해 골드코스트와 브리즈번 일대에서 촬영한 <토르 라그나로크 2017>에 등장하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의 도시 모델링을 보는 기쁨도 컸다.   

QAGOMA는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와 앤디 워홀의 전시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호주에서도 현대미술관으로서 성공적인 기획 전시로 굳건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마블: 크리에이팅 더 시네마틱 유니버스> 전시의 서막을 알리던 QAGOMA의 디렉터 크리스 세인(Chris Saine)은 3,400장의 전시 티켓을 오프닝 전에 모두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미술관 또한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았기 때문에 뜨거운 호응과 괄목할 만한 성과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퀸즈랜드에서 <토르: 라그나로크>를 촬영한 마블 스튜디오의 제작자 케빈 페이지(Kevin Feige)는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마블 전시를 안착시킬 만한 곳으로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고 극찬을 했다. 

헐크를 상대하기 위해 아이언맨이 디자인한 헐크버스터는 높이가 무려 3m다. 전시팀이 초대형 헐크버스터를 전시장으로 이동해 설치한 것만으로도 대단해 보인다. 전면에 미술관 건물 벽 한 면의 유리창을 제거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본격적인 전시관 입구에 들어선 거대한 몸집의 캐릭터가 뿜는 위용은 대단했는데, 그 주변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물론 이곳을 찾은 어른들에게도 기념비적인 선물이 되고 있다. QAGOMA는 9월3일까지로 예정된 전시 기간 동안 올 여름 개봉을 앞둔 신작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포함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을 상영하며 관람객과 함께 마블 축제를 이어갈 예정이다.
 
 
●브리즈번은 자란다

브리즈번은 근 10년 동안 조금씩 변모해 왔다. 해외에서 유학을 한 이들이 도시에 돌아와 정착하면서 나름대로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고, 퀸즈랜드 자체에서도 여행자들을 위한 환대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자생과 노력이 합세하며 도시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계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건축물조차도 오랜 기간 설계해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강을 중심으로 자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변화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은 지금의 브리즈번을 만들었다. 또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브리즈번은 ‘퀸즈 워프 브리즈번(Queen’s Wharf Brisbane)’ 프로젝트를 2024년까지 추진한다. 사우스뱅크에는 새로운 다리가 놓이고, 축구 경기장, 레지던시 타워, 스카이 데크가 설치된 아르크 빌딩 등 복합 문화 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또 오는 10월에는 브리즈번과 이웃한 골드 코스트에 최장 1.4km 길이와 61.6m 높이의 롤러코스터인 디씨 라이벌스 하이퍼코스터(DC Rivals Hyper Coaster)가 운행을 시작한다. 호주 동남쪽 퀸즈랜드에 머무는 시선은 앞으로도 뜨거울 것 같다.  
 
마블 크리에이팅 더 시네마틱 유니버스 
주소: 퀸즈랜드 갤러리 오브 모던 아트  
오픈: 5월27일~9월3일
입장료: 25AUD(1일, 성인)
홈페이지: www.qagoma.qld.gov.au/mavel

*더 자세한 정보는 호주정부관광청(facebook.com/wowaustralia) 호주 퀸즈랜드주 관광청(Queensland.com) 웹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블 팬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미션 셋 
 
 
 
1. 스토리 브리지 오르기
스파이더맨을 좋아한다면 해발 80m의 다리 정도는 거뜬하게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브리즈번강의 남북을 잇는 스토리 브리지를 직접 올라 보자. 자동차가 다니는 다리 위를 사람이 오를 수 있는 프로그램 ‘스토리 브리지 어드벤처 클라임’이 있다. 묵직한 허리 벨트에 달린 쇠고리를 다리 난간을 따라 설치된 라인에 묶고 이동하니 안심할 것. 정상에서 360도로 보는 브리즈번을 꼭 감상해 보자. 
홈페이지: www.sbac.net.au
 
 
 
2. 브리즈번 버맥 도전
힙하기로 소문난 버맥 전문점 ‘미스케이’에서라면 슈퍼 히어로급의 열량 비축은 문제가 없겠다. 버거 메뉴만 총 11가지. 그중 쇠고기 패티, 베이컨과 함께 그래비 소스를 얹은 푸틴 버거, 프라이드치킨을 통째로 넣고 비비큐 소스와 마요네즈를 뿌린 루다크리스프(Ludakrisp) 등 어떤 버거를 골라도 실패할 일이 없다. 버거를 다 먹고 튀긴 감자에 더 토마토 칠리와 치즈 소스 등을 뿌린 ‘더티 프라이드’까지 시도하면 미션 클리어! 
주소: 185 George St. Brisbane
전화: +61 07 3211 1300    
 
 
 
3. 탕갈루마 리조트에서 샌드 보드를!
브리즈번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1시간 가량 이동하면 모턴섬에 이른다. 본래 모래 섬인 이곳에는 탕갈루마 리조트가 자리하고 있다. 카누, 스쿠버 다이빙, 물고기 먹이 주기 크루즈, 돌고래 먹이 주기 등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보유한 리조트를 통해 샌드 보드를 즐길 수 있다. 비록 주어지는 것은 널빤지 한 장과 물안경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마블 히어로 부럽지 않은 자태로 신나게 하강할 수 있다. 
홈페이지: www.tangalooma.co.kr 
 
글 나나  사진 진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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