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 타이완 산골짜기 어느 느린 마을 이야기

트래비기자     작성일제305호(2017.07) 댓글0건
타이완 산림 깊숙이 묻혀 있는 원시의 어느 객지를 찾아갔다. 
그곳은 객가(客家)족이라 불리는 소수 이민족들이 일궈낸 
터전이자 그리운 이방인들의 고향. 모두의 향수가 짙게 서린 그 땅, 
그 둔덕에는 하얀 오동나무 꽃이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난좡 옛거리 예술 공방에 매달린 까치 공예품들
 
쉐진차당의 풍경. 창밖에는 작은 정원이 있다 
 
 

●3번 국도 따라 떠난 ‘슬로 낭만 여행’ 

산 넘고 고개 넘어 타이완 땅에 뿌리내린 객가 소수민족. 약 200년의 개간을 통해 다채롭게 꽃피운 이들의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3번 국도를 따라 천천히 여행하길 추천한다. 이 도로의 묘미는 짙푸른 산과 크고 작은 고개가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는 점.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시원하게 뻗은 활엽수의 합창을 싱그럽게 느낄 수 있고, 원시의 밀림과 끝없이 펼쳐진 차밭을 볼 수 있다. 도로 중간중간 숨어 있는 민속 공방, 옛거리, 전통찻집과 고택 등도 타이완 속의 또 다른 타이완을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이번 여행으로 타이베이에서 3번 국도를 따라 남서쪽으로 약 2시간이면 도착하는 먀오리(苗栗)부터 그 주변 지역인 신주(新竹), 타오위안(桃園) 지역까지 구석구석 돌아봤다. 
 
1 난좡 옛거리 만토우집 아주머니 2 예부터 활자를 신성하게 여겨 함부로 태우지 않았다는 객가 사람들. 활자가 적힌 종이를 태우는 공간이 따로 있을 정도다 3 싼이 목조예술촌 내 최고령 예술가인 리친쏭 작가
염색공방 쭈어예 샤오우에서 쪽빛으로 물들인 천을 보여 주고 있는 사장님
직접 담근 100여 개의 식초 항아리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라이탕야 선생과 까오칭위 부인
 
 
 
●느린 마을 주인, 객가인과 그들의 문화

‘슬로 시티’라고도 부르는 먀오리(苗栗), 신주(新竹), 타오위안(桃園)이 세 지역은 예부터 객가客家인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타이완어로 커지아, 하카(Hakka)라고 부르는 객가인은 중국 한족의 일원으로, 타이완 인구의 12~14%를 차지하는 민족이다. 타이완은 85%의 타이완인, 14%의 객가인 그리고 1~2%의 원주민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원주민은 다시 16개의 소수부족으로 나뉜다.

처음 타이완 땅에 뿌리를 내리고자 했던 이들의 노력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주로 먀오리, 신주, 타오위엔 지역, 그중에서도 산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정착을 시작했다. 이방인이었기에 아주 척박한 산림에서 자연과 호흡하며 그들만의 터전을 일궈 간 것이다. 

관광객들에게 ‘슬로 시티’를 홍보하는 이유도 객가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다. 타이완에서 가장 원시적인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을 천천히 여행하다 보면 어느새 객가인들의 삶과 문화를 느껴 볼 수 있다.

얼핏 객가인들이 그저 하나의 이민족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객가인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유난히 머리가 좋고 특유의 부지런함을 갖고 있어 역사적으로 뛰어난 관료들을 많이 배출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쑨원, 덩샤오핑도 객가족 출신이다. 우리나라 대통령격인 총통, 그것도 타이완의 첫 여성 총통인 차이잉원(蔡英文) 또한 객가인이라는 사실!

비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낮지만 경제관념이 강하고 머리 회전이 좋은 객가인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들을 ‘아시아의 유태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알 듯하다. 객가 문화에는 고유의 객가어(客家語)가 따로 존재한다. 함께한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객가어는 타이완어와 비교했을 때, 방언이나 사투리 정도가 아니라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완전한 외국어라고 한다. 그래서 타이완 방송에서는 타이완어, 객가어, 원주민어가 모두 등장한다. 그럼에도 타이완인과 객가인을 겉모습으로는 전혀 구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다는 점도 흥미롭다.
 
비가 내려 훨씬 운치 있게 변한 염색공방, 쭈어예 샤오우
자연의 재료로 물들여진 갖가지 염색천들
사장님은 직접 쪽물로 천을 물들이는 과정을 보여주셨다
공방 옆에는 작은 숍이 함께 있어 각종 생활용품들을 판매한다
 
 
 
●두 손에 스민 바다 빛깔, 쪽 빛깔

슬로 시티 여행의 첫 번째 방문지는 먀오리현에 있는 ‘쭈어예 샤오우(卓也小屋)’. 우리말로 하면 ‘탁씨의 작은 집’이다. 이곳은 방문객에게 염색체험과 휴식처를 제공한다. 여사장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천연염색을 홍보하고 있었다.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던 그는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자연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아들과 남편도 그의 뒤를 따라 천연염색과 친환경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탁씨의 작은 집’은 이름만 작은 집인 듯하다. 공방 너머로 쪽 염색의 주재료가 되는 산람(山藍) 밭과 아쌈 밭이 3만3,000m2 넘게 펼쳐져 있다. 고운 쪽 염색 제품을 파는 숍과 객가 음식 퓨전식당 그리고 민박 등도 함께 있었다. 첨단 IT가 발달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 영역을 조금씩 넘어서려고 하는 시대, 손의 노동이 수고로이 들어가는 작업들이 도리어 인기를 끈다. 천연염색 또한 그렇다. 시간과 정성을 오래도록 들여야 더 예쁜 쪽색이 나올 수 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하기 힘든 경험이다 보니, 외지 사람들이 쪽 염색체험을 위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곳의 식당과 민박도 그렇게 오는 관광객을 위해 마련됐다.

사장님은 ‘산골의 촌스러움이 곧 도시를 뒤덮을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오두막 안에는 그러한 촌스러움을 일부러 티내 듯, 찌그러지고 닳고 낡은 용품들이 자랑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래된 오두막과의 조화가 정겹게 다가온다. 커다란 항아리에 담긴 쪽물은 아주 깊은 바다 색깔이 났다. 깊고 윤이 나는 그 색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공들여 만든 쪽빛 염색물들은 가공하여 상품으로 만들어진다. 공방 옆에는 스카프, 학용품, 손수건, 부채 등 각종 생활 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쪽 염색에 쓰이는 산람과 아쌈 잎은 방충과 세균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산 속에서 살고 있는 객가인들에게는 천연염색 옷이 필수였다. 탁 사장님 말에 따르면 머리에 강황을 함께 섞어 쓰면 백발도 검은 머리가 된다고. 천연염색의 신비함이란! 대표적인 염색법은 물에 50번 이상을 흔드는 법과 삶아서 물들이는 법으로 나뉘는데 우리는 시간이 많이 허락되지 않아 삶는 DIY 염색법을 택했다. 

크기와 넓이가 다양한 나무젓가락으로 무명천을 고무줄로 촘촘히 묶은 뒤 염색물과 함께 삶아 냈다. 뜨거운 물에 열처리를 마친 천은 마치 무언가에 절여진 듯했다. 고무줄을 묶을 땐 몰랐는데 펼치고 보니 예쁜 손수건이 완성되어 있었다. 손으로 무언가를 꼼지락거리는 게 참 오랜만이었다.
 
쭈어예 샤오우卓也小屋
주소: No.1-9, Bengshanxia, Sanyi Township, Miaoli County 36741, Taiwan
오픈: 09:00~22:00
염색체험 | 손수건 기준 250TWD
홈페이지: www.joye.com.tw 
이메일: joye879198@hotmail.com.tw
 
베이푸 옛거리 끝자락에 들어서면 쉐진차당의 간판이 보인다
향긋하고 깊은 향이 우러나는 우롱차
차당 안에는 여러 다구들이 소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내 손으로 갈아 만든 고소한 레이차

슬로 시티 탐방의 묘미는 뭐든 직접 해 보는 ‘체험’이다. 일반 관광 중심의 여행을 넘어 몸을 움직여 참여하고 손을 써서 직접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땀을 흘려 보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편리함을 과감히 포기하고 때로는 불편도 감수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객가 지방 음식 중 하나인 레이차(擂茶)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신주(新竹)지방의 베이푸(北埔) 옛 거리에는 레이차로 유명한 쉐진(水井) 찻집이 있다. 레이차는 향긋하게 덖은 녹차와 각종 견과류를 섞어 만든 차로 베이스가 되는 차는 녹차 또는 우롱차다. 우리는 우롱차로 체험을 시작했다.

레이차는 만드는 단계가 매우 힘들고 고되다. 그래서 힘들다는 뜻의 ‘레이(累)’차 라고도 한다. 처음 주문을 하면, 간단한 다과류와 거대하고 묵직한 사발, 방망이 그리고 견과류 가 나온다. 사발의 생긴 모습은 마치 일본 돈까스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깨 가는 사발인데 그 크기가 약 10배쯤 더 크다. 간단히 몸을 풀고 방망이를 손에 쥐었다.

견과류는 호박씨, 땅콩, 해바라기씨, 흰깨와 검은깨가 있고 작은 찻잎들도 함께 섞여 있다. 처음에는 돈까스 집에서 갈던 실력을 살려 살살 빻는 식으로 재료를 갈았다. 그랬더니 대번에 그게 아니라는 듯, 주인아주머니가 다시 알려 주셨다. 가르침을 받고 보니, 핵심은 재료를 그냥 빻는 것이 아닌, 견과류의 찐득한 기름기를 뭉쳐가며 갈아야 한다는 것. 즉, 엄청 오래도록 갈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마음을 잡고 작업을 시작했다. 10여 분이 넘어가니 방망이를 쥐고 있던 손에서는 땀이 차고 몸에서는 열까지 났다. 일어나서 갈았다 앉아서 갈았다 자세를 바꿔가며 절구 돌리기를 한참. 20여 분을 갈았는데도 견과류들은 쪼개어지기만 하고 뭉쳐지지 않았다.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이마에 땀이 맺혀 흐르기 일보 직전쯤이 되자 조금씩 재료들이 엉기고 찐득한 느낌이 전해졌다. 아! 뭔가 되어 가고 있다는 기분에 다시 힘차게 움직였고 그렇게 총 30여 분이 지나자 주인아주머니께서 고요히 다기를 들고 오셨다. 

아주머니는 따뜻한 우롱차를 사발에 서서히 붓고 재료들이 가라앉지 않도록 살살 저은 뒤 일정량을 개인 차 사발에 나누었다. 그 위에 현미 뻥튀기처럼 생긴 튀밥을 뿌리는 것으로 레이차는 완성되었다. 

고된 노동 뒤 맛보는 레이차는 과연 어마어마하게 고소한 맛이 났다. 따뜻하고 향긋한 우롱차와 이제 막 갈린 견과류의 풍미가 훌륭했다. 깊고 진한 향기가 혀끝에 오래오래 머물러 있었다. 카페에서 쭉쭉 마시는 흔한 커피나 일반 차 종류와는 절대 비교불가. 땀 흘려 직접 재료를 갈다 보면 어쩐지 노동의 참 의미(?)도 느껴 볼 수 있다. 이 어찌 맛있지 아니하리오!
 
쉐진차당(水井茶堂)
주소: 314 Zhongzheng Road, Beipu Township Hsinchu County, Taiwan
레이차 만들기 체험 | 1인당 107TWD부터
오픈: 10:00~18:00
홈페이지: www.peipu.com.tw 
 
 
레이차 만들기
①절구통에 견과류 담기
②입자를 최대한 작게 으깨기
③찐득한 견과류 기름과 함께 뭉쳐가며 빻기  
④다 빻은 견과류와 우롱차를 섞은 뒤 잔에 따르기  
⑤고소한 레이차 완성
 
 
특색있고 흥미로운 목조 예술품들이 있던 아마 목조방(亞馬木雕坊)
조양 선생의 손때 묻은 조각 도구들
 

●나무 향기 깃든 장인들의 놀이터

“싼이(三義)지역 하면 제일 먼저 나무가 생각나요. 왜냐하면 보시다시피 이곳은 온통 나무 천지거든요.” 이번 여행에서 우리를 안내해 준 타이완 가이드 이완정(李宛庭)씨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길고 시원하게 뻗은 나무들이 두 눈 가득 들어왔다. ‘히노끼탕’으로 유명한 히노끼(편백 나무)의 원산지도 많은 이들이 일본으로 알고 있지만 그 또한 실은 타이완이라고 한다. 50년간 타이완을 지배했던 일본은 타이완산 편백나무의 향과 그 쓰임에 반해 수만 그루의 히노끼를 본토로 가져갔다. 타이완은 특히 화훼와 임야산업으로 유명하다. 

나무 향기 가득한 싼이 지역의 목조 예술촌을 찾았다. 이곳은 주로 타이완예술대학출신 사람들이 모여 정보 공유도 하고 재료도 함께 구입하는 창작촌이다. 많은 공방이 다 열지는 않았으나 작은 공간에 틀어박혀 기괴하게 틀어진 나무를 두 손에 감싸 쥐고, 깎고, 다듬는 이들을 몇몇 볼 수 있었다. 이곳에는 화가, 목조, 석조, 도예 등 전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여 있다. 젊은이부터 70세의 고령 작가까지 세대를 불문하고 활동한다. 예술촌을 중심으로 주민의 절반 이상이 목조공예관련 일을 한다고 하니, 싼이 지역은 말 그대로 나무 향기 가득한 곳이 틀림없는 듯하다. 예술촌 일대에서 도예와 목조공예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특히 싼이 지방의 지역목(木)을 활용한 DIY 체험이 있으니 공예와 함께 객가 문화를 접하는 즐거움도 동시에 누려 볼 수 있다. 

예술촌 입구와 끝자락에는 각각 타이완 유일의 목조 박물관과 갤러리가 있다. ‘아트누트리’라고 하는 모던 갤러리에서는 현대적인 작품들과 옛스런 목조전시를 함께 볼 수 있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작품이 많이 있으니 목조 예술촌을 방문했다면 꼭 들러 보길. 특히 이곳 2층, 탁 트인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예술촌 일대 전망이 일품이다. 
 
 자연친화적이거나 추상적인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전시되어 있다
싼이 목조 예술촌에 있는 아트누트리 갤러리. 이곳 2층 테라스의 전망이 일품이다
 
 
싼이 목조 박물관(三義 木雕博物館)
오픈: 09:00~17:00(월요일 휴관) 
요금: 성인 기준, 80TWD
주소: No.88, Guangsheng Shincheng, Sanyi Township, Miaoli County 36744, Taiwan
홈페이지: wood.mlc.gov.tw
 
아트누트리 갤러리(Artnutri Gallery)
오픈: 10:30~18:00(화요일 휴관)
주소: 2F. No.1-17, Guanqian 1st Ln. Bagu Rd. Sanyi Township, Miaoli County 367, Taiwan
홈페이지: artnutri.com
 
난좡 초창기 가옥 13채 중 하나. 이곳은 여전히 이발소로 운영 중이다
난좡 극장. 마당 앞 진분홍색 부겐빌리아가 드리워진 이곳은 현재 복고풍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옛스러운 베이푸 옛거리 모습. 오래 전 객가촌의 풍경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객가풍 식당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갓 쪄서 나온 만토우(찐빵)

●전통 옛 거리를 느릿느릿 걷는 시간

싼이 목조 예술촌을 지나 난좡(南庄) 옛 거리에 들어섰다. 타이완에서는 라오지에(老街)라고 하는 특색 있는 옛거리가 지역별로 있다. 옛거리라는 말처럼, 이곳은 타이완 골목의 과거가 그대로 남아 있어 오래된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우리가 찾아간 난좡 옛거리는 먀오리 동북쪽에 있는 곳으로, 타이완 원주민과 객가인들이 민족 화합을 잘 이루며 살아가기로 유명하다. 슬로 시티 일대에는 난좡을 비롯, 레이차 체험을 했던 베이푸(北埔),공항이 있는 타오위안(桃園)지역의 싼컹(三坑) 옛거리가 있다. 옛거리마다 각각 개성이 있고 다양해서 관광객들은 골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옛거리의 풍경을 가만히 보다 보면 이곳이 일본인지 타이완인지 순간 헷갈리는 때가 있다. 그 이유는 일본의 타이완 식민지배 시절1897~1945년, 일본인들이 머물면서 직접 집과 거리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일본식 2층 목조 건물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난좡 옛거리에서는 객가인과 타이완인 모두가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즐거운 환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인상 깊었다. 가이드의 설명이 끝나면 기가 막힌 타이밍에 가게 안에서 갓 쪄낸 찐빵을 든 주인아주머니가 달려 나오셨고, 학교 앞에서는 자연스레 학교 선생님이 160년 된 풍나무의 역사를 알려 주었다.

골목골목 오래된 이발소와 철물점, 잡화점과 식당 간판은 1,800년대 중반 그대로다. 가옥 13채에서 시작했다는 난좡 거리에는 그곳이 초창기 가옥이었음을 알려주는 나무 간판이 각각 붙어 있다. 아주 직관적이고 간결한 그림 간판으로, 13개의 목각 간판을 찾아보는 것 또한 이 거리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다. 마을은 정겹고 소박하며 한가롭기 그지없다.
 
난좡 옛거리(南庄老街)
찾아가기: 타이베이역에서 쭈난(Zhunan)역 하차, 다시 먀오리행 버스(5804, 5805, 5806번)를 타고 난좡에서 내린다. 약 2시간 소요.
요금: 기차 142~220TWD, 버스 92TWD
홈페이지:  twtraffic.tra.gov.tw
 
1 라이탕야 가정박물관  뒤편, 식초가 익어 가고 있는 100여 개의 항아리 2 총 12가지 종류의 과실로 자연 발효 식초를 만든다 3 식초뿐 아니라 다양한 과일들을 이용해 정과도 만든다 4 자연과 하나 되어 소박하게 자리 잡은 라이탕야 가정박물관 전경
 
●자연을 사랑한 이 부부가 사는 법 

먀오리 지역 ‘라이탕야 가정박물관(賴唐鴉家庭美術館)’에는 자연을 벗 삼아 사는 부부가 있다. 이들은 3년 전부터 슬로 시티에 정착해 유기농법으로 천연 식초를 만들었다. 생물학을 전공한 부인과 서예학을 배운 남편은 오래 전부터 먀오리 지역의 깨끗한 자연환경에 반해 10년 전부터 식초 연구를 시작, 귀촌을 준비했다고. 집 뒤에는 감귤, 포도, 매실, 올리브 등 12개 종류의 식초가 100개도 넘는 항아리에 잠들어 있었다. 

특히 이곳에서 밀고 있는 것은 레몬을 넣은 솔잎 식초다. 맑고 싱그러운 초록빛은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이 느껴졌다. 얼음 동동 띄워 한 모금을 입에 넣으니 더위가 싹 가시고 갈증까지 사라지는 것이 식초가 아닌 달고 시원한 음료 같다. 설탕에 오래도록 절인 유자정과와 함께 먹으니 입 안 가득, 여름이 왔다. 

식초는 2번의 발효를 거친다. 식초가 완성되기까지 1년이 걸리는데 첫 발효 땐 술이 되고 두 번째 발효 때엔 알코올기가 모두 빠져나간 뒤 식초가 된다고 한다. 슬로 시티에서는 무엇이든 금방 되는 법이 없다. 기다린 만큼 향기로워지고 인내한 만큼 달콤함도 깊어진다. 직접 항아리 속 과육을 들춰가며 발효가 진행되는 식초 향기를 맡아 보았다. 자연이 익히는 그 향기가 처음에는 시큼하고 강렬했다. 그러나 오래 묵힌 항아리에서는 오직 과실 향기만이 은은하게 감도는 것이 신기했다. 식초를 만들고 남은 과육은 모두 비료로 쓴단다. 재료 공수부터 처리까지 어느 것 하나 이 지역을 사랑하지 않는 행동이 없었다. 라이탕야(賴唐鴉) 부부는 슬로 시티 시민다운 면모를 몸소 실천 중에 있었다. 

조금의 농약도 사용하지 않고 과수목을 그대로 기르기 때문에 뒷동산에는 벌레가 많다. 라이탕야 선생은 그래서 이 같은 환경을 더욱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벌레가 많으면 그 만큼 나비에게도 최적의 환경을 주는 셈인데, 본인은 이 지역 일대가 나비로 유명해지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실제로 매년 4월이면 박물관 뒷동산은 온통 나비 천국이 되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이 부부는 자신들의 이러한 활동으로 슬로 시티가 더욱더 자연 친화적으로 변화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손수 천연염색한 옷을 입고, 일상에선 가공 식품보다 자연 식품을 먹고, 과실수에 농약을 쓰지 않으며 언제나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부부. 이들의 작은 실천 안에는 진정 슬로 시티를 사랑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외지인들이 모여 살던 산골짜기 객가촌을 사람들이 계속 찾게 되는 이유. 어쩌면 이러한 애향심과 객가인들의 환경을 사랑하는 노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이탕야 부부에게서 그러한 자부심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었다. 
 
▶HOTEL 
 
믿고 묵는 타이완 체인 호텔
싼이 F 호텔

나무 향기 물씬 번지는 싼이 목조 예술촌 근처 깨끗한 호텔 발견! 싼이역에서 도보로 10분 내 이동이 가능하며 시내와 인접해 있어 타이완의 일상 풍경을 느끼기에도 적합하다. 호텔 바로 옆에는 초등학교가 있어 매우 안전하고, 특히 학교를 오르는 계단엔 3D 그림이 페인팅되어 있어 싼이 지역 명소 중 하나로 좋은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F 호텔은 타이완 전역 체인 호텔로 믿을 만한 시설이다. 화롄과 타이난, 타이중 등 약 6개 지역에 분포해 있다. 객실은 쾌적하고 지역 호텔치곤 조식도 나쁘지 않은 편.
주소: No.16-1, Fuxing Rd, Sanyi, Miaoli County, 367, Taiwan
요금:  더블룸 1박 기준, 약 2,200~2,500TWD 
찾아가기: 싼이역에서 도보 11분. 젠중 초등학교(建中國小) 근처
홈페이지:  sanyi.fhotels.com.tw
 
목욕 백번 하고 싶은 곳
파파와카 온천호텔(Onsen Papawaqa)

시내와 조금 떨어져 있긴 하지만 주변 산림과 자연경관이 매우 뛰어나 먀오리 지역을 방문한다면 반드시 들르길 추천하고 싶은 곳. 타이완 GTV 드라마 <연애의 조건(我可能不會愛你)>에 방영된 이후 더 각광받기 시작했다. 원시 밀림 속에 고급스럽게 자리 잡은 고급 온천 호텔로 호텔 방 안에는 개별 히노끼탕이 마련되어 있으며 수질도 상당히 좋다.  
주소: No. 58 Yuandun, Chinshui Village, Taian Township Miaoli County, Taiwan 
요금: 스탠다드 더블룸 1박 기준, 약 5,500~7,000TWD  
찾아가기: 타이안 온천과 후샨 다리가 근처에 있다  
홈페이지: www.papawaqa.com.tw

글 Traviest 바다와 나비  사진 유운상  에디터 고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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